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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0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희망꿈 2006-12-1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같네요.

2006-12-14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6-12-1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올해 자전거를 배웠답니다. 딸아이가 자전거를 잘 타는데 같이 타고 싶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양재천을 달리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 추워서 자전거를 탈 수 없어 아쉬워요.

sandcat 2006-12-1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월급 타면 꼭 사고야 말겠다는 것이 제겐 자전거였어요. 자전거란 이미지는 역시 희망과 어울리는군요.

프레이야 2006-12-14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희망꿈님/ 정말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 같아요. 그래야 되구요^^
속삭이신 11:00 님/ 님의 기도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요. 힘 주셔서 고마워요.
소나무집님/ 전 자전거 타는 거 무지 좋아해요. 6학년 때 첨 배웠죠. 한번 배우면 안 잊히니까 지금도 가끔 타곤 하죠. 달릴 때의 느낌, 너무나 좋아요. 아이랑 함께 달리는 님, 보기 좋아요.

섬사이님/ 그래요 내 발로 밟고 저어나아간다는 게 그 힘인 것 같아요. 바람이 나를 밀어주기도 하고 땅이 나를 받혀주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전 자건거를 타고 가면서 내가 끌고 나아가는 풍경들을 좋아합니다.

샌드캣님/ 희망의 은유로서의 자전거,, 잘 어울려요. 지금으 자전거 사셨나요?^^
저희는 식구수대로 자전거가 있는데 자주 안 타고 현관에 두자니 자전거가 갑갑해보이네요. 자주 굴려주어야하는데 말이에요^^

짱꿀라 2006-12-1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건거는 생각하면 지금도 고등학교 다닐 적에 타고 다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재미있게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가던 그때의 기억들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까칠한 가족> 서평단 발표!

안녕하세요, 알라딘 편집팀 박하영입니다.
<까칠한 가족> 서평단 모집에 많은 관심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뽑히신 분들은 '서재주인에게만 보이기' 기능을 이용하셔서
댓글에 1. 이름 2. 주소 (우편번호 반드시 포함) 3.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12월 13일 오후 4시 이전까지 부탁드립니다.

그 시간까지 댓글을 남기지 않으시면, 가장 최근에 알라딘에서 주문하셨을 때의 주소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선물 주문 제외) 주문 기록이 없거나 편의점 배송을 선택하신 경우, 최근 주문 이후 주소가 변경된 경우엔 댓글을 남기지 않으시면 책을 보내드릴 수 없으니 이 점 꼭 유의 부탁드립니다.

책은 다음 주 중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책이 도착하지 않으면 댓글로 알려주십시오.
서평은 1월 3일까지 꼭 올려주세요!

오후5시반 님
상복의 랑데뷰 님
구슬이 님
배혜경 님
예삐 님
아주아주모테치카 님
보르헤스 님
세실 님
보레아스 님
해리포터7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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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임이네 2006-12-1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주말 잘보내셨나요 .
축하드려요님 .
행복한 오후되시구요 .

행복희망꿈 2006-12-12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전호인 2006-12-12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빡씨게!

2006-12-12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짱꿀라 2006-12-1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인사꾸벅^^

비로그인 2006-12-1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축하드려요. 전 집에서 책좀 그만 읽으라고 성화가 장난이 아닌지라.. 제 돈 내고 사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택배 올 때마다 눈치보이고;;; 응모 못 했답니다. ㅠ.ㅜ

프레이야 2006-12-2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괄츠님/ 정말 책을 많이 보시고 생각도 많이 정리하시죠..^^ 부모님께선 따님 건강 생각해서 그러시는가 봐요. 행복한 고민, 즐거운 고민이시네요^^

2006-12-14 0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2-1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 16일 받았어요. 도서출판 부키, 정성들여 쓴 연하장까지요.. 감사합니다.
 
공차는 아이들
김훈 글, 안웅철 사진 /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절판


인간의 도덕과 의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축구에서 배웠다.
- 알베르 카뮈
-13쪽

허공 속에서 공은 많은 천체들과 함께 운행하는 인간의 별처럼 보인다. 높이 뜬 공이 풍경 전체를 사람의 것으로 바꾸어놓는다. 공을 향해 벌린 인간의 두 팔은 비바람 속에서 자족한 나무의 모습이다.-20쪽

발바닥의 굳은살이나 닳아진 구두의 뒤축에는 체중이 시간을 통과해나간 무늬가 찍혀 있다. 맨발로 땅을 달릴 때 나는 진화의 이름을 퇴화해버린 내 발바닥이 가엾다. 가엾기는 하지만, 맨발로 달릴 때 발바닥과 세상과의 직접성은 반갑다. 그 반가움과 함께 나는 조심조심 달린다.-38쪽

팔은 다리의 움직임과 연결되어서 흔들린다. 팔이 다리에 맞추어 흔들릴 때, 이 흔들림에는 직립보행 이전의, 네 발로 땅을 기던 시절의 추억이 살아있다. 인간의 육체 속에서 이 추억은 멀고도 희미한 등불로 깜박인다.-43쪽

공 차는 인간의 육신에는 산하의 모습이 숨어 있다. 공을 찰 때 산하는 인간의 육신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 속의 공 차는 사람이, 다음 순간 땅 위에 쓰러질지 계속해서 달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그의 팔다리는 산하의 흔적을 드러내 보인다.-45쪽

장년의 사내들에게서는 오래 산 사람들의 누린내가 풍긴다. 그 누린내는 피로감일 수도 있고 건강함일 수도 있다. 또는 완강함일지도 모르겠다. 피로와 건강은 다른 것이 아니다. 건강한 자들만이 피로의 감미로움을 안다. 그들의 공 차는 모습이나, 등물하는 모습에서도 생활의 냄새는 배어나온다. -57쪽

공차기는 속박과 비상 사이의 떨림이다. 그래서 공을 차는 인간은 때때로 하늘을 날아가는 새의 모습을 보여준다.-61쪽

공이 둥글지 않으면 놀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공은 입체의 중심에서 표면에 이르는 모든 거리가 같다. 이 공간기하학적 사태는 경이롭다. 공은 이 절대적인 등거리성으로 모든 충격을 순수하게 수용하고 반응한다. 공은 거기에 와 닿는 발길에 따라 무수한 질감과 방향성으로 새로 태어난다. 공은 인간의 몸이 아니면서도 몸의 일부이고 몸과 몸 사이의 또 다른 몸이고, 그 연결자이다. 그래서 공을 찬다는 행위는 생명을 밖으로 내질러 낯선 공간 속으로 연장시키는 일이다. 공은 살아 있는 짐승과 같다.-64쪽

닳아진 공을 보니까 공에도 생애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공이 발길에 채여서 튕겨져나갈 때 공은 발길의 힘을 정직하게 반영하는 순결한 매개물일 터인데, 닳아진 공의 표정에도 그 순결의 자취들이 남아 있다. 닳아진 공의 생애는 그 어느 구구의 편도 아닐 채 스스로의 늙음을 완성하면서 남루하지 않고 초라하지 않다. 그 공을 꿰매는 인간의 손과 인간의 작업도구 또한 그러하다.-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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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차는 아이들
김훈 글, 안웅철 사진 /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김훈이 쓰고 안웅철이 찍은 것들이 모여 나온 사진에세이집이다. 사둔지 좀 된 것인데 서재의 *****님을 생각하며 오늘 쓴다. 김훈의 글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에 또 한 번 젖어볼까나, 하고 가볍게 폈다. 그 자신도 자신의 문체의 오류를 알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그의 문체에서 오는 관념적 거리감 같은 게 마음을 그리 편안하게 하지는 못하는 부분이 더러 있다. 차분히 내려앉으며 한 자 한 자를 꼭꼭 씹으며 힘들게 뱉어내는 것 같은(실제로 말도 그런 어투로 한다고 들었다) 그의 문체는 마음에 들기도 하고 들지 않기도 하는 묘한 거리가 있다. 문체가 글쓴이를 말해주기도 하지만 주제에 따라 내포작가는 다양한 문체로 접근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나로선, 이런 특유의 방법으로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사유를 풀어내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

크레타섬에서 직접 몸으로 느낀 지중해바람으로 글을 시작한다. 우리땅의 바람, 시간의 가고옴으로 흐르며 '사람들을 옥죄면서 다가오는 것들을 향해 사람들을 몰아가는' 그런 바람과는 다르게 다가온 지중해의 바람을 이야기한다. 늘 부는 바람, 가볍고 투명한 바람, 바람이 아닌 바람, 지속과 생성을 느끼게 하는 바람, 기류라기보다 시간에 가까운 바람. 이런 말들로 정의한 지중해의 바람을 그는 공에 은유하였다.

- 인간의 생명으로부터 자연과 문명을 분리할 수 없듯이 공은 자연과 문명의 복합체이다. 공은 지중해를 건너오는 바람과 같다.(서문 중)

월드컵이 한창인 때 그곳 이국에서 공을 차고 막는 사람들을 보았고 돌아와서 안웅철이 내민 공차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았다고 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모두 공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공이 아니라 공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 주인공이다. 그 둘의 사이에서 무수히 생성되고 지속되는 역동성에 대한 이야기를 김훈의 나름의 '편애'로 늘어놓는다. 김훈의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멋진 사진들과 함께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책이고 그의 문체에 어느정도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식상할 수도 있는 책이다. 나로 말하자면 사진이 우선 보고 싶어 고른 책이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의 문장은 내 호악의 기준을 넘어있다. 

사람들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되 절대 깊숙히 흡입되지 않아 보이는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을 뿐이다. 공의 역동성, 공정성, 생명력과 공을 다루는 사람들의 원생적 에너지에 집중하는 그의 눈이 마음에 든다. 여러 사진들 중에서도 아이와 공을 담은 사진들, 가장 마음에 드는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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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6-12-1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다섯글자가 춤추는 인생이길 바라면서^^
김훈선생님의 글을 보면 저렇게 많은것을 품어 안을수 있는 그의 시선과 완숙미가 저는 마냥 부럽고 놀라워요.
오늘밤에는 이책을 품에 안고 자야겠어요. ^^ 그렇게 하고 싶어졌어요...

프레이야 2006-12-1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바로 맞혔어요. 들어오셔서 보실 줄 은근 기대했죠.

소나무집 2006-12-1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궁금하군요. 몇 컷 올려주시지...

프레이야 2006-12-1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그러게요.. 제가 디카 올릴 줄 몰라서요 ㅜㅜ
책 검색해서 찾아보시면 나올지 몰라요^^

2006-12-13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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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에 질로 못 믿을 인간이 말로 묵고사는 종자와 글로 묵고사는 종자들이다.... 문화건달이 어떤 종자들인고 하면, 명함을 대문짝만학 박아가꼬 댕기기는 하제마는 도대체 뭘 하는지 알쏭달쏭 정체불명인데다가 이리 보면 그냥저냥 하루하루를 닝기는 날건달도 겉고 저리 보면 반 사기꾼처럼도 보이는 인간들을 통칭 문화건달이라 안 카나.-89쪽

인간은 약간 오염이 되어 있어야 편하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그는 지극히 순정한데다가 대단히 이기적이기도 하다. 애인의 조건으로서는 최악인 셈이다.-91쪽

사랑은 말이다. 가루비누랑 똑같은 기다. 거품만 요란했지 오래 쓰도 못 허고, 생각 없이 그 물에 손을 담그고 있으마 살 속의 기름기만 쪽 빼묵고 도망가는 것도 글코, 그 물이 담긴 대야를 홱 비아뿌만 뽀그르르 몇 방울의 거품이 올라오다가 금세 꺼져뿌는 기 똑 닮었다.-119쪽

나이나 적나. 옛날로 치마 환갑노인이다. 느들, 아무 데나 침을 질질 흘리고 댕기미 오도방정이란 방정은 다 떠는 저런 환갑노인 본 적 있나? 맨 농약 친 쌀만 묵고 살아서들 그런가, 요시로는 아고 어른이고 철딱서니가 없어놔서 큰일이라카이. 말세가 따로 있나, 어른 없는 시상이 말세지.-122쪽

오십대는 삼, 사십대와는 다르게 늙는다. 급속도로 늙는다. 게다가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의나 갈망을 체념한, 무방비한 상태로 생이 주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개운치는 않지만 넉넉하다고밖에 표현할 길 없는 의지가 얼굴 전면에 펴져있다. 그래서 더욱 미련없어 보인다.-138쪽

이 사람아, 땅 위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지.
영화나 소설 속에서처럼 리얼리티가 심각하게 결여될 때에만 사랑은 그 이름값으로 간신히 아름답네. 자네도 아다시피 사랑은 시작이 퍽이나 중요하다네.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는가에 따라 사랑의 형태가 결정지어진다네. 그러하매 나는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린 셈이네. 놓쳐버린 꼴이지.-156쪽

식물들에게 물을 줄 때에야 난 겨우 나의 본색을 되찾네. 물을 줄 때마다 나는 느끼네. 식물들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할 위엄이 있다고. 거목은 한 알의 씨앗이 숲에 떨어진 그 순간부터 살아왔으니 얼마나 오랜 세월을 말없이 견뎌왔겠나. 그에 비하면 내 사랑은 하찮다는 생각이 드네. 발부리에 걸리는 돌이나 잡풀처럼. 그러나 진정 불쌍한 것은 그 하찮은 것들 아니겠나.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끓는 마음이 아니겠나. 그 마음을 들킬까봐 안절부절못하는 또다른 마음이 아니겠나.-163쪽

줄기와 잎이 빽빽이 들어찬 대숲은 밤새들이 몸을 숨기고 잠들기에 좋단다. 대숲에는 댓잎이 흔들리는 소리, 때까치 우는 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소리 공부를 하기에 더없이 좋지. 바람 속의 대를 본 적이 있더냐. 가만한 바람에도 잎새는 흔들려. 는실난실 앞새를 따라 줄기도 기껍게 나부끼지. 거센 바람이라도 몰아칠 양이면 우는 듯 갈구하는 듯 나무 밑동까지 전신으로 흔들리지 않더냐. 어떤 춤사위에 비할까. 이렇듯 대숲은 공부도 되지만 지나가는 밤새조차 마다 않고 품는 넉넉함을 본받아 기방에 온 손도 그처럼 품으라고 옛부터 기방 뒤뜰에는 대를 즐겨 심었나니.-183쪽

우리가 말하는 운명은 기대와 노력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우연하게 형성되는 거라고. 이해할 수 있겠니? 우리 같은 인간을 옴쭉달싹 못 하게 옭아매는 운명이라는 것이 실은 튼튼한 고리와 고리로 빈틈없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우연에 의해 이리저리 왔다갔다할 수 있게끔 느슨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190쪽

말이 통하지 않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여인들이 일본 유곽에서 어떤 일을 했겠니? 그들은 유곽에서도 가장 밑바닥 생활을 했어. 수출산업의 역군? 기생의 역사에 있어서 그처럼 가혹한 시기는 없었다. 돌아보면 야만의 시대였지. 나는 그 모든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여전히 두 눈을 부릅떠야만 했어.-193쪽

꽃이 진다. 오마담이 우뚝 걸음을 멈춘다. 꽃이 지고 있다. 오마담은 돌아보지 않는다. 눈을 감고 다만 등으로 듣는다. 보지 않아야 꽃 지는 소리가 들린다. '파'음으로 떨어지는 꽃은 낮은 가지에 핀 꽃이다. 봄꽃이나 가을꽃보다 여름꽃 지는 소리가 잘 들리고 아침이나 낮보다 해질녘에 잘 들린다. 바람이 눅고 습도가 높은 날 운이 좋으면 뒤란에서 계면조 음계로 지는 꽃들을 만나기도 한다.-199쪽

모든 예술은 하나로 통한다. 소리가 그러하고 춤이 그러하다. 나뭇가지에서만 놀면 재가 승하게 되고, 재가 승하면 생명력이 길지가 않아. 나무의 가지만 보지 말고 몸통도 보아야 하느니. 그렇다고 뿌리까지 볼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라. 많고 적음은 곧 하나거든. 뿌리까지 봐버린 예인들은 단순하게 변하고 말아. 단순하다는 건 초월의 의미도 있지만 물기 없이 쪼그라들었다는 뜻이기도 해.-203쪽

타박네는 영준이로 말미암아 자신의 몸이 숭고하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영준이를 보듬고 젖을 물릴 때 모유뿐만 아니라 타박네의 배와 가슴, 몸을 이루는 뼈와 영혼까지도 즙이 되어 영준이의 입 속으로 흘러드는 것만 같았다. 젖이 홀쭉해질수록 가슴속이 시원했다. 내어주는 기쁨이 그토록 큰 것일 줄이야. 퉁퉁 불었던 젖이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는 과정들이 말할 수 없이 신비하게 느껴지고 몸의 한 기관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자신의 가슴과 자궁을 찬찬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230쪽

허무니 절대고독이니 운운하는 이들은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머리나 신념에 기대지 않고 몸으로 사람과 자연에 가까워지면, 오직 몸으로 말을, 사랑을, 삶을 익히면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몸을 타고 내면으로 스며들어 영혼 속에 새겨집니다. 그래서 나는 정신보다는 몸을 신뢰합니다. 몸으로 사는 이 땅의 모든 것들을 신뢰합니다...... 우리가 그 몸이 되어 보질 않고서야 오묘한 자연의 이치를 어찌 알겠습니까.-235-236쪽

그런 삶도 있으려니, 그런 사랑도 있으려니 하면 그뿐. 도덕이나 규범도 규정짓기 나름이고 사랑도 규정하기 나름 아니겠소....... 왜 하필이면 이 세상에 기생으로 나왔나, 내가 내게 묻지 않듯이 난 한시도 기생이 아닌 적이 없었소. -236-237쪽

손을 공중에서 무상하게 떨구어 가을 낙엽 지듯 꺾는 춤사위를 '낙엽사위'라고 한다. 낙엽사위는 가슴속의 시름을 쓰다듬어 울게 하는 손짓이어야 한다. 무겁게, 애통하게. 독하게 맺힌 기운을 풀어주는 춤. 사랑이 그리워서 쫓아가 잡고, 잡을 듯 말 듯 잡지 못하고 아프게 돌아설 때 춤에 무게가 실린다. 한의 무게, 생의 무게를 몸에 실어서 추는 춤이 살풀이다. 살풀이는 교태나 모양만으로 출 수 있는 춤이 아니다.-103쪽

'서랍이 많은 사람'은 부용각의 기생들에겐 하나의 기호, 또는 꿈으로 인식되는 말이다. 서랍이 많은 사람이 되기 위해 누군가는 자신만의 생존전략을 짜고 누군가는 발가락이 구부러지도록 춤을 추는 것이다.-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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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0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2-10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함께 점심 저녁을 맛난 걸로 먹었어요. 수술하고 나면 당분간 잘 못 먹을테니.. 통증이 전혀 안 느껴지니 실감을 못하긴 하나봐요.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고 그랬어요. 속으론 많이 떨릴 거에요. 워낙 낙천적인 사람이라 주위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그래도 안쓰럽지만 잘 될 거에요. 님의 기도대로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