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무명씨의 또하루를 시작하며~~~  남은 두 달을 생각하며~


I'm Nobody

Emily Dickinson


I'm Nobody! Who are You?
Are you - Nobody - too?
Then there's a pair of us!
Don't tell!
They'd banish us - you know!

How Dreary - to be - Somebody!
How public - like a fog -
To tell your name-
the livelong June-
To an admiring bog!

--------


무명인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쫓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6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Emily Dickinson

미국 시인(1830~1886). 자연과 사랑, 청교도주의를 배경으로 한 죽음과 영원 등의 주제를 담은 시들을 남겼다. 평생을 칩거하며 독신으로 살았고, 죽은 후에야 그녀가 2000여편의 시를 쓴 것이 알려졌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생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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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완전한’ ‘진실한’ 등 일련의 형용사들의 간계를 조심하지 않은 까닭에,

젊은이들의 정신이 정체하거나 부패하는 수가 있다. 힘겨운 문제를 대면하는 데
지구력을 보일 수 없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형용사들을 미끼로 문제를 농담으로
유인해 들이는 것이다.


*

상처가 글을 못 쓰게 하는 것은 자기 반성의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나 증오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냉정할 것!


*

하나의 운명으로서 절망이 다가와 압도하기 전에, 스스로 임의의 절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우리를 정화한다. 무수한 절망 연습을 통해 우리는
과장된 자기 전시와 기교의 소모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제작된 절망 속에 진실과 아름다움이 동거한다.


*

산문(散文)이 미드필드를 가로질러 속공을 노리는 데 반해 시어(詩語)는
로빙볼과 같다. 소위 문명이 밀집방어하는 문전에서 예감과 기대에 가득 차,
그러나 완연한 판가름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바나나킥으로 쏘아올리는
투기 - 그때 언어는 상징성을 얻고 혜성처럼 화염을 날리며 떨어진다.
이제 사물이 스스로 헤딩해야 할 찬스이다.

 

 

*

 

진흙 속으로 다시 들어가 수척해보지 않은 정신은 자기 성장의 부름켜를 찾지

못한다. 추악한 것, 비극적인 것, 만취한 것들은 우리들의 행위를 빈틈없이

호송하여, 우리가 과열된 상상력 때문에 월경(越境)하는 것을 막아준다.

 

 

*

 

시詩 - 정신의 수음행위. 그 옅은 피로감과 허탈함과 죄의식.

 

 

*

 

거리가 만들어내는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이미지'이며,

가장 너저분한 것은 동정同情이다

 

 

 

 


  -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성복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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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처음 문장, 요즘들어서 끈기, 지구력도 능력의 일환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프레이야 2007-10-29 18:56   좋아요 0 | URL
형용사 남발이 지구력 부족에서 온 것이었을까요...
주어와 술어로 탄탄하게 선 문장!
쉽게 쓰는 문장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럴 땐
좌로 절(^^)하게 되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비로그인 2007-10-29 22:30   좋아요 0 | URL
글쎄, 님은 좌절하실 필요가 없으실 것 같은데요 ^^
절대적인 의미를 담은 것들, '절대','완전히', '정말로', '진실로'..그런 단어들은 이제 쓰기가 꺼려져요. 그렇죠. 정말로 소박하고 간결한 문장. 음, 헤밍웨이를 제대로 읽어본적이 없단 생각이 퍼뜩들었어요, 지금 ^^

프레이야 2007-10-30 00:55   좋아요 0 | URL
이크, 절대긍정의 형용사만큼 절대부정의 그것도 위험하리란 생각이
들어요. 힘겨운 문제에 대한 좀더 진지한 고민.. 그앞에선 형용사도
머뭇거리게 되겠지요. 헤밍웨이는..음..또 누가 있더라.. 그렇군요.^^
새초롬님 주무세요? 지금.

비로그인 2007-10-30 10:25   좋아요 0 | URL
님이 댓글을 다신 그 시간엔 전 아마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던거 같아요.

비로그인 2007-10-2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능하면 적은 단어로 생각를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혜경님.


프레이야 2007-10-30 00:56   좋아요 0 | URL
네 정말 필요한 단어는 그리 많지가 않을텐데도 단어 앞에서 헤매고
있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한사님^^

바람결 2007-10-3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포리즘은 여기 있었군요.
'냉정'해야겠어요...

프레이야 2007-10-30 15:22   좋아요 0 | URL
감정을 가라앉혀야 좋은 글이 된다는 말이겠지요^^
 
엘리너 루스벨트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22
바버러 쿠니 지음, 이상희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같은 출판사의 여성인물이야기 시리즈 <엘리너 루스벨트>(박정희 글, 정병수 그림)를 읽은 게 다섯 해 전이다. 그 책은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고 큰딸도 당시 무척 좋아하며 거듭 읽었던 책이다. (이 시리즈의 여성인물이야기는 모두 권하고 싶다.) 작년에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시리즈로 나온 <엘리너 루스벨트>는 미국의 유명 그림책 작가 바버러 쿠니가 글과 그림을 담당한 그림책이다. 3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3학년 작은딸에게 이 책을 소개했다. 두 번 보고 나더니, 재미있다는 반응을 하지 않고 그림도 좋아하지 않아서 의아했다. 아이가 어떤 관점에서 그런 반응을 보인 건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이야기가 긴 창작동화를 좋아하는, 아이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아이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그림조차 별로 잘 그린 것 같지 않다고 말해서 정서의 차이인가 싶다. 아이들은 그림책 속의 아이들 얼굴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그림책 속의 그림은 얼굴이 별로로 그려져 있다. 이목구비나 윤곽이 뚜렷하지 않고 게다가 침울한 표정이다. 이 그림의 포인트는 전체적으로 깊은 색감과 자연의 풍경속에 들어가 있는 인물, 장면마다 섬세하게 표현된 디테일에 있다. 아이는 그런 것에 그다지 끌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이 그림책은 엘리너 루스벨트의 어린시절, 그러니까 엘리너가 성숙된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일들에 초점을 맞춘다. 행복하지 못했던 유년의 기억과 열등감과 두려움을 극복하기까지의 일들, 그리고 인생의 스승이었던 의미있는 타인을 만나는 대목까지가 이야기의 내용이다. 엘리너 삶의 구체적 연도는 그래서 중요하지 않다 싶었는지 전혀 표기되어있지 않고, 백악관에 들어간 이후 약자들을 위해 펼쳤던 구체적인 업적에 대해서도 생략되어 있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나약하고 억눌려있던 한 여성이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여 세계의 주목할 만한 여성으로 활약하였는지, 결과보다는 그렇게 되기까지의 어린시절의 인상적인 일들, 그 과정에서 만난 작지만 잊지 못할 일들이다. 불완전하지만 가능성을 품은 어린이의 '자라나는 마음'에 바짝 다가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책의 엘리너는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의 영부인으로서 인물이 아니라, 세상의 위대한 여성으로 성장할 묘목인 지금의 여자 어린이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1884년에 태어난 고유명사 ‘엘리너’가 아니라, 시대를 막론한 일반명사 ‘엘리너’인 셈이다.

 그래도 엘리너의 삶을 소개하는 글로 읽으려면 군데군데 설명을 좀 곁들여주어야 할 부분이 있다. 아이들이 그 시대적 배경과 의미를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부분들이 다소 걸린다. 자료를 많이 찾고 썼다고 하는데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과 사소하지만 좀 다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의 의도는 구체적 인물 소개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 같아 따지지 않기로 한다. 그보다 다른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인데, 한 어린이가 환경과 성격의 온갖 어려움을 이겨 내고 훌륭한 어른이 되는 과정을 조명하려고 한다. 후기에는 다소 구체적인, 엘리너의 업적이 간단히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연보 정도는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못 생기고 말이 없고 책읽기를 좋아한 어린 엘리너는 너무 진지하기만 하고 겁쟁이라는 말을 듣고 심지어 엄마에게 '할머니'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그녀가 상대적 열등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감 있고 따뜻하며 스스로의 생각과 의견을 밝힐 수 있는, 능력있는 여성으로 발돋음하기까지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이 소개된다. 아버지와 수베스트르 선생님이다. 이 책에는 아버지가 알콜 중독자였다는 사실은 안 나오고 그늘에 묻혀서 산 어린 엘리너에게 항상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진심으로 사랑을 준 존재로 그려진다. 아버지만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하늘이 주신 기적'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집을 떠나 있는 날이 많았던 아버지에게서 받은 편지들을 오래도록 소중히 간직하였다고 하는데 마지막 장에 그려진 편지다발이 인상 깊다. 파란 리본으로 묶어둔.

 시선보다 중요한 건 시각이다. 한 사람을 보는 데에도 각도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내려진다. 당시의 고루한 시각에서 비껴서서 엘리너의 참모습을 발견한 수베스트르 선생은 인생의 가장 값진 스승이다. 자신의 참된 가치를 알아 봐주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의 빛 같은 존재가 아닌가. 안타깝게도 아버지도, 수베스트르 선생님도 엘리너가 주목할 만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걸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엘리너는 여성을 꽃으로만 보려던 시대의 편견과 자신의 불우한 어린시절 환경을 긍정적으로 딛고 당당하게 피어난 사람꽃이다. 세상의 선입견에 맞서 자신의 능력을 기르고, 무엇보다 소외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려깊고 온기있는 '어린 마음'을 만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게 살았던 어린 엘리너가 세상의 아이들이 모두 호화롭게 사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섯살 적 추억의 장이 가장 인상적이다. 과장되지 않은 차분한 글과 사실적인 그림이 돋보인다.

 바버라 쿠니의 그림은 하나하나 세밀하게 보면 읽을 게 많다. 스케치도 그렇지만 색감이나 명도가 무척 섬세하다. 불운한 시절을 보내는 어린 엘리너의 마음을 대변하듯 엘리너는 늘 침울하고 작게 그려져 있다. 그림마다 아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우울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엘리너와 상반되게 다른 아이들은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다. 굴렁쇠를 굴리고 연을 날리고 사방치기를 하면서. 아니면 엄마의 양 옆에 앉아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두 동생들과는 달리 엘리너는 저 뒤에 숨은 듯 음울하게 서 있다.

 “엘리너는 어둠을 저주하기보다는 촛불을 켜는 사람이었어요.”

후기에 적힌 이 말은 혹여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는 아이들이 있다면 스스로 촛불 하나 밝히라는 바람으로 읽힌다. 또한 세상 어두운 곳 구석구석에 촛불을 켜는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이 책은 자신감이 없고 두려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줄 수 있고, 엘리너 루스벨트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더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그림책이다.  3학년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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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6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6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10-2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아이도 그림이 마음에 안 들면 쳐다도 보지 않는 책이 있는데 댁에도 그런 딸이 있군요. 저라도 한 번 봐야겠네요.

홍수맘 2007-10-2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는 모르겠고 제가 좋아라 하는 작가의 그림책이네요.
제가 보면 되죠. 뭐!

뽀송이 2007-10-26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 봐서는 이야기가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이 들었어요.^^;;
책이 꽤 조근조근 할 것 같아요.^^
리뷰를 읽다보니 오히려 제가 한 번 읽어 보고 싶군요.^^

프레이야 2007-10-2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전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데 아이들 눈은 좀 다른지, 좀더 자극적인 색감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싶기도 하구요. 색감이 풍부하고 진지한 느낌이에요. 섬세하구요.
애들 고집 은근히 있지요. 근데 함께 독후수업을 하면서 엘리너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꽤 호감이었어요. 좋은점을 부각한 것이니..

홍수맘님, 바버라 쿠니 좋아하시는군요. 전 처음 알았어요.^^
저학년 그림책이니까 아이들 보기에 괜찮구요, 엄마가 좀더 곁들인 이야기를 쉽게
해주면 더 도움이 될 거에요.

뽀송이님, 이야기는 어렵지 않아요. 3학년 정도가 읽기 좋구요.
글은 조근조근해요. 그러니 아이들을 확 끌어당기는 글은 아닐 수 있어요.
엘리너가 주목받는 여성으로 성장하기까지, 태어나서 18세까지의 삶이 압축되어
있어요. 남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한 점이 어떻게 아름다운 덕성으로 진가를 발휘
하게 되는지에 초점을 두어요.^^

비로그인 2007-10-2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책에대한 정보..혜경님통해서 많이 배우네요.^^
아직 미혼이지만...언젠가 두루쓰일 유익한 정보..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07-10-27 09:13   좋아요 0 | URL
클로버님~ ^^
20살 이후 읽은 동화 모음 봤어요. 모두 저도 좋아하는 책들이었어요.
늘 밝게 사시는 것 같아서 좋아요.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아름다운 꿈 2007-11-0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어도 ....
참 책을 어떻게 봐야 되는지 아시는분 같아요
다시 읽어 봐야 겠네요

프레이야 2007-11-02 17:37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꿈님,
이 그림책은 자꾸 볼수록 그림이 많은 걸 조용히 말해주고 있어요.
분위기가 느껴져요. 마치 엘리너의 품성 같은 그런 분위기가요.^^
좋은 이야기, 기쁩니다.^^
 

  
 
*

사랑은 대상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사랑은 언제나
대상과 합치하지 못한다. 사랑은 ‘결합된 사랑’ 조차도 대상화한다.


*

변용은 사랑 속에서 이루어진다. 변용은 사랑에 뒤따라온다.
그러나 변용을 위해 사랑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사랑을 위해
변용을 감수한다고 거짓말해야 한다.

*

사랑은 껍데기다. 가장 민감한 껍데기.
낭심의 피부처럼 유별나게 부드러운 껍데기.

*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대상의 윤곽을 지우는 것이다. 아니,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는 이미 우리 주위를 흐르면서 지워
져가는 부분적인 표정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

사랑은 처음에 온다. 지혜가 끝에 오는 것과 같이.
처음이든 끝이든 모든 공식은 감옥이다.

*

사랑의 방법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가.
방법을 가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사랑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럽혀진 것에 대한 사랑은 그러나 순결할 수 있다.
사랑은 ‘무엇’에 대한 관계이지, ‘무엇’은 아니기 때문이다.

*

사랑의 전제(前提)는 떨어져 있음이다. 시 - 간신히 맞붙은 상처를
다시 한번 찢어발기기.

*

사랑은 언제나 죽음을 낳는다. 죽음이 있는 곳에 삶이 있다.

우리는 셋이서 산다 - 너와 나, 그리고 파산(破産) 혹은 끝장.




-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성복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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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5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5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10-25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절구절이 다 마음에 와 닿지요?
요렇게 정리해주셔서 저도 한번 더 감상하며 감사~ ^^

프레이야 2007-10-26 00:2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소개로 알게 된 책이어요^^
짧은 글귀들 속에 결코 짧지 않은 생각들이 마음을 된통 흔들어댑니다.

2007-10-26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6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6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6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6 0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6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결 2007-10-26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 책도 있었군요. 이성복 시인 참 좋은데요, 기억해둬야겠어요.
그나저나 몇 줄 아포리즘 읽으며 속수무책이네요;;

혜경님, 저무는 시월의 하루는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프레이야 2007-10-27 09:12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저도 속수무책이에요^^
또 주말이에요. 즐기자구요~

바람결 2007-10-27 19:59   좋아요 0 | URL
해가 갈수록 더께오는 그리움들.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그걸 감내해내는 것이 사랑의 완성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고요한 저녁인데요, 저 산 위에 휘영청 밝은 달이 걸려있군요.
참 좋은 날입니다. 혜경님도 행복한 주일 보내세요~^^

프레이야 2007-10-27 20:52   좋아요 0 | URL
휘영청 밝은 달이요? 공원에라도 나가봐야겠어요.바람결님^^

누에 2007-10-2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상화'의 두 얼굴
'착함'의 두 얼굴
'사랑'의 두 얼굴
'나'의 두 얼굴

요즘 머리속에 자주 그리는 그림이에요.

프레이야 2007-10-29 20:17   좋아요 0 | URL
보는 각도에 따라 두 얼굴, 세 얼굴이 되다니요.. 놀랍지만
인정해야할 것 같구요. 적응은 잘 안되지만요..
누에님, 봉스와르~ ^^
 
수호 유령이 내게로 왔어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2003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수상하고 제 2의 아스트리드라고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작가다. 뇌스틀링거의 작품은 독특한 발상이 빚어낸 상상의 인물이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한결 더해준다. 늘 어린이 편에 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는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쾌감을 준다. <수호유령이 내게로 왔어>는 1998년 작품이다.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에 부딪힐 때 내게도 수호천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든 할 수 있다. 수호천사의 존재는 마음의 작용에 달려있는 것이지만 주변을 열린 마음으로 둘러보고 주변의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면 수호천사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그 사실을 우리는 놓치고 사는 건지도 모른다. 뭔가 더 근사한 수호천사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잘못하면 헛된 꿈과 다른 것에 의지하려는 마음을 길러낼 우려도 있다. 아이들의 마음에 한 번쯤 꿈꾸어지는 수호천사를 상상하며 작가는 거기서 한 번 더 뒤집어 보게 하는 흥미를 제공한다. 이제는 수호유령이다!

 주인공 나스티는 여느 아이들처럼 완벽하지 않은 존재다.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니까 함께 수업한 똘똘한 6학년 여학생이 "어른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렇게 되물었다. 얼마나 반가운 되물음인지.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진전되는 것이다. 나스티, 아나스타샤의 약칭인 이름이 우습다고 놀림 받아도 당당하게 대들지 못하는 이 아이는 속으론 자존심이 강한 아이다. 열한 살이지만 겁이 많아 혼자 있지도 못하고 공주과다운 거만한 표정으로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빠져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데, 나스티가 가장 자존심 상해 못 견뎌하는 일은 단짝친구 티나보다 겁쟁이라는 사실이다. 티나는 자기와 달리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겁이 없고 용감하다. 수호천사가 티나의 두려움을 떨쳐주는 존재라고 믿은 나스티는 한 가지 바람을품게 되고 어느 날 문득 ‘수호유령’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물론 수호유령인 로자 리들과 실재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고 숙제도 같이 하지만, 판타지 기법이 도입된 장면이라고 봐야한다. 그러나 매력적인 이 작품은 상상의 상황이 현실과 너무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상상과 실재의 경계를 가르는 건 무의미하고 어렵기도 하다. 전체가 판타지 동화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아이의 소망이 상상을 낳은 것이다. 그 상상의 힘으로 나스티는 마음의 변화를 겪고, 행동의 변화를 낳고, 성장하는 것이다.

 성장하고 변화한 존재는 나스티뿐이 아니다. 로자 리들은 못하는 게 많은 유령이다. 흔히 알고 있는, 뭐든 신통방통 잘 하는 유령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러니 얼마나 친근한지 모른다. 로자 리들은 유령이지만 날지도 못하고 조금 걸으면 평발이라 발이 아프다고 투정한다. 로자가 나스티의 개인수호유령에서 그치지 않고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용기 있는 유령이 되어 활약하는지, 유머 가득한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기득권을 누리는 중산층인 나스티의 아빠도 처음엔 믿지 못했던 존재인 로자 리들의 호통을 들으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다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로자 리들의 입바른 소리는 자의식 과잉과 자신의 세계관을 과대평가하는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을 비판하고 있다. 나스티의 아빠는 로자 리들을 ‘최초의 예의바른 유령’이라고 부른다.

 이야기는 1944년의 희한한 일을 떠올리며 시작한다. 분노와 노여움을 찼던 과거는 로자 리들의 입을 통해 현재에 회상되며 교차한다. 의미심장하고 숨 막히는 역사의 진실이다. 로자 리들이 죽은 해는 1938년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점령하고 나치가 유태인들을 학대하던 무렵이다. 평소에 ‘진국’(우리말다운 어휘선택이다)이라며 칭찬 받던 로자 리들은 불쌍한 유태인 이웃을 도우려다 불운의 사고(?)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세상의 부당한 일들’ 앞에 할 일을 못 다하고 죽은 로자 리들은 ‘유럽 전체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노동자 유령’이 되었다. 군데군데 작가의 역사소명의식을 엿볼 수 있는데 대다수의 부끄러운 독일인들을 대신하여 참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오늘날 부당한 일 앞에서 현명하게 대항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한다.

 

 특히 7장 '로자 리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다'는 로자 리들이 가진 것 없는 노동자 유령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함께 사람이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과 죽을 때의 미덕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장 재미있게 읽혔다. 노동자 유령의 자부심과 확신에 찬 의무감을 엿볼 수 있다. "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하지만 죽을 때도 사람은 천차만별이란다." 소위 '품위 있는' 사람 혹은 삶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보는 일도 의미 있겠다.


 로자 리들은 죽어서 땅에 묻혔던 기억이 공포로 남아 폐쇄공포증이 있는 유령이다. 나스티를 만나 두려움을 극복한 로자는 역시 그녀 덕분에 두려움을 극복하게 된 나스티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냥 훌쩍 가버렸으면 허전할 뻔 했다. 주변의 사람을 사랑과 배려로 바라볼 수 있게 된 나스티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따라가며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상상의 조력자가 등장하고, 상상의 힘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에 함께 읽은 어른들의 도움말이 더해지면 좋겠다.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은 이 책은 역사적 사실과 곁들여 설명을 좀 더 해주며 이야기 나누면 더욱 바람직한 독서가 될 것이다. 

 

 묵직한 주제를 위트를 잃지 않고 아이들의 생활에 잘 녹여 들려준 좋은 동화이지만 별 넷을 준다. 별 넷 하고 반이 없으니. 함께 책을 읽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 책이 우리 아이들의 정서(유머감각)와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장의 역할을 전체 이야기 구조 안에서 잘 파악하지 못한 건 아이들의 탓이지 작품 탓이 아니다.  뇌스틀링거의 서술은 확실히 특별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겐 다소 낯선 요소가 있다. 이야기의 화자(1장에 나옴)도 온전한 주변인으로 두었는데 그는 바로 '로자 리들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 건물 옆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다. 산문의 맛은 이런 구체성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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