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痰論)

 

                                             윤성학(1971~ )

 

결린 데만 결리는 게 아니다

오른쪽 등허리 위쪽에서 어깨를 지나

뒷목으로 올라갔다가

왼쪽 허리까지

두루두루 다니지 않는 곳이 없다

그는 죽어 없어지지 않고

한번 몸 안에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다

그게 담이다

담이 들어 뻐근한 날

벽에 등을 치며 묻는다

안에 들여서는, 내보내지 못하고

견뎌야 하는것이

진정 담 하나뿐인가

그뿐인가

쿵쿵,묻는다

이 안 어딘가의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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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4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4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1-1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속삭이신 발랄한 님/ 이미지가 완전 환상이에요^^ 집에 중요하고 큰 일도 있었군요. 건승하길 바랍니다. 제맘이 다 환해지네요^^
 
Klazzbrothers & Cubapercussion - Mozart Meets Cuba
Klazzbrothers & Cubapercussion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오랜 만에 오전 시간 내내 지금까지 음악 틀어놓고 알라딘 창은 계속 열어두고 책보다 자료 좀 만들다 전화도 두 통 받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시간이면 무겁지 않게, 너무 가볍지 않게, 퓨전이 좋다.

옆지기가 사둔 음반들 중 하나.. 빨간 색 표지에 금박으로 박힌 모짜르트와 시가를 손에 든 쿠바인이 마주 보고 서 있다. 이 음반의 곡들은 우리 귀에 익은 모짜르트의 곡들이 많은데 클라츠 브라더스 & 쿠바 퍼커션을 만나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한 느낌이다. 다양한 라틴 리듬이 곡마다 결합되어 나타나고 친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리듬들을 따라 마음을 스윙하며 듣게 된다. 자연스럽게 유연하게... 강하게 때리고 흔들다 나른하게 퍼지고 경쾌하게 두드리는 리듬이 자유자재다.

마지막에서 두번째 곡만 라틴음악이 모짜르트 풍으로 편곡된 것이다. 곡명은 Hasta La Vista Mozart. 이 곡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잘 알려진 콤파이 세군도의 곡 '찬 찬'을 모짜르트 풍으로 편곡한 것이다. 그는 미국의 경제봉쇄 이후 30년간을 담배공장 노동자로, 나이가 들어선 이발사로 전전하면서 살아야했던 쿠바음악의 거장이라고 한다. 클라츠 브라더스가 이 곡을 편곡하면서 K2006 이라고 붙였다고도 한다. 모짜르트가 살아서 이 노래를 듣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이들 5인조는 1998년 클래식과 재즈의 결합을 시도했는데 최근에는 베토벤과 슈만의 작품을 깊이 연구했고 <헨델 & 재즈>라는 프로그램도 고안해 젊은 청중들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속지에는 쿠바 음악 스타일에 대한 여러가지 용어 해설도 해두었다. 아프로, 볼레로, 봄바, 칼립소, 차차, 단존, 규아지라, 라틴재즈, 플래나, 셔플, 손. 난 두번째 곡, 잘즈부르크 셔플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마술피리에 나오는 여러 곡들을 접속곡처럼 부드러운 향으로 이어진다. 포푸리같이. 포푸리는 음악에서 접속곡이라는 뜻이란 걸 알았다. 셔플은 아프로-아메리카의 춤 장르로, 발을 바닥에 끄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터키행진곡은 '쿠바행진곡'이란 예명으로 재즈풍에 훨씬 활기차고 경쾌한 리듬을 달았다. 페루의 전통악기인 카혼을 이용한 다양한 소리를 담고 있는 '돈 카혼(Don Cajon)' 은 끈적끈적한 열대야를 연상시키며 먼 이국의 정취를 아스라히 느끼게 한다. 아프로 리듬과 볼레로를 이용해 편곡한 피아노협주곡 21번, 일명 엘비라 마디간의 선율은 가슴속의 현을 잡아끌듯 울려댄다. 중간에 퍼지는 휘파람소리가 귓전에서 들리는 것 마냥 유혹적이다. 마치 부드러운 바람이 간질이듯 내는 속삭임 같다. 

속지를 읽다가 모짜르트가 사촌에게 보낸 편지가 눈길을 잡아끈다. 모짜르트는 여행을 무척 좋아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쿠바를 간 적이 있다는 건 몰랐다.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어디서 비롯되었을지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나의 매우 사랑하는 사촌동생 베슬레에게..

당신이 한번도 쿠바에 온 적이 없다는 것이 정말 슬프군요. 여기 사람들은 매우 자유분방하다오. 이곳 영사관에서는 나를 환대하여 내가 지금까지 세상에서 보지 못한 화려한 곳에서 묵게 해 주었다오. 아름다운 흑색 피부빛의 여인들이 매일 아침 나에게 옷을 입혀준다오. 여기의 뜨거운 공기 속에는 어딜 가나 음악이 흘러나오고 이 음악은 사람들을 춤추게 하오. 맘보 라피드. 정말로 이곳은 나에게 깊은 음악적 영감을 준다오.

나의 매우 사랑하는 사촌동생이여, 내가 한동안 아우그스부르그에 가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하는 바요. 사랑스러운 나의 베슬레, 나의 이 여행을 비밀로 해주고 당신의 아버지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오. 베슬레, 잘 지내시오. 그리고 당신에 대한 나의 우정은 영원할 것이오.

당신의 영원한 사촌 그리고 친구

폴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1777년에서 1781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추측하는 이 편지는 오스트리아-쿠바 문화진흥위원회가 오랜 조사 끝에 발견했다고 한다. 모짜르트는 자신의 사촌과 에로틱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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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와서 더 끈끈하게 느껴지는 리뷰 잘 봤어요.
아스타 라 비스타는 대학시절 친구가 제게 뭐라고 하면서 했던 말인데 그 말이 뭔지,뜻은 뭔지 다 잊었네요. 어감만 기억하고 있을뿐...

프레이야 2006-11-13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저도 몰라서 찾아보았어요. Hasta La Vista는 안녕!(So long!) 이란 뜻이랍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대사라고 당시 유행했다고 하네요^^

비로그인 2006-11-1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터미네이터라면 아놀드슈워츠제네거가 했단이야긴가요? 이런 말 좀 뭣하지만 운동만 했을것같은 얼굴로 그런 말을...

kleinsusun 2006-11-20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모짜르트는 230년 전에 쿠바에 갔었군요. 지금도 가기 힘든 쿠바를!
편지도 참...낭만적이네요. 쟈켓 디자인도 정열적이구요.^^

2006-11-20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1-2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그러게요. 모짜르트가 여행을 무척 즐겼다고 들었지만 당시 유럽에서 쿠바까지.. 멋져보여요. 힘이 되었다니 제가 더 기쁘네요^^

. 2006-11-27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갈수록 리뷰 분야가 다양화되네요^^ 멋지십니다^^

프레이야 2007-06-27 22:25   좋아요 0 | URL
앗, 노피솔님, 오늘에야 이 댓글을 봤네요. 이상하다
왜 댓글브리핑에 안 떴지? 죄송해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풀꽃선생 2007-06-2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아가요. 마니마니..

프레이야 2007-06-27 22:26   좋아요 0 | URL
넵! 쿠바리듬 경쾌하고 좋아요.
 



11월 첫날부터 이레간 열렸던  라이카클럽 사진전에서 디카로 찍은 순간들.

아빠의 사진 앞에서 희령이~



옆지기의 전시작.

작년 부산 영선동 허름한 골목에서 포착한 어느 소녀의 모습이다.

옆지기는 인물사진을 찍을 때면 다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야무지게 자신의 꿈을 말하더라며 유독 아끼던 사진이다.

원래 옆지기가 붙인 제목은  Waiting for Giselle 이지만

보는 이의 상상력을 한계 짓는다 하여 모두 제목은 붙이지 않았다.


희령이의 장난스런 포즈.

그전 날  왼발을 삐긋해서 발목이 무척 아팠을 텐데

엄마한테 야단 맞을까봐 참느라 고생한 희령이.

다음날부터 일주일간 물리치료 받았다.

오늘부터 다시 피겨스케이팅 할 거라며,

신나게 통통거리며 학교에 갔다.

희령이가 꾸고 있는 꿈은?

 



이번 전시회의 테마는

내가 사랑한 사랑, 내가 사랑한 세상.

곽재구 시인의 친필이다.

전시장에서 준 에스프레소 커피 향에 취했다.



바람이 무척 불던 날이었다.

인사동을 빠져나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직행.

추사전을 먼저 보고 다른 건 다 보지 못해 아쉬웠다.

큰딸은 어찌나 사진기를 거부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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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11-1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멋지군요..나중엔 좀더 크게 올려주셔요..님 자세히 감상해보게요..단란한 한때였군요..옆지기님과 참 잘 어울리세요..그죠..아이들은 지가 다치면 부모가 화를 낸다고 생각해요.자신을 야단치는거라고...그냥 걱정하는건데요..ㅎㅎㅎ

마노아 2006-11-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나들이였습니다. 사진을 못 보아서 아쉬웠는데 이렇게나마 감상하네요. 상상력을 제한할까 봐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니 배려 역시 섬세해요. 아이가 엄마를 많이 닮은 듯해요. 눈매가요^^

프레이야 2006-11-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감사해요. 희령이가 하도 여러번 그랬거든요.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요. 체중이 많이 나가서 그런 것 같아 좀 조심시켜려고 하는데 식욕을 자제할 수 있으려면 조금 더 나이가 들어야할까 봐요.

마노아님, 그 사진을 보고 어떤 분은 로리타를 연상했다고 하더군요. 남자가 본능적으로 품는 이중적 욕구, 혹은 여자가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관능일까요?
네 희령인 저를 조금 더 닮은 것 같아요. 큰애는 아빠랑 많이 닮았거든요.
오늘 하루 화창하게 시작하셨나요?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아영엄마 2006-11-1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님의 모습도 사진으로 담으셨네요. 사진으로나마 다시 뵈니 반갑습니다~ ^^

2006-11-13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3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1-1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고운님, 네 그럴게요. 다음에 불쑥, 떼 무지하게 쓸게요^^

2006-11-13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6-11-1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너무 멋지세요,

프레이야 2006-11-1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정말 그러게요? 다음엔 꼭 해요~~
울보님,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씩씩하니 2006-11-1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령님 이쁜 모습 다시 보니...참으로 반가워요....
날씬한 아주매들은 제가 별루 좋아하질 않지만,,님만 예외에요~~히..
옆지기님 사진..너무 멋져요...제목도,,,,얼마나 휴머니즘이 느껴지는지...
아빠 꼭 닮은 희령이도 참 귀여운걸요,,전 희령이 사진 이렇게 자세히는 첨봐요..
이쁜 희령이..님...다 반가운 저녁입니다...

2006-11-14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추는인생. 2006-11-17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 오랜만에 와서 그간에 보지 못했던 님 페이퍼 열심히 읽고 있어요 .^^
저위의 사진 보는데 제가슴이울컥하네요.. 어릴적 토슈즈 신은 제모습도 생각나구요.,^^ 저는 제가 가진 꿈이 꿈에 지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절대 그렇지 않았으면 더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고 늘 바래요,..
파란색 벨벳자켓님께 아주 잘 어울리셔요. 옆에 슬쩍 보이시는 옆지기분도 인상이 너무 좋으셔요..^^
앗! 그리고 곽재구시인은 또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 분인데요 님....
저 이제 좀 한가해졌답니다.... 보고싶었어요 혜경님..*^^*



프레이야 2006-11-1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추는 인생님/ 발레를 하고 있는 님을 그려봅니다. 얼마나 곱고, 안타까워 보였을까요. 너무 아름다운 걸 보면 안타까워져요. 저걸 저걸 어쩌나 싶어서요. 울컥해지죠. 사진 속의 아이는 가난한 동네에 살아요. 뒤꿈치를 자른 젤리슈에 발을 넣고 비닐끈으로 묶어 토슈즈를 만들고 있더래요. 하지만 꿈을 밝히는 아이의 음성이 아주 밝고 당당했다고 해요. 님 저도 보고 싶었어요. ^^
 
 전출처 : 바람구두 > 구광본 - 오래 흔들렸으므로



오래 흔들렸으므로

구광본


오래 흔들렸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오래 서러웠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알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새
얼키고 설킨 뿌리를 몰라도
오래 목말랐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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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水巖 > 문정희 - 초겨울 저녁

         초겨울 저녁
                                 - 문    희 -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버리고  정갈해진  노인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앉아
          바람이  불어도
          좀체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성한  꽃들과  이파리들에  휩쓸려    계절
          온통  머리  풀고  울었던  옛날의  일들
          까마득한  추억으로  나이테  속에  감추고
          흰눈이  내리거나
          새가  앉거나  이제는
          그대로    폭의  그림이  되어
            대지의  노래를  조금씩
          가지에다  휘감는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 (미학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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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1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편안함을 주는 시입니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프레이야 2006-11-10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산타님, 늙은나무를 사랑하게 됨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모습을, 세월을 사랑하게 됨을 말하는 것 같아요. 오늘도 편안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