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보슬비 > 여자들이 바가지를 긁는 까닭은

여자들이 바가지를 긁는 까닭은

남성과 여성의 대화가 갖는 목적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여성이 친밀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대화를 한다면, 남성의 대화는 독립을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남성들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대화 이면의 지위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즉, 남이 어떤 요청을 할 때 그것을 따르는 것은 낮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남이 시키는 일도 군말 없이 해내는 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들은 남이 자기에게 무엇을 허락, 지시하는 낌새가 약간이라도 보이면 그 일을 잘 하려 들지 않습니다.
특히 여성이 지시하는 경우에 더 거센 거부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한 반응을 하는 남성을 대하게 되면 여성은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고,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여성들이 어떤 일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절실함을 전달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여자들은 남자에게 반복적으로 무엇을 하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하면 남자가 더욱 절실하게 자기의 부탁을 들어주리라는 기대를 갖습니다.
그러나 이야기했듯이 남성에게 지시는 지위를 확인하는 절차로 느껴지므로, 반복해서 지시를 받는 것이 달갑게 느껴질 리는 만무합니다.
그래서 명령을 따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싶지 않은 남자들은 여자가 하라고 한 그 일을 하기 전에 거의 본능적으로 멈칫하게 됩니다. 그것은 그 일을 하긴 하지만, 남의 지시로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렇게 주저하는 남성을 보면 여성의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함을 전달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어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면 그것이 바가지 긁기 악순환의 시작이 되는 셈입니다.
여자들이 자신의 요구 사항을 남자가 들어 주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늘어놓으면 그 남자는 그 일을 더욱더 할 수가 없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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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무늬 2004-07-2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가슴깊이 와닿습니다.*^^*
 
괴상한 녀석 창비아동문고 189
한선금 그림, 남찬숙 글 / 창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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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한 녀석은 정말 괴상하다. 한 쪽 운동화를 벗어 모래를 잔뜩 담아 머리위로 쏟아붓고 있다. 그러면서 표정은 하회탈처럼 웃음을 머금고 좋아라하며 히죽대고 있다. 그 뒤에는 모범생처럼 가방을 매고(학교갔다 오나, 학원갔다 오나?) 있는 한 남자아이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못 다물고 보고있다.

<괴상한 녀석>은 나와는 다른 남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좀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석이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아랑곳없이 아주 순수하고 낙천적인 성품을 지녔다. 학교교과과정에 적응을 하지못해 휴학을 하고 집에서 1학년 과정부터 공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석이가 이사를 온 후 동네에 소문이 나기로는 머리가 너무 좋아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볼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런 소문에 위축되어 그 아이를 멀리하려했던 주인공은 우연히 석이의 진실을 알게 되고부터 급속도로 그 아이가 좋아진다. 석이의 장점을 다섯가지도 넘게 느끼게 되고 그애앞에서는 똑똑해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이 마냥 편안하다.

친구란 이런 편안한 사이여야 되지 않을까. 그 애 앞에서는 잘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뭐든 다 받아줄 것 같으니 긴장하여 도사릴 필요도 없는 사이. 하지만 석이의 진실을 알고부터 엄마는 그 아이를 멀리하라고 말하고 학급에서는 따돌림을 당하는 석이를 보며 주인공은 갈등을 겪는다. 착하긴 하지만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말하지 못하고 엄마의 눈치만 살피는 아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나올 때 대개는 엄마는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아빠는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작가들의 편견이 아닐까. 악역을 여자(엄마)에게만 맡기는 건 좀 바뀌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은근히 고정관념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수련회에서의 일로 위기를 겪은 주인공은 괴로워하다 교실에서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로 석이가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 괴상한 녀석은 뉴질랜드로 간단다.  결국 '우리' 안에서 해결책을 보여주지 않고 떠나게 만든 것이 좀 걸리긴 한다. 그래서인지, 함께 읽은 6학년 여자아이 한 명이 이 책은 재미는 있는데 어딘지 좀 약한 것 같다는 말을 내게 했다. 제법 잘 표현한 말인 것 같다. 결말에서 주인공이 따뜻한 우정을 느끼고 눈물을 주루룩 흘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말썽꾸러기들이라도 이래서 예쁜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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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선생님 전학년 꿈큰책 1
소중애 지음, 최진욱 그림 / 영림카디널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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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애님의 동화는 언제나 풋풋해서 좋다. 등장인물들이 소박하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현직초등학교 교사라서 교육현실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점도 맘에 든다. 뾰족한 대안을 제시해서라기보다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도 의미있다.

선생님이란 존재는 부모 다음으로 우리가 세상을 만나면서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다. 선생님을 좋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물론 싫어했던 선생님들도 적지 않다. 딱딱하고 무서웠던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수업 시간에 자기자랑, 자기남편자랑을 툭하면 늘어놓고 아이들 편애했던 선생님까지, 다양하다.

<아빠의 선생님>에 등장하는 지막분선생님은 때려서라도 기초공부를 시키려고 애쓰고 체벌도 많이 하는 60세 여교사다. 젊었을 때도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계몽하는 것도 교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몸소 행동으로 가르침을 보여주는 분이다.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라, 4학년 아이들과 체벌(사랑의 매)에 대해 토론을 해 보았다. 아이들은 의외로 체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억울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고 심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공부를 더 잘하도록 하기 위해 벌을 주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동화는 특히 재치와 유머가 군데군데 묻어있어 극본으로 바꾸어 써보면 재미난 부분이 많다. 그런 장면 한 가지 정도 나름대로 골라서 극본쓰기를 해 보았다. 대사는 책에 나와있는 인물들의 대사를 활용하면 되고 지문쓰기를 효과적으로 해 보는것이 좋겠다. 인물들의 심리나 분위기, 성격을 잘 이해했다면 지문을 감칠맛 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지막분선생님, 규성이 할아버지, 교장선생님의 입을 통해서 요즘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꼬집고 있다. 지루한 이야기라 살짝 하고 얼른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규성이 아빠, 엄마의 구수한 추억담, 겉과는 달리 속으론 정스러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 같다. 교훈과 재미를 잘 버무려놓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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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드무비 > 오늘 아침 읽은 나희덕의 시

                   도끼를 위한 달

                                                나희덕

 

        이제야 7월의 중반을 넘겼을 뿐인데

        마음에는 11월이 닥치고 있다

                                  삶의 기복이 늘 달력의 날짜에 맞춰 오는 건 아니라고

                                  이 폭염 속에 도사린 추위가 말하고 있다. 

                                  11월은 도끼를 위한 달이라고 했던 한 자연보존론자의 말처럼

                                  낙엽이 지고 난 뒤에야 어떤 나무를 베야 할지 알게 되고

                                  도끼날을 갈 때 날이 얼어붙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면서

                                   나무를 베어도 될 만큼 추운 때가 11월이라 한다

                                   호미를 손에 쥔 열 달의 시간보다

                                   도끼를 손에 쥔 짧은 순간의 선택이,

                                   적절한 추위가,

                                   붓이 아닌 도끼로 씌어진 생활이 필요한 때라 한다

                                   무엇을 베어낼 것인가, 하루에도 몇번씩

                                    내 안의 잡목숲을 들여다본다

 

                                    부실한 잡목과도 같은 生에 도끼의 달이 가까웠으니

                                    7월의 한복판에서 맞이하는 11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도끼를 다잡아보는 여름날들

 

 

           문득 눈에 띄어 시집(<어두워진다는 것>)을 펼치니 7월 중반을 막 뛰어넘은 오늘을 말하는 것

            같은 시가 나오네요.  재미있어서 엽서를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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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무늬 2004-07-21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와 다른 오늘을 일궈야 한다는
문제의식만 공허한 요즘의 제게
깊이 와닿는 시입니다.
매혹적인 이 시에 끌려
몰래 감사하는 마음으로 훔쳐갑니다.
 
미하엘 엔데의 마법 학교 푸른숲 어린이 문학 4
미하엘 엔데 지음, 카트린 트로이버 그림, 유혜자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미하엘 엔데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이 책을 초등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별로 재미 없었다고 말하는 아이도 여럿 있었다. 우선, 해리포터 시리즈가 연상되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그다지 극적인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우연히 여행을 하게된 소원나라의 마법학교 견학체험담이라고 할까. 그곳에서 또한 우연히 알게된 머그와 말리라는 아이들이 질버 선생님에게 배우는 여러가지 마법의 과정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단지 마법에만 촛점을 두고 보는 아이들은 그저 싱거운 이야기로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책을 1995년에 내놓으면서 자신이 일관되게 말해온 진정한 바람, 진실한 마음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3학년 아이들 정도의 나이에 이런 깨달음을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설명을 해도 피상적으로 들릴 뿐이고 사족으로 들릴 것이다.

어른인 나의 눈으로 볼 때 이 책은 작가의 세상과 인생에 대한 생각이 속속들이 녹아있다. 내가 진정 바라는 것과 진정 바라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과의 사이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리가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우리는 완벽하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한다. 그게 우리네 삶의 현실이다. 사회성이라는 덕목을 우선해야함에서 생기는 자아와의 괴리감, 패배감, 열등감 그리고 그 모든 위선을 우리는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이런 의미에서, 진정 바라는 것은 정말 마법이 이루어지는 환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어버린다.

마법 학교에서 배워주는 마법을 거는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이다.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머릿 속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상상'을 할 수 있어야 눈앞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이 전제되지 못하면 엉뚱한 결과를 낳고 자신과 타인이 모두 곤란에 빠진다. 상상력의 고갈과 어설픈 상상이 낳을 수 있는 결과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물건을 다른 것을 변신시키는 마법 속에 들어있는 깊이 있는 철학은 꽤 매력적이다. 이 마법은 '마법의 다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법의 다리란 한 물건이 다른 물건과 갖고 있는 공통점을 파악해 두 물건 사이를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끈을 뜻한다. 그렇게 되면 '사과는 포크다'라는 주장이 성립된다. 온 세상의 물건은 서로서로 은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모든 것이 진실 안에서 하나가 된다' 라는 진리가 증명된다.

가장 긴장되는 장면은 머그와 말리가 괴상하고 흉한 생물을 만든 것이다. 발은 다친 작가아저씨를 구하려고 만든 생물이 의외의 결과로 나타나고 이 생물은 머그와 말리의 통제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달아난다. "모든 피조물은, 그것을 만들어낸 창조자를 변화시킨다."  삽화도 환상적이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슬픈 것은, 소원 나라를 오래도록 여행하는 동안 작가는 마법을 단 한 가지도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주 시시한 마법조차도 말이다. 이유는 소원나라 사람은 아무나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법 학교는 소원을 비는 힘이 아주 강한, 특별한 아이들만 다닐 수 있단다. 무엇인가를 아주 오랫동안 가슴 깊이 소원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 학교에 입학할 자격은 고사하고 소원 나라 사람조차 되지 못하는 건, 작가나 나나 다르지 않다. 그야말로 '슬픈거인'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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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7-15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04-07-1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어른이 읽어도 재밌겠네요.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