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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개미를 찾아라
프레드 베르나르 지음, 심재중 옮김 / 한마당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검푸른색 숲을 배경으로 붉은 개미 두마리가 점처럼 박혀있다. 표지에서 받을 수 있는 기괴하면서도 흡인하는 듯한 분위기가 우선 압권이다. 이런 느낌은 커다란 책장을 한장씩 넘길 때마다 만날 수 있는 정글의 동물, 그 눈을 보면 더해진다. 작가 프레드 베르나르는 이 그림책 이외에도 환경에 대한 책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쯤이면 <여왕개미를 찾아라>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 책이란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림책이란 옷을 입고 있지만, 녹록하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거리도 많은 책이다. 이야기 서술방식도 독특하다. 어느 날, 갑자기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사라진 여왕개미를 찾아서 탐정, '비누주둥이'와 그의 조수, '날개'는 중대 임무를 맡고 조사에 착수한다. 우리는 비누주둥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의 모험을 따라간다.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턱수염 한 올.
원숭이 소크라테스의 털도 아니고, 흑표범의 털도 아니고, 범나방의 털도 아닌 이 털은 점점 사건을 미궁으로 몰고 간다. 이들은 숲에 난 붉은 상처 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 간다. 그곳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쇠붙이 새가 있고 그 앞엔 멍청해 보이는 개 한마리가 졸고 있다. 개는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동물의 말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걸까? 이들의 물음에 횡설수설한다. 여왕개미를 찾겠다는 의지와 살아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들은 쇠붙이 새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난다. 밀림을 차츰 멀리하고 도착한 곳은 회색 도시의 박물관이다.
이곳에 있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이들의 물음에 대답을 못한다. 이미 박제가 된 동물들이기 때문이다. 털의 주인, 동물박사의 연구실에 갇혀있는 여왕개미를 발견한 이들은 필사적으로 탈출을 감행하고, 큰코부리새의 본능을 이용한 이들은 무사히 밀림으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 이 본능은 위험이 눈 앞에 닥칠 때 더욱 힘을 발휘하고 말았다. 동물박사에게 중요한 여왕개미는 이들 붉은개미들에게는 유일한 어머니이다.
숲은 우리의 어머니이다. 붉은개미들의 여왕개미를 되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하였듯이, 지금 우리는 사라져가고 있는 숲을 위해 힘써야한다. 숲이,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숨쉬고 자라야할 야생의 동식물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책은 한편의 탐정소설처럼 박진감 넘치게 들려준다. 큰코부리새의 저 아래로 끝없이 펼쳐지는 짙은 녹색이 아름답다. 초등 2-3학년에게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