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하기 쉬운 우리말 쓰기.

오늘 어느 선생님의 글에 '안절부절 하다' 가 있어 왈가왈부 하였던 것.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확실히 사전 찾기.

 

             안절-부절

 [부사]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양.

             스스로 예문 : 가족들은 수술결과를 기다리며 병원복도를 안절부절 왔다갔다 했다.

 

        *  안절부절-못하다

            안절부절-못하다

〔-모타-〕 [자동사][여 불규칙]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쩔 줄 몰라 하다.

            스스로 예문: 가족들은 수술결과를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렸다.

 

  • 안절부절-하다

    안절부절-하다
     [자동사][여 불규칙] ‘안절부절못하다’의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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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2-0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생활에서 헷갈리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의미상으로만 따지면 안절부절하다가 맞을 것 같은데 잘못된 표현이었군요. 좋은 것 배웠습니다. ^^

짱꿀라 2007-02-0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용잘하겠습니다. 퍼갑니다. 감사합니다.

아영엄마 2007-02-0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절부절 못하다는 관용적인 표현은 쓰고 있는데 뜻으로 보면 하다가 맞을 듯 하네요. 애매모흐~~ 한 단어나 문법이 의외로 많아요. ^^;

프레이야 2007-02-0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설전이 잠시 있었죠. 우리말 바로 알고 활용하기 쉽지 않지요^^
오늘 개학하셨죠? 오늘 아침, 우리큰딸 오랜만에 교복 입은 모습 봤네요.

산타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곳은 부슬비가 옵니다. ^^

아영엄마님/ 안절부절못하다, 로 붙여써야 됩니당^^
그러잖아도 어떤 분이 '안절부절'의 뜻으로 보면 '안절부절하다'가 맞다고 우기는
바람에 이렇게 다시 찾아보게 되었어요^^ 여긴 촉촉히 비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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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막내딸이자 둘째딸, 오늘 아침 한 판 난리를 피우고 학교에 갔습니다.

개학날인데 늦잠꾸러기 엄마가 깨우는 걸 깜빡했지 뭡니까?

내일인 줄 알았거든요. 나는 좀 더 자라고 안 깨운 건데... 흑흑...

8시 40분까지 등교해야하는데 33분에 깨웠네요.

세수와 양치질 생략하고 옷만 입혀서 데리고 뛰었습니다. 교문 들여놓고 나니까 실내화 생각이 나서

문구점 달려가 외상으로 한 켤레 사서는 교실까지 갖다 주고 나왔어요.

희령인 어젯밤 자기 전, 제 방 싹 치워두고 책가방 챙겨선 준비해두고 그러고 잤는데

실내화를 깜빡했다네요. 담임선생님은 제가 세수도 안 한 부시시한 얼굴만 봐서 

원래 저렇거니 생각하실 겁니다.

개학날이라 일찍 올 줄 알았는데 4교시까지 하고 돌아왔네요. 참, 지금이라도 양치질 시켜야겠어요.

-------

며칠 전 일요일에, 우연히 시댁 식구들과 조카들과 지나가는 길에 들린 곳이 있어요.

부산 외곽의 어느 아파트 모델하우스인데, 고현정이 어마무지한 개런티를 받고 모델 했다지요.

너른 벌판에 우뚝 솟아있는 건물이 모델하우스더군요. 평당 얼마라나... 전 감이 안 오고...

아이들을 위해 영어마을 체험을 하도록 마련해 두었더군요. 모델하우스가 너무 크고 럭셔리~해서리

다리 아파 다 돌지도 못했습니다. 카페, 베이커리, 경찰서, 뷰티샵, 은행, 마술쇼 등을 체험했어요.

한 가지 재미있는 걸 했는데, 꿈보다 해몽이라고요.^^

큰 룸으로 들어가니, 얼굴이 조막만한 백인아가씨가 아이에게 백지 한 장을 주며 "draw me a pig" 하더군요.

그걸 보고 성격과 심리를 테스트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이런 것 좋아하거든요.^^



이 그림을 보고 자료를 찾더니 인형 같은 그 아가씨가 설명하며 적어준 단어들입니다.

이름은 아이가 쓴 것입니다.

realist / tradition / friendly / remember things well / analytical / cautious

distrustful / secure & stick to her own ideas / OK listener

제가 생각하고 있는 아이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림을 보는 기준은 돼지가 정면을 향하느냐, 측면이 보이느냐, 다리 수, 귀의 크기와 위치, 몸통, 눈,

뭐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같이 한 조카들 두 명은 또 다른 결과가 나와서 아주 재미있었어요.

여섯살 조카는 다리를 세 개 그렸는데 insecure  to his own ideas 라고 하더군요.^^ 

진/우맘님에게 보여드리면 더 잘 해몽해 주실 텐데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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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2-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별거 다하는군요. 그나저나 안늦으셨나봅니다^^;;;

프레이야 2007-02-0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고객유치차원이겠죠. 별 이벤트를 다 하더이다.
그리고 안 늦었다는 거 아닙니까. ㅎㅎ 정각 40분에 입실..

건우와 연우 2007-02-0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수안하셨어도 혜경님 미모야 어딜 가겠어요.^^
아파트보다 이벤트가 재미있네요.^^

글샘 2007-02-0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초등은 벌써 개학을 했군요. ^^ 저는 아직도 놀고 먹고 있습니다.
모레 개학인데, 저는 늦어도 혼낼 사람이 없어서 괜찮습니다. ㅋㅋ
한달 넘게 아이들 못봤더니 좀 보고 싶기도 하네요. 이제 봄방학까지 좀 바빠지시겠군요. ^^ 아닌가? 좀더 편해지시려나?

날개 2007-02-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아침에 늦잠잤어요.. 알람이 울렸는데, 방학이 끝난걸 깜빡 잊고 또 잤지 뭡니까!^^;;;(개학은 월요일이었으니 전 변명도 못해요..)
울 애들, 이제는 포기하고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죠..) 서둘러서 준비해서 학교 가더이다..

프레이야 2007-02-0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사실 저, 세수 안 하고 자주 돌아다녀요.^^
글샘님/ 중학교도 모레 개학이에요. 큰딸 뒤늦게 숙제 하느라 낑낑거리네요.
다음주엔 짬이 좀 날 것 같아요.
날개님/ 그러게요. 저도 일찍 눈 떴는데 그렇게 되었어요. 울애들도 알아서 챙겨
가는 편이에요. 엄마 깨우단 일이 안 되죠. ㅎㅎ

또또유스또 2007-02-07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배혜경님..
님의 미모는 세수를 안해도 빛을 발하니 뭐 하루쯤 안씻어도 무방합니다요...
그런데 돼지가 넘 날씬한 거 아니여용? ^^
부산... 벌써 봄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님께서 주신 다이어리로 요즘 어깨에 힘 주고 다닌답니다
다들 무쟈게 부러워 해용..ㅎㅎㅎ

프레이야 2007-02-0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님, 그게요, 아직 안 하고 있답니다. ㅋㅋ
돼지를 날씬하게 그린 건 아마도 희령이의 잠재된 바람이 아닐까 싶어요.^^
봄이 오는 소리가 또또님 등장으로 실감나요. 다이어리요,, ㅎㅎ 고마워요^^

마노아 2007-02-0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3분에 일어나서 40분 등교가 가능하다니 신기해요^^ㅎㅎㅎ

프레이야 2007-02-0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도 그러셨어요? ㅎㅎ 우리집 중학생은 이러면 완전 뒤집어집니다요..
마노아님/ 그러게요. ^^ 학교가 아파트 단지 안에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게 다행이었지 뭡니까. ㅎㅎ

2007-02-08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0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아무래도 먼저 사셨으면 어떡하지, 그랬는데, 역시나군요..ㅎㅎ
그래도 다시 갖게 되셨으니 저도 기뻐요. 제가 다시 선물로 받는다면...흑흑...
사양하면 안 되는거죠?^^ 전 안 샀어요. 오늘 여긴 비가 와요. 겨울과 봄 사이에
내리는 비에요. 문우들과 공부하고 점심 먹고 연세드신 분이 종강 기념으로
노래방 가자고 졸라서^^
우루루 가서 분위기 맞춰드리고 몇곡 부르고 왔어요. 헥헥...
오늘 비가 오니까 비가 들어가는 노래가 많이 나오더군요.^^

소나무집 2007-02-0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학날 간신히 학교 보냈답니다. 방학 때 하도 놀아서 엄마도 아이도 개학이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프레이야 2007-02-0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정말 그렇죠?^^ 얼른 적응되야죠...

2007-02-08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0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 소개팅 주선자님/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 저도 몇 번 불렀던 기억이 나요.
검색해볼랍니다. ㅎㅎ 따라 불러야쥐~
댓글저장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소녀의 눈동자 1939> 서평단 발표

안녕하세요, 알라딘 편집팀입니다.
<소녀의 눈동자 1939> 서평단 모집에 많은 관심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뽑히신 분들은 '서재주인에게만 보이기' 기능을 이용하셔서
댓글에 1. 이름 2. 주소 (우편번호 반드시 포함) 3.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2월 9일 오전 10시 이전까지 부탁드립니다.

그 시간까지 댓글을 남기지 않으시면, 가장 최근에 알라딘에서 주문하셨을 때의 주소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선물 주문 제외) 주문 기록이 없거나 편의점 배송을 선택하신 경우, 최근 주문 이후 주소가 변경된 경우엔 댓글을 남기지 않으시면 책을 보내드릴 수 없으니 이 점 꼭 유의 부탁드립니다.

책은 다음 주 중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책이 도착하지 않으면 댓글로 알려주십시오.
서평은 2월 28일까지 꼭 올려주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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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2-0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행복희망꿈 2007-02-0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sokdagi 2007-02-0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7-02-0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요..^^ 감사함다..

짱꿀라 2007-02-0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프레이야 2007-02-08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섬사이님/ 저 거기 갔다가 방금 왔는데 언제 왔다 가셨네요^^
댓글저장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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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술술 읽히지 않았다. 배를 깔고 엎드리거나 갓 뽑은 커피를 마시며 이 책을 읽었다는 걸 작가에게 사죄하고 싶다. 지옥같은 내용을 서술하는 담백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따라가면서, 최대한 자제심을 발휘하여 안정적인 마음을 취하고자 하는 작가의 극한의 고통이 어떤 것일지, 곳곳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넘어가야 했다.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후 40여년에 걸쳐 증언의 글을 남겼다. 이 책은 그의 첫번째 증언록이다. 그는 1987년 4월 11일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혹독한 ‘절멸의 수용소’에서도 하지 않았던 일을. ‘자살’은 사유가 가능할 때 할 수 있는 삶의 또 다른 적극적 방식이다. 수용소에서는 인간임을 자각할 수 있는 사유가 불가능했다. 그는 증언의 문학을 일관성 있게 발표하면서 우리 시대에도 끊이지 않고 있는 파시즘을 경고하고, 아우슈비츠에 대한 모든 증언을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붉은 신호등으로 밝히고자 했다. 그가 자살을 하기 직전에 쓴 문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의 마지막 작품 <결론>에서 인용한 일부가 이 책의 부록에 실려 있다.


- 점점 젊은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우리는 그것을 일종의 의무로, 동시에 위기로 본다.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위기, 귀 기울여지지 않을 위기, 사람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우리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넘어서 혹은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어떤 근본적인 뜻밖의 사건을 집단적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뜻밖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것이다. (......) 과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므로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p338)


아우슈비츠나 독일군에 의한 유대인 핍박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많고 책도 있지만 프리모 레비의 기록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부록 1 ‘독자들에게 답한다’에서 친절하게 덧붙이고 있는 작가 자신의 사려 깊은 생각은 더욱 값지다. 독일인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극도로 표출하지 않은 담담한 서술, 집단적 반란을 하지 않았던 유대인들, 유대인에 대한 나치스의 광적인 증오에 대한 근본적 이유, 그리고 작가가 생존할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요인들에 대한 답변 등이 역사적, 철학적 사유와 함께 녹아있다. 청소년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인데 작가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대목들이다.


증언과 기록의 글, <이것이 인간인가>가 오랜 세월동안 읽히며 감동의 물결을 밀고 오는 이유는 이 책이 단지 기록에서 끝나지 않고 문학적으로 승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1943년 12월 13일 파시스트 민병대에 체포되어 폴란드 수용소로 걸어가는 길을 ‘여행’이라는 소제목으로 표현하여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용소에서 사람들이 꿈꾸고 그리워했던 것 중에 ‘먹는 것’과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은 거의 집단적인 꿈이었다. 탄탈로스의 신화처럼 영원한 기아와 갈증에 허덕이면서도 지난날을 소재로 혹은 돌아갈 집을 소재로 이야기들을 나눌 때면 암흑의 지하세계에서도 환영처럼 반짝 하는 햇살 한 줄기를 본 것인 양 행복해 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원한다. 이야기 속에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수용소에서 금기어 중에 '내일 아침에'라는 말이 있었는데,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는 '내일 아침'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 책은 이야기로서의 장점을 두루 지닌다. 사실적이면서도 적나라하지 않고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어조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있다. 당연히 1인칭시점의 서술이지만 인물들을 보는 눈에 상당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특히 작가가 주변을 보는 눈이나 인물들을 파고드는 눈은 과학자답게(실제로 화학자) 섬세하고 면밀하다. 결코 치우치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천착을 놓지 않는다. 그가 절멸의 수용소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생의 값진 소득이라고 여길 수 있는 힘도 인간성에 대한 나름의 연구,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 기인한다. 인간성의 연약함, 인간이 열망하는 자유, 그래도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은 일련의 일들을 증언하며 “이것이 인간인가?”에 대한 진지한 답변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혀만을 휘두른 이야기라면 오랜 감동을 줄 수 없을 테다. 그는 인간성의 위대함만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인간성의 허약함'은 또 다른 아우슈비츠를 낳을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를 흘려듣지 말아야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징후들은 사실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잔인한 얼굴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른다. 그 얼굴은 실체가 없다. 이미지만으로도 괴력을 발휘하는 집단적, 총체적 두려움이다. 독일군이나 독일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왜 표현되지 않았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작가는 얼굴 없는 대상에 대고 어떻게 분노를 터뜨릴 수 있는가 라고 답변했다. 증오하지만 표적의 대상으로는 막연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이 인간이 갖는 공포심의 본질이 아니던가.


<이것이 인간인가>가 문학적으로 승화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작품 전체에 장치되어 있는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이다. 작가는 수용소로 가는 길, 일 년 남짓의 수용소 생활과 퇴각하는 열흘간의 이야기까지 흘러오면서 내내 ‘지옥’을 연상하였음이다. 총 17장의 이야기 중 ‘오디세우스의 노래’ 에서는 단테가 집중적으로 인용된다. 나는 이 장에서 다른 어떤 생생한 증언이나 기록에서보다,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서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은 슬픔의 극치를 느꼈다. 인간이 인간인 까닭과 인간임을 포기할 수 없어 감당해야 했을 자멸감이 절정에 이르러, 직설적 어조보다 울림이 깊고 강했다.


...... 단테는 어떤 사람인가. <신곡>은 무엇인가. <신곡>이 무엇인지를 간단하게 설명하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신선하고 낯선 감정이 생겨난다. ‘지옥’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 거기서 어떤 벌을 받는지. 베르길리우스는 이성이고 베아트리체는 신학이다.(p171)


동료, 피콜로에게 귀와 머리를 열어 잘 들어보라며, 날 위해 이해해 달라며, 읊는 아래의 노래는 프리모 레비의 참담한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독자에게 전한다.


- 그대들이 타고난 본성을 가늠하시오.

  짐승으로 살고자 태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덕(德)과 지(知)를 따르기 위함이라오.


마치 나 역시 생전 처음으로 이 구절을 들은 것 같았다. 날카로운 트럼펫 소리, 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잠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 잊을 수 있었다. 피콜로가 다시 들려달라고 간청한다. 피콜로는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그는 지금 이렇게 하는 게 나를 위한 일임을 알고 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p174)


그는 ‘익사한 자’가 아니라 ‘구조된 자’였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작가 자신의 대답은 이 책의 제목이 반문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정직한 답변으로 들린다. 인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암흑과 같은 시간에도 내 동료들과 나 자신에게서 사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겠다는 의지, 그럼으로써 수용소에 널리 퍼져 많은 수인들을 정신적 조난자로 만들었던 굴욕과 부도덕에서 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고집스럽게 지켜낸 것’ 이라고 스스로 해석했다. 하지만 그가 입은 트라우마는 40여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끝내 그를 자살로 몰고 갔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두 군데 오기와 한 군데 띄어쓰기 오류는 옥의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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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0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리뷰 너무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밑에 있는 책 참고 하시면 도움이 되실 같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신영복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서준식선생님의 “옥중서한”
서경석선생님의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창비)
프리모 레비 “주기율표”

프레이야 2007-02-0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좋은 책과 추천도서 감사드려요.^^
권해주신 책들 중 세권은 담아두겠습니다. 한권은 있는 것이라...
특히 이 책을 읽고나서, 주기율표, 를 읽어보고 싶더군요.

스파피필름 2007-02-0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인듯 싶네요.. 보관함으로 쏙~ ^^

프레이야 2007-02-07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아요.^^

달팽이 2007-02-0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감동적인 글입니다.
처음 리뷰를 올릴 때 시간이 없어 빨리 읽었는데...
레비의 자살로 끝난 그의 삶이 왜 수용소에서 그를 끝까지 지켜주었던 인간에 대한 관찰과 수호의지의 은혜를 더 받지 못했는지 안타깝습니다.
사실 인간 내면에 존재한 악의 본성인 루시퍼는 인류역사와 더불어 그 얼굴만 달리했을 뿐 늘 우리 곁에서 존재했는데 말이죠..

푸하 2007-02-08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셨군요. 저도 조만간 보려는 책인데 그 때를 위해 아껴서 리뷰를 읽어야 겠습니다.

오우아 2007-02-0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비극은 눈물겨웠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좋은 리뷰 잘읽었습니다.

sokdagi 2007-02-08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슴 적시는 리뷰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쓸 수 있는지 부럽기만 하네요.^^
님이 설명해 주신 구절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까 봅니다.

프레이야 2007-02-08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고맙습니다. 그런 점에서 성악설이 좀더 맞는 것 같지요? ^^
푸하님/ 전 어떤 책을 읽기 전에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지 않는 편입니다.
님도 아마 그러시는 게 좋을 듯해요. 그러실 것 같지만요. 님의 리뷰 기대해도
되지요?
오우아님/ 반갑습니다. 극도로 억누르고 있는 분노가 슬픔으로 뭉쳐있더군요.
이런 일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레비는 그걸 내다보기라도 하고
자살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sokdagi님/ 에고, 감사합니다. 다시 보면 다시 북받칠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7-02-15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서가님의 깊은 사유도 기대됩니다.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댓글저장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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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지속적인 모든 행복을 오염시키듯, 이것들은 또 우리를 압도하는 불행으로부터 끊임없이 우리의 관심을 돌려놓음으로써 우리의 의식을 파편화하고, 그만큼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여행 중에 그리고 그후에도, 끝도 없는 절망의 나락에서 우리를 건져낸 것은 바로 이런 불편함, 구타, 추위, 갈증이었다.-18쪽

그러니까 나는 바닥에 있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을 경우 과거와 미래를 지워버리고 새로운 것을 아주 빠르게 배워나간다. 수용소에 들어온 지 보름 뒤에 나는 이미 규칙적으로 배가 고팠다. 자유로운 인간들은 알지 못하는, 밤이면 꿈을 꾸도록 만드는, 우리 몸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만성적인 허기다.-50쪽

음악의 곡조는 열두 개 정도밖에 되지 않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똑같다. 행진곡이나 독일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민요다. 그 곡조들은 우리의 머릿속에 새겨져 있다. 아마 수용소의 기억 중 우리가 가장 나중까지 잊지 못할 것일 게다. 그것은 수용소의 목소리이고 그 기하학적 광기를 지각 가능한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그것은 먼저 인간으로서의 우리를 말살시킨 다음 나중에서야 서서히 우리를 죽여버리려는 그들의 결단을 예리하게 표현한다.-73쪽

우리의 밤은 그렇게 흘러간다. 탄탈로스의 꿈과 이야기의 꿈이 점점 더 구별하기 힘든 이미지들의 천으로 짜여나간다. 굶주림과 구타, 추위와 노동, 두려움과 혼란으로 뒤범벅된 낮의 고통이, 밤이 되면 전대미문의 폭력이 담긴 무형의 악몽으로 변한다. 자유로운 삶에서는 열에 들뜬 날 밤에나 나타나는 것들이다. 매순간 공포로 얼어붙어, 사지를 떨며,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명령을 외치는 듯한 느낌 속에서 잠을 깬다.-92쪽

인간의 본성에 따르면 슬픔과 아픔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겪더라도 우리의 의식 속에서 전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원근법에 따라 앞의 것이 크고 뒤의 것이 작다. 이것은 신의 섭리이며, 그래서 우리가 수용소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삶에서, 인간이 만족할 줄 모르는 존재라는 말을 그토록 자주 듣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110쪽

절도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단어는 'klepsiklepse'인데, 그리스어에 그 어원이 있는 게 분명하다. 테살로니키의 유대인 거주지에서 온 사람들 중 이제 몇 명 남지 않은 생존자들은 스페인어와 그리스어, 이 두 개의 언어를 사용했고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 그들의 존재야말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의식적인 지혜의 보고로, 그 지혜 속에 지중해 문명의 모든 전통이 뒤섞여 있다. 이 지혜가 수용소에서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도둑질 및 자리 강탈, 물물교환 시장의 독점으로 변형되었지만, 이유 없는 잔인성에 대한 그들의 혐오감, 적어도 잠재된 인간의 존염성을 지켜내려는 그들의 놀라운 의식이 그리스인들을 수용소에서 가장 민족적인, 그리고 이런 점에서 가장 문명화된 집단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120-121쪽

얼굴 없는 그들의 존재가 내 기억 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 시대의 모든 악을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할 수 있다면, 나는 내게 친근한 이 이미지를 고를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구부정하게 구부린, 뼈만 앙상한 한 남자의 이미지이다. 그의 얼굴과 눈에서는 생각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136쪽

유대인 특권층들이 만들어내는 인간상은 슬프면서도 주목할 만히다. 현재,과거,고래의 고통들, 이방인에 대한 전승되고 학습된 적개심이 그들 안에서 하나가 되면,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을 비사교적이고 무례한 괴물로 만든다. 그들은 독일 수용소가 구조적으로 만들어낸 전형적인 작품이다. 노예 상태에 있는 몇몇 개인에게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자리, 어느 정도의 편안함과 높은 생존 가능성이 제공되는데, 대신 그들은 동료들과의 자연스러운 연대감을 배신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물론 몇몇은 그 요구를 받아들인다.-137쪽

우리는 '허기'라는 말을 쓴다. '피로', '공포', '고통'이라는 말도 쓴다. '겨울'이라는 말도. 하지만 이것은 전혀 다른 것들이다. 자기 집에서 기쁨을 즐기고 고통을 아파하며 살아가는 자유로운 인간들이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자유로운 단어들이다. 만일 수용소들이 좀더 오래 존속했다면 새로운 황량한 언어들이 탄생했을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 속에서 셔츠와 팬티, 올이 성긴 천으로 만든 윗도리와 바지만 입은 채, 더할 수 없이 허약해지고 굶주린 육체로, 종말이 다가와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하루종일 노동하는 것의 의미를 설명하려면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189쪽

코만도의 동료들은 나를 부러워한다. 그러는 게 당연하다. 어떻게 내가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침에 내가 사나운 바람을 피해 실험실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바로 내 옆에 한 친구가 등장한다. 내가 휴식을 취하는 순간마다, 카베에서나 쉬는 일요일마다 마타나던 친구다. 바로 기억이라는 고통이다. 의식이 어둠을 뚫고 나오는 순간 사나운 개처럼 내게 달려드는, 내가 인간임을 느끼게 하는 잔인하고 오래된 고통이다. 그러면 나는 연필과 노트를 들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을 쓴다.-216쪽

지금 나는 아우슈비츠가 존재했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 시대에 그 누구도 신의 섭리에 대해 말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시간, 극한 상황에서 구원을 받는 성서의 모든 일화들이 바람처럼 모두의 머릿속을 스쳤던 것은 사실이다.-241쪽

우리 존재의 일부분은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눈에 하나의 사물일 뿐인 시절을 보낸 사람의 경험이 비인간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세 사람은 대부분 거기에 물들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것이 샤를과 나의 우정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다.-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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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2007-02-0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으로 머리로 읽을 책이 아니라 마음으로 가슴으로 읽을 책이네요... 휴...

프레이야 2007-02-07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님, 좋은 책이더군요.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달팽이 2007-02-0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별한 감동,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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