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여다보면 문지아이들 24
윤동주 외 지음, 최윤정 엮음, 한유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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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이에 우선 믿음이 간다.

모두 다섯 꼭지로 참 좋은 시들을 모아두었다.

굳이 아이들이 읽어야하는 동시집이라고 한정 짓고 싶지 않다.

실제로 작가의 말처럼, 동시가 아닌 시들도 여럿 섞여있다.

아이들의 즉물적인 사고와 감정으로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다지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마음의 눈으로 보고 느끼기를 연습할테니 말이다.

억지 흉내말이나 억지 비유, 억지 상상력으로 겉만 번지르르한 동시는 여기서는 없다.

아이 자신의 솔직한 마음, 가족의 깊은 마음, 이 세상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을 향한 마음,

가난한 자와 장애있는 친구의 마음,

외톨이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착한 마음,

어두움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 하나 마음 속에 간직하고 나아가는 법

그리고 맑고 순수한 우리말의 맛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시들이다.

여러번 소리내어 입으로, 마음으로 낭송해보면 좋겠다.

삽화 또한 시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잘 풀어주어 재미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시 세 편을 골라 돌아가며 낭송을 하게 했는데

한 여자아이가 백석의 거미를 골랐다.

2년을 만나는 동안 그 아이의 마음의 키가 어느새 그렇게 자랐구나싶어 반가웠다.

꼭 권하고 싶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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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1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요즘은 엮은 시집들이 괜찮더라구요. 물론 엮은이가 신뢰할 만한 인물일 경우이지만..추석 잘 보내셨나요? 반갑습니다.

프레이야 2005-09-22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님, 새벽벽님, 모두 모두 명절후유증은 다 나으셨는지요. 그러고보니 이 시집 품절이네요. 3쇄 발행일에 2005년 8월5일인데요. 전 얼마전 보았거든요. 다른서점에는 있을지 모르겠네요.
 
뻐꾸기 시계 웅진 완역 세계명작 2
메리 루이자 몰스워스 지음, C. E. 브록 그림, 공경희 옮김, 김서정 해설 / 웅진주니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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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닷컴의 완역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1877년에 씌어진 책이다.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잔소리를 싫어하고 간섭 받기 싫어하고 공부하기는 별로이고 놀기를 좋아한다. 놀이친구가 있으면 더없이 행복해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이에 빠지곤 한다. 이 책 속의 주인공 또한 그런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한 가지 더하자면 돌아가신 할머니를 닮았다는 말 또한 아주 싫어한다는 점이다.

그 당시는 뻐꾸기시계를 집에 걸어두는 일이 흔했나보다. 대고모댁의 대저택에 맡겨진 그리젤다는 훌륭한 집이지만 놀 친구는 없이 가정교사에게 지루한 공부만 배워야하는 시간이 답답하다. 얼른 찾은 해결책은 시계 속의 뻐꾸기랑 친구가 되어보는 것이다. 밤마다 그리젤다는 뻐꾸기가 안내하는 상상의 나라에 가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배운다. 사실 여기서 배운다라고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깨닫게 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시간은 소중하다, 가족은 아름답다, 순종하자,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상상하는 법을 배우고 즐기자, 제 할일을 열심히 하자, 와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들이다. 작가는 이런 교훈들을 늘어놓는 방법으로 뻐꾸기를 내세워 판타지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리젤다는 뻐꾸기에게 배운 것들을 어린 친구 필에게 전한다. 그리고 돌봐주려는 책임감을 갖고 투정이나 부리던 어린이가 더 이상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역할 바꾸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에게 반항적이었다. 남동생만 편애하시고 부당한 말만 내게 하시는 어른이 싫어서 사사건건 따지고 대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내가 어른이 되어 그분을 생각해보면 그때 참 잘못했던 것 같다. 우리들은 여러가지 역할을 감당하며 살고 그 역할 또한 변하기 마련이다. 역할이 바뀌고 그 역할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과정은 그만큼은 정신적 성장을 말하는 것이지싶다.

독서력이 좀 있는 6학년 아이들은 이 책을 좀 싱거워했다. 하지만 독서력이 보통정도인 아이들은 꽤 재미있어했다. 역시 내용을 담는 형식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뻐꾸기가 안내하는 중국인형의 나라라든지 나비나라 같은 곳은 퍽 환상적이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판타지는 그리젤다의 꿈의 세계로 표현된다. 그래서 잠이 깨고 나면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지만 꿈을 통한 판타지의 세상을 통해 그리젤다의 마음은 조금씩 속이 영글어간다. 이 책은 편안하고 기품있는 그림이 내용을 가벼워보이지 않게 하고 더욱 환상적이며 아름답게 만든다. 너무 메말라가는 요즘 아이들이 이런 책을 보며 한번쯤 판타지를 경험하고 고운 꿈속의 길을 걸어보는 것,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꿈속에서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흐뭇해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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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 물푸레 물푸레
조호상 지음, 이정규 그림 / 도깨비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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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물론 마음까지 푸르러지며 시원해진다.

2학년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었다. 처음 들어보는 나무에 대하여도 그렇지만 같은 이름을 세번 연이어 부르는 이유도 궁금해했다.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우울할 때면 자신의 이름을 세번 부르며 마음을 다독이는 물푸레 나무가 이 동화의 주인공이다. 생태동화의 성격을 띠면서 물푸레 나무와 꼬마물떼새 간의 따스한 감정의 교류가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이다.

붙박이생활을 해야하는 물푸레나무가 여름철새인 꼬마물떼새의 알을 지켜주고 싶어 마음 졸이는 대목은 보는 사람의 마음도 졸이게 한다. 그렇게 힘들게 낳아서 지킨 알들은 마치 돌멩이를 닮았다. 네 개의 알이 톡톡 깨어지면서 아기꼬마물떼새가 껍질을 깨고 나오는 장면은 재미난 흉내말과 함께 생생하다. 그리고 떠나버린 꼬마물떼새가족을 기다리며 힘겨운 겨울을 잘 견디는 물푸레 나무의 용기와 기다리던 친구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멀리서도 알아보고 기쁨에 겨워하는 마음이 "꼬마물떼새, 꼬마물떼새, 꼬마물떼새" 하며 부르는 목소리로 잘 드러난다. 물론 마음 속 말이겠지만 동물도 식물도 말을 하고있다고 생각한다면 좀더 자연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테다.

이 책에는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장점이 많다. 우선 수채화 삽화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고운 심성을 가질 수 있을 만치 부드럽다. 생태적으로도 잘 관찰하여 그린 것 같다. 꼬마물떼새의 사진과 그림이 거의 흡사하다. 또한 리듬을 타는 듯한 글에 개성있는 흉내말들이 읽는 맛을 더한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과 그림이다. 



앙증맞은 꼬마물떼새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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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5-08-3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배혜경님. 책의 제목이 참 정겨워요. 화가나거나 슬퍼거나 우울할 때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부르기, 저도 한번 따라해 봤더니 기분이 한결 좋네요. ^^
 
뤽스 극장의 연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
자닌 테송 지음, 조현실 옮김 / 비룡소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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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1학년 아이들과 읽었다. 아직 남녀간의 사랑에는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라 크게 와 닿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중 몇몇은 진한 감동을 느꼈는지 나의 코멘트에 고개를 끄덕이며 촉촉한 눈빛을 보였다. 한 남학생은 식스센스 못지않은 반전이 놀라웠다며 퍽 재미있어했다. 그러나 한 여학생은 읽어내려가기가 하도 답답하여 뒷장을 보고 비로소 대사가 이해 되더라고 말했다. 이들의 비밀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읽어내려갔다고 했다.

<뤽스극장의 연인>은 열아홉, 스물셋의 풋풋한 남녀의 대사와 속마음이 느리지않게 전개된다. 교차되며 흘러나오는 이들의 심리는 빛과 그림자를 연상시킨다. 사랑의 감정으로 온 마음이 뒤흔들리며 애틋한 감정을 맛보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는 진실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뤽스는 '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들에게 빛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둠일 뿐이다. 빛이 차단된 극장 안은 이들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설정이다. 암담한 마음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순간은 예전에 보았던 영화들을 보는 시간 속에서이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찬란한 사랑의 빛을 발견한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오페라하우스가 그러하듯, 이곳 극장이라는 장소는 이들에게 하나의 세계다. 환희와 고통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빛을 찾는 이들의 진정어린 마음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뤽스극장은 '한물간 영화관' 이다. 마치 지금의 가볍고 자극적인 입맛를 따라가는 세상을 상정하는 것 같다. 이 극장에서는 저급하다고들 하는 상업영화를 주로 상영하지만 오로지 수요일 하루 두 차례만은 '진정한 영화'를 상영한다.  두 남녀는 바로 이 진정한 영화를 보기 위해 이곳에 수요일마다 온다.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요즈음 '진정한 영화'는 이들의 '진정한 사랑' 을 빗대어 말하는 듯하다. 수요일, 일주일의 가운데 하나의 경계를 지나는 시점. 이 시점에서 이들은 조심스레 사랑을 느끼고 키워나가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간다. 서로의 진실을 알게되었을 때의 그 놀람과 안도감과 반가움이란..  이들의 사랑을 보면 사랑은 그저 받거나 주는 것이 아니라 소통이며 교감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한다.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자에게만 사랑은 오는 것일 거다.   

이 책 속에는 고전영화들이 많이 나온다. <연인들>이라는 영화에서는 내래이션이 맘에 든다고 말하는 여자주인공이 안스럽다. 내래에션에 집중하여 빠져드는 이들은 명대사들에서 자기의 생각을 밝히며 그들의 속마음을 드러낸다. 상대를 서서히 알아가며 서로 빠져드는 과정에 독자도 흡입된다. 재즈피아니스트가 직업인 남자주인공 때문에 엘라 핏제랄드와 레이 찰스도 언급된다. 레이 찰스도 후천적 시각장애인이지 않나.

이 이야기는 책장을 덮은 뒤 다시 한번 처음부터 읽어내려가면 감동과 재미가 더 하다. 군데군데 깔려있었던 반전의 비밀이 모습을 확실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또한 한 장면 한 장면이 영화의 장면으로 연출하면 참 멋질 것 같은 곳이 많다. 선물을 하겠다는 남자주인공의 말에 여자주인공은 속으로 생각한다. 여기 내 곁에 있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다고.. 라벤더색 실크스카프를 두르고 행복해하는 여자의 얼굴을 남자는 볼 수 없다. 단지 그 하늘하늘한 스카프의 한 자락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힐 뿐이다. 마지막 장면은 아름답도록 슬프다. 눈물이 뺨에 번지는 장면을 그릴 수 있다. 이들은 서로의 손으로 얼굴을 어루만지며 상처를 더듬는다.

어쩌면 보이지 않아서 더 절실하고 더 깊을 수 있지 않을까. 다 알지 못함이 오히려 이들을 서로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장애가 있는 사랑은 그래서 강건해지나보다. 사랑은 단 한 번의 눈길로도 생겨날 수 있다, 는 영화의 대사에 대한 마티외의 생각이 신선하다. "사랑이 생겨나는 데는 눈길조차도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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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동백꽃>을 중학 1학년 아이들과 읽었다.

골계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김유정의 문장에 빠져 재미나게 읽었다. 거침없는 속어는 그대로 읽으면서 한바탕 웃기도 하고 키득거리기도 했다. '고자'라는 낱말에서 내가 이게 뭔지 아니? 하니까 어떤 남학생 왈,생식기의 기능이 온전치 못한 성인 남자, 라고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바람에 또 한바탕 웃었다.

대개 사랑을 쟁취하는 데 적극적인 쪽은 여자인 것 같다. 열일곱 소년 소녀의 첫사랑의 느낌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그리고 뭣에 밀렸는지 나와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사랑한다는 말을 점순이는 감자를 따근따근하게 삶아서 몰래 갖다주는 것으로 한다. 하지만 순진한 '나'는 그 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점순이를 속상하게 한다. 점순이의 사랑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닭싸움으로 번진다. 그것을 해서라도 자신의 사랑을 얻고야마는 점순이는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했을 거다. '나'는 얼떨결이지만 뭔지 모를 황홀함에 고만 온 정신이 아찔하다.

사랑.. 이 이름 앞에 영원히 떨림을 간직하고 싶어진다. 이 녀석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가 바로 사랑의 느낌이겠지?, 라고 말하는 내 눈을 씨익 웃으며 쳐다본다. 그들에게서 알싸한 냄새가 난다. 싱그럽다. 살아가며 언젠가 진실된 사랑의 느낌을 갖게 되겠지. 그땐 참 어여쁜 사랑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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