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폭포(瀑布)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어진다.

 ------------------------------------ (푸하님 서재에서 가져왔어요)

* 감상 : 이 시에서 그는 단순하고도 힘찬 언어로써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고자 하는 자세를 보여 준다.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절벽을 곧게 떨어져 내리는 폭포의 모습, 그것은 타협없는 양심의 자세이며, 굴종이나 무기력을 용납하지 않는 투철한 정신의 기상이다.
이 작품에서 '떨어진다'는 말이 6번이나 쓰였다. 그만큼 그것은 폭포의 본질적 속성이다. 그러면 떨어지는 폭포는 부서짐과 직결된다. 물이 생명을 가진, 그리하여 사람과 같은 존재라면 부서진다는 것은 자신을 포기하는 것, 그리고 산산조각이 나는 고통을 받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포는 무서운 기색도 없이 절벽을 떨어진다. 곧 이 의미는 조금도 두려움없이 자신을 내던질수 있는 강렬한 영혼의 이미지다. 이로부터 울려 나오는 곧은 소리는 스스로 곧을 뿐 아니라 이 세상 안의 모든 곧은 소리를 부르는 듯하게 들린다.
마지막 연의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라는 것은, 시인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안이(安易)하고 타협적인 삶을 각성시키는 실천적 행동으로 보는 것이다.

* 성격 : 주지적, 상징적, 참여적

* 구성
제1연 : 전체 개관(폭포의 객관적 묘사)

제2연 : 폭포의 내적 속성
- 제1행 : 폭포의 장관에 대한 감탄과 감격-정확히 말할 수 없는~
- 제2행 : 현실적 이념이나 그것에의 집착과 같은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 제4행 : 일체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인간의 정신적 지향
('고매한 정신'이기에 특정한 무엇을 향해 떨어지지 않는 것임)

제3~4연 : 폭포의 소리와 선구자적 행동
- 3연 2행 : 밤을 깨뜨려야 한다는 바른 소리
- 4연 1행 : 바른 소리만이 정말 필요한 (진정한) 소리이다.
- 4연 3행 : 곧은 소리가 메아리처럼 반향을 일으켜 함성을 이루게 됨

제5연 : 폭포의 정신(精神)
- 2행 : 제2연의 쉴사이없이와 의미상 호응
- 나타와 안정 : 게으른 태도(타성) / 안주하려는 태도
- 4행 : 높이와 폭이 없는 폭포는 없다. 그러나 이미 시인에게는 폭포의 실제 모양을 떠나 절대의 위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며 현기증이나 도취감에 빠져 있음을 알수 있다. 역설적 표현이다.
(--- 참고 문학이론 <역설>)

* 주제 : 부정적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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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2-09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감상 자료는 페이퍼로 옮겨둡니다.^^

비로그인 2006-12-0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오늘 두번째에요.
푸하님 서재에서 읽었는데, 김수영님이 좋아하시겠어요.
덕분에 저는 두 번 읽고 두 번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프레이야 2006-12-09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이 시 푸하님 서재에서 가져왔는데 깜박하고 빠뜨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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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밥

 

                                                                  김승희(1952~  )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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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령이가 상장을 받아왔어요. 

"위 학생은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가 주최하고 교육인적자원부가 후원하는 '2006 사랑의 일기 큰잔치' 공모에 참가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였기에 이 상장을 수여함"

전에 담임선생님이 그동안 아이가 쓴 일기장을 다 가져오라고 해서 갖다드린 적이 있는데 여기 내려고 그러셨던 것 같아요. 잊고 있었는데 깜짝 선물이네요.

근데 이런 추진협의회가 있는 줄 몰랐네요. 아이는 친구들 앞에서 박수 받으며 받아왔다고 좋아라하는데 전 왜 이리 웃기는지요 ^-^  아무튼 아이에게는 격려가 되는, 고무적인 일이 되어 기쁘네요.

오랜만에 일기장을 뒤져보았어요. 근래에 희령이가 쓴 일기를 하나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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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토요일

일어난 시각 9시 / 잠자는 시각 12시

'나 이사 갈거야' 라는 책을 읽었다. 로타는 생각이 짧은 것 같다. 왜냐하면 싫어하는 스웨터를 엄마가 입으라고 했다고 뾰루퉁하게 있고 집까지 나온 친구이니까. 그래도 역시 엄마 아빠와 자기 집에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집 나온 로타를 다락방에서라도 지내게 해주신 베르타 아주머니는 마음이 아주 따뜻하신 분 같다. 나는 로타처럼 엄마와 싸워서 집을 나오지는 않고 싶다. 엄마와 떨어져있으면 괴롭고 슬프기 때문이다. 로타도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나중에는 괴로워했다. 다른 사람들도 싸워서 집을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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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지인이 얼마전 사소한 일로 남편과 싸웠는데 그분이 글쎄 짐을 싸시더니 집을 나가셨대요. 우린 그 이야기를 구구절절 듣고 어찌 웃었던지요. 집이 지인 명의로 되어있으니 나갈려면 자기가 나가라고 그랬다네요. 그 남편분은 가장 아끼는 낚시도구들을 제일 먼저 꼼꼼히 챙기고 옷을 챙기더랍니다. 싸워도 집을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쓴 희령이 글을 보면서 저도 예전에 옆지기랑 싸우고 한 번 나왔던 기억이 나요. 나와 봐도 갈 데는 없고 동네 한 바퀴 돌다 들어간 적이 있죠. 옆지기도 말다툼 후 한밤중에도 옷 챙겨입고 훌쩍 나가버린 적이 있어요. 그래도 좀 있다 들어오더군요. 집을 나가 봐야 갈 데도 없는 게 우리들이네요.^^ 참, 옆지긴 나가면서 카메라 가방 둘러매더군요.^^ 안 나고 버텨야 이기는 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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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2-02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마노아 2006-12-0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예쁜 가족이에요^^ 희령이 축하해요`

비로그인 2006-12-0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부싸움하고 집 나간 적이 있었는데 집 나가서 바람쐬니 금방 기분이 좋아져 집에 들어갔더니 남편이 왜 집을 나갔냐고 더 화를 내는 바람에 한바탕 또 싸웠던 적이 있어요
여하튼 상받은 거 축하드려요.
아이가 글을 정말 잘 씁니다. 저희 아이보다 두 살이나 아랜데 두살 위 누나처럼 쓰는것같네요.

토트 2006-12-0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무지 귀엽네요. ^^

마늘빵 2006-12-0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절대 못받을 상장이군요 ^^

짱꿀라 2006-12-0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희령이가 그드어 상장을....... 혜경님, 닮아서 글도 정말 잘 쓰시나 봐요. 저는 언제나 그런 글을 쓰나 정말 부럽네요. 행복하시구요.

프레이야 2006-12-0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 모두모두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이 주는 상장에 연연해 하지 마라고 했는데도 아이가 좋아하니 기쁘네요. ^-^

또또유스또 2006-12-0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장은 좋은 겁니다요~~~
희령이가 글을 참 잘 쓰네요...
이것도 유전인가요?
아님 님께 배워서? 그렇다면 저도 갈캬줘여..~~
문하생 1호인디..ㅋㅋㅋ
희령이에게 축하한다 꼭 전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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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Philosophy + Film
이왕주 지음 / 효형출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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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대상을 미학적으로 판단하는 데서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기준 이외에 숭고함 the sublime 이라는 범주를 끌어들임으로써 미학의 역사에 획기적인 새 장을 열었다. 이것이 저 유명한 그의 세번째 저서 <판단력 비판>을 이끌어가는 핵심 내용 중 하나다.-31쪽

숭고는 반드시 절망감, 불쾌감, 고통,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들을 통과해서 도달하게 되는 안도감, 쾌적함, 쾌감, 기쁨의 정서를 뜻한다.-32쪽

독일의 유태인 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권위의 가장 강력한 적은 경멸이며 권위를 훼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웃음'이라고 말했다.-33쪽

진정으로 자유롭고 창조적인 주체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는 타인에 대한 '판단중지' 상태를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져야 한다.-60쪽

타자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은 상대의 힘, 가령 유령성 같은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타자성 자체에서 오는 것이라 해야 한다. 요컨대 동일자들의 폭력도 우선은 타자성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셈이다. ... 타자성 앞에서 최초로 작동하는 코드는 '권력'이다 ... 개방, 포용, 연대, 제휴 등은 이 폭력이 조율되고 조직되고 배치되는 세련된 형식들에 지나지 않는다.-88-89쪽

공자도 <논어>에서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는 길은 망집을 끊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공자가 지적하는 네 가지 망집은 意 (어리석은 뜻), 必 (꽉 붙잡혀 떨어지지 못하는 자세), 固 (꽉 막힌 태도), 我 (자기 자신에만 몰입해 있는 자세)등이다.-127쪽

'신은 죽었다' 여기서 신은 기독교나 이슬람의 신이 아니다. 물론 부처나 다른 종교의 초월자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뿌리 혹은 상기의 원천이 되는 저 이데아계의 모든 것을 말한다.-148쪽

우리의 삶은 때로 진저리치며 잊고 싶은 기억들로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니체는 우리에게 그런 것들까지 껴안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마음으로 현재의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을 넘어서는 초인" 사상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149쪽

졸린 머리로는 자는 것과 깨어 있는 것이 혼돈스럽듯이 잠이 모자란 탓에 우리가 원칙과 변칙, 준법과 탈법을 이토록 난마처럼 마구 뒤섞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188쪽

개인이든 국가든 불가피하게 법의 바깥에 나서 있으면서 통쾌하면서도 정의로운 보복을 바랄 경우 그 당사자는 먼저 양심이 던지는 이런 질문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어야 한다. '받은 만큼만 되갚고 있는가?' 이 물음에 제대로 답하려면 당사자의 기억은 온전해야 하고 역사는 바로 서 있어야 한다.-202쪽

'있는 것'은 '있음'과 다르며, 달라도 본질적으로 다르고 엄청나게 다르다. ...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면서, 그래서 마치 없는 것같이 보이면서도 우리의 삶을 구체적으로 간섭하고 이끌어가는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때가 반드시 오고야 말 테니까.... 간절한 마음, 겸허한 사랑이 '있음'에 다다르도록 우리를 이끌어주지 않겠는가.-244쪽

서로의 차이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되는 결혼이란 결코 부부가 완전히 일심동체로 되는 과정이 아니다. 반대로 그 차이를 조화롭게 지켜나가는 기나긴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247쪽

역지사지에는 이해력과 상상력과 판단력이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는 순서가 있다. 우선은 자신의 취향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헝클어진다면 아무리 상대를 그 처지에서 이해하려 노력해도 상대의 처지에서 세계를 바라보며 그의 입장을 공감하는 차원까지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252쪽

당연히 내가 모두와 모든 것과 완전하게 같아져버린 동이同而 의 상태에서 조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조화를 위해서는 차이, 어긋남, 비켜섬, 불일치, 요컨대 다름이 필요한 것이다. 조화만일까. 사랑도 결국은 이 차이에서 시작되는 감정이다.-255쪽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들이 우리에 의존해 있다. .... 고대 중국의 철학자 장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왜 모장과 여희를 보면 새는 달아나고 물고기는 물 밑으로 숨는가?" 새나 물고기가 갖고 있는 주관의 경험 형식으로는 당대 중국으 최고 미인인 이들을 아름답게 만들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264쪽

철학자 파이어아벤트는 <시간 죽이기>라는 자서전에서 "예술은 모두 왼손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상징적인 말이다. 훌륭한 예술가들이 모두 왼손잡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왼손이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정통, 원리, 규칙, 주류, 본질, 근거 등에 저항하는 아웃사이더를 의미한다. 예술은 이미 만들어지고 틀 지워진 것에 양떼처럼 순종하는 정신이 아니라 그것을 거부하는 저항 정신에서 태어난다고.-264쪽

삶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영화에서 마리오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본능적이고 단순하고 직접적인 의식이 섬세해지고 복잡한 성숙된 의식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 깃들어 있을 뿐이다. 물론 그 과정이 어디서인가 허무하게 멈춰설 수 있다. 우리는 그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276쪽

과정 인간은 삶이 A와 B 사이에 놓이는 과정 가운데 있다고 믿는다. 그는 과정 바깥에 있는 어떤 것들도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도중에 멈춰 서서 머뭇거리고 서성거리고 심지어 방황하는 것조차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법이 없다. 그것이야말로 삶이기 때문이다.-284쪽

표현만이 메시지인 게 아니라 '매체도 메시지다'(마셜 맥루한)

소통이란 쌍방 간에 말과 뜻, 마음과 의지가 오고가는 것이다. 거부의 뜻이 오고가는 것도 일종의 소통이며, 이것은 단순한 '거부'와는 아주 다른 것이다.-296쪽

'글은 손으로 써야한다' 손은 단순히 글쓰기를 수행하는 신체의 일부를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머리를 굴리느라 휘어져 버리기 전에 솟구쳐오르는 언어들을 다침 없이 드러내주는 글쓰기의 진정한 주체다. 손이 머리에 복종하고 만다면 글에는 반드시 어떤 억지가 끼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머리가 손에 복종하면 가슴에서 솟구치는 언어를 지킬 수 있다.-298쪽

'아들'을 지킨 뒤에 '아버지'들은 떠난다. 떠나는 '아버지'가 향하는 목적지는 '근원'이다. 그 '근원'은 단순한 조국도 고향도 아니다. '아들'을 위해 마지막 무기를 사용해 버린 '아버지'의 자리, 그것은 곧 죽음이다.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위해 죽는다.-302쪽

언어는 실재의 논리적 그림이어서 뜻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언어 게임 안에서 특정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의미를 갖게 된다. 요컨대 언어 게임에서의 쓰임새가 곧 그 언어의 의미다. 그러므로 의미는 그 게임이 이뤄지는 방식에 따라 다채롭게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어너게임이 제멋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일정한 규칙을 따르고 있으며 그 규칙은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삶의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307쪽

비유컨대 세상은 휘어진 유리 대롱 같다. 대나무 젓가락처럼 곧은 것들은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다. 호박 엿가락처럼 적당히 휘어지고 구부러지고 유들유들해야 들어설 틈이 보이는 것이다. 근원적인 폭력은 세상 안에 살아가는 특정한 인간들의 사악함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세상 자체의 구조에서 생겨난다. 말하자면 곧게 뻗은 것들에게는 휘어진 유리 대롱 그 형태 자체가 곧 폭력이라는 것이다.-320쪽

사랑은 휴대전화를 눌러대거나 기도하거나 마술을 부리는 게 아니다. 상대를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는 것이다.-329쪽

인식은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나와 상대가 함께 얽힌 종횡의 맥락들을 아는 것이다. 반성은 특히 그것을 흘러간 시간의 지평 위에 되돌려 놓고 보는 것이다. 인식과 반성이 결여될 때 우리의 사랑은 도구적 사랑, 쾌락적 사랑으로 굴러떨어질 위기에 시나브로 내몰린다.-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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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0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3쪽을 보니 장미의 이름이 생각납니다. 웃음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안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겠죠.

프레이야 2006-12-0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그래요. 장미의 이름 2권에서 유사한 내용이 나오죠. 웃음이 비틀어서 선사해주는 통렬한 쾌감이요.. 권위를 허무는 웃음이 두려웠음이구요^^

야클 2006-12-0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거 어려운 책 아닌가요? 칸트,한나 아렌트,공자... -_-+

마태우스 2006-12-0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저도 무지 재밌게 읽은 책이어요.

비로그인 2006-12-0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제가 댓글달고 다른 곳에 다녀온 사이 분량이 늘어났군요. 혹시 요술쟁이세요?

프레이야 2006-12-0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그게요, 네 칸 쓰고 나면 칸 추가를 해서 쓰다보니 그래요 ^-^

프레이야 2006-12-1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감사합니다^^
댓글저장
 

결속력

어느 집단에서든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힘은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음식, 따뜻함, 신체적 보살핌,
돈이 제공하는 물질적 에너지며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목표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정신적 에너지
다.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몰입의 즐거움》중에서 -  

오래전 읽었던 '몰입의 즐거움'에 저런 구절이 있었구나.

여기 알라디너들의 결속력도 저런 것이지 않을까 싶다.

상대방의 목표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정신적 에너지.

그 목표란 크고 작은, 여러가지의 것이 있겠지만 반드시 선을 향한 것이면 좋겠다.

다름과 차이가 있어 아름다운 이곳, 더없이 조화롭게 결속되는 하나의 세상이지 싶다.

-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 오늘아침 마음에 드는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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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2-0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좋은 말이네요. 핵심이구요.
좋은 주말입니다^^

프레이야 2006-12-0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오늘 바깥 날씨가 쾌청해 보여요. 행복한 주말 시간 보내시기 바래요^^

비로그인 2006-12-0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에 들어오면 물고기들이 이리 저리 몰려다니는 그림이 보여요.
한마리 한마리는 작지만 큰 물고기를 납작하게 만드는 더 큰 물고기처럼 보이게 하는 작은 물고기들.

프레이야 2006-12-0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님 댓글을 보니 환상적인 그림책 '무지개 물고기'가 떠올라요. 한 마리 한 마리가 모여서 아주 큰 물고기로 보이게 하는 장면이요. 멋진 비유에요^^

실비 2006-12-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상대방에게 쏟아주는 관심. 명쾌한 답이네요^^

마태우스 2006-12-0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난 곱창이 있으면 사람이 모이더군요. ^^

프레이야 2006-12-0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맞아요. 모이는 곳엔 꼭 맛있는 게 있어요. 먹고 마시는 거, 앞에 없으면
왠지 어색하고 밍밍하잖아요.^^ 근데 전,, 곱창 못 먹어요.ㅜㅜ

실비님/ 12월이네요. 즐거운 첫 주말 보내시기를...

짱꿀라 2006-12-03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속력은 저는 따뜻함이라 생각을 합니다. 인간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사람을 이해하지를 못하거든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결속력은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마태우스님 말씀도 정말 맞는 소리이고요. 음식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서로를 이해한다는 뜻이 아닐런지요.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