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아영엄마 > 미리보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기획] 미리보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맥스무비 2004-06-07 00:11]

전 세계가 기다려온 호그와트의 아이들이 올 여름 다시 돌아왔다. 지난 5월 31일 영국에서 가장 먼저 뚜껑을 연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하루만에 503만 파운드(106억)를 넘는 입장수익을 기록하며 영국 박스오피스의 역사를 다시 작성했다. 영국 영화사상 개봉 첫날 입장수입이 500만 파운드를 초과한 것은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처음이다.

1억 3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3학년이 된 해리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와 해리의 부모님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마법사 시리우스 블랙(게리 올드만)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캐릭터는 다양해지고, 전 연령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까지 일취월장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판타지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른 작품들이 결코 도달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오는 7월 16일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새로운 감독이 만든 ‘해리포터’가 선사하는 마법의 색깔은?

국내에서도 전국 4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해리포터> 1, 2편. <해리포터> 성공신화의 주역인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는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3편의 연출을 포기했다. 크리스 콜럼버스의 뒤를 이어 3편의 메가폰을 잡게 된 감독은 멕시코계 출신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 (처음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는다는 루머가 떠돌았지만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그는 남미 특유의 이국적 풍취를 할리우드에 접목하여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할리우드 입성작 <소공녀>는 ‘해리포터’의 원작자인 조앤 K.롤링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다. ‘사랑의 기억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감성적 수채화 <위대한 유산>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춘들이 섹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랑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투마마>는 피보다 진한 데킬라의 향취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런 감독이 만든 ‘해리포터’는 어떤 색깔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감독의 교체가 불러온 ‘해리포터’의 변화는 낯설지 않고, 오히려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메가폰을 잡아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은 것은 영화 <이투마마>의 촬영을 막 끝낸 직후였다. 다른 감독 같으면, 바로 연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겠지만 그는 달랐다. 이 작품에 연출 제의를 받아보기 전까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그는 이 작품에 대해서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해리포터’ 팬들은 그런 그에게 연출을 맡게 한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의 행동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기 전의 일이다. 극장 문을 나설 때면, 관객들은 ‘해리포터’가 가진 매력을 스크린 가득 담아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연출에 매료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스티브 클로브스의 시나리오와 원작소설을 읽은 후에야 이 작품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마법과 신비한 괴물에 대한 이야기처럼 비쳐질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전개되는 주제는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고 현 시대와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어보였다.” 지난 27일 런던 방케드홀에서 열린 기자 회견장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군더더기 없는 직설화법으로 당시를 회고했다. 그리고 나서 “‘해리포터’ 시리즈엔 성장, 자아 정체성, 친구들과의 관계, 부모 없이 성장해야 하는 아이의 외로움, 사회적 계급, 인종주의 등과 같은 다양하고 보편적인 문제들이 녹아있다”고 덧붙였다.


'해리포터' 1,2편의 메가폰을 잡았었고, 3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선 제작자로 참여한 크리스 콜럼버스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연출 방식에 대해 흡족해했다. “그는 젊은 배우들과 호흡이 매우 잘 맞는다. 이 영화에선 그 점이 특히 중요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현존 감독 중 비주얼에 가장 강점을 가진 감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스토리 텔링에도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다.”

세트와 배우 기용 등이 이미 대부분 결정돼있다는 사실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겐 하나의 혜택이었다. 그만큼 극의 줄거리와 스타급 출연진의 연기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기 때문. 이번 작품은 이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에게 두 가지의 도전을 안겨주었다. 하나는 아역 캐릭터에서 청소년으로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그들의 연기 스승이라 할 크리스 콜럼버스가 빠진 촬영장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전엔 내 미숙한 연기력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수 없었겠지만,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밑에서 연기지도를 받은 지금은 그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게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다.”고 말한 ‘해리포터’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 헤르미온느 역을 연기한 엠마 왓슨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통해 ‘캐릭터에 감정을 불어넣는 법’을 배워 나갔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원작소설을 읽어본 사람은 모두 수긍하겠지만, 전편에 비해 이번 편은 분위기가 휠씬 어두워지고 화려한 액션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의 우울한 분위기는 폭우 속에서 진행되는 퀴디치 시합 장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어둡고 괴기스런 하늘을 배경으로 해리를 위협하는 디멘터들의 위압적 모습은 관객들에게 섬뜩한 공포를 자아낸다.

알폰소 쿠아론은 스토리 속에서 호그와트를 좀 더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캐릭터들의 성장한 모습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와이드 앵글 렌즈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스토리 텔링의 도구로 클로즈 업을 사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와이드 앵글을 활용하여 먼 거리에서 그들의 몸짓의 의미까지 화면에 담아냈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

조앤 K. 롤링의 다른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렇듯,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는 수많은 상상속 동물들과 마법 변신술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 새로이 등장하는 상상속 동물들을 나열해 보면, 반은 말이고 반은 독수리인 ‘벅빅’ (일명 히포그리프), 루핀 교수의 또 다른 얼굴인 늑대인간, 그리고 유령처럼 나타나 영혼을 빨아들이는 아즈카반의 간수 ‘디멘터’등이 있다.

그 외에도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또 다른 볼거리로는 야간 구조 버스라 불리는 마법의 자동차와 해리의 분노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마지 아줌마, 그리고 론의 생쥐 스캐버스와 헤르미온느의 고양이 크룩생크 등을 꼽을 수 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전편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신기술을 보여준다. 진짜 새처럼 움직일 때마다 섬세하게 흩날리는 벅빅의 깃털은 예전 영화들 속의 CGI 작업에선 볼 수 없었던 첨단 컴퓨터 그래픽의 산물이다. 벅빅 못지 않게 제작자들의 고심을 안게 한 것은 루핀 교수를 사나운 늑대인간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이었다. 무수한 공포영화에서 수없이 등장한 캐릭터 늑대인간과는 차별화된 늑대인간을 만들고 싶었던 제작진은 종래의 털 달린 늑대인간에서 벗어나 털 없는 늑대인간을 만들어 냈다.

롤링의 원작소설에서 생생히 묘사된, 이 영화에서 어쩌면 가장 두려운 존재일지도 모를 디멘터를 창조하는 작업도 물론 만만치 않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디멘터가 극중 다른 생물체들과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특수효과팀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요구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6개월을 매달렸다. ILM의 특수효과팀, 의상 디자이너 재니 테마임(디멘터의 모습과 동작을 가장 자연스럽게 연출해줄 의상 소재 개발)까지 총동원되어 창조한 디멘터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감독에게 대단한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사진제공: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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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4-06-0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폰소 쿠아론의 전작들에 비추어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엄청 기대가 큽니다. 기발함과 가벼움, 동화적인 요소 대신에 감성이 내재한 무거움과 슬픔을 맛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도 시리즈 중에서 3편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프레이야 2004-06-0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즈카반의 죄수 편은 기대가 되네요. 어서 개봉하면 좋겠어요. 여름방학선물로 아이랑 보러가게요.
 
 전출처 : 밀키웨이 > [퍼온글] 헥토르

얼마 전, 영화 <트로이>를 봤습니다. 제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린 사람은, 아킬레스로 분한 브래드 피트도 파리스로 나온 올랜도 블룸도 아니었습니다. 그 전까지 이름도 몰랐던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가 가장 멋졌습니다.  헥토르야 말로 사나이 중의 사나이, 남자 중의 남자! 옵빠ㅡ 꺄악! >0<

문제의 근원은 파리스가 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준 것이겠지요.


크레티,  파리스에게 황금사과를 건네는 헤르메스   올랜도 블룸과 약--간 닮았나요?

제우스의 명에 따라 헤르메스는 이다 산에 있는 목동 파리스에게 사과를 가져갑니다. 물론 세 명의 여신과 함께죠. 파리스는 원래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인데, 그를 임신했을 때 그의 어머니가 태몽으로 불길한 꿈을 꾸게 되고, 그로 인해 트로이가 멸망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이다 산에 버려져 자랐고, 커서는 님프 오이노에와 살며 양을 키웠죠. (영화에선 그저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면서 왕궁에서 잘 살고 있었지만.)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구가 새겨진 황금 사과를 파리스는 과연 아테나와 헤라와 아프로디테 중 누구에게 줄 것인가. 세 여신은 각각 로비를 하죠.


루벤스 <파리스의 심판>

헤라는 권력과 부를, 아테나는 영광과 공명을,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아시다시피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선택하지요. 어리석은 것... 쯧쯧..  


헨드리크 발렌 <파리스의 심판>

투구를 쓰고 신조 올빼미와 같이 있는 여신이 아테나,  가운데에 공작과 같이 있는 여신이 헤라, 에로스(큐피드)와 같이 있는 여신이 아프로디테지요.


다비드 <파리스와 헬레네>

    트로이 전쟁의 가장 중요한 여인 헬레네는, 어릴 적부터 빼어난 미모로 소문이 자자했고, 12살에 이미 아테네 영웅 테세우스에게 납치되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신랑감을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정도였다니.. ㅡ.,ㅡ  신랑감 후보들은 후에 헬레네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싸울 것을 다짐하도록 동맹까지 맺지요.  이쁘면 장땡...

헬레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돕기로 했던 동맹은 오뒤세우스의 머리에서 나온 꾀였습니다. 헬레네의 아버지 틴다레오스는 어느 한 사람의 신랑을 선택했을 때, 다른 사람들과 결투를 벌이게 될까봐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해결해준 댓가로 오뒤세우스는 헬레네의 사촌 페넬로페를 데려갔지요. 좌우간 지혜로운 사람은 콩고물이라도 얻어 먹는 법이라나요. 결국 그녀의 아버지는 헬레네의 신랑감으로 메넬라오스를 선택합니다.

    메넬라오스와 백년가약을 맺은 헬레네가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파리스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보호를 받으며 스파르타로 가게 되고(영화에서는 신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파리스를 정중하게 대접했습니다. 당시 주인과 객 사이에는 결코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엄격한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파리스는 이 관습을 깨뜨리고, 메넬라오스가 외조부의 장례식으로 크레타에 가 있는 동안,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헬레네를 설득하여 함께 트로이아로 도망갔지요. 남의 부인을 탐하지 말라 하였거늘..  이 때 헬렌에게는 9살 난 어린 딸이 있었다고 하네요(영화에선 아님). 게다가 집안에 있던 보물까지 다 챙겨 갔다니, 참 대단하지요?

   이렇게해서 동맹을 맺었던 연합군이 결성이 되지요. 그녀로 인해 트로이는 십 년 동안, 전쟁의 불길에 휩싸이게 되고 결국은 멸망하게 되지요. 신탁대로군요. 후에 파리스가 전쟁 통에 죽게 되었을 때, 그녀는 파리스의 형제인 데이포보스(영화에선 이런 사람 없었는데..)와 또 한 차례 결혼을 한답니다. TㅂT 잘 한다...

  트로이 패망 후, 전 남편 메넬라오스는 그 동안 그녀를 증오해 단칼에 베어버리려 했지만, 막상 그녀를 보자  그 동안의 분노는 사라지고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무릎을 꿇는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역시 이쁘면 다 용서되는 것인가.. ㅡ.,ㅡ  생각해 보니 그녀의 잘못도 아닌듯 했다고....(얼씨구)

  그리하여, 다시 헬레네는 메넬라오스를 따라 그리스로 향하지요. 10년간의 전쟁이 막을 내리자, 당연히 그리스군들의 원성은 대단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그 모든 것은 헤레네의 죄악 탓이었으니...  하지만 정작 그녀가 반라(왜지?벗으면 용서되나?)의 모습으로 그리스 군대를 지나가게 되자, 그리스군의 불만과 노여움은 눈 녹 듯 사라져 버렸다.  이봐이봐.. ㅡ_ㅡ;;


프랑수아 델로메 <파리스를 꾸짖는 헥토르>

    헥토르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로, 파리스의 형이죠.  헥토르는 그리스어로 <지탱하는 자>, <저항자>라는 뜻이라는군요. 그는 전쟁이 시작되면서 트로이의 총사령관으로 활약한 트로이 제일의 용사입니다.  헥토르는  아킬레우스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로, 솔직하고 지혜와 용기를 겸비하고 있는 이상적인 영웅이었답니다. 집에서는 선량한 아버지이고 다정다감한  남편이었다고 합니다. 옵빠ㅡ >0<

  그는 전세가 기운다 해도 절망하지 않았으며, 유부녀인 헬레네를 납치한 파리스에게 분노(그림)했고, 헬레네를 돌려줄 것을 제안했지요. 그러나 일단 그 일로 인하여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되자, 그는 선두에 나서서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던 헬레네에게도 극진한 배려를 했다고 하니, 정말 남자다운 멋있는 사람이라고 밖에는.... 허나 결국은  아킬레우스에게 목숨을 잃고 말죠. 으흑...TㅁT


다비드<헥토르를 애도하는 안드로마케>

사랑하는 아내 안드로마케와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두고 떠나가버린 헥토르... 그러나 헥토르가 죽은 후 바로 트로이가 함락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동맹자들의 원조를 받아 항쟁을 계속했지요. 하지만 결국은 트로이의 목마로 인해 함락되고, 이로써 고대국가 가운데 가장 튼튼하게 건축된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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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의 모팻 가족 웅진책마을 11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고정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다섯 살이나 터울이 나는데도 늘상 말로 토닥거리는 우리집 두 딸 때문에 어떨 땐 내가 무얼 잘 못 보이고 있나,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서로 양보하고  예쁜 말 쓰며 사이좋게 지내라고 해도 그 때 뿐이다. 넉넉함은 조금 모자람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모팻가족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만나며 내 마음이 이리 따스하고 가벼워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가족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동화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란 집의 모팻가족>에는 특별함이 있다. 옮긴이의 글에서처럼 일상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빛을 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작가 엘레노어 에스테스는 미국인이다. 1941년에 나왔다는 이 동화는 공간적 배경이 우리 독자들에게는 낯설다. 시간적으로도 타임머신을 타고 약간 날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인다. 

세월을 살아오다보면 누구나 몇가지쯤 작은 사물 하나에도 정겨운 기억이 서려있기 마련이다. 여기 첫장부터 사소하지만 주의를 끄는 것은 노란 집 앞의 쇠말뚝이다. 말고삐를 매두는 쇠말뚝은 주인공 제인이 잘 앉아 있는 전망대 같은 곳이다. 이 쇠말뚝은 마치 노란 집이 모팻가족의 집이란 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가진 증표와도 같다. 적어도 제인에게는 그렇다. 나중에 노란 집에 눈독을 들이며 제인의 그 쇠말뚝에 턱하니 앉아 밉상을 떠는 머독씨의 딸을 사이비(?) 최면술로 쫒아버리는 제인과 루퍼스의 합작공연은 배꼽을 잡게 만든다.

뒤로 갈수록 미국사회의 변화하는 모습도 조금씩 볼 수 있다. 가령, 옷을 마추어 입던 시대에 싸고 좋은 기성복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재봉일로 생계를 책임지는 제인 엄마의 일손이 줄어든다. 이 대목만으로도 4남매가 엄마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얼마나 어루만져주고 싶어하는지 느껴지는 문체다. 행간마다 이상한 기운으로 따스한 노란 색이 스며있는 것 같다. 그냥 감상적이거나 피상적인 따스함이 아니라 힘 있고 여유로운 유머가 느껴지기 때문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전차가 새로 생겨 길을 가로 질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충돌할 뻔하는 장면은, 아이들과 함께 함성을 지르며 '전차 모험'을 하는 것 같이 유쾌하다.

이외에도, 집안의 벽난로를 피울 석탄을 사러 추운 겨울날 썰매를 끌고 심부름을 두번이나 갔다오는 조와 제인, 집안의 어둠을 밝힐 램프의 유리보호막을 닦고 새로 불을 피우는 제인, 성홍열이 난 막내 루퍼스를 위해 온 가족이 하는 일들을 보면 가정이라는 보금자리에서 각자 필요한 몫이 무엇인가, 새삼 생각하게한다. 그리고 일상의 작은 일을 무슨 의식처럼 충만한 감정으로 해내는 이들 남매와 넉넉한 눈과 가슴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엄마는 노란집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생활을 시작하여도 변함없는 기쁨으로 생을 엮을 사람들이란 믿음을 준다.

이야기는 모두 열두 장으로 나뉘어있다. 뉴달러 거리의 노란집에 "팝니다"라는 표지판이 걸리는 날로부터 그 집이 머독씨에게 팔려서 모팻가족이 이사를 가는 날까지의 이야기이다. 한 장의 이야기에는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가 소개되는데, 이것들을 엮으면 서로 잘 어울리는 하나의 보석목걸이가 된다. 하나의 장을 아무 곳에서부터 봐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참 재미나다. 특히 '세일러스 혼파이프 춤'에서 강아지 슈가와 조의 멋드러진 콤비네이션이란!  독자에게 예측불허의 기쁨과 놀라움을 이런 식으로 주다니!  

<노란 집의 모팻가족>은 아이들의 순진무구함과 장난기, 아이다운 두려움, 그리고 아이다운 자존심을 살려주는 대목들, 이런 것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서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살아가는데 조금 가난한 것은 아무런 걸림이 되지 못하게 한다. 이들은 가난 때문에 비탄에 잠기지도, 우울해하지도 않는다.

이 동화는  장점이 생각보다 많다. 인물들의 성격묘사뿐만 아니라 풍경이나 장면, 상황의 묘사가 세심하다. 부드럽게 안기는 문체로 인물도 풍경도 참 매력적으로 그려보인다.  밝고 선명한 인상의 삽화도 이야기를 더 활기차게 한다.  무엇보다 모팻남매의 건강함이 읽는 이를 무조건 기쁘고 뿌듯하게 한다. 끝부분에서는 죽은 아빠를 그리워하는 엄마와 제인의 심리가 '울먹울먹'하며 그려진다. 그러다 제인은 나중엔 돌아오지 못할 유년시절의 소중함을 어렴풋이 느낀다. 이 부분은 아홉살 제인이 그럼직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성인이 된 작가의 그리움이 묻어나면서 잔잔한 울림을 준다.

- 제인은 자기도 나이가 들어서 길을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전차를 따라 달음박질도 못하게 되는 날을 생각해 보았다. ...... 그러자 오늘 식구들이 노란 집을 떠나는 것만큼이나 분명하게, 시간이 흐르면 자신은 많은 즐거움을 빼앗기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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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6-10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읽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그런데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어렸을 적 작은아씨들을 읽으면서 행복했던 시간이 그리워지네요.
이 책 읽으면 그때 그 작은아이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벽 속의 유령
멜빈 버지스 지음, 유동환 옮김, 전기윤 그림 / 푸른나무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아주 독특한 동화를 만났다.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유령소설 같기도 한 <벽 속의 유령>의 원제는 GHOST BEHIND THE WALL이다. 이 유령을 만나려면 낡은 마호가니 빌라의 집들로 연결되어있는 환기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좁은 통로를 지나가야 하므로 덩치가 큰 사람은 어림 없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별명이 반토막이나, 꼬맹이로 불리는 데이빗은 키가 120센티미터를 겨우 넘을 정도라서 그 일이 가능하다.  처음엔 장난이나 모험으로 시작한 일이다.

약간 거칠고 난폭한 성격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자주 당하고 엄마는 없이 수줍음을 잘 타는 안경사 아빠와 단둘이 사는 데이빗은 아빠가 늦게 오시는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더욱 무료하고 외롭다. 데이빗의 불안정한 마음은 자꾸 환기구 안으로  들어가보라고 부추긴다. 그곳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집에 몰래 들어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무언가 물건을 집어내 오기도 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으며 악마적인 짓을 취미처럼 일삼는다.

그러던 어느 날 4년 후면 100살이 될 로버트 할아버지의 집을 엿보게 되고 노망기가 있는 할아버지의 혼잣말을 엿듣다 난데없이 유령을 만난다. 환기구에서 외롭게 지내는 유령은 데이빗과 또래로 보이는 얼굴이다. 로버트 할아버지를 유독 싫어하는 유령은 날마다 데이빗을 유혹한다. 자원봉사자가 와서 깨끗이 청소를 해 둔 할아버지의 집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고 소중한 추억이 스며있는 할아버지의 물건들을 깨어부순다. 데이빗이 정신을 차리고 숨어있던 양심에 후회를 한 때는 이미 늦었다. 유령은 나쁜 짓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데이빗에게 같이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

이 일로 데이빗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요주의 소년이 된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아들이 이웃의 불쌍한 노인에게 그런 악한 일을 저질렀다는 걸 알고 아빠는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데이빗은 아빠의 눈물을 보았고 자신에 대한 절제와 로버트 할아버지에 대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된다. 어느 날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다가 뜻밖의 반가움을 느끼게 되고 때로는 날카로움이 번득이는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즐거워한다.

유령의 정체에 대하여, 사람의 기억이란 것에 대하여, 사람이 늙어가면서 되돌아보는 추억의 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듣는 동안, 아주 많은 세대차이가 나는 이 두사람의 대화는 그동안 혼자서 추억을 주절대며 고독하게 살았던 로버트 할아버지에게 어떤 빛이 된다. 유령의 정체를 캐내려는 데이빗에게는 어떤 실마리가 된다. 또한 '적절한 대화'를 시도한 아들에게 그의 아빠는 약간의 질투가 섞인 대견함을 표시한다.

유령은 대개 죽은 자의 영혼이라 생각하지만, 산 자에 속한 것이란게 할아버지의 말이다. ' 사람은 특별한 뜻 없이 자신들의 기억을 되살려 보기도 하고, 혹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또한 기억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저장된다. 삶의 어느 순간 '떠오르는 기억을 보게 된다면, 그게 바로 유령이'다. 사람 저마다의 상상 속에, 소망 속에 유령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에게 '삶'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나 프로그램이 없듯이 '죽음'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곳도 없다. 로버트 할아버지는 더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내심 더 살고 싶은 게다. 죽음을 찾아가는 편안한 방법을 모르고 에둘러가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 같다.

유령으로 떠돌던 잃어버렸던 추억 속의 소년(자신의 유년시절)은 할아버지를 싫어한다. 단지 모든게 '낡아간다는 것' 외에 소년과 할아버지는 다른 점이 없다. 늙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나이듦이 젊음의 파릇한 본성을 엎어버리진 않는다는 점이 할아버지의 마음을 괴롭힌다. 죽음을 앞둔 나이에 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할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라도 했을까. 마음은 데이빗과 같은 소년인데 말이다. 그렇게 많은 친분을 맺고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은 할아버지 곁에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온전한 정신으로 하루를 살까.

그 쓸쓸한 가슴에 이제 데이빗이 다가가 평화로운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한다. 상실했던 소년시절의 기억을 찾아주고 할아버지 곁에 누워 조용히 죽음에게 손 내밀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데이빗이다. 극과 극은 정점에서 만난다고 했다. 죽음은 곧 삶이고 삶은 곧 죽음이다. 소년의 유령은 데이빗에게서 새로 태어나고 할아버지는 새로운 생명의 줄을 잇는 것이나 다름없다. 로버트 알베스턴은 이제야 집착의 줄을 고요하게 놓는다.

이 동화는 초등 고학년이 읽기에  얼른 이해하기 어렵거나 아직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대목이 여럿 나온다. 좀 철학적인 성향이 있는 아이라면 썩 재미있어할 것이다. 가령, 이런 대목이다.  - 사람이 자기 자신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존재인지 스스로 알 수 없을 때, 그 느낌이란 정말 이상한 것이다. ...... 그는 자기가 아무 존재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과 주위의 존재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자기를 이렇게 독립된 자기 자신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데이빗의 상념은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서 데이빗이 흘리는 근원 모를 눈물에서 잘 나타난다. 조용히, 편안하게 죽음을 찾아간 할아버지의 침대 옆에 서서 데이빗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그 눈물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 소년과 알베스턴 씨를 위한 것인지 그 자신도 알지 못한'다.

이야기의 길이가 짧지 않은 <벽 속의 유령>은 독특한 소재와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독자로 하여금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한다. 이 세상의 어느 것도, 누구도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나의 영혼은 너에게, 너의 영혼은 나에게, 진원지를 알 수 없는 영혼의 버팀목으로 오늘도 우리는 살아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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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30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스토리를 보아하니, 제가 읽어도 재미있다 할 듯 싶군요.^^

다연엉가 2004-05-30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니 제가 읽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불한당들의 모험 2004-06-1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책이었군요.저는 단순히 문고판 추리소설인줄 알았거던요. 도서관 반납대에 누군가가 실수로 올려놓았었나 봅니다. 그림이 예뻐서 서가에 선채로 내쳐 읽었었는데. 재밌기도 하고 꽤 잔상이 오래 남는 책이었습니다.
 
 전출처 : 파란여우 > 그림으로 알아보는 성격 테스트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보세요.

9개의 그림들은 9가지 대표적인 성격 유형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http://www.netpia.com/service/eqtest/html/ucharac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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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질이 있으며(Professional)
실용주의적이며(Pragmatic)
자기 만족적인(Self-Assured) 성격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당신 자신을 믿으며, 우연한 행운보다는 당신이 스스로 한 행위를 더 믿습니다.

내 행위로 인한 것을 주로 믿는편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일을 현실적이면서도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즉 일상생활 속에서 당신의 생활 태도는 매우 실용주의적인 관점을 유지합니다.

내 삶의 모토는 심플한 현실주의자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당신을 의지할만한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본의아니게 해야할 일이 많아질 때도 있습니다.

일복 많다

이러한 당신의 의지는 매우 단호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자신에 대한 신뢰가 강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일도 있습니다. 또한 당신은 당신이 생각했던 것이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좀체 만족하려 들지 않는 성격입니다.

글쎄...때로는 대충주의자로 전락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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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5-2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은 저 그림을 선택하셨네요.^^
저는 해보니까 저를 그대로 잘 꼬집어 놓았더라구요.
내성적이며(Introspective) 민감하며(Sensitive) 사려가 깊은(Harmonious) 성격.
당신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환경에 대해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보다 많이 고민하는 편입니다. 당신은 피상적인 것을 싫어해서 다른 사람과 이런 저런 잡담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혼자 있기를 좋아합니다. 당신은 친구를 매우 주의깊게 사귀는데, 이로 인해 당신은 내적 평화와 안정감을 얻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아무리 오래 혼자 있더라도 조금도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는 성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