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성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3월
구판절판


그가 일상적인 것에 대해 묻는 것처럼 "왜 나는 나일까?" 라고 말했을 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나는 대답을 해 주었다. 나는 호자에게 왜 그가 그인지 모른다고 말한 후, 그 문제는, 그곳에서, 내가 살던 나라 사람들이 많이 질문하고, 날이 갈수록 더 많이 질문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86쪽

그리고 묘한 목소리로 "마치 귓속에서 누가 계속 내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아"리고 말했다. 귓속에 들리는 그 노래는 그에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에게도 그런 가수가 있었지만, 노랫소리는 달랐다. "내 가수는 항상 후렴구가 같아" 라며, 조금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나는 나다, 나는 나다, 아!"-87쪽

그가 궁금한 것은 그 소리가 왜 그 구절을 계속 반복하는가였다. 나는 "권태 때문이지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기적인 아이들이 권태에 빠지면 생산적이거나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나는 그 후렴구가 들리는 원인이 아니라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
그는 결국 "그러니까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해?" 라며 속수무책으로 물었다. 나는 그에게 자신이 왜 자신인지를 생각하라고 말했다.-88쪽

'그들'은 터키 사람보다 거울을 더 많이 본다고 말해주었다. 왕, 공주, 귀족이 사는 궁전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집에도 정성스럽게 만든 액자에 끼워진 거울이 벽마다 걸려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곳에서 거울 보는 일이 많은 이유는 거울을 걸어놓기 때문이 아니라, 시종 자기 자신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었다.-89쪽

인간이 서로를 끝까지 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인간은 가장 사소한 것까지 아는 사람의 마력에, 악몽을 사랑하는 것처럼, 빠져들 수도 있을 거라고 나는 주장했다.-103쪽

우리는 몰락이라는 말을, 제국의 손에 있는 나라를 하나하나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이해했던가? ...... 그렇지 않다면, 몰락이라는 말은 부지불식간에 사람들이 변하고 믿음이 변한다는 의미였던가? 우리는 이스탄불 사람들이 어느 날 아침 따스한 침대에서 각기 다른 사람으로 변해 일어나는 것을 상상하곤 했다. 그들은 옷을 어떻게 입을 것이지 모르고, 사원 첨탑이 왜 필요한 것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어쩌면 몰락이란 다른 사람들의 우월성을 보고, 그들을 닮으려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166쪽

왼손잡이 서예가가 깨끗하게 베껴놓은 결론 부분에는, 호자가 아주 좋아했던 그 '가득 찬 서랍으로 비유'된, 우리 뇌의 복잡한 비밀에 대한 수수께끼의 도입부라고 할 수 있는 정형시가 있었다. 자부심 가득하고 잔잔다하고 할 수 있는 이 시의 잔잔한 안개는, 호자와 함께 썼던 가장 좋은 책을 슬픔으로 끝냈다.-168쪽

파디샤는 화약과 질산칼륨 냄새가 나는 우리의 남루한 천막에서 나와 아름다운 하얀 말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갑자기 멈춰서더니 나란히 서 있는 우리에게 돌아섰다. 그는 신이 인간의 오만함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엉뚱함을 알리기 위해 창조한 비할 데 없이 멋진 것 중의 하나인 완벽한 난쟁이 혹은 똑 닮은 쌍둥이를 본 것처럼 미소 지었다.

그날 밤 나는 파디샤를 생각했다. 그러나 호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랐다. 호자는 여전히 그에 대해 경멸한다는 투로 말했다. 나는 그를 경멸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느긋한 그의 모습, 사랑스러움,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말해버리는 그 버릇없는 아이의 모습이 좋았다. 나도 그처럼 되고 싶었다. 또는 그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172쪽

그는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게 나의 개성을 나로부터 분리시켜 호자의 것으로, 호자의 개성을 나의 것으로 결합시켰다. 파디샤는 이 상상의 창조물을 제자리에 배치하는 것으로 우리가 우리를 아는 것보다 우리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았다.-176쪽

파디샤는 이야기의 세부적인 것을 궁금해했기 때문에 이야기라는 옷에 단추가 아주 많이 달려 있다는 것을 항상 반복했다. ...... 한번은 나에게 사실상 모든 인생은 서로 닮았다고 말했다. 나는 왠지 그 말이 두려웠다. 파디샤의 얼굴에는 그 전에 내가 전혀 보지 못했던 어떤 악마 같은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에게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고 싶었다. 두려운 얼굴로 그를 보며 "저는 접니다" 라고 속으로 말하고 싶었다. 이 엉뚱한 말을 할 용기가 있었다라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고 온갖 계략을 꾸미는 그 모든 험담꾼, 호자 그리고 파디샤의 게임을 헛일로 만들고 계속 평온하게 살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온갖 불확실한 말을 언급하기조차 꺼리는 사람들처럼 나도 두려워하며 입을 다물었다.-187쪽

나는 원정중에 처음으로 병사들이 적을 두려워하는 만큼이나, 어떤 때는 적보다 더 불운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불운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디샤도 병사들처럼 어린애가 되어 있었다. 새로운 놀이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호기심과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병사들처럼 그도 하루 동안 일어난 것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고 호자에게 물었다. 지는 해 앞에 있던 빨간 구름, 낮게 나르는 송골매, 한 시골집의 깨진 굴뚝, 남쪽으로 가는 황새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물론 호자는 이 모든 것을 좋은 징조로 해석했다.-199쪽

그도 성을 점령했다는 승전보가 우리의 마지막 행운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그러나 사실은 이 행운을 믿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도저히 점령할 수 없는 성에 대한 분노 때문에 불태워버린 마을의 불길 속에 있는 작은 교회, 불타는 종탑, 용감한 목사가 중얼거리는 기도는 새로운 인생을 연상케 한다는 것을, 북진하고 있을 때 우리 왼쪽에 있던 숲의 언덕 뒤로 지는 태양이 나 만큼이나 그에게도 고요하고 조심스럽게 끝나고 있는 그 어떤 것의 완벽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218쪽

...... 나는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한 길을 생각했다. 모든 것이, 새들이 날아다니는 하얀 성처럼, 갈수록 어두워지는 바위투성이의 비탈과 잠잠하고 어두운 숲의 모습처럼 완벽했다. 몇 년 동안 우연하게 경험했던 많은 것이 지금은 필연이라는 것을, 우리 군대가 성의 하얀 탑에 절대로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호자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219쪽

처음에 나를 불안하게 했던 내 정체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이제는 노련하게 대답했다. "사람이 누구라는 게 뭐가 중요합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했던 것과 앞으로 할 것이지요" 라고. 파디샤는 이 문을 통해 내 머리 내부의 서랍으로 들어온 것 같다.-229쪽

내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이상하고 놀라운 것을 우리는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이 지겨울 정도로 지루한 세상에 대항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을 이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모든 인생을 여행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길에서 이야기를 찾으며 보냈단다. 그러나 우리는, 이상하고 놀라운 것을 우리 마음속이 아니라 세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을 찾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그렇게 오랫동안 생각하는 것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들엑 일어난 일도 이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주인공들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하며, 이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237쪽

나는 '그'를 사랑했다. 꿈속에서 보았던 속수무책에 슬퍼 보이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 모습의 수치스러움, 분노, 죄책감 그리고 슬픔으로 숨이 막히는 것처럼, 슬퍼하며 죽어가는 야생동물을 보며 부끄러움에 휩싸이는 것처럼, 내 아들의 버릇없는 행동에 화를 내는 것처럼, 바보 같은 혐오감과 바보 같은 기쁨을 통해 내 자신을 아는 것처럼 '그'를 사랑했다! 내가 벌레처럼 손과 팔을 무심히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진 것처럼, 내 머릿속 벽에서 매일 메아리치며 사라지는 내 생각을 아는 것처럼, 가여운 내몸에서 나오는 독특한 땀 냄새처럼, 생기 없는 머리칼, 못 생긴 입, 연필을 쥐고 있는 내 분홍빛 손에 익숙한 것처럼 그렇게 '그'를 사랑했다.-238쪽

우리의 파디샤를 위해 한 권의 책을 쓰려고 할 때,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둘은 한순간 사소한 것에 온 신경을 쓴 적이 있었다. 아침에 함께 보았던 젖은 개, 두 그루 나무 사이에 쭉 널린 빨래들의 색깔과 형태에서 볼 수 있었던 비밀스런 기하학, 인생의 균형을 갑자기 드러나게 만드는 말더듬! 나는 지금 무엇보다도 이러한 것들이 그립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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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水巖 > 오규원 - 한 잎의 여자 2


         한 잎의 여자  2
                                          - 오      원 -
          나는  사랑했네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원  주고  바지를  사입는
          여자, 남대문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 보세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빵이  먹고  싶다는
          여자,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자, 손발이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 추운  날엔  팬티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스카프가  좋다는
          여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여자, 아이는  하나    낳고  싶다는
          여자, 더러  멍청해지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잎  나뭇잎처럼  위험
            가지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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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을 바라보며

 

오규원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罪)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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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9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0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날이 많이 풀린 것 같아요. 이런 때일수록 겸손해져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금방 호들갑을 떨고 까불다 감기 걸리죠. ㅎㅎ 가지를 곧게 뻗고 한껏 내어보이는 겨울나무의 가지를 좋아합니다. 죄의 옷을 겹쳐입고 선 우리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水巖 2007-02-10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 가야겠습니다.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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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2-0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하필 물푸레나무일까요? 물푸레나무는 너무 단단하여 옛날에 도리깨(아실랑가?)를 만드는 주재료로 사용했었는 데......

짱꿀라 2007-02-0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하나 더 드리고 가겠습니다. 학예사 한 분 중에서 오규원 선생님의 시를 좋아하는 분이 있어서 주신 것입니다.


<겨울 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罪)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프레이야 2007-02-0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물푸레나무는 시인들이 자주 노래하는 소재이긴 해요. 단단해서 요즘은 야구방망이도 이 나무로 만든다고 하네요. 가지를 꺾어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든다고 하지요. 그 물에 손을 담그면 손까지 온통 푸른 물이 드는 것 같겠지요. 해보진 않았지만 상상만으로...
어린이책에도 <물푸레, 물푸레, 물푸레>라는 동화가 있는데 고운 심성을 길러줄 수 있는 이야기에요. 왠지 물푸레~ 하고 불러보면 정감 있지요.
고인이 된 시인은 물푸레의 잎과 같은 여자를 그리워하고 있네요.
시집같은 여자, 라는 싯구가 인상적입니다.^^
시인은 시적영감을 동경하며 품으려 소망했던 건 아닌지...

산타님, 이 시도 페이퍼로 모셔둘게요. 오후의 선물 두개씩이나, 감사해요^^
 
 전출처 : 水巖 > 오규원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      원 -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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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0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규원 선생님의 시 하나 더 드리고 가겠습니다.

<한 잎의 여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프레이야 2007-02-09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이 시 오래 전 어디서 보고 참 애잔히도 슬픈 곡조구나, 느꼈던 시네요.
님이 전해주시는 시로 다시 읊어봅니다. 오후의 느닷없는 선물~ 고맙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페이퍼로 옮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