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기인 > '들이대다'라는 말의 성적인 폭력성

애인과 오늘 이야기하다가 '들이대다'라는 말을 내가 썼다. 최근에 유행하는 어휘이고 중국 여행중에 들었던 어휘라서 쓰게 된 것 같다. 애인이 이 '들이대다'라는 말이 성적인 뉘앙스가 있다고 그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사실 나는 그런 뉘앙스를 잘 아는 편인데 (시 전공자의 필수적 덕목이 아닌가!) 이 경우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애인의 말을 듣고 집에 와서 사전을 찾아보았는데, '들이대다'라는 말은 동음이의어가 있어서 성적 뉘앙스 또한 풍기게 된다. 애인 말로는 이 때문에 더 이 어휘가 유행한다고 했는데, 정말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 어휘를 쓰지 않기로 했다.

 

 

 

 

(* '들이대'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은 김흥국 때문이라는데, 위 책의 제목도 으~아 들이대! 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_-; 웃찾사에 '들이대'라는 코너도 있었다가 사라졌다. 원래 유머란 성적인 것을 우회해야 웃기는 법이기는 하다)

들이대다 1 -> 〕「동」【…에/에게】 마구 대들다. ¶나는 그 사람에게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들이대었다./그녀는 이웃집 여자에게 마구 욕을 하며 들이댔다. §

들이대다 2 -> 〕「동」&「1」【…에/에게 …을】 「1」바싹 가져다 대다. ¶코앞에 총을 들이대다/어머니께서는 편지를 불빛에 들이대고 읽으셨다./나는 그에게 증거물을 들이대며 따졌다./종대는 소녀의 귀에 입을 바싹 들이대고 속삭였다.≪최인호, 지구인≫§「2」물을 끌어대다. ¶보를 막아 논에 물을 들이대다. §「3」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어 주다. ¶동생에게 장사 밑천을 들이댔으나 얼마 안 가서 망했다. §「4」어떤 곳에 급히 가서 닿다. ¶환자가 위험하니 구급차를 빨리 현장에 들이대라. §&「2」「1」『북』총 따위를 마구 쏘다. 「2」『북』어떤 일을 힘차게 추진하다.

(이상 사전은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사전에서 인용)

즉 원래는 첫째 의미의 단어로 유행어가 된 것인데, 그 어휘에서 줄 째 의미 즉, '바싹 가져다 대다'라는 의미가 있어서 성적인 의미가 발생하게 되는 것.

으음. 역시 울 애인은 똑똑하다고나 할까. 영문학도이면서 외교관이니 역시 말의 '뉘앙스'는 그녀 또한 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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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희령이가 받아온

2006학년도 1학기 "자라는 모습" 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 조용하고 정직하며 의견을 정당하게 주장하고 통솔력 있음.

  중요한 내용을 간추려서 말하며 영특하여 창의적 사고력과 탐구력이 우수함 -  (자랑모드 이해해주세요^^)

희령인 한 학기동안 선생님을 좋아하고 학교를 즐겁게 다녔다.

이번 종업식과 함께 정년퇴임을 한 남자선생님이신데, 언제나 웃음을 살짝 머금은 부드러운 얼굴에

아이들에게도 존댓말로 대하고 숙제는 거의 없으며 수업시간에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신다.

나는 촌지를 드려보지 않았다.

솔직히 학기초에 아이가 한번 마음 상해서 온 적이 있어서 친구에게 고민스럽게 이야기했더니

친구는, 한 번 찾아가는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학교를 잘 안 가는 내 성질을 알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좀 두고 보았다. 그날 마음 상해서 온 희령이한테도

선생님이 너한테 화를 낸 게 아니라 네가 모르고 어쩌다보니 한 일이라도 

아무튼 규칙을 어겼으니까, 규칙을 어긴 일에 대해 화가 나신 거라고 설득했었다.

희령인 그후 칭찬을 자주 해주시고 상냥하게 대해주시는 선생님을 보며 선생님이 자기한테

화를 낸 거라는 생각을 고쳐먹는 눈치였다.

난 선생님을 믿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은 걸 속으로 기뻐했다.

정년퇴임을 하시는 선생님께 누를 끼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변변히 인사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스승의 날에도 희령이 편에 작은 꽃바구니만 드리게 했다.

물론 희령이가 손수 쓴 카드와 함께.

며칠 전에도 선생님께 드린다고 편지를 두툼하게 적어 봉투도 만들어(조잡하게^^) 넣더니

갖다 드리니까, 선생님이 고맙다고 하시며 아이들 앞에서 읽어주셨다며 좋아했다.

어제 퇴임식을 강당에서 하며 반아이들이 모두 울음바다였다고 한다.

그런데 희령인 울지 않은 두 명 중의 하나였다는데.. 그 이유가 가관이다. 아니 그 설명이 그렇다.

자기까지 울면 가시는 선생님이 너무나 슬픈 마음으로 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눈물이 나올 때 꾹 참았다고 한다.  이거 액면 그대로 믿어야할지, 애가 당돌하고 정이 없는 건지..

헷갈린다. ^^ 그래도 일단 칭찬은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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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7-23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령이에게 조언하고 싶은데 뭐 덧붙일 말이 없어요. 혹시 실수라도 하면 꼭 올려주세요.ㅎㅎ

프레이야 2006-07-23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희령인 자기방을 완전 쓰레기장으로 안답니다. 발 디딜 틈이 없어요.. 저 완전 죽겠어요. 하루에도 몇번씩 그거 치우느라요 ㅜㅜ 푸하님의 조언이라면 좀 들을라나~

푸하 2006-07-23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완벽하면 뭐 대화하기 어려울 거 같아요.

소나무집 2006-07-23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랑할 만 하시네요. 우리 큰아이는 월요일에 방학하는데 무슨 말을 받아 오려나...
그리고 유아체능단에 다니는 작은 녀석(7세)이 방학하면서 들고 온 발달 카드를 읽다가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항상 한두 발짝 늦어서 늘 고민하게 만드는 작은 아이. 역시나 체력은 물론 운동 능력에서도 모두 평균치에 미치지 못합니다.
게임 활동시 행동의 정확성은 없고 승부욕에만 집착하는 경향, 정적인 수업에는 집중력이 부족, 장단을 이해하고 익히는 것을 어려워하고 악기 연주도 잘 이루어지지 않음, 친구들과 협동 작품을 할 때 협조적인 모습이 요청됨, 자신이 원하는 일에 고집 부려, 남의 이야기를 듣고 조율하는 태도 요구됨.
정말 어찌 키워야 할지 고민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7-23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액면 그대로 믿으셔야죠. 정직하며 정당하게 주장을 할 줄아는 딸내미구만.
멋져요, 그순간에도 그렇게 마음을 다잡을수 있는 어린딸.
스스로를 소중히 할 수 있는 아이가 참 의젓해보여요...^^

해리포터7 2006-07-2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령이 참 당차네요.배혜경님..든든하시겠어요..예쁘게 키우셨네요..2학년이면 울딸이랑 동갑이군요..한참 이뿔때지요^^

프레이야 2006-07-2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토닥토닥~~ 어제 여동생이 울집에 와선 5학년 큰아들은 행동이 너무 느리고 매사에 굼떠서 큰일이라고 선생님이 오죽 답답하면 그렇게 써서 보냈을까, 그러드라구요. 이해력이 한 박자 떨어지니까 그런 것 같다구요. 유아체능단은 잘은 모르겠지만 활동중심의 수업이 많을 줄 압니다. 아이가 적응하기에 힘이 들어 그런 건 아닐지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정말 아이를 낳는 일보다 잘 키우는 일이 어려워요. 하지만 조금 다르게,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분명 좋은점이 더 많을거에요^^

건우와연우님, 감사합니다..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희령인 말을 논리적으로 잘 하는 편이에요. 상대로 하여금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끔 하는 아이에요. 어떨 땐 넘 어른스러워보이구요.. ^^

해리포터7님, 네 든든해요. 덩치로 보나 ㅎㅎㅎ 님딸도 2학년이죠! ^^

또또유스또 2006-07-2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라딘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아이는 어른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라는데...
훌륭한 부모 밑에 이렇듯 훌륭한 따님이...
음.. 알라딘에만 있으면 울 아들도 언젠가는...
흑~~ 배혜경님 무척 많이 부러워요~~~~~~~~~~~~~~

sooninara 2006-07-23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령이 멋지네요. 철이 일찍 든건지..앞으로 희령양의 멋진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참 2학기엔 새 선생님이 오시나요? 좋은 분이 와야할텐데..

프레이야 2006-07-23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님 부끄~~
수니님, 고맙슴다. 2학기엔 새로 오실 건가 본데.. 누구실지는 아직? 좋은 선생님이 오셔야 아이들이 행복할텐데 말이에요^^

조선인 2006-07-2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기, 2학기 선생님이 다르다니, 전 그게 걱정입니다.
희령이가 잘 적응해야 할텐데요.

프레이야 2006-07-2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근데 별로 걱정 안 되네요. 어떤 엄마는 걱정하시드라구요. 새로 인사 드리러 가야하고, 이러면서요^^ 전 그건 괜찮은데 그저 아이들이랑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선생님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만 드네요.. 적응은 잘 할 걸라 믿는답니다.^^
 
 전출처 : 水巖 > ‘시간관리 중요성’ 아이와 고민


<멋진 아빠되기>
‘시간관리 중요성’ 아이와 고민
돋보기로 불을 붙이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바람이 불지 않는 조용한 장소와 마른 나뭇잎과 같은 재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태양빛을 돋보기에 통과시켜 재료에 초점을 맞추고 몇 분이 지나면 연기가 나고 불이 붙기 시작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자주 쓰는 잔소리는 어느 집이나 대동소이하다. 그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하는 말은 ‘공부해라’다. 그런데 이 표현은 자식이 잘 돼라는 사랑의 말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지만, 이 때문에 아이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심지어 영화 ‘빠삐용’처럼 탈출하려고도 한다.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싫은데, 듣기 싫은 말을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가 열심히 채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을 함으로써 부모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그럼 공부하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학교에 갔다 와서 숙제와 예습, 복습을 하라는 말이다. 물론 아이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실천력이 부족하다.

아이는 순간순간 자신이 좋아하는 TV를 잠깐 보거나, PC에서 재미있는 게임을 조금만 하고 공부를 하려고 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잠깐이 몇 시간이 되고 해야 할 일을 놓쳐 버리고 만다. 결국 시간이 부족하여 숙제와 예습은 주마간산격으로 하고 학교나 학원에 간다. 이런 악순환의 과정을 볼 때 엄마의 외침은 초점을 빗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는 아직 어리기에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시간관리다. 아이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간은 항상 그대로 이지만 방심하면 여지없이 빨리 흘러간다.

그러므로 이제 ‘공부해라’ 대신에 시간관리의 중요성과 필요성, 사용방법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분야는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하는 아빠가 잘 할 수 있다. 요즘은 회사에서 심지어 초관리까지 하는 세상이다.

우선 아이와 시간사용에 대하여 대화를 해 보자. 아빠는 엄마의 도움을 받아 아이가 시간을 사용하는 동선을 살펴서, 반복적으로 실수하는 부분을 체크한다. 그것으로 시뮬레이션과 피드백을 함으로써 시간에 쫓기는 원인을 밝히고,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자. 성냥불도 약한 바람에 꺼질 수 있듯이 PC나 TV도 심각한 방해요소라는 것을 알려주자. 전제 조건이 있다면 아이의 목표가 있는지 점검하자. 서두의 돋보기 예와 같이 아이에게 목표가 분명하다면 불이 붙는 것은 여반장이다. 만일 그것이 없거나 약하다면 시간관리란 어려울 수 있다.

신바람 나게 공부하며 많이 놀고 싶은 것이 모든 아이들의 마음이다. 그것을 원한다면 우선 몸이 가뿐해야 한다. 시간에 끌려 다녀 서는 불가능하다. 시간을 끌고 다녀 보자. 그러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드디어 광각렌즈로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 이제 아빠는 사회에서 체득한 시간의 노하우를 아이에게 전수해 주자. 아빠가 경험한 시간 활용의 실패와 성공담도 들려주자. 그것이 아이와 아내를 위하는 것이며 결국 멋진 아빠가 되는 방법이다.

그런 시스템이 아이에게 정착된다면 이제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말은 ‘공부해라’가 아니라 ‘시간관리 잘 하고 있니’가 될 것이다.

권오진 ‘아빠의 놀이혁명’ 저자 (www.swdad.com)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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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22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생각을 머릿속에 얻어갑니다...^^;;
경험담은 아이들에게 가까워질수있는 계기와 이해력까지 더해 더 친근감있게 다가갈수있을것 같네요...고맙습니다
 
잘난 척쟁이 경시 대회 작은거인 5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강봉승 그림, 조병준 옮김 / 국민서관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앤드루 클레멘츠의 동화를 세번째로 만났다. 랄슨선생님 구하기, 프린들 주세요, 다음으로 이 책이다. 여기에서도 공간은 역시초등 학교다. 주인공은 초등학생. 프린들주세요, 에서처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남자아이를 만날 수 있다. 다른 동화에서처럼 작가는 간결하고 경쾌한 문체로 이야기를 빠르게 이어내려간다. 그 이야기에 독자는 동승하여 마치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휘돌아가며, 신이 난다.

주인공 제이크는 현재 4학년인데 3학년 때 있었던 특별한 경험을 떠올리며 회상하여 고백하는 이야기 형식이다. 컴퓨터를 좋아하고 10년 가까운 세월을 컴퓨터와 지낸(그렇다고 중독은 결코 아니다. 하루 한 시간만 한다는 약속을 잘 지키고 있으니) 컴퓨터 박사다. 제이크가 가장 싫어하는 건 잘난 척 하는 거다. 잘난 척 하며 언제나 손을 번쩍 들고 나서는 케빈과 마샤를 경멸한다. 그런 제이크가 잘난 척 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섰고 그 과정에서 대단히 소중한 것을 잃어감을 느끼며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완전히 잃을 뻔 한 것을 다시 찾는 과정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제이크는 모든 걸 알고 있다, 이게 원제다. 제이크는 '정말 잘난' 사람은 어떠해야함을 서서히 깨달아간다. 과학경시대회에서 상품으로 내걸어진, 그토록 갖고 싶었던 최기종 컴퓨터를 독차지하기 위해 과학실험에 매달려온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과학이 좋아서, 알고 싶어서, 즐겁게, 잘난 척 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오래도록 실험관찰을 해온 피트에게 우승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 걸 깨닫는다. 하지만 제이크는 준우승에 흡족해한다. 왜냐하면 제이크는 절친한 친구 윌리와 공동 작업을 하며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좋은 친구 윌리와 다시 뭉치며 우정을 다졌기 때문이다.

<잘난 척쟁이 경시대회>는 초등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마음의 성장을 경험하는 과정을 풋풋하게 담고 있다.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 남을 누르고라도 잘난 척하며 나서고 남의 시선을 끌고 싶어 잘난 척을 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밉지 않게 그려진다. '잘난 척척쟁이'였던 제이크의 아빠도 믿음직하다. 윌리와 제이크의 공동작업을 중간에 딱 한 번 봐주면서 아이들이 해 놓은 것을 바꾸라는 말이나 다른 도움 따위는 전혀 주지 않고 그저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말만 해준다. 여기서 제이크는 아빠에 대한 신뢰를 가진다. 또한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윌리는 제이크에게 있어 소중한 재산이다. 긍정적이며 유쾌한 성격의 윌리는 자신을 사랑하고 친구의 마음까지도 보듬어주며 생각이 깊은 아이다. 이런 친구와 함께 하는 일이라면 뭐든 즐겁지 않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는 제이크, 건강한 아이다.

이 책의 미덕은 아이들의 톡톡 튀는 대사와 함께 제이크와 윌리, 케빈과 마샤 그리고 피트의 성격을 개성있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어른들은 주변에 두고 아이들을 주인물 구도로 하여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적극적으로 그려내어서, 읽는 내내 생동감이 느껴진다. 중간에, 과학을 하는 사람의 태도로 주변을 관찰하고 의문을 가진 다음에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실험하여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나온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라면 이 부분에 집중하며 썩 재미있어할 것이다. 클레멘츠의 다른 동화에서 올바른 신문기사쓰기와, 언어의 창조와 소멸에 대해 아이들로 하여금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듯이, 여기서는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는 보너스까지 얻을 수 있다. 클레멘츠의 동화에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4학년아이들과 읽고 잘난 척을 해보게 할 것이다. 어떤 이야기들을 쏟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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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2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책을 장바구니로 옮겨야 겟네요..^^
저 아들과 영화 보러 갑니다..
얼른 갔다 올께요~

프레이야 2006-07-2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오셔서 후기 올려주시와요^^

비자림 2006-07-2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많이 쓰시는 님이 존경스럽사와요.^^

전호인 2006-07-2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분좋아지는 아이 만나고 쉽땅!

프레이야 2006-07-2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댁에 있는 토끼같은 아이들이요~~~^^

비로그인 2006-07-2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어둘랍니다. 제 딸도 조금 더 크면 볼 수 있겠네요.

해리포터7 2006-07-2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축하드려요 리뷰뽑히셨네요..저두 이책 담아감니다!

아영엄마 2006-07-2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리뷰당선 축하드립니다~~ ^^

가넷 2006-07-28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ㅎㅎ

기인 2006-07-2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 앗 초등학교 선생님 이셨군요. (맞지요? ㅎㅎ) 아웅 저는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2년 남짓 다녔지만, 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초등학교 선생님 하면 준엄마 (^^; ) 같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답니다. ㅎㅎ

소나무집 2006-07-28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 님, 축하 드려요. 리뷰 열심히 읽고 있어요.

stella.K 2006-07-2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또또유스또 2006-07-3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휴가갔다 돌아 오시면서 좋은 소식으로 반겨 드리네요..^^
축하드려요... ~~~~~~~~~~~~~

치유 2006-07-31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6-08-0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휴가 갔다 왔더니 뜻밖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님들 축하 모두 모두 감사드려요 ^^

꽁주맘 2006-08-0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 항상 읽고보고 도움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장바구니가 님때문에 늘어나네요..ㅎㅎ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6-08-0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꽁주맘님 반갑고 감사해요^^
 
 전출처 : 로쟈 > 엉터리 국어정책 유감

흐루시초프에 관한 자료들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지난 1월에 러시아어 등의 외국어 표기법에 개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월드컵 때 선수들의 인명 표기에 상당한 변화/혼란이 빚어졌던 게 우연이 아니었던 것. 뒷북치는 셈이 됐지만, 여하튼 이런저런 개정 내용이 불만스럽다. 개정내용을 소개하는 한겨레의 기사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스포츠칸의 기사를 옮겨온다. 스포츠칸의 엄민용 기자는 기자협회보에 '엉터리 국어정책 유감'이라고 그래도 답답한 마음을 좀 풀어주는 기사를 실었는데, 그걸로 페이퍼의 제목을 삼는다. 마지막엔 축구선수들의 표기 문제를 사례로 짚어본다. 중앙엔터테인먼트&스포츠의 기사이다.    

 

 

 

 

한겨레(06. 01. 08) 포르투갈어 등 3개언어 새 표기법 마련

-국립국어원은 5일 포르투갈, 네덜란드, 러시아 등 세 언어의 새로운 표기법을 고시했다. 이 표기법은 현지 언어의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포르투갈어에서 r를 ‘ㄹ’과 ‘ㅎ’으로 구분하여 적고 브라질 지명·지명은 포르투갈어와 다른 브라질의 발음 특성을 반영하고 △네덜란드어의 g는 ‘ㅎ’으로 적고, v는 ‘ㅍ’과 ‘ㅂ’으로 나누어 적으며 △러시아어 p, t, k, b, d, g, f, v가 무성 자음 앞에 올 때는 받침으로 적고 sh와 shch는 ‘시’로 적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의 인명 Ronaldo는 ‘호나우두’, Rivaldo는 ‘히바우두’로 적어야 한다. Jorge는 포르투갈 사람이면 ‘조르즈’로, 브라질 사람이면 ‘조르지’로 적어야 한다. 이과수폭포(브)는 이구아수, 리우그란데(브)는 히우그란지, 바스코 다가마(포)는 바스쿠 다가마 등으로 바뀐다. 네덜란드어의 경우 에인트호벤은 에인트호번, 에라스무스는 에라스뮈스, 호이징가는 하위징아, 스키폴 공항은 스히폴 공항으로 써야 한다.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콥스키, 고골리는 고골, 하바로프스크는 하바롭스크, 흐루시초프는 흐루쇼프, 푸슈킨은 푸시킨, 루빈슈타인은 루빈시테인으로 각각 바뀐다. 그러나 리우데자네이루, 아드보카트, 하멜, 보드카, 프라우다 등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 표기를 그대로 인정키로 했다(*흐루시초프나 푸슈킨이 아드보카트보다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말인가? '하위징아'는 또 뭔가? '하위징아'로 무얼 검색하란 말인가?).

-이번 표기법 고시는 1986년에 제정한 현행 표기법이 이들 언어에 대해 자세한 표기 규칙을 두지 않아 현지 발음과 동떨어지거나 체계적이지 못하여 언어생활에 혼란을 빚어 온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러시아어 등에 써오던 표기와 달라지는 것이 많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며 정착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달라진 표기법이 '현지 발음', 특히 '러시아어 발음'에 더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왜 이런 억지를 강요하는 것인가? 원칙도, 철학도, 실리도 없는).

-한편, 국립국어원은 올해 안에 그리스어, 아랍어, 터키어 등 3개 국어에 대한 표기법을 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이로써 24개 외국어에 대한 표기법이 완성된다고 말했다(*이런 식이라면 그들만의 표기법이겠다. 국립국어원에서 할 수 있는 더 유익한 일들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몽골, 아프리카어에 대한 표기법은 특별한 불편과 수요가 없어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임종업 기자)

 

 

 

 

스포츠칸(06. 01. 10) 새 외래어표기법 ‘희한하네’

-국립국어원이 지난달 28일 포르투갈·네덜란드·러시아어 등 세 언어의 새로운 표기법을 지정·고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음, 그러니까 작년말이었다는 얘기군). 국립국어원은 지난 5일 “1986년에 제정한 현행 표기법이 이들 언어에 대해 자세한 표기규칙을 두지 않아 현지 발음과 동떨어지거나 체계적이지 못해 언어생활에 혼란을 빚어왔다”며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새 표기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써오던 표기와 달라지는 것이 많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규칙 자체에 문제점을 드러내 정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새 표기법에 따르면 ‘거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휘스 히딩크’로 바뀌는 것을 비롯해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콥스키, 고골리는 고골, 하바로프스크는 하바롭스크, 흐루시초프는 흐루쇼프, 루빈슈타인은 루빈시테인으로 써야 한다(*'고골리'는 이미 '고골'로 쓰고 있다. 한데, '흐루시초프'를 굳이 '흐루쇼프'로 바꿔 표기해야 할까? 이 안에 따르면 러시아어의 'sh'와 'shch'의 음성표기가 동일하게 된다. 비슷한 소리이지만 동일한 소리는 아니며 영어 표기에서는 앞에서처럼 구분해준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수백억원의 국가예산을 들여 교과서를 바꾸고 민간 출판사들도 온갖 책들을 다시 찍어야 하는 일을 벌이면서도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하멜’ ‘리우데자네이루’ ‘아드보카트’ 등 6가지를 ‘관용’ 표기토록 했을 뿐이다(*아드보카트가 언제 한국에 다시 올는지 모를 일임에도, 국내에 많은 책들이 소개돼 있는 흐루시초프나 푸슈킨 등이 '관용'에서 예외로 처리된 건 놀라운 일이다. 그들만의 행정으로 봐주어야 하는 일일까?) .

-하지만 이마저 언론을 의식한 ‘면피용’으로 비친다. 최근 언론에 부쩍 많이 나오는 축구국가대표 감독 ‘아드보카트’에 대해 “원래는 ‘앗보가트’가 맞지만 관용 처리한다”고 하면서, 더 많은 국민이 알고 있을 흐루시초프 등은 관용표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이 관용표기는 ‘아드보카트의 아들 앗보카트가…’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의 자손인 하멀은…’ 따위로 써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지난달 28일 고시하고도 그 사실을 1주일 넘게 알리지 않은 이유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국어연구원의 관계자는 “현실적 쓰임과 지나치게 괴리하는 말은 토의를 거쳐 관용표기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엄민용 기자)

기자협회보(06. 01. 18) 엉터리 국어정책 유감

-국립국어원은 지난달 28일 포르투갈·네덜란드·러시아어 등 세 언어의 새로운 표기법을 지정·고시했다. 그리고 지난 5일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언론에 알리면서 “1986년에 제정한 현행 외래어표기법이 이들 언어에 대해 자세한 표기규칙을 두지 않아 현지 발음과 동떨어지거나 체계적이지 못해 언어생활에 혼란을 빚어왔다”며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새 표기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더 이상의 혼란을 막은 게 아니라 그 이상의 혼란을 더 보탰다!).

-그러나 오히려 새 표기법 때문에 국민의 국어생활이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염려된다(*내 말이 그 말이다. 이런 문제제기가 스포츠신문의 기자 한 사람에게서만 나왔다는 것도 신기한 노릇이다). 새 표기법에 따르면 그동안 온 국민이 ‘거스 히딩크’라 부르던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은 ‘휘스 히딩크’로 바뀐다. 또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콥스키, 고골리는 고골, 하바로프스크는 하바롭스크, 흐루시초프는 흐루쇼프, 루빈슈타인은 루빈시테인으로 써야 한다. 그뿐 아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만든 ‘관용 표기’인지 모르겠지만, ‘아드보카트의 아들 앗보카트가 한국에 왔다’거나 ‘하멜의 자손인 하멀은…’ 따위로 써야 한단다(*엄기자가 잘 꼬집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이처럼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 일을 벌이면서 국민의 얘기는 한마디도 듣지 않았다. 공청회는 고사하고, 신문사에서 매일 외래어표기법과 씨름하는 교열기자들에게도 일언반구가 없었다. 수백억원의 국가예산을 들여 교과서를 다시 찍어야 하고, 민간 출판사들도 제 돈을 들여 온갖 책을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을 국립국어원은 아주 비밀스레 만들었다. 그 이유가 뭘까? 국립국어원의 한 관계자는 “표기법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일인데, 그 일을 하면서 일일이 알릴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들이 한 일을 일일이 공표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내부용으로만 돌려보면 될 거 아닌가?).

-무서운 말이다. 슬픈 얘기다. 그 관계자의 말이 국립국어원 전체의 생각을 대변한 것이라면 이미 우리의 국어는 죽은 송장이다. 말과 글의 주인은 국민, 즉 언중이다. 일부 학자들이 마음대로 이래라저래라 할 것이 못된다. 한글맞춤법이 어찌되어 있든, 표준어규정이 어떻게 정하고 있든, 많은 언중이 자주 쓰면 그 말이 표준어가 되는 게 상식이다. 외래어도 마찬가지다. 미국인이 어떻게 소리내든, 아프리카 원주민이 뭐라 발음하든, 그런 말이 우리 국민이 똑같이 쓰는 말을 못 쓰게 만들 수는 없다. 세상에 ‘그런 벱’은 없다(*이 정도의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는 게 거듭 유감스럽다).

-국립국어원은 ‘나라의 적기가 외국의 소리와 달라 어린 백성이 혼란을 겪는 것이 안쓰러워’ 새 표기법을 만들었다고 했다(*그 취지가 심히 한심해서 말도 안 나온다). 그 말이 맞는다면 ‘라디오’ ‘컴퓨터’ ‘밀크’ 따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이름은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외국 어디도 우리를 대한민국이라 불러주지 않는다. ‘KOREA’라 쓰고 ‘코리아’라고 소리내는 영문도 지들 마음대로 ‘COREE’라 적고 ‘꼬레’쯤으로 소리낸다. 그것이 외래어표기다.

-외래어 표기는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당신네 말을 당신네 소리대로 잘 적어주고 있지요’라고 자랑하려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국어생활에 통일을 기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이 정도의 상식도 모른다면, 국립국어원의 명칭을 국립외국어원으로 바꾸는 게 차라리 낫겠다). 따라서 한번 정해진 것은 쉬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툭하면 바뀌는 외래어 표기는 정말 문제다.

 

 



-더욱이 이번 새 표기법은 국립국어원이 수년 전 1백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만든 <표준국어대사전>마저 쓰레기로 만들었다. 그 사전은 이제 버려야 한다. 아직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새 표기법과 다른 말이 수천자는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 표기법은 이미 지정·고시됐다. 이제 와서 왈가왈부한다고 해서 만든 표기법을 버릴 수도 없다(*대신에 무시하는 도리밖에 없겠다). 하지만 이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국립국어원이 몇몇 학자들 중심으로 표기법을 만들고 국민들은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러시아어 표기만 하더라도 전공자들마다 의견이 다 제각각이다. 전문가의 자문이랍시구 한두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서 국민 모두에게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국립국어원이 언중 위에 군림하면 국어가 죽는다.

JES(06. 07. 06) 호나우두 혹은 호날두

-이번 월드컵을 보다 보면 생각나는 록 밴드가 있다. 바로 너바나다. 1990년대의 록을 이야기할 때의 너바나를 빼놓는다면 깍두기 없이 설렁탕과 다름없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DJ 배철수씨는 너바나라는 그룹을 모른다. 그에게 이 밴드를 물으면. “아. 니르바나(Nirvana)?”하고 되묻는다. 불교 용어로 열반(涅槃)을 뜻하는 니르바나는 천년 전부터 한국인들이 쓰던 단어인데 한 미국 밴드가 그 단어를 이름으로 썼다고 해서 새삼 다른 식으로 읽을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말하자면 ‘마다나’를 ‘마돈나’라고 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늘 바뀌는 외국 인명ㆍ지명의 한글 표기에 경종을 울리는 주장이다.

-한글 외래어 표기는 언론인들의 영원한 숙제다. 현행 기준 중 가장 중요한 원칙은 ‘현지인이 발음하는 대로 적는다’는 것이다(*가장 웃기는 원칙이다. 우리끼리 쓰면서 '현지음' 흉내를 왜 내는가? 입에 침이 마르는군. "워러 플리즈!"). 물론 중요하다. 똑같이 써도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미국으로 건너가면 청바지 상표인 리바이-스트라우스로 변하고. 역시 알파벳만 보면 미국 조지아 주와 구 소련 지역의 그루지야 공화국이 혼동되기도 한다(*실제로 '그루지야'를 '조지아'라고 표기하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대회때마다 바뀌는 축구 선수의 권장 표기 명칭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지난 98년 미국월드컵에 등장한 호나우두 이후로는 포르투갈어의 R을 ‘ㅎ’으로. L을 ‘이우’로 읽는 관행이 정착됐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외모와 실력을 겸비해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이 선수는 호나우두에서 하루 아침에 호날두로 개명을 당했다.

-이유가 가관이다. 같은 포르투갈어지만 L이 이우로 발음되는 것은 브라질 식의 발음이고. 포르투갈 본국에서는 그냥 ‘ㄹ’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물론 한심하다). 국립국어원에서 언제쯤 호나우두의 조국은 브라질이 아닌 ‘브라지우’라고 표기해야 한다는 공문이 나올지 궁금할 뿐이다.

-한국에서 ‘반니’라는 애칭으로 불린지 오래인 반 니스텔루이 역시 하루 아침에 판 니스텔로이가 됐다. 글쎄. 어련히 알아서 정했겠지만 지난해 내한했던 PSV 에인트호벤(이것도 국립국어원이 정한 권장 표기다) 관계자가 “우리 팀의 이름은 아인트호벤인데 왜 한국에서는 에인트호벤이라고 쓰는지 모르겠다”는 걸 보면 정말 현지 발음에 더 가깝기는 한 건지 좀 의심스럽기도 하다.

-현지 발음에 가까운 것도 좋지만 일단 정착된 표기는 최대한 존중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한글 표기법의 사명이 아닐까(*공무원은 때로 복지부동하는 것이 차라리 국민에게 유익하다). 지금까지는 사실 강 건너 불이지만. 이런 과잉 교정의 열풍이 언제 연예계로 밀어닥칠까 불안하기만 하다. 영국 출신인 비틀즈 멤버 존 레논과 미국을 대표하던 배우인 잔 웨인이 ‘파리’ 아닌 ‘빠히’에서 만났다고 기사를 쓰게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송원섭 기자)

06. 0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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