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아침편지]험담


 



한 신부님이 젊은 여인 집에 자주 드나들자,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좋지 않는 소문을 퍼뜨리며 신부를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여인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제서야 마을 사람들은 신부가 암에 걸린 젊은 여인을

기도로 위로하고 돌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가장 혹독하게 비난했던 두 여자가

어느 날 신부를 찾아와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러자, 신부는 그들에게 닭털을 한 봉지씩 나눠주며

들판에 가서 그것을 바람에 날리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닭털을 날리고 돌아온 여인들에게

신부는 다시 그 닭털을 주워 오라고 하였습니다.





여인들은 바람에 날려가 버린 닭털을

무슨 수로 줍겠느냐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그러자,

신부는 여인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나에게 용서를 구하니 용서 해주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담지 못합니다.

험담을 하는 것은

살인보다도 위험한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인은 한 사람만 상하게 하지만

험담은 한꺼번에 세사람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첫째는 험담을 하는 자신이요,

둘째는 그것을 반대하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들이며

셋째는 그 험담의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입니다.



 


남의 험담을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부족함만 드러내고 마는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호인 2006-09-0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심장하고 마음속에 와 닿는 말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절대로 님을 험담하지 않을랍니다. ㅋㅋㅋ
그리고 다른사람들도요.
님의 이런 글이 있어 마음의 수양을 쌓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추천 꾸우우욱 하고 퍼갈랍니다.

프레이야 2006-09-0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아무 생각없이 남 이야기 할 때가 있는데 뜨끔해지는 글이에요. 진심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습관으로 바꿔야겠지요. 전호인님 제 험담 하지 말라고 이 페이퍼 옮겨놓은 줄 우째 아시고요 ㅎㅎㅎ

건우와 연우 2006-09-0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뜨끔한 글이네요....

2006-09-01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09-0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배혜경님 서재 처음 와 보았는데, 좀 더 구경할게요. ^^

겨울 2006-09-0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개의 험담은 여러명과의 수다 중에 나와요.
대화에 휩쓸려 돌아서 후회할 말을 쏟아놓고는 며칠을 전전긍긍.^^
아무리 이치에 맞는 말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경계를 해야겠죠?

푸하 2006-09-0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듣지 않는 나 혼자 내뱉는 험담도, 나를 향한 험담도 줄여야 겠네요.

내이름은김삼순 2006-09-0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많이 찔리는 글이예요,
여중,여고를 나와서 그런걸까요? 여자들은 수다 속에서 거의 절반이 남 이야기예요,
같은 반 친구 누구누구가 맘에 안 들면 흉보고,,선생님들 욕하고,,
저도 뉘우치고 갑니다, 사람들이 칭찬엔 인색하면서 남 험담을 보는 것은 너무 서스름 없이 즐기는 듯 해요,,자기 헛점은 보지 못하고선,,자기가 내뱉은 말이나 행동들이 언젠가 자신에게 되돌아 올텐데요,,

해리포터7 2006-09-0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시 가슴에 새겨야 할말이어요.배혜경님..이글 잘 퍼갈께요^^감사해요!

Mephistopheles 2006-09-0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콕콕 찔려라~~ ^^

실비 2006-09-0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말도 생각하고 해야하고 말조심 해야되요..
남 험담은 자기에게 온다는것을..

비자림 2006-09-0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예전에 저도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바람에 날려간 닭털같은 말들. 주워 담을 수 없고 사방에 흩어지는 무서운 험담..
참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었어요. ^^


진/우맘 2006-09-0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배부른 글, 감사....오늘 하루만은, 아무도 흉보지 말고 살기로 결심.^^

달콤한책 2006-09-0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털 비유...정확하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똥꼬로 나팔 부는 호랑이 - 상상력 편, 우와! 이렇게 재미있는 우리나라 우화
하늘매발톱 글, 민재희 그림 / 민서각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하늘매발톱이란 모임은 네명의 작가가 글을 쓰고 일곱명의 초등교사가 감수를 하여 책을 낸다. 책날개에 적혀있는 글로 보면, 초등 선생님들의 열띤 토론과 충고를 통해 책이 더욱 참신한 모습으로 태어난다고 하는 점이 하늘매발톱의 자랑거리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우화형식의 우리 옛이야기 열여섯 편을 고르고 내용에 적합한 삽화를 콜라주 형태로 넣어 더욱 독창적으로 보이게 한 점을 가장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3학년 아이들은 처음 본 옛이야기도 있지만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한다. 우화라고 하지만 완전한 우화 형식에서 벗어난 이야기도 있다. 각각의 이야기 뒤에는 이야기가 전하는 교훈을 적어두었는데 이 교훈이란 게 아이들에게 고정적인 생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읽으며 다른 교훈을 말해보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다른 목소리가 들릴 수 있고 그 목소리를 되도록 많이 수용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교훈을 너무 강조하다면 아이들의 사고가 경직될 수 있으므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재치와 용기, 효도와 희생 같은 미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만 하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아이들에게 이솝우화나 라퐁텐 우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였다. 우리나라의 우화는 서양의 우화처럼 작가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의 이름이 나와 있지 않고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첨삭되면서 비슷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도 일러주면 좋겠다.

이 책은 지혜편과 상상력편으로 나뉘는데 여기 리뷰는 상상력편이다. 상상력이란 여기서, 여러 동물들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상상력이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아이들도 그런 유형의 상상력으로 우화를 지어 보았다. 의외로 재미있는 발상이 나오는 아이가 있어 즐거웠다. 우리 옛이야기에 가장 많이 나오는 동물이라면 호랑이다. 토끼와 호랑이로 대변되는 힘없는 백성과 벼슬아치들 간의 대립과 갈등이 이런 유쾌한 이야기로 해소되며 작은 희망으로 승화되는 쾌감을 얻을 수 있다. 힘세고 용감한 호랑이가 왜 약한 토끼한테 속아넘어가고 당하는지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야기가 여러 편 들어있는 이런 책은 아이들이 이야기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하루에 몇편씩 나누어 읽든지, 한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등장인물의 관계와 사건을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며 이야기를 읽으면 즐거움이 더할 것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6-09-0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그림이 재밌어서 아이들이 좋아하겠어요.

꽃임이네 2006-09-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재미있네요 ,,저 또 질러야겠네요 .꽃돌이가 좋아할껏 같아요님 .

프레이야 2006-09-01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똥꼬로 나팔부는 호랑이 흉내내기를 해보고 웃고 난리났죠^^
꽃임이네님/ 꽃돌이는 혼자 읽기엔 어려울 수 있으니 꽃임이네님이 함께 읽으며 이야기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대화체가 재미있게 나와있으니까 구연하듯이 읽어주면 재미날거에요^^
 
[디지털 디스크] 신화 8집 - State Of The Art : Digital Disc - Digital Disc
신화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삼순님이 속삭였다. 우리 딸이 신화를 좋아한다는 말이 생각난다고..이거 서평단으로 뽑혀 한 번 들어본 것인데 아이한테 주고 싶다고..  사실 나도 신청을 했는데 뽑히지 못해서 좀 서운했는데 말이다. 착하고 상냥한 삼순님(실명은 더 예쁘다)의 선물 제의에 난 바로 답했다. 누군가 그러시더라. 이게 알라딘의 미덕이라고^^

어제 소포로 선물이 왔다. 아이는 오렌지색 목걸이줄은 동생한테 주고 이어폰을 꽂아 듣기 시작한다. 신화 8집 CD는 있지만 디지털 디스크라는 새로운 이름의 이 제품, 분명 매력있다. 엠피쓰리보다 작은 크기에 가볍고 작동하기도 쉽다. 좋아하는 곡만 담아 들을 수 없다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어느 가수의 노래를 거의 모두 좋아한다면 한 음반에 들어있는 곡 모두를 듣기에 좋을 것 같다. 보통 씨디는 차를 타고 가거나 집에서 들어야하지만 이 제품은 다니면서도 바로 들을 수 있다. 아직 가격은 높지만 대중화되면 가격도 내려가겠지.

삼순님, 너무나 고마워요. 잊지 않고 있다가 마음 써주셔서요.. 예쁜 엽서에 아기자기하게 써내려간 글귀들은 더 따뜻하게 느껴져요. 얼굴도 마음도 참한 아가씨 삼순님~ 복 받을 거에요^^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호인 2006-09-0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도 여그 뽑혀서리 아이들이 자알 듣고 있는 데...... 다들 베푸는 인정이 장난이 아닙니다. 보기 조~~~옷 습니다.

꽃임이네 2006-09-0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님 ~~~~아이들이 좋아하는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

프레이야 2006-09-0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참 고마운 마음이에요 ^^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신화 노래를 이걸로 들어보았어요. Once in a lifetime 좋던데요~~

치유 2006-09-02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아이가 신나하면서 정말 좋았겠어요..*^^*
복받을 거예요..삼순님..(~.^)

프레이야 2006-09-05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도 복받을 사람 명단에 들어가있을 걸요^^

내이름은김삼순 2006-09-30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제 이름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 민망하옵니다,^^;;그동안 쑥스러 이곳에 댓글도 못 달았다죠, 받아주신 님의 마음도 너무 감사해요, 정말 성의없는 포장이었는데;; 지금도 잘 듣고 계시죠?^^

내이름은김삼순 2006-09-30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0398

일등하고 나가요^^


프레이야 2006-09-30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순님, 지금도 잘 듣고 있어요. 삼순님 마음이 담긴 포장인데 성의없다니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얼마나 기뻤다구요. 희원이도 무지 좋아하구요.. 이 사랑을 꼭 갚을 날이... 올 거에요. ㅎㅎ 불끈! ^^
 
 전출처 : 해콩 > 몽둥이를 놓자 폭력이 보였다.

몽둥이를 놓자 폭력이 보였다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로 징계를 앞둔 상동고 이용석 교사의 심경 고백…폭력을 휘두르는 교사가 된 자신을 돌아보며 전체주의에 반대하기로 결심

▣ 이용석 부천 상동고 교사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아침이다. 교문지도를 해야 하니까 서둘러야겠다. 아 참! 오늘은 학교 전체 운동장 조회가 있는 날이잖아.

아침 7시에 학교에 도착했다. 오늘의 수업 자료가 들어 있는 가방을 책상에 내려놓고 교문으로 나간다. 난 학생생활지도 담당 교사이다. 내 손에는 이미 나에게 잘 길들여진 단단한 몽둥이가 들려져 있다. 교문에서 학교 건물로 이어지는 진입로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제대로 봐야 한다.


△ 지난 7월 징계위에 불참한 이용석 교사는 고민 끝에 출석하기로 결심했다. 8월4일 출석에 앞서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연설하고 있는 이 교사의 모습.

등교하는 아이들의 머리 모양, 교복 상태, 운동화 종류, 왼쪽 가슴에 부착돼 있어야 하는 이름표, 남학생의 넥타이와 여학생의 리본 착용 여부 등 이 모든 걸 한눈에 보고 지나가는 아이들 개개인을 모두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교하는 아이들이 왼쪽으로 일렬을 지으며 들어온다. “너, 머리!” “너, 운동화!” “너, 야! 너 말이야! 왜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가! 엉?” 색출된 아이들은 진입로 오른쪽에 손 들고 서 있게 한다.

가장 싫어하는 인간과 닮아버린…

아침 7시50분. 등교 시간이 끝났다. 이제부터는 모두 지각생이다. 지각생들은 진입로 오른쪽에 일렬로 ‘엎드려뻗쳐’를 시킨다. “인문계 고등학생들이 제정신이냐?” “넌 또 지각이야?” 지각생들은 엉덩이를 맞는다. 잘 부러지지 않게 다듬어놓은 몽둥이로 초범과 재범 등을 가려내어 엉덩이를 때린다. 어쩔 수 없다. 이건 벌이니까. 지각했으니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을 바로잡는 것이 결국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아직 아이들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이건 교사의 역할이자 의무이다.

아침 9시. 학교 전체 운동장 조회가 시작된다. 국기에 대하여 경례! 저 뒤에서 시시덕거리는 아이들이 눈에 보인다. 아이들 사이를 가로질러 가서 정강이를 냅다 걷어찬다. “지금 국기에 대한 경례 하는 거 몰라?”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중이다. 아이들의 줄이 흐트러지고 여기저기서 잡담이다. 아이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정강이 차기, 뒤통수 치기, 꿀밤 주기 등 온갖 잡기를 동원해서 ‘질서’를 잡는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반장, 시작하자” “차렷! 선생님께 대하여 경례!”….

교사 1년차 때 나의 모습이다. 덕분에 나는 1년 내내 1교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울 수밖에 없었다.


△ 지금의 학교는 ‘이 사회’를 ‘그대로’ 가르치는 곳이다. 국기 경례에 대한 다른 의견도 다양성으로 포용하지 못한다.

군대 시절에 많이 맞았다. 군기를 잡기 위해, 부대가 원활히 움직이게 하기 위해, 상명하복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많이 맞았다. 그때 난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느꼈다. 인간으로서 존중이 아니라 오로지 계급에 의해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그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을 보고 치를 떨었다. 난 결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이미 나에게는 그 폭력이 내면화돼 있었다. 당연히, 혹은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각인시키면서 아이들에게 똑같은 폭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교사가 된 뒤 1년을 보내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의 모습을 내가 닮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내 손에서 몽둥이를 놓은 것은 그로부터 1년 뒤, 상당한 시간이 더 흐른 뒤였다. 손에서 몽둥이를 놓은 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손에서 몽둥이를 놓은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에게 하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몽둥이를 들지 않은 손과 입과 마음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들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나에게 말이다.

‘하지 않는 것’으로 출발하다

여학생들에게 여자다움을, 남학생들에게 남자다움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남녀의 성역할을 고정시킴으로써 성적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있는 교무실에서, 꾸중을 듣고 있는 아이의 자존심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못을 해서 교무실에 불려와 교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야기를 듣는 아이의 수치심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프다는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되돌아가는 모습에서 신뢰가 무너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똑같은 머리 모양과 똑같은 복장에서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 전체주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장 선생님께 대하여 경례!’라고 힘있게 말하는 마이크 소리에서 군대식 복종 문화가 자리잡은 학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만들지도 않은 학생 두발 규정에 의해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아이들의 인권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라는 구호에 모두가 국기만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무조건적 충성을 요구하는 국가주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학교는 ‘이 사회’를 ‘그대로’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진 자, 남성, 성인, 이성애자, 비장애인 중심의 획일화된 가치관과 그것이 반영된 제도가 ‘상식이고 정상’이라고 말하는, 단지 차이일 뿐인 것을 차별하는 이 사회를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소외된 약자(없는 자, 여성, 청소년, 성적 소수자, 장애인)의 권리는 사회 전체를 위해 희생될 수 있다는,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미덕’이고 ‘우선’이라고 말하는 이 사회를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그렇기에 말로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사실은 ‘획일화된 상식’이 교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몽둥이만 들지 않았을 뿐, 획일화된 상식의 폭력이 이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던가. 아마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장의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지금의 학교 구조 속에서 일개 교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몇 명의 학생이 남았는지가 교사의 학생지도 능력으로 이해되는 입시지옥 학교 현실에서 일개 교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들에게 인권은 사치가 되어버린 학교의 몰인권적 문화 속에서 일개 교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에 대한 좌절과 무기력함이 부끄러운 시간들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으로 아이들과 함께할 것인가?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주입시키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나는 삶으로 아이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의 삶에서 차이를 차별하지 않고, 나의 삶이 획일적 상식이 아니라 다양성 그 자체를 인정하고, 나의 말과 행동이 어떤 대상에게도 폭력적이지 않도록 하는 것에서 말이다.

획일화된 상식을 거부한다

그래서 나는 하나만을 강요하는 모든 경향성을 반대한다. 그 경향성은 ‘전체주의’로 귀결될 것이다. 전체주의는 결국 모두에게 개인의 삶을 부정하는 억압과 폭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경향성은 ‘인간’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획일화된 문화와 규범에 반대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개인과 존재의 다양성을 말살하기 때문이다. 학교장의 지시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학교 구조에 반대한다. 그것은 일방적 복종만을 통해 이 사회를 그대로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힘들 것 없는 동작과 몇 마디밖에 안 되는 문장이 무조건적 충성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 이 교사의 행동은 수구보수 세력의 ‘전교조 죽이기’에 이용되고 있다. 8월4일 집회에 나온 민주노총 조합원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권리와 정당성은 과연 누구에게서 부여받은 것인가? 지금 이 획일화된 사회에서 내가 ‘인간’으로 존중받기 위해 나는 내 삶에서 작은 것이라도 ‘획일화된 상식’을 거부하고 싶다. 국기 경례(맹세)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학부모들은 나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에 민원을 접수시켰고,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나를 교단에서 영구 퇴출할 것을 경기도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나를 ‘편향된 가치관 교육’의 문제 교사로 낙인찍었다. 그리하여 나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중징계 의결 예정을 통보받았다. ‘획일화된 상식’의 벽이 아직 매우 높다는 것에 마음이 우울하다.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황이 나 자신에 대한 시험장이 될 것 같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차라리 헌법을 징계하라”

이 교사 사건은 수구 세력의 ‘전교조 죽이기’와 연결돼

▣ 수원=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이용석 교사의 징계위원회가 열린 8월4일 오후, 수원은 섭씨 35도까지 올랐다. 경기도교육청 앞에서는 40여 명의 동료 교사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땡볕 속에서 장시간 집회를 벌였다. 이 교사는 고민 끝에 징계위 출석을 결심하고 나왔다. 그는 “위원회에 들어가 징계의 부당성을 말하겠다”며 집회 군중을 뒤로하고 건물로 들어갔다. 징계위는 오후 2시께 시작됐다.

국기 경례를 하지 않고 ‘편향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위 회부까지 이어진 이용석 교사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수구보수 세력의 일련의 ‘전교조 죽이기’ 속에서 돌출된 사건이라는 점이다. 도교육청의 ‘장학지도’로 해결되던 사안이 <조선일보>에 의해 대서특필돼 사회 문제화되고, 급기야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가 개입하기 시작한 점이 이를 보여준다. <조선일보> 등 수구보수 세력들은 전교조 부산지부의 통일교재 사건 등과 함께 이 교사를 지목하며 사상 공세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사 사건은 근본적으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 개인에게 과연 불이익을 줄 수 있느냐는 논쟁적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교사의 행위가 공무원의 품위 유지와 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평화인권연대 등 39개 단체가 모인 인권단체연석회의는 8월3일 성명을 내어 경기도교육청의 징계 시도를 “우리 사회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검열하고 교사가 소신 있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징계위는 5시께 끝났다. 온도는 2도밖에 내려가지 않았다. 이 교사는 “가치관에 관한 문제는 징계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답변을 했다”며 “이 때문에 징계하려면 차라리 헌법을 징계하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해 이 교사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자림 2006-08-3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당^^

소나무집 2006-08-3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많습니다.
 
 전출처 : 소나무집 > [퍼온글] (펌)설득형 엄마 밑에 '논술왕' 명령형 엄마밑에 '논술꽝"

중앙일보 이원진] "우리 반 애들은 전부 휴대전화 있는데…."

"너 또 휴대전화 타령이니."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 A씨. 이틀 걸러 한번 씩 아이가 꺼내는 말에 슬슬 짜증이 난다. 하지만 화는 참자. 자녀를 '논술왕'으로 키울 생각이라면 무조건 혼내기보다 '작전 타임' 시간을 갖고 아이를 설득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현명하다. 부모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아이의 논술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논술 비중 강화를 골자로 한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이 발표된 뒤 학부모들 사이에서 '논술'이 1순위 관심사로 떠올랐다. 초등학교 평가방식도 이에 발맞춰 서술.논술형으로 바뀌는 추세다. 조급한 마음에 학원을 기웃거리지만 정작 해답은 가까운 데 있다.

"논술 우등생은 가족이 만든다."

학교 안팎에서 논술지도를 맡아온 한 교사가 10여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을 펴냈다. '선생님도 엄마도 쉽게 가르치는 초등 논술(㈜ 노벨과 개미)'의 저자인 서울 금성초등학교 소진권(50.사진) 교사가 그 주인공.

소 교사는 "논술학습은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네 살 때쯤 시작되며 논술 최초의 학습장은 가정"이라고 주장한다.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아이들은 벌써 논리적으로 사고하게 되는데 이 때 부모가 즐거운 말상대이자 친절한 도우미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논술왕 부모'가 되기 위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항목들을 소 교사로부터 들어봤다.

◆ 나쁜 대화 습관부터 고쳐라=평소 결벽증이 있는 부모들은 노파심에서 "안 돼"를 자주 외친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하면 안 돼요?"라는 부정적 화법을 쓰게 된다. 또 부모가 타박을 많이 하면 '~ 같아요'라는 자신감 없는 표현을 쓰며 상황을 모면하려 든다. 부모의 말습관이 아이의 사고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소 교사는 "하나를 말해도 주장과 근거를 갖춰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찡그리거나 무조건 다그치는 것은 금물이다. 무조건 허용하거나 무조건 만류하는 것은 모두 비논리적인 말투다. 위의 학부모 A씨의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아이의 말습관을 따져본다. 아이는 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실을 과장했다. 또 자신감 없이 말끝을 흐렸다. 논리적인 부모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있는 거 맞니? 그렇지는 않겠지? 그래, 그럼 친구들이 휴대전화를 '많이' 쓰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자기 삶에서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부모가 진지한 태도를 보이게 되면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를 즐거워하게 된다.

◆ 일주일에 두 번은 대화해라=자녀와 약속한 시간에 정기적으로 만나는 게 중요하다. 평일과 주말 등 비교적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골라 식사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튼다. 처음부터 논술을 염두에 두지 말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문제들로 시작해 자녀와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같이 찾아내 보는 것. 패스트푸드, 컴퓨터 게임, 휴대전화 사용, 귀 뚫기, 학원 다니기 등이 아이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이므로 좋은 소재다. 방법은 간단하다. 부모와 의견이 갈리는 문제라면 먼저 입장을 바꾸어 대화를 나눈 후 다시 본래 자기의 입장으로 돌아와 두 번에 걸쳐 토론한다. 이런 토론이 익숙해지면 하루는 신문을 보고, 다른 하루는 뉴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하루에 5개 주제를 스크랩한 뒤 그중 가장 관심 있는 주제를 택해 글을 쓴 다음 토론을 시작한다.

◆ 사고의 5단계 계단을 밟아라=독후감이나 일기와 달리 논술이나 구술은 독자나 청취자를 설정하고 그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

횡설수설하는 아이들은 생각은 많지만 자기 글이나 말에 취해 논리정연하게 정리할 줄을 모른다. 반면 어떤 질문에 단답형으로 짧게 끝내는 아이는 적절한 논리적 구성을 끌어내는 것을 어려워한다.

논술은 원고지 5장 이상의 비교적 긴 글을 써야 하는데 사고의 깊이가 깊지 않은 아이들은 '서론-본론-결론'이란 형식적 구성만으로 글을 쓰기 어렵다. 이런 경우 의문을 통해 다음 단계를 구상하도록 이끄는 논리적 5단계 구성이 좋다. ▶상황을 제시하고 ▶그 문제의 원인을 밝힌 다음 ▶그에 따른 문제점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그 대안의 근거를 밝히는 순이다. 논리적인 각 단계를 연습할 수 있도록 자꾸 질문을 던지는게 중요하다.

◆ 콘텐트는 미디어에서 찾아라=단락 구성 연습이 잘 되면 뉴스 등 매체를 통해 이야기를 찾는 'MIE(Media in Education)'에 도전해보자. 일상문제 해결에서 나아가 사회화되는 과정이다. 1~3학년은 미담기사, 비판적 능력이 생긴 4학년 이후에는 고발성 비판기사를 다루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국제면을 스크랩하면서 세계지도에 해당 나라에 스티커를 붙여가다 보면 아이들은 스스로 미국.일본.중국 아닌 다른 문명권을 찾아 탐구하고자 한다. 3개월 꾸준히 하면 무려 100개 정도의 나라와 수도를 외울 수도 있게 된다. 특정 나라 편식현상을 없애 다양한 문명권을 접하다 보면 글로벌 교육이 따로 없다. 아이들이 눈 뜨자마자 "오늘 신문 왔어요?"라고 외치면 반은 성공이다.

이원진 기자 jealivre@joongang.co.kr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6-08-3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8-31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전 직업이지만 제 아이들과는 그리 많은 시간을 별도로 갖지 못하고 있어요. 그저 팀수업 중에 하는 정도로.. 대신, 말하기 좋아하는 작은 딸이랑 함께 어딜 가는 길에 시간을 이용해요. 자기 생각을 근거를 들어 펼 수 있게 유도질문을 차례로 던져주는 것이죠. 큰딸 어릴 땐 동화책 읽고 나면, 아이가 못 느끼게 질문을 던졌어요. 엄마한테 이야기 들려달라는 식으로, 등장인물 중 누가 제일 마음에 드는지, 왜 그런지, 등등... 엄마가 수다쟁이가 되는게 아니라 질문쟁이가 되어주는게 좋을것 같으네요^^ 질문이 구체적이고 단계적이면 좋겠지요..

2006-08-31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8-3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아이의 대답이 길든 짧든, 내용이 그럴듯하든, 그렇지 않든, 다 수용해주어야합니다. 그리고 질문의 범위를 좁혀서 해주어야하구요. 엄마의 생각을 먼저 말하고 넌 어떻게 생각해?, 라고 던져보시는 것도... 아이가 몇살인가요?

2006-08-31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