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윈딕시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32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송재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윈딕시 때문에,가 원제인데 내 친구 윈딕시, 라고 하니까 좀 평범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제목과 표지로 내용이 대충 연상되는 책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성마른 추측인가. 제목만 보고 뭘 다 안다고.. 읽어가며 첫인상과는 달리 행복감이 밀려들어오는 동화다. 마음에서 일어나 자꾸만 말하려는 이야기를 술술 막힘없이 썼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작가가 언급한 바로는 플로리다에서 살았던 그녀가 ‘개와 우정과 남부지방에 보내는 찬가’이다.

 삽화처럼,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인디아 오팔이라는 만 열 살 소녀의 일기처럼 읽힌다. ‘달콤함과 슬픔의 맛을 지닌 사탕’ 같은 이야기들. 사는 일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달콤하기만 해도, 씁쓸하기만 해도 얼마나 단조롭고 재미없을까. 하지만 사탕에서 ‘슬픔’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은 물론 개, 윈딕시까지도 그 ‘달콤하고 슬픈’ 사탕의 맛을 즐길 줄 안다. 그 부분이 아이들에겐 얼른 공명을 일으키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면 일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이다.

 3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가고 목사인 아빠와 외롭게 살아가는 오팔은 밝고 따뜻한 여자아이다. 세상에나! 어느 날 수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개와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된 후 오팔에게는 더 많은 인연이 줄줄이 사탕처럼 순순히 엮이게 된다. 세상에 남은 친구가 한 명도 없이 홀로 작은 도서관을 벗 삼아 살아가는 프레니 할머니, 수많이 저지른 죄악의 유령이라는 술병들을 뒷마당의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고 세상과 등지며 살아가는 글로리아 할머니, 거리에서 마음껏 기타소리를 들려주고 싶은데 불법이라는 죄명으로 감옥까지 갔다 온 오티스 아저씨, 멋진 개를 갖고 싶어 하는 깜찍한 스위티(5살 여자), 장난꾸러기 던킨, 그리고 ‘목사님’이라고 칭하는 아빠와 그동안 다 못다 연 마음의 문을 서로 열게 되기까지.

모든 일은 윈딕시 때문에 일어났다. 이 말은 맞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오팔이 먼저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윈딕시 때문이라고 공을 돌리는 그 아이가 말을 걸고 다가가 친구를 맺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그렇게 선선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 되는데 우리는 뭐가 두려워 그게 잘 안 되는 건지.

 ‘단단한 껍질 속에 몸을 웅크리고 들어가 있는 거북’ 같았던 아빠를 보며 오팔은 내심 불만이었다. 윈딕시 때문에 처음 그 껍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인 날, 오팔은 좋은 조짐을 가진다. 그리곤 물어본다. 그동안 금기시하였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열 가지만 들려달라고 한다. 그것은 상처로 똘똘 뭉쳐 아빠를 짓누르고 있었던 덩어리를 살살 풀어주는 기회가 된다. 티비 프로그램 중 무릎팍도사가 생각났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이미 곪아있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말할 수 있게 해 주마, 뭐 그런 의도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누군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열 가지, 아니 스무 가지더라도 그 사람에 대해 결코 다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팔이 엄마에 대해 알게 된 열 가지로 엄마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듯이. 그리고 눈으로 보이는 부분과 소문으로 들리는 말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건 더구나 거의 99%(통계를 내어본 건 아니지만^^)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먼저 상대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내 이야기를 솔직히 하고 나눠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자. 그것이 친구를 만들어 가는 방법이라면 방법일 테다.

 이 책은 달콤하고 행복한 기운이 온몸에 쫙 퍼지는 책이다. 사람들이 다 말 못하는 슬픔 하나쯤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장점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친구가 되는 넉넉한 자리에 ‘유머감각이 뛰어난’ 윈딕시가 있어 더 유쾌하다. 남북전쟁의 비통함과 공명심에 빠진 전쟁에 대한 비탄과 재기하는 사람의 힘 그리고 책과 음악이 갖는 치유의 힘도 감동적이다. 하지만 전혀 힘을 주지 않고 재빠르고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장점이다.

(4학년이상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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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아이 때를 돌이켜 보면 무작정 편하고 즐겁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아이들의 마음에도 고통이 있지요. 눈에 보이기도 했고요..
짐짓 어린 척하며 때때로 놀며 지났던 거 같아요. 혜경님.
개가 저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지요.
제 개이름이 '곰돌이'였지요. 하하


프레이야 2007-12-14 10:53   좋아요 0 | URL
저도 돌이켜 보면 그래요. 예민한 성격이라 더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고
자기검열도 강하고 그러면서 도발적인 성격도 강했고 그랬어요.
어른들에겐 참 쉽지 않은 까다로운 아이였던 것 같아요..
지금 제 아이들도 감추고 있는 그런 것들이 있겠지요. 그런 걸 엄마의 눈
으로 잘 살피고 돌봐야하는데 마음은 그런데 잘 안 될 때가 많아요.
한사님처럼 넉넉한 품성으로 아이들을 대해야할 텐데요.
ㅎㅎ 곰돌이라면 우리집에 많아요. 작은딸 침대맡에 죽~ 앉아있지요^^



miony 2007-12-14 12:37   좋아요 0 | URL
저희 집 개 이름도 곰돌이인데 열 살이 넘어서 운신하기 힘들어하네요.

프레이야 2007-12-14 14:23   좋아요 0 | URL
miony님집 개이름도 곰돌이에요? ^^
열살이면 노년인데.. 완전 가족이네요. 마지막까지 함께 하실 거죠?
언젠가는 이별에 너무 슬퍼하지 않도록 하셔야겠어요.

순오기 2007-12-1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윈딕시, 그 볼품없이 더러운 개를 데려다 친구가 된 오팔은 정이 많은 아이겠죠. 그래서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설 수 있는... 이 책은 뉴베리수상작이었던거로 기억하는데...^^

프레이야 2007-12-14 14:27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순오기님. 뉴베리상, 은색 스티커가 훈장처럼 붙어 있더군요.
책표지에요. 윈딕시는 참 행복을 몰고 오는 개 같아요. 유머감각이 뛰어난.^^
행복은 스스로 불러오는 것인가 봐요. 오팔을 봐도요^^

비로그인 2007-12-1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님의 도메인이 센스였다는 것을 알았어요.
가끔 그럴 때 있지요,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본 듯 신기해질 때....
그런데 오늘은 역시...라는 생각이 드네요.


프레이야 2007-12-14 14:27   좋아요 0 | URL
센스^^ 역시라면 센스있다고 말씀해주시는 거죠? 호호~ (우길래요)

비로그인 2007-12-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생쥐기사 데스페로를 너무 재밌게 봤었는데 이 책은 너무 달라서 망설였었거든요. 혜경님 리뷰를 읽고나니 당장 사서 둘이 같이 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 겨울에 따스하게 읽기 좋은 책이겠네요.

프레이야 2007-12-15 10:15   좋아요 0 | URL
Manci 님, 생쥐기사 데스페로,도 이 작가의 책인가 봐요?
제목에서 벌써 재미가 느껴지네요, 왠지.. 생쥐기사라고 해서 그런가요.
네, 윈딕시와 오팔 그리고 사람들이 참 따스한 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더군요. 타인과 자신의 아픔까지 보듬는 여유, 언제 그 경지에 무난히
도달할런지.. 연말 잘 지내고 계시온지요?^^
 

어제 저녁 큰딸이 머리스타일을 좀 바꿔보고 싶다고 미장원에 같이 가자고 했다. 중학생이 바꿔 본들 뭐 크게 바꿀 수도 없는 머리형이니까 너무 기대하지 말고 가자고 했다. 숱이 적어서 너무 짧게 자르면 숱이 더 적어보일까봐 적당히 층을 내고 컷트를 했다.

다 자르고 나서, 까다로운 그녀의 한 마디, "와, 너무 맘이 들어."

다행이다, 속으로 이러며 미장원을 나왔다. 집에 오는 길에 그녀의 뜬금없는 제안,

"엄마, 우리 노래방 갈까?"


며칠 전 기말고사 끝나고 친구들이랑 갔다왔으면서 뭔가 부족한 2%가 있었던가 보다 싶어

오케이~ 했다.

애들이 팝송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못 불렀다며 그녀가 불렀던 노래들의 80%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애이브릴 라빈의 노래들이었다.  아니, 그렇게 어려운 곡을? 

우리딸, 많이 컸구나!  그래서 나도 팝송 한 곡 불러주고 (I.O.U)

'사랑' 이란 단어 안 들어가는 노래들로 나름 골라서 좀 까불어주며 불렀다.

왜냐면 그런 치렁치렁한 단어에 딸이 좀 알러지가 있어서다.

연극이 끝난 후(샤프), 어떤이의 꿈(봄,여름,가을,겨울), 젊은 미소(건아들), 어젯밤 이야기(소방차), 하얀새(이승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놈의 사랑, '사랑일뿐야' 불러서 딸의 박수도 받고..ㅋㅋ

이 노래는 딸이 좋아하는 신화, 그중에서도 전진이 부른 버전이 좋다고 늘 듣길래..

딸, 많이 컸구나!!

한 시간 삼십 분을 부르고 들어왔더니, 한자 학습지 하고 있던 작은딸이

 "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힝.. 심심했단 말이야. " 이러며 살짝 눈을 흘긴다.

요, 통통여우 같으니.. 옆지기는 소파에서 잠 들어있다 깨고..

왜 이렇게 늦었냐고 안 묻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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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과의 데이트 정말 그림같아요.
저도 작은 딸이 크면 이렇게 친구처럼 놀게 될까요?
가끔은 아들과 놀고 싶은데 정신연령이 어린듯해 뭔가 맞지 않더군요.
언제 철들라나?

프레이야 2007-12-10 18:24   좋아요 0 | URL
딸이 저를 계속 좋은 친구처럼 생각해 주길 바래요.
이렇게 불쑥 노래방 가자고 신청하기도 하는..
전 한 번도 엄마에게 그렇게 못 해봤거든요.
아들은 좀 더 크면 엄마의 연인의 될 거니 얼마나 좋을까나..ㅎㅎ

춤추는인생. 2007-12-10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멋진풍경인걸요.^^ 희원이와 함께 단둘이 노래방에 가셨다니... 그나이에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알러지가 가장 심할때가 아닌가 싶어요. 제마음은 안그랬는데 어른들앞에서는 괜히 그런척 했던 제 그시절 모습도 생각나요.
통통여우 희원이는 왜 놔두고 가셨어요? 좌중을 압도하며 노래했을텐데요!!

전 노래방은 잘 가지 않지만. 천변 다리위에서 큰소리로 가끔 노래해요. 얼마나 시원한데요 ^^

프레이야 2007-12-10 18:34   좋아요 0 | URL
아, 그거였구나. 마음과는 달리 알러지인 척 하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홍홍.. 그 나이때 옛날에 친구들 중 시집 안 갈거란 아이들도 있었죠.
그 아이가 졸업하고 제일 먼저 가더이다.
통통여우 희령이 끼워주는 걸 희원이가 워낙 싫어해요.
우리둘만의 데이트를 원하죠.^^
님, 근데 다리위에서 부르는 노래, 음음, 듣고 싶어요~

춤추는인생. 2007-12-10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맞아요.^^ 전 시집안가고 엄마랑 평생 산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지금도 하고 있답니다.ㅎㅎ 그런건 괜시리 부끄러워지쟎아요. 외롭다는것 사랑한다는것 뭐 이런 여린듯한 감정들은 실은 부모님앞에서 가장 감추고 싶은것들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저도 어릴적에 그랬던것같아요. 두살터울 남동생빼고 엄마랑 나랑 단둘이.
딸과 엄마는 친구처럼. 참 좋아요. 애틋하고.^^

프레이야 2007-12-10 18:42   좋아요 0 | URL
님, 맞아요. 엄마에겐, 감추면서도 은근히 드러내어 알아주길 원하죠.
속내를 알아주길 원해서 보여줬다가 반응이 별로면 참 안 좋았었는데요..
아, 난 딸들한테 거부감 일지 않는 반응을 해줘야겠단 생각이 불쑥 드네요.
님, 몸은 괜찮아진 거에요? 무리하지 않는 거, 아시죠? *^^*

turnleft 2007-12-11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주말 사이에 노래방 갔어요.
너무 오랜만에 갔더니 목소리가 잘 안 나오더라는 ㅠ_ㅠ
그나저나 딸아이와 노래방이라니, 제 로망 중에 하나에요~ ㅎㅎ

프레이야 2007-12-11 03:40   좋아요 0 | URL
앗, 그곳에도 노래방이 있어요?
딸을 낳고 싶다시던 좌회전님, 언제 낳고 키워서 노래방 같이 가시려나요..
자자 어여 서두르세요 ^^
그나저나 님은 멋지게 팝송을 부르셨을 것 같아요~

미설 2007-12-11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 재밌으셨겠어요. 저도 얼른 봄이랑 노래방 갈 날이 왔음 좋겠네요^^

프레이야 2007-12-11 21:03   좋아요 0 | URL
이궁.. 미설님, 몇년만 지나면 봄이랑 갈 수 있을 거에요.
동요 레퍼토리로~~ ^^
 

다락방님이 제게 주신 선물이랍니다.^^ 콧날이 시큰해지는 풍경이에요.

 

 

동행

                                                -박성우


멈추어 있는 듯
움직이는 리어카 더얼컹,
지푸라기 낀 바퀴는 굴러
관촌 주천들녘 농로 돌아
살얼음 낀 오원천(烏院川)
주천다리에 멈춘다

손잡이 놓은 여자는
콧물 훔친 목장갑 벗고는
봇짐처럼 실려온
여자아이의 볼을 비벼준다
킁, 해도 가만있는 아이
물코를 닦아 몸뻬바지에 닦는다

다리 위의 두 여자는
조용조용 중얼중얼
들판을 보고 먼 산을 본다

짐칸에 탄 아이가
고개 끄덕이자 몸뻬바지는
허리를 굽혀 리어카 당긴다

리어카 끌고 마을로 가는
몸뻬바지 며느리도
아이가 된 시어머니도
된서리 맞은 허연 볏단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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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12-0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후후후후- 이게 여기까지 왔군! 아 좋아라.

다락방 2007-12-07 23:08   좋아요 0 | URL
으쓱 :)

소나무집 2007-12-0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어머니한테 치매가 온 모양이네요. 며느리도 같이 늙어가면 친구가 되는 것 같죠? 시어머니가 건강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싶네요.

프레이야 2007-12-07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덕분이지요^^
소나무집님, 그래요. 아이로 돌아간 어머니..
살청님, 시 선물도 명함 선물 못지않게 좋아요.
다락방님의 외모는 눈부신 걸로 이미 증명되었다구요.ㅎㅎ

다락방 2007-12-0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혜경님.
옮겨와주기도 하셔서 정말 감사해요.
읽으시고 좋아해주기만 하시면 그걸로 정말 족했거든요.
읽으면서 혜경님 생각했었어요. 아, 혜경님이 참 좋아할 만한 시다, 하고 말이지요.

얼마전에 혜경님의 에세이-그 뭐지요? 배꼽이랑 빨간색이 나오는 그 에세이요-
혜경님처럼 글 잘 쓰는 엄마를 둬서, 혜경님의 자녀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눈부신 글이었답니다.
:)

프레이야 2007-12-07 23: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늘 마음으로 고마워하는 거 아시죠? 으쓱^^ 헤헷..
딸은 늘 애틋해요. 여자끼리의 무언가가 있지요.
 

이번 주 토요일에 엄마와 전 이 연극을 볼 거에요.

이건 한 해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산 저와

올 하반기 병마와 잘 싸우고 계신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또 한 명 더 있어요.^^

우리집 통통공주 작은딸이요. 10살이지만 충분히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삼대가 같이 손잡고 가서 감상하고 올게요.~~~

 



수전노    |  L'Avare      
 
 

프랑스 고전주의 극작가 몰리에르의 희곡으로 고대의 희극적 인물 구두쇠를 근대적으로 묘사한 작품.

 




저자 : 몰리에르
장르 : 희곡
발표 : 1668년
 


파리에서도 이름난 알부자 아르파공은 세상에 둘도 없는 구두쇠이다. 그에게는 아들 클레앙트와 딸 엘리즈가 있는데 딸은 돈많은 앙셀므 영감과, 아들은 돈많은 과부와 결혼시키려 한다. 어느 날 남매는 아버지 때문에 사랑에 지장이 많다고 한탄한다. 엘리즈는 발레르를 사랑하고 클레앙트는 젊고 아름다운 마리안을 사랑한다. 그런데 아르파공은 적게 먹는다는 이유로 마리안과 결혼하려 한다. 어느 날 아르파공이 땅에 묻어둔 돈을 하인인 라 플레슈가 훔친다. 아르파공은 돈을 잃어버려 죽을 결심을 하지만 죽음은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이때 발레르가 앙셀므 영감의 잃어버렸던 아들임이 밝혀진다. 아르파공은 라 플레슈에게 돈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남매의 혼사를 허락한다.

몰리에르가 창조한 구두쇠는 돈을 숭배한다는 점에서는 비인간적이지만 ‘광기와 병적인 고독’ 등은 오히려 인간적이다. 그래서 괴테는 희극이 아니라 비극적이며, ‘인간의 정신과 의지의 힘은 비인간적인 목표’를 위해 봉사함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플라우투스의 《냄비》를 모방한 작품으로 초연 때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물질에 노예가 되는 현대인들을 비판, 현실에 맞게 재해석되어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다.  

극작가이자 배우이기도 한 몰리에르는 훌륭한 작품을 많이 썼는데도 교회와 왕실로부터 극장을 폐쇄당하는 등 많은 탄압을 받았다. 왕실과 교회는 좀더 활기찬 작품을 원했고 몰리에르는 17세기 프랑스 귀족과 교회를 비판하는 연극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렸다. 그는 인간적이며 역설적인 작품을 많이 남겼고 부조리한 것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볼테르는 그를 일컬어 ‘프랑스의 화가’라고 했는데 이는 그의 작품이 프랑스적임을 뜻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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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0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대가 함께 하는 연극, 정말 혜경님은 멋장이야요!
한때는 서울 세실극장 열심히 쫒아다녔는데...그때 몰리에르 희극도 만났고.

프레이야 2007-12-06 20:39   좋아요 0 | URL
전 몰리에르 희극 처음이에요. 부조리가 낳는 웃음 실컷 즐겨볼래요.
멋장이 순오기님^^

실비 2007-12-0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대가 같이가서 보신다고하니 모습이 훈훈해지는거 같은데요^^
잼있게 보고 오셔요~~~^^

프레이야 2007-12-06 20:39   좋아요 0 | URL
훈훈해지고파요, 실비님ㅎㅎ

비로그인 2007-12-0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저도 님을 흉내내어 뭔가를 계획하고 싶어지네요.

프레이야 2007-12-06 20:49   좋아요 0 | URL
헤헤 승연님, 가까이 있으면 함께 봐도 좋을텐데요..
마음은 가까이~~

푸하 2007-12-07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대에게 주는 선물, 정말 멋진 기획이에요. 설명 중에 "‘인간의 정신과 의지의 힘은 비인간적인 목표’를 위해 봉사함을 보여준 작품"이 있는데, 혜경 님의 마음과 표현은 인간적인 목표라 할 수 있겠어요. 재밌게 보시고 이야기 들려주세요.^^;

프레이야 2007-12-07 02:21   좋아요 0 | URL
푸하님, 12월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요즘 제가 서재나들이를 많이
못해서요.ㅎㅎ 네, 기대되는 연극이에요. 비인간적인 지향점, 그게
올바른 지향점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적인 욕구는 그야말로
치졸하지 않나요.. ^^ 부조리하네요..
 
찰싹 내인생의책 그림책 5
스티브 브린 지음, 강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0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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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좋은 그림책을 만났다. 마음이 소란하고 복닥거리면 그림책 처방을 권한다. 단순한 글과 그림이 주는 정신적 위로가 생각보다 크다. 간결하고 꼭 필요한 말과 글, 장식을 벗고 소박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그림과 색채가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좀 더 단순해지라고 그러면 웃을 일이 많다고 “오잉~” 하고 까불어주는 것 같다. “오잉”은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어린 개구리의 대사다. 번역부터 아주 재미있게 옮겨 놓았다. 주인공 ‘찰싹’의 개구쟁이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원제는 ‘Stick’. ‘찰싹’은 잘 어울리는 우리이름이다. 개구리 ‘찰싹’은 뭐든지 자기 힘으로 혼자 하겠다고 설치고 나오는 서너 살 아이의 모습이다. 위험한 짓은 못 하게 해도 꼭 해보고야말고 아무 거나 못 먹게 해도 아무 거나 입으로 먼저 가져가는 아이. 그걸 일일이 통제하려다보면 엄마는 늘 아이와 전쟁을 치르듯 하루를 보내야한다. ‘찰싹’의 엄마는 느긋하게 앉아서 미소 짓고 바라본다. 가장 바람직한 엄마의 모습이다.

 ‘찰싹’은 혼자 해 보려는 시도를 하지만 아직은 서툴다. 뜻밖의 시도로 뜻밖의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어린 아이가 무작정 호기심에서 집을 나가 앞만 보고 걷다보면 집과는 더욱 멀어지는 일들이 흔히 있다. 내 가출 사건이 떠오른다. 세 살적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엄마에게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더란다. 내가 집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던 덕에. 

 ‘찰싹’은 낯선 세상으로 모험의 길을 떠나 전혀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예상치 못한 모험만큼 그 교통수단이나 가는 곳이 흥미롭다. 늪의 풍경과 갖가지 동물들이 멋지게 그려져 있고 그곳을 벗어나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모험을 하게 되어서도 다음 장에 벌어질 장면이 늘 예상을 뒤엎는다. 전체적으로 ‘찰싹’의 빠른 이동을 보여주기 위해 속도감이 느껴지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생동감 있다. 속도감을 더 강조해야할 부분은 장면을 분할하여 그려 넣었다.

 이런저런 위험한 일도 잘 피하고 하루 동안의 모험이 끝났다. 해가 저물 무렵, 찰싹은 이제 홀로 되었다. 어린 ‘찰싹’에게는 처음 마주하는 낯선 장소, 낯선 시간이다. 차분한 인상을 주면서도 활기를 잃지 않는 색감이다. 여기서도 글은 거의 없고 호들갑스럽지 않다. 놀을 바라보는 ‘찰싹’의 뒷모습이 클로즈업 되어 있는데 그 덩치가 아주 커 보인다. 이제 ‘찰싹’은 모험을 떠나기 전의 어리기만 한 개구리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정말 ‘찰싹’은 다 컸을까. 겨우 하루 동안의 모험으로? 돌아온 ‘찰싹’은 여전히 개구쟁이, 고집불통이다. 이 그림책에게 눈여겨볼 점이라면 촐싹대는 ‘찰싹’의 곁에 든든히 붙어있는 대상이다. 기다리고 있다가 포근히 맞아준 엄마개구리와 낯선 곳에서 방황하는 어린 영혼의 귀가를 도와준 타인. 모험과 성장은 자신의 힘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우리를 키워준 어떤 대상에게 직접적인 보상을 할 수 없어도 그 힘으로 우리는 자라는 것이다. 우리를 키우는 건 불안정한 시간과 공간, 예상치 못한 사건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그 속에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타인의 보살핌이다. 누군가 나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으로 우리는 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작가, 스티브 브린은 직접 하지 않는다. 얼마나 유머러스하고 지혜로운 방식인지, 마지막 장면을 보면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흐뭇한 웃음을 준다. 돌아온 ‘찰싹’에게서 어떻게 그런 환한 빛이 나게되는지. 작가는 엉뚱한 척, 모르는 척, 돌려서 농담을 거는 것 같다. 사람은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그렇게 빛나는 존재다. 결코 혼자서는 될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 나는 그렇게 빛을 주는 존재로 배경이 되어도 좋겠다.

 

 

 

 그림도 글도 유쾌한 그림책이다. 그림만 재미있게 봐도 상관 없지만 그림독해력이 있는 아이라면 글이 적으니 그림에서 많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그림을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를 더해서 볼 수 있는데, 가령 거울이나 그림자를 이용하여 '찰싹'이 날아가는 모습을 한 번 더 반영해 준다. 하물며 자동차 타이어의 스틸 부분에 그 모습이 다 비칠 정도다. 섬세한 시선이다. 그런 부분에서 그림책을 보는 이는 '찰싹'이 혼자 가고 있지만 누군가가 늘 따라다니며 보살핌과 관심의 눈을 떼지 않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안도감! 이건 그림책을 보는 사람(아이건 어른이건)이 얻고자하는 가장 큰 미덕이다. 사람들의 표정과 동물들의 표정 또한 특징을 살려 재치있게 그렸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속도감이 중후반까지 이어지는 점은 아이들의 성미와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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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2-0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쾌, 상쾌 그림책! 좋지요~ 보관함에 넣었어요^^

순오기 2007-12-0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의 책이라~~~~ 출판사 이름이 정말 짱이야요!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나는 그렇게 빛을 주는 존재로 배경이 되어도 좋겠다." 아주 감동입니다!

프레이야 2007-12-0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찰싹'이 한테 찰싹 마음이 붙게 될 거에요^^
순오기님, 출판사이름 좋지요. '소녀의 눈동자'로 처음 알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