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향기로운 > 틀리기 쉬운 말과 글들

 

1. 아기가 책을 꺼꾸로 보고 있다.(꺼꾸로 → 거꾸로)
2. 소가 언덕빼기에서 놀고 있구나.(언덕빼기 → 언덕배기)
3. 딱다구리가 쉴새없이 나무를 쪼고 있다.(딱다구리 → 딱따구리)
4. 땀에서 짭잘한 맛이 났다.(짭잘한 → 짭짤한)
5. 오늘은 페품을 내는 날이다.(페품 → 폐품)

6. 김건모의 핑게라는 노래가 인기있다.(핑게 → 핑계)
7. 내 작품이 교실 계시판에 붙어있다.(계시판 → 게시판)
8. 5학년 1반으로 가면 국기계양대가 있다.(계양대 → 게양대)
9. 백화점 휴계실에서 만나자.(휴계실 → 휴게실)
10. 성적표를 보니 씁슬한 기분이 들었다.(씁슬한 → 씁쓸한)

11. 나와 내 동생은 연연생으로 태어났다.(연연생 → 연년생)
12. 늠늠한 항도의 남학생들을 보라!(늠늠한 → 늠름한)
13. 귀에 걸면 귀거리, 코에 걸면 코거리.(귀거리, 코거리 → 귀고리, 코걸이)
14. 입지 않는 옷은 옷거리에 걸어야 한다.(옷거리 → 옷걸이)
15. 여름에는 어름이 많이 팔린다.(어름 → 얼음)

16. 거리가 얼마나 될지 가름해 보았다.(가름해 → 가늠해)
17. 누구 말이 옳은지 가늠해보자.(가늠해보자 → 가름해보자)
18. 천사의 손가락이 동쪽을 가르쳤다.(가르쳤다 → 가리켰다)
19. 용기를 가르켜주신 고마운 선생님이 계셨다.(가르켜주신 → 가르쳐주신)
20. 종이가 갈갈이 찢어졌다.(갈갈이 → 갈가리)

21. 내 거름이 몹시 늦어 지각했다.(거름 → 걸음)
22. 구름이 거치자 맑은 하늘이 보였다.(거치자 → 걷히자)
23. 밀양을 걷힌 기차가 부산에 도착했다.(걷힌 → 거친)
24. 형제끼리 총을 겨루었던 6.25의 비극(겨루었던 → 겨누었던)
25. 1반과 2반이 축구로 승부를 겨누었다.(겨누었다 → 겨루었다)

26. 무 깍듯이 나무를 깍았다.(깍듯이, 깍았다 → 깎듯이, 깎았다)
27. 참 깎듯한 존대말을 듣는구나.(깎듯한 → 깍듯한, 존대말 → 존댓말)
28. 조개 껍질을 모아 보자.(껍질을 → 껍데기를)
29. 포도 껍데기는 먹지 마라.(껍데기는 → 껍질은)
30. 낟:곡식 낟알/낫:풀 베는 낫/낮 : 밝은 대낮/낱:낱개 / 모두 `낟`으로 소리 남.

31. 너비 : 폭, 도로의 너비 / 넓이 : 면적, 운동장의 넓이
32. 갑자기 새들이 날라갔다.(날라 → 날아)
33. 이삿짐을 모두 날아라.(날아라 → 날라라)
34. 개가 __를 나았다.(나았다 → 낳았다)
35. 병이 다 낳은 할머니를 뵈었다.(낳은 → 나은)

36. 우리는 힘들게 산을 너머 갔다.(너머 → 넘어)
37. 우리의 목적지는 산 넘어에 있다.(넘어 → 너머)
38. 고무줄을 아래로 늘려보았다.(늘려 → 늘여)
39. 돈을 한 푼 두 푼 늘여나갔다.(늘여 → 늘려)
40. 어머니께서 옷을 달이고 계시다.(달이고 → 다리고)

41. 어머니께서 약을 다리고 계시다.(다리고 → 달이고)
42. 줄을 힘껏 댕기다.(댕기다 → 당기다)
43. 아궁이에 불을 당겼다.(당겼다 → 댕겼다)
44. 나는 넓은 대로 나가 살고 싶다.(넓은 대로 → 넓은 데로)
45. 나는 들은 데로 말하고 있다.(들은 데로 → 들은 대로)

46. 그 책은 내가 읽든 책이고, 그 밥도 내가 먹든 것이다.(읽든, 먹든 → -던,)
47. 먹던 말던 네 마음대로 해라.(먹던, 말던 → -든)
48. 얼마나 놀랐든지 땀이 흠뻑 났다.(놀랐든지 → 놀랐던지)
49 가던지 말던지 네 마음대로 해라.(가던지 말던지 → -든지)
50. 나의 1학기를 뒤돌아보니 반성할 게 많다.(뒤돌아보니→되--,참고로 둘 다 맞음)

51. 반장이 줄이 바른가 되돌아보았다.(되돌아보았다 → 뒤--, 참고로 둘 다 맞음)
52. 이불이 두텁다.(두텁다 → 두껍다)
53. 우리의 우정이 두껍다.(두껍다 → 두텁다)
54. 화장실 문을 두들기지 마라(두들기지 → 두드리지)
55. 개를 두드려 패는 것은 몹쓸 짓이다.(두드려 → 두들겨)

56. 나의 마음을 들어낼 수밖에 없었다.(들어낼 → 드러낼)
57. 사물함에서 책을 모두 드러냈다.(드러냈다. → 들어--)
58. 학원 가는 길에 우리 집에 들렸다 가자.(들렸다 → 들렀다)
59. 엄마의 공부하라는 등살에 괴롭다.(등살 → 등쌀)
60. 남의 눈에 띄이지 않게 놀러 갔다.(띄이지 → 띄지)

61. 역사적 사명을 띄고 태어난 가은이와 은우.(띄고 → 띠고)
62. 용돈이라야 1000원이 안된다.(용돈이라야 → --이래야)
63. 5학년이래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5학년이래야 → --이라야)
64. 항도 어린이로써 자부심을 갖자.(어린이로써 → --로서)
65. 죽음으로서 나라를 지킨 이순신 장군.(죽음으로서 → --로써)

66. 오늘 일을 모두 맞혔다.(맞혔다 → 마쳤다)
67. 문제를 모두 마추었다.(마추었다 → 맞추었다, 맞혔다.)
68. 저 물건들 중 내 모가지는 얼마나 될까?(모가지 → 모가치)
69. 닭의 모가치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모가치 → 모가지)
70. 나물을 맛있게 묻힌다.(묻힌다. → 무친다)

71. 땅에 무친 보물을 찾아라(무친 → 묻힌)
72. 독립 운동에 목숨을 받친 이육사 선생님.(받친 → 바친)
73. 우산을 바치고 겨우 소나기를 피했다.(바치고 → 받치고)
74. 자동차에 바치고도 살아 남았다.(바치고도 → 받히고도)
75. 가은이는 두 살박이다.(두 살박이 → 두 살배기)

76. 우리집 개는 점배기다.(점배기 → 점박이)
77. 내년에는 우리가 반듯이 우승하고 말겠다.(반듯이 → 반드시)
78. 그 아이는 코가 반드시 생겼다.(반드시 → 반듯이)
79. 그 녀석의 거짓말이 발개지고 말았다.(발개지고 → 발가지고)
80. 그 녀석은 부끄러워 발가지고 있었다.(발가지고 → 발개지고)

81. 고양이가 __를 베어 있었다.(베어 → 배어)
82. 낫으로 나무를 배고 있었다. (배고 → 베고)
83. 베개를 왜 배지 않고 자니? (배지 → 베지)
84. 다리를 힘껏 벌이고 있어라.(벌이고 → 벌리고)
85. 너는 쓸데없이 일을 많이 벌린다.(벌린다 → 벌인다)

86. 베개를 비고 누우니 편하구나.(비고 → 베고)
87. 꽃봉우리가 탐스럽다.(꽃봉우리 → 꽃봉오리)
88. 저 산봉오리를 넘어 가면 소풍 장소가 나온다.(산봉오리 → 산봉우리)
89. 방금 선생님께 편지를 붙이고 왔다.(붙이고 → 부치고)
90. 선생님께서 `학예회에 붙이는 글`을 읽어셨다.(붙이는 → 부치는)

91. 불우이웃을 돕자는 의견이 회의에 붙혀졌다.(붙혀졌다 → 부쳐졌다)
92. 우표를 봉투에 부쳤다.(부쳤다 → 붙였다.)
93. 미화부가 그림을 게시판에 부친다.(부친다 → 붙인다)
94. 싸움을 부치는 것은 비겁하다.(부치는 → 붙이는)
95. 종이에 불을 부친다.(부친다 → 붙인다)

96. 나는 요즘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부치고 있다.(부치고 → 붙이고)
97. 잘 때 물을 많이 먹어 몸이 불고 말았다.(불고 → 붇고)
98. 채송화가 비스름하게 피어 있다.(비스름하게 → 비스듬하게)
99. 나와 동생은 생김새가 비스름하다.(비스름하다 : 거의 비슷하다)
100. 우리집 골목길은 비뚜로하게 나 있다.(비뚜로 : 비뚤어지게)

101. 나의 보짱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보짱 : 꿋꿋하게 가지는 속마음, 배짱 : 굽히지 않는 힘)
102. 빗 : 머리 빗는 물건 / 빚 : 남에게 꾸어 쓴 돈 / 빛 : 광선. 빛깔, 모두 `빋`으로 소리남 
 
 
 
.................
 
 
가끔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보면, 맞춤법이 틀리거나 형편에 어긋난 글을 볼 때가 있는데, 정작 내 자신이 글을 쓸 때도 헷갈릴때가 많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도하고, 여기 알라딘에서 리뷰를 보고 우리말에 관련한 책도 구입해서 읽기도 하지만, 인터넷에서 '틀리기 쉬운 말과 글'에 대한 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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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3-0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아갑니다

뽀송이 2007-03-0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
아니 아니~ 이렇게 알찬 정보를... 저도 가져가요~^_*

비로그인 2007-03-0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아갈께요...저에게 도움이 많이 될것같아요^^
 
소녀의 눈동자 1939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
한 놀란 지음, 하정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속눈썹이 아래위로 유난히 허옇고 풍성한 소녀의, 커다랗고 슬픈 동공에 비치는 나치스의 표시가 섬뜩하다. 지금 소녀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돌멩이문고라는 이름의 첫번째 책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옹골찬 시리즈로 보이는데 우선 독특한 플롯이 흥미롭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서술된다. 청소년소설로 가져온 소재와 주제 면에서도 의미 있다.

 

이 책에서 소녀가 보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 즉 영적인 것이다. 그 눈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혜안이자 진실에 대한 인식의 눈이다. 주인공의 영적체험(전생 혹은 빙의)을 읽어가다 오래 전 읽었던 <안네의 일기>가 떠올랐다. 이 책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지만 십대 유대인 소녀 샤나와 실제인물 안네 프랑크가 연신 겹쳐왔다. 혼돈의 시기를 거쳤으며, 자의식이 강하고 따뜻한 품성을 깊이 간직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만약 안네가 전쟁이 끝나기 직전에 수용소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지 않고 샤나처럼 강인한 정신력으로 자신과 운명을 이겨냈더라면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않았을까. 안네의 죽음이 정신력이 약해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안네는 죽음을 맞았지만 그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순정한 글들로 살아있다. 그와 같이 샤나는 힐러리로 부활하여 21세기에 영생의 기억으로 남았다. '기억하라,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을......'  책표지의 이 글귀는 우리에게 무서운 경구로 들린다. 놀라운 매력을 보여준 한 놀란이라는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도 샤나와 힐러리의 기억이 세상에서 지워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 세상을 바꾸는 빛이자 힘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쉽사리 잊히지 않을 이 책을 읽으며 힐러리의 증오와 분노가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였다. 신나치주의 단체에 들어가 잔인한 행동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행하는 그 아이의 증오심은 개인적인, 엄마와의 불화와 심적 괴리감에 의한 불안정한 정서에 있었다. 힐러리의 악마성은 광기 어린 보복의 형태로 유대인 친구들에게 마구잡이로 자행되었고 그런 행동으로 그들 폐쇄적인 집단은 근거없는 쾌감을 맛보는 것 같았다. 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몰려다니며 미친듯 광포한 괴성을 질러댄다. 힐러리의 증오는 나치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보이는 성질을 지닌다. 작가는 나치스의 광적인 증오심을 독자에게 어떻게 전해야할까 고심하였을 것이다. 힐러리라는 신나치주의 여학생을 내세워 십대에 있을 수 있는 갈등, 특히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와의 부조화를 실마리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갈등을 스스로 인식하게 하고 이해하게 하며 폭넓은 화해로 선도하였다는 점은, 청소년들의 정신적 성장이라는 광의의 주제에서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시대의 증언자 프리모 레비가 유대인에 대한 나치스의 광적인 증오를 설명한 부분을 살펴보면 힐러리의 증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그에 의하면 ‘반유대주의는 전형적인 불관용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태도는 1960년 초 신나치즘을 낳았고 백인우월주의로 이어졌으며 같은 민족끼리도 지역적인 악감정을 낳았다. 남북부 이탈리아 사람들의 예만 그런 게 아니다. 하지만 반유대주의가 거부의 특별한 예라고 단언한 해석에 그의 동의는 전적으로 쏠리지 않는다. 그는 나치즘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통제되지 않는 광적인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혹은 히틀러 자신에 대한 두려움과 아리안들의 집단 두려움에서 그 원인을 캐려는 해석에도 흡족해하지 않는다. 그가 신의하는 유일한 것은 나치즘의 증오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뿐이라 했다. 나치즘의 증오 속에는 이유가 없고, 인간의 밖에 있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좀 더 인용하자면 이렇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해야 하며 경계해야만 한다. 그것을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인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과거에 벌어졌던 일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며 의식이 또다시 유혹을 당해 명료한 상태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까지도.’ (이것이 인간인가 ; 302쪽)  -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식이라는 말이다.


유대인의 핍박을 소재로 한 청소년소설이나 고학년동화 중 내가 읽은 것에는 <별을 헤아리며>가 있다. 사춘기를 겪고 있거나 지나고 있는 소녀가 주인공인 것도 닮았다. 다윗의 별이 그 책에도 나오는데 유대인의 정신적 빛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녀의 눈동자>처럼 게토와 아우슈비츠에서의 죽음과 같은 생활을 끔찍할 정도로 상세히 묘사하는 내용이 아니라 또다른 이야기(충분히 있음직한)로 인간성의 숭고함을 일깨워주는 정도로 그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흥미진진한 구도로 그리고 있어 중학생 이상의 학생에게 특별한 감동과 함께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기에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힐러리의 정신으로 열여덟 살 유대인 소녀 샤나의 힘겨운 삶이 전이되면서 우리의 현재는 과거의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힐러리가 3일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오면서 결정적인 깨달음을 하게 되는 감격적인 장면에서는 우리의 미래 또한 현재의 명징한 의식에 달려있음을 말하려 한다. 작가는 아우슈비츠 증언 기록자료를 숱하게 점검하였을 것이며 그 사실이 잊혀져서는 안 되며 진실을 ‘인식’하는 지점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깨어나기 전에 죽었더라면... 원제가 말하듯, 우리는 죽기 전에 '깨어나야함(awakening)'을 강조하고 있다. 힐러리가 뇌사상태로 있었던 3일은 죽음의 허허벌판에서 자신과 또 운명과의 처참한 싸움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시간이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학대하였던 유대사람, 엄마를 포함하여 막연한 증오의 대상이었던 사람들과 서서히 화해하며 사랑으로 관계맺기를 소망했다. 아니 또 다른 자아(쉬베스터)를 늘 마주하며 상충하는 자아와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이는 죽음의 언저리에 있었던 사흘이 자신의 역사적 위치를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뜻이다.


게토에서의 생활과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 샤나와 할머니가 아우슈비츠의 짐승 같은 생활을 견뎌내는 장면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생각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수용소 생활도 실감나게 그려져있다. 특히 여자수용소의 생활과 그들의 생존다툼이 눈물 겹다. 샤나의 가족들은 제각각 미덕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힐러리와 샤나가 가장 의지하며 정신적 지주로 삼는 사람은 할머니다. 지혜롭고 덕망 깊은 이 노인은 구약을 외며 늘 기도의 말을 하고 처절한 상황에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푼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을 아끼는데,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다. 알면서도 자신의 무능력함을 깨달을 수밖에 없을 때에는 그 선물이 저주스럽기도 하지만 언제나 신의 선물을 믿고 담대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이 선물은 샤나에게도, 이전엔 깨닫지 못했지만, 힐러리에게도 주어진 능력이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아직 포장을 뜯지 않았거나 뜯다 만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구약의 묵직한 구절들이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다. 혹독한 시련을 겪는 샤나는 신을 부정하지만 나중에는 어떤 처지에서도 신이 내리는 빛을 찾게된다. 그런 눈으로 동료들을 모아 비밀스럽게 여는 촛불예배장면이 감동적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예레미야 1장 4절에서 10절을 인용하며 맺는다. 그중 끝부분은 이렇다. ‘보라 내가 오늘 너를 여러 나라와 여러 왕국 위에 세워 네가 그것들을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게 하였느니라 하시니라.’  이 구절에서 유대왕국을 재건설하고 팔레스타인과 분쟁을 일삼고 있는 이스라엘이 떠올라, 멈칫 놀랐다. 창세기 32장 28절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밑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 그들의 선민의식이라는 게 자칫 또다른 우월주의를 나은 것은 아닌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어디를 향하여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샤나의 할머니가 한 말이 가장 마음에 닿는다.

 

- 원제 : If I Should Die Before I Wake

문장이 몇 군데 매끄럽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소개나 작가의 말, 번역자의 번역의도 같은 것을 수록하지 않은 점도 그렇다. 청소년들이 좀 더 찾아 읽어볼 만한 책이나 자료(사진자료 포함) 같은 것도 부록으로 실어 주었더라면 더 가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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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3-02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되풀이된다.
진실입니다.
보관함으로 넣습니다.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은 책이군요.

프레이야 2007-03-0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저도 우리집 큰딸 중2에게 권하고 있어요.^^
섬사이님/ 표지, 정말 그렇더군요.^^ 강렬한 인상을 주었어요. 가혹한 시련을 겪은
민족으로 유대민족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서구중심, 기독교 중심의
눈이 아닐까요...

마노아 2007-03-0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 예배 드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배혜경님은 깊게 독서하시는 듯 합니다^^

바람돌이 2007-03-0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대민족의 수난보다는 나찌즘의 광기를 정면으로 다루었다는게 더 흥미가 갑니다. 일고싶어지는 책이네요.

짱꿀라 2007-03-03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너무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역시 글쓰는 분답게 너무 서평을 잘 써주십니다. 감사드립니다.

프레이야 2008-03-2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여러번 멈칫 하며 읽었어요. 이상하게 술술 읽히지 않더군요.
촛불예배장면에서 샤나의 정신적 성숙이 절정에 달했어요. 뭉클했어요^^
그래도 그 장면을 늘어지지 않게 조금은 여운이 남는 듯 묘사해주어 더 좋더군요.

바람돌이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생활이 중반 이후로 계속이에요.
그러니 수난을 다룬 것 맞는데, 나치즘의 광기를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아요.
신나치주의 소녀의 개인적인 분노를 통해 그들의 집단광기를 읽고 싶었던 건 제 해석일지 몰라요.
좀 다른 점은, 여자수용소 내의 이야기들이 주로 나오는 거에요. 주인공이 여자니까.
절멸의 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이 아찔했어요. 그 안에서도
계급이 있어서 특혜 받은 유대여자와 그들로 인해 더 고통받는 사람들, 그속에서도
보이지 않게 드러나는 인간애가 눈물겨워요.

산타님/ 늘 관심에 감사드려요. 더 쓰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줄였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내의 브래지어

 

-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게다예요님 서재에서 담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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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2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우리 옆지기 보면 좋아할 시 같습니다.

뽀송이 2007-02-2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
님~~ 호호^^ 잘 읽고 가요.^^

해적오리 2007-02-27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네요. ^^

프레이야 2007-02-2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그럼, 살내음이 피존 두 방울 때문에 묻혀버리면 안 되겠네요...^^
 

산샘

 

- 이호우

 

가을 산빛이
고이도 잠긴 산샘

나뭇잎 잔을 지어
한 모금 마시고는

무언가 범한 듯하여
다시 하지 못하다.

---------

 
이호우[李鎬雨]

1912. 3. 1 경북 청도~1970. 1. 6.

시조시인.

한때 시조시인들의 자성(自省)을 촉구하는 평론을 발표해 한국시조시단에 경종을 울렸다. 호는 이호우(爾豪愚). 누이동생이 시조시인 영도(永道)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의명학당을 거쳐 밀양보통학교를 마쳤으며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다가 신경쇠약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1929년 일본 도쿄예술대학[東京藝術大學]에 입학했으나 신경쇠약에다 위장병까지 겹쳐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8·15해방 후에는 잠시 대구일보사를 경영했으며, 〈대구매일신문〉 문화부장 및 논설위원을 지냈다. 1946년 〈죽순〉 동인으로 참여했고, 1968년 〈영남문학회〉를 조직했다. 1940년 이병기의 추천을 받아 시조 〈달밤〉이 〈문장〉에 발표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어 발표한 〈개화〉·〈휴화산〉·〈바위〉 등은 감상적 서정세계를 넘어서 객관적 관조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노래하고 영탄하던 종래의 시조와는 달리 평범한 제재를 평이하게 노래했으며 후기에는 인간의 욕정을 승화시켜 편안함을 추구하는 시조를 썼다. 작품집으로 1955년에 펴낸 〈이호우시조집〉 외에 누이동생 영도와 함께 1968년에 펴낸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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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2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또 한편의 시와 시인의 소개까지 오늘 처음 들어서 좋은 시를 연거푸 만나고 갑니다.

프레이야 2007-02-2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이호우 시인의 호를 한자로 보고 무릎을 치게 되었네요.
자신에게 한 말이겠지요. 우리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구요.
편안하고 즐거운 휴일 보내시기 바래요^^
 

 

                                                       달무리

 

                                       우러르면 내 어머님

                                       눈물 고이신 눈매

 

                                       얼굴을 묻고

                                       아아 우주(宇宙)이던 가슴

 

                                       그 자락 학(鶴)같이 여기고,

                                       이 밤 너울너울 아지랭이.

 

 

             

 

                                             황혼에 서서

 

                                         산이여,  목메인 듯

                                         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먼 침묵은

 

                                         어쩌지 못할 너 목숨의

                                         아픈 견딤이랴

 

                                         너는 가고

                                         애모는 바다처럼 저무는데

 

                                         그 달래임 같은

                                         물결 같은 내 소리

 

                                         세월은 덧이 없어도

                                         한결 같은 나의 정. 

 

 

 

 

                                                 단풍

 

                                           너도 타라,  여기

                                           황홀한 불길 속에

 

                                           사랑도 미움도

                                           넘어선 정이어라

 

                                           못내턴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 

 

                                                        -------------------

 

                 이영도(李永道 :  1916~1976 )  호(號)는 정운(丁芸),  1946년 <죽순>에 시조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민족정서를 바탕으로 하여 잊혀져 가는 고유한 가락을 시조에서

                          재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시조집으로 <청저집(靑苧集)>(1954),  <석류>(1968)가

                          있고,  수필집으로는 <청근집(靑芹集)>(1958)과,  <비둘기 내리는 뜨락>(1969) 및

                         <머나먼 사념(思念)의 길목>(197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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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2-2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도 시인이라면 유치환 시인의 정인? ^^;;
그들의 그런 사랑이란...
이영도 시인의 오빠 이호우(李鎬雨)도 시인이지요...^^
그러고보니... 유유상종 입니다그려...^^;;
"너도 타라, 여기
황홀한 불길 속에
사랑도 미움도
넘어선 정이어라
못내턴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좋아요...^^;;

프레이야 2007-02-2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 그 유명한 플라토닉 러브의 여인이에요. 68년에 오누이가 같이 낸 시집도 있지요. 오늘 청도에 있는 그분 생가에 문우들과 갔어요. 오누이의 비가 소박하니 나란히 있더군요. 이호우의 '이'자를 '爾'로 써놓았길래 집에 와 찾아보니 이호우 시인의 호가 이호우(爾豪愚)더군요.흥미로웠어요.
복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교과서에도 나왔던 이 시는 시비에 있더군요. 그 아래로 유천이 평화로이 흐르고 있었어요. 다른 곳도 들리고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짱꿀라 2007-02-2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도 시인님의 시를 혜경님 서재에서 만나네요. 어머님과 아버님이 즐겨 읽으시던 시들이었는데요. 아마 제 서재실에도 찾아 보면 책이 있을 것 같은데요. 너무 아름다운 시를 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말 잘보내시고요.

프레이야 2007-02-2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제 어머니도 이영도시인의 시를 읊곤 하셨는데 요즘은 그런 걸 못 듣네요.
제가 귀를 기울여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정운의 '달무리'가 감동입니다.
청마와의 로맨스는 두고두고 애절한 낭만의 이야기소재가 되는 것 같아요.

달팽이 2007-02-25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영에 청마문학관에서 얼핏 보았던 사진이 떠오르는군요.
통영인가 어딘가서 교사시절 유치환 선생과 같이 찍었던 사진에..
이미 유부녀였던 단아한 그녀의 모습..
그리고 오늘 혜경님의 시..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군요..

프레이야 2007-02-2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그집, 정운과 이호우의 생가는 근대문화유산이란 명패가 달려있더군요. 집은 그저 소박했고, 뒤란으로 돌아들어가보니 켜켜이 먼지 앉은 툇마루가 보이고 초라한 석류나무줄기들만이 돌담에 기대어 있더군요. 지나간 것들의 애상이 청마선생과의 사랑과 함께 떠올랐어요. 그집 맞은 편에 오래 되어 보이는 정미소가 있더군요. 처음 봤거든요. 천장을 올려다보고 놀랐어요. 날씨도 포근하니 조용한 마을이었어요. 편안한 휴일 보내셨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