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삼킨 개구리
혜범 지음 / 북갤럽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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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범 스님은 이야기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길을 가는데 여러 갈래길이 있으며 그 나름, 몫몫의 길을 가는 것이 바로 수행이라고 말한다.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때 꺼내들었던 책이 바로 <달을 삼킨 개구리>였다. 아무 연고도 없는 지방까지 내려가 20대 초반을 불태우며 오직 일에만 매진했던 필자는 쉬는 시간마다 <달을 삼킨 개구리>를 읽으며 복잡한 머리 속을 정리하였다.
  한가지에만 몰두하다보면 주변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가는 필자에게 혜범 스님의 글은 잠시 나를 내려놓고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무 생각없이 머리를 백지처럼 만들고 마음을 비워내고 싶을때 종종 집어드는 <달을 삼킨 개구리>에는 필자와 같은 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 쉽게 흥분하는 사람, 서두르는 사람, 무지한 사람, 우월감에 심취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스님의 글에서 이들은 대부분 수행하는 이들에게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삶의 변화를 맞이한다. 비록 가르침이 불가의 공덕과 혜탈과 열반을 향하고 있지만서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음의 위로와 쉼을 통해 치유하고 삶을 계도한다. 

  작은 책에 담겨진 이야기는 약 170여가지가 수록되어 있다.  우솝우화나 탈무드처럼 짧은 이야기 속에는 지헤가 담겨져 있지만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만담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덧 책과 교제한지 8년이 되었지만 필자는 아직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매년 초 책을 다시 한번 읽을 때마다 그리고 생각이 날때마다 나름의 의미와 해석을 덧붙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오래전 할머니의 발치에서 듣던 옛날 이야기가 동화 속 이야기라면 <달을 삼킨 개구리>는 어른이 된 독자에게 들려주는 노 스님의 따뜻한 설화이다. 어느 무더운 여름 밤 아래에서 복잡한 머리 속을 비워보고자 읽었던 한권의 책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서재의 한켠을 장식하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에 관한 또 다른 지혜를 더해준다.

 오랜 시간 깨달음의 길을 설파하고 자신의 길을 걷는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는 스님의 지혜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빛을 더욱 환하게 비추는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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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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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0년대 허무주의와 무력감이 휘몰아친 중국의 사회 풍조를 있는 그대로 세밀하게 묘사한 뛰어난 작품. <차가운 밤> 작품 속 주인공은 전쟁의 여파로 인해 겪게되는 극심한 고통 가운데 무력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에게는 지식인이었던 아내 청수성과 늙은 어머니가 함께하지만 두 사람은 극심한 갈등을 보인다. 구세대로 대변되는 어머니의 사고방식과 신세대 지식인을 대변하는 며느리인 청수성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도 내리지 못하는 무력한 주인공의 모습은 시대의 충돌과 혼돈 그리고 무력하고 비참한 우유부단한 지식인의 단발마의 비명소리를 들려준다.
  전쟁이라는 외부적 환경 가운데 경제적 고통과 아내와 어머니의 관계 그리고 건강의 악화는 죽음이라는 결말을 향해 주인공을 천천히 내몬다. 희망도 빛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작품 속에서 밤마다 울려퍼지는 공습경보와 등화관제에 의한 어둠은 '밤'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 차가운 느낌의 소설 속 에서 주인공은 우유부단한 자세를 취하며 갈팡질팡한다. 주인공의 지식인의 사고는 질병으로 정지되었고 어눌한 말투는 그의 사고를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질병의 고통 속에서 조차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작가 '바진'의 냉혹한 현실 비판이 느껴진다.


  빈곤, 갈등, 질병, 이혼, 그리고 죽음을 소재로 세 사람의 인물 구도는 특별한 복선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의 사고와 관점을 비극적 결말에 강하게 못박는다. 그들의 불행한 결말은 당사자들의 책임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시대의 아픔 속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냉정하게 묘사한 <차가운 밤>은 중국 현대 문학사의 거장인 바진이 전하는 중국 민중의 비분과 억울함이 강하게 드러난다. 갑갑한 현실 속에서 그의 작품을 읽을 수록 빛으로 포장된 위선의 웃음소리가  냉소적으로 들린다.


  발가벗겨진 냉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희망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바진의 작품이 내게 주는 씁쓸함과 뜨거움을 어딘가로 쏟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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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예술을 읽는 9가지 시선> 

  문화와 예술의 근본인 '형태'를 해석하기 위한 9가지 키워드(동양과 서양, 원근법, 죽음, 진화, 모나드, 기하학, 미술, 조형, 디자인)를 제시하는 저자의 관점이 흥미롭다.  

  '형태'는 가장 기본적인 조형 요소이다. '형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예술을 해석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예술을 읽는 9가지 키워드는 '예술'을 보다 '체계적'이고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잊지 못할 30일간의 유럽 예술기행>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꿈꿔보는 유럽으로 떠나는 예술기행. 사진작가 최상운이 30일정도에 걸쳐서 여행할 수 있는 서유럽 5개국의 예술 작품들을 사진으로 모았다고 한다. 떠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달래기에는 이 보다 좋은 책이 없을듯 싶다.  

  너무나도 유명한 곳들이 아닌 알차고도 유익한 숨은 보석들을 소개하는 책이라는 책 소개가 시선을 잡아끈다. 여행과 예술감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가이드북이라는 사실과 마치 현장을 옮겨놓은듯한 뛰어난 사진이 독자들에게 어떠한 느낌을 전할지 기대된다.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199년 출간된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의 개정판이다. 우리나라의 건축 양식과 서양 건축의 특징을 비교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통해 보완하여 제3의 건축양식을 이끌어 낸다.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지향하는 책의 흐름이 우선 마음에 든다. 문화 양식미래를 주도하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영감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책의 가치가 더욱 빛이 나는듯 싶다.  

 

 

<예술은 무엇을 원하는가> 

  '예술'을 만들어낸 정치, 사회, 종교, 문화사의 영향력을 저자의 적극적인 개입과 해석에 의존해서 새롭게 설명되는 책이다. '예술'을 통해서 사회문화까지 이해하는 확대개념 가운데 '서양 미술의 역사'를 설명한다.  

  '예술'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폭 넓은 관점이 중심이 되는 책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대체로 '예술'의 의미와 본질에서 작가에 치중하는 여타의 작품과 달리 '예술'이 탄생하는데 영향을 미친 여러가지것들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저자의 시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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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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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하인리히 뵐은 197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인물이다. 전쟁 직후 혼란한 독일의 상황을 묘사하며 소외받고 외면 받은 상황과 이들을 작품 속 소재로 사용하였다. 문학 작품을 읽을때 작가의 시대적 상황과 성향을 이해하는 것은 작품을 읽고 공감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주기에 짧게나마 서술하는 바이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언론의 치부를 건드린 작품이다. 알권리와 인지도를 위한 무분별한 정보공개와 왜곡 그리고 선정성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되는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약 30년전에도 언급되었던 문제들이 오늘날에도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은 시대를 뛰어넘은 문제점을 찾아내어 지적한 하인리히 뵐의 날카로움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언론은 사회다수에게 문제를 알리며 왜곡되거나 숨겨진 진실을 밝혀 사람들에게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언론의 다양한 역할 중 일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역할 가운데는 표현에 있어서 선정성과 정확성 그리고 대상의 권리등을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하는 언론의 책임론도 함께 다뤄져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운데 나타나는 문제는 언론의 정보에 의지할 경우 그릇된 정보와 견해로 인하여 잘못된 선입견과 인식을 가질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언론의 치부' 즉 언론의 폭력성과 그 폭력성에 희생된 이혼녀 카타리나 블룸의 개인적인 명예가 살해당하고 보복의 과정 가운데서 그녀가 기자를 살해하게 된 점을 이야기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언론의 폭력을 '살인'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복수한 그녀의 이야기는 비록 허구의 내용이라 말하지만 (작가는 서문에 이 이야기가 허구임을 말하며 당시 자신과 대립하고 있던 빌트지와는 상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 이야기가 언론의 보도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들의 불편함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책을 읽는 가운데 왜 카타리나 블룸이 살인을 하였는가? 라는 질문을 받고 살인의 원인을 찾아 가는 가운데서 드러나는 언론의 불편한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 언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과거 혼란 스러웠던 독일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시대변화와 각성을 촉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면 뒤에는 선정적이며 자극적이며 왜곡된 진실 가운데 국민과 여론을 조작하는 부분도 존재하리라. '카타리나 블룸은 27살의 어린 나이로 가정관리사로 살아가던 중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범죄행위를 일으켰다. 그렇다고 하여 그녀가 행실이 고약하거나 잘못된 심성을 소유한 인물은 아니였다. 그녀는 비록 어려운 환경 가운데 자랐으나 성실했으며 진실한 여성이였다. 살인 사건은 그렇기에 더욱 호기심이 당겨진다. 왜 '카타리나 블룸'은 그를 죽였을까? 살인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하여 그녀의 행적과 참고인들의 진술 그리고 경찰과 검사 변호사들로부터 얻어낸 이야기들을 통하여 우리는 그녀가 당한 폭력을 통해 오늘날 언론으로부터 명예살인을 당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카타리나 블룸'의 부서져 가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경각심을 얻어낼 수 없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당하는 삶의 무너짐과 유린당함은 독자들 또한 공범이자 방조자이며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과 호소력은 짙은 색채가 되어 시대와 사회를 외면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시대문제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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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파라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3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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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책의 장르를 그리 많이 접해보지 않았던지라 라틴 아메리카의 작품은 그저 생소하고 낯설기만
하였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지명 그리고 명칭들은 익숙해지지 않은 채로 끝까지 전개가 되었지만
책의 내용과 구조 만큼은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추천해주고픈 책이다.

1917년에 출생한 후안 룰포는 어두운 유년시절과 낮은 학력을 소유한 작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뻬드로 빠라모는 서정적인 문체와 복잡한 구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을 읽기전에 언급하고픈
점은 내용이 전개될 경우 내용상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먼저 파악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뻬드로 빠라모>>는 모호함으로 점철된 스토리 진행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기에 (예를 들자면 혹
자는 그가 죽었다고 말하나 이후에 그는 살아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작품의 내용 전개시
누구의 시점이며 누가 이끌어 나가고 있느냐를 살피면서 천천히 음미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어머니의 유언으로 부터 시작된 '뻬드로 빠라모'찾기의 여정은 내용이 전개됨에 따라 '뻬드로 빠라모'
의 관점으로 변하기도 하고 그의 아들인 '후안 쁘레시아도'로 다시 옮겨가기도 한다.
죽은자들의 또 다른 이야기처럼 유령처럼 보이나 보이지 않는 현실의 모호함처럼 작품 내용은 신비하며 몽환적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하며 비참함 가운데서 살아가는 이들의 슬픔과 원망이 담겨있기도 하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첫번째 제자인 '베드로'를 의미하는 '뻬드로'와 '황무지'를 의미하는 '빠라모'를 합친 '뻬드로 빠라모'는 꼬말라의 지주이다. 그는 많은 이들에게 원망의 대상이다. 소외된 농촌에서 그가 가지고 있던 힘과 그의 역할은 사람들의 생명과도 같은 땅을 죽음으로 내몰아 버리고 황폐화된 땅을 통해 사회주의적인 색채를 보여주며 '뻬드로 빠라모'를 통해 타도 되어야할 대상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낯설기만한 라틴문학가운데서도 처음 접해본 멕시코 문학은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운동적 요소가 내포되어있는 독특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변방의 문학을 단숨에 중심지에 올려둔 작품이라고는 하였으나 낯설음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뻬드로 빠라모>>는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설정과 신비함 그리고 부드럽고 간결한 문체등을 통하여 작품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으며 다양한 생각을 통한 여운을 깊이있게 남기는 작품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전쟁이란? 사회란? 계급이란? 사랑이란? 땅이란?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도록 하며 복잡한 사고만큼이나 복잡한 구조를 보여주지만 구조야 말로 <<뻬드로 빠라모>>를 무미건조하지 않으며 평범하게 묻히지 않게 하는 요소이다.
<<뻬드로 빠라모>>는 비극적 최후를 장식하는 삶의 종착점으로 우리를 인도하며 '후안 룰포'라는 작가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멕시코 민초들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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