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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당당하게 벗을 수 있다
정세희 지음 / 제일출판사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서갑숙씨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히트한 이후에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출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서평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상술에 의한, 상술을 위한, 상술의 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뽀샤시하게 화장 잘 한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에 도발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 그리 심오하지도 길지도 않은 분량의 두께...'난 이제 당당하게 벗을 수 있다'라는 제목에서 MBC의 특별프로그램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식의 비장하고, 의미심장한 내용들을 기대했던 것은 전부 나의 착각이었다. 어느 정도 한계는 있을테지만 조금은 진지하고, 애로배우로서 색다른 시각의 성담론을 기대했던 게 큰 잘못이었던 것 같다.
'난 이제 당당하게 벗을 수 있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왜 이제야 벗을 수 있다는 건지, 당당하게 벗어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전에는 적어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공개적으로 성적인 주제를 이야기하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의 시대는 그렇지 않게 자유로워졌다는 뜻일까?
남자편력기 수준의 줄거리, 개인적인 신세한탄 정도의 이야기를 읽고있자니까, 제목에 관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굳이 이 책을 사볼 것 없고, 주변에 널려있는 야시시한 여성잡지 몇 권 읽어보길 바란다. 여기 내용과 비슷한 소재들을 다루는 코너가 있으니까 말이다. 주인공만 다를 뿐 그 내용이 그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