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선생님의 비밀 책마을 놀이터 9
파울 판 론 지음, 현미정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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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작가의 톡톡 튀는 이야기가 지루함없이 쉽게 읽혀지는 재미가 있다. 제목에서부터, 선생님 이야기에 징그러운 느낌의 개구리 그리고 비밀이라는 단어가 주는 호기심 같은 것들이 뭉쳐 뭔가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비밀'은 세 가지이다. 처음엔 순하고 재미있으신 프란스 선생님만 가끔 개구리가 되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줄 알지만, 사납고 잔인한 성격의 교장 클라퍼 선생님의 본 모습은 검은 황새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비밀의 하이라이트는 프란스 선생님이 그렇게 사랑하는 수잔 선생님이 사실은 나비였다는 사실이다. 나비를 좇아 팔짝거리는 개구리. 오랜만에 유쾌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개구리로 변한 선생님이 현실로 돌아오는 데는 파리 한 마리가 필요하다. 현실과 상상을 아주 자유롭게 넘나든다. 밤새 공원에서 검은 황새에게 쫒겨 다니다 구사일생으로 피해 달아난 프란스 선생님, 아니 개구리. 불쌍한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을 함께 하게 된 반 아이들은 파리 한 마리를 비상용으로 잼병에 넣어 다닌다. 평소에 자신들과 하나되어 이해주시는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힘써 보답하려 한다. 아이들의 행동은 순수하고 대견하다.

이 책에는 군데군데 훈훈한 유머가 있다. 특히 밖에선 사납고 잔인하게 구는 클라퍼 선생님이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 태도와 말이 그렇다. 아이들의 지혜로 잡혀서 동물 보호소로 보내지는 게 불쌍하게 생각될 정도이다. 공원에서 개를 만나 수난을 당하는 장면도 동정심이 들게 한다. 이 세상에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잔소리를 하는 듯한 동화가 아니라 순수한 즐거움과 상상을 불어놓어 주는 이야기라, 재미있다는 최대의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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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 셀레스틴느이야기 3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가브리엘르 벵상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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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벵상의 그림이 주는 느낌은 참 묘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풍성하고, 차분한 듯하지만 살아있고, 어질러져 있지만 단정하다. 그리고 낮은 채도의 색감이 오히려 따스함을 준다. 가브리엘 벵상의 스케치는 화면 가득한 느낌과 함께 여백의 아름다움까지, 눈을 확 끌어당긴다.

이런 느낌은 글에서도 잘 묻어난다. 대화체로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특이하다. 셀레스틴느의 종알거림이, 조그마한 아이를 품에 꼬옥 안아주고 싶게 만든다. 셀레스틴느는 아주 작고 귀여운 생쥐이다. 끝없이 보호해주어야만 할 것같은 셀레스틴느에게는 에르네스트가 있다. 그는 덩치가 크고 마음 좋게 생긴 곰 아저씨이다. 핏줄이 달라도 단단한 가족애로 묶여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편안함과 믿음이 베여있는 가족의 분위기이다.

주눅드는 분위기의 박물관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에르네스트 아저씨와 졸졸 따라다니는 셀레스틴느는, 그림을 구경하다 그만 서로를 잃어버린다. '...음, 이 그림은 벨라스케스가 그린 '말을 탄 발타사스 카를로스 왕자'야.' 감탄하며 그림을 쳐다보던 에르네스트는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그림들이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다소 실망한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없는 거라고!

에르네스트는 점점 더 그림에 빠지고 집에 와서는 미술사를 들여다 볼 생각이다. 에르네스트 아저씨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며 그만 가자고 조르는 셀레스틴느와 그림에 푹 빠져있는 에르네스트를 지나며, 명화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서로를 잃어버리고 미로같은 박물관 안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들 뒤로 보이는 명화들도 낯익은 것들이 많다.

에르네스트를 찾은 셀레스틴느는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얼핏 본 흰 조각상 따윈 안중에도 없다. '아저씨, 진짜로 무서웠다니까요, 정말이에요.' 집에 돌아와서까지도 쉬지 않고 종알대는 셀레스틴느. '아저씬 나 없으면 못 살죠, 그렇죠?' 엄마가 아이에게 종종 하곤 하는 말인데 아이의 입을 통해 듣다니... 깜찍하다. 그리고 가슴이 찡하다.

온통 어질러져있는 집안과 잘 정리되어 있던 박물관 안이 대조의 그림을 이룬다. 셀레스틴느의 집은 편안하고 풍성하고 따스하다. 물건들은 살아서 말을 거는 듯하다. 가브리엘만의 스케치가 가진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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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세시풍속
이동렬 지음, 이서지 그림 / 두산동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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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우리 고유의 아름답고 소박한 세시풍속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그 아쉬움을 제목에 드러내고 있다. <사라져 가는 세시풍속>은 우리 조상들의 의식주 생활 전반에 걸친 풍속들을 한꺼번에 끄집어내어 들려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가장 관심이 갈 만한 소재들로 다섯 마당을 꾸미고 있다.

놀이 마당, 일거리 마당, 먹거리 마당, 지혜 마당 그리고 전통 마당 이라는 이름의 다섯 마당 놀이가, 멋들어진 풍속화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섬세하고 실감나게 그려진 풍속화를 통해, 옛날 그 마당으로 간 듯한 착각이 든다. 하나 하나의 이야기들은 모두 생동감나는 인물들의 대사와 함께 한 컷의 그림으로 떠오른다.

특히 흙을 밟고 여럿이 함께 어울려 하는 우리 전통 놀이 마당을 들여다보면, 요즘의 컴퓨터 게임 세대가 측은해진다. 정신도 육체도 약해져가는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선사하기 위해서라도 전통 놀이를 되살려봄이 어떨까? 그 속에서 우리 문화의 정신을 발견하고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함은 또 어떤가?

이 책을 보고 나서 '내가 후손에게 전하고 싶은 오늘날의 풍속은 무엇이 있나?'를 생각해보고 자신이 풍속화가가 되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보면 좋을 것 같다. 현재의 놀이문화와 더불어 되풀이되는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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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무' 아래서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현아 옮김, 오에 유카리 그림 / 까치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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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실천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진 오에 겐자부로의 교육 에세이라는 문구가 다소 상투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폈다. 그러나 이 책은 에세이가 아니라 한 편의 성장소설과도 같은 짜임새로 일관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나의 나무'

몇년 전부터인가 해오지 못하고 있던 일이 떠올랐다. 양산 어느 절의 너른 마당에 있던 나무들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큰아이가 세살 때, 우리 부부는 그 나무를 아이의 나무로 정하고, 그 나무에 아이의 등을 대게 하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해마다 같은 때(아이의 생일은 12월) 이 곳에 와서 '아이의 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어주기로 하였다. 가지만 앙상한 그 겨울나무는 잿빛 하늘을 향해 기운차게 가지를 벋고 있었다. 모든 걸 다 벗어버리고 굳건히 서 있는 그 나무가 봄기운과 함께 다시 피어올릴 것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 참 희망찼던 기억이 난다.

'계속'

하나의 몸체 안에서 쉼없이 돌고 도는 계절의 여행을 하는 한 그루 나무처럼, 작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 때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자기 안의 '인간'은 서로 이어져 있'고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라 한다. 그러므로 '자기 나름대로 시작하는 삶의 방식은 평생 계속되'며, '계속한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들려준다. 어린 시절의 공부와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인지, 어떻게 잘 키워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어 들려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평생 '계속'되는 자신의 삶의 방식이란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가꾸어나가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너는 어른인 너에게 계속되어 있어. 그건 네 등뒤의 과거의 사람들과, 어른이 된 네 앞의 미래의 사람들을 잇는 것이기도 해.

한 사람 한 사람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의 주인공으로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망각하고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자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없다'라고 말하며,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번민하게 된다면, 그때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보는 힘'을 내어 보라고 말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는 데에는 용기도 필요하고 부단한 힘을 길러두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란 것이 해결해 주는 것들과 의외의 소득이, 이전에 가졌던 번민의 시간들을 무색하게 하는 때가 종종 있다.

큰아이의 뒤로 당당히 서 있는 겨울나무는 지금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뿌리 저 밑에서 건져올린 인내와 강인함으로 생명을 부단히 잇고 있다. '계속하고' 있다. pepper and salt에서 salt가 좀더 많은 머리카락이 되었을 때, 내 안에 있는 '어린 나'가 '나는 어떻게 살아왔습니까?'하고 물어오면, 나무처럼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살면서 자신 안에 들어있는 '어린 나'와 수시로 대면하기를... 순수와 열정으로 세상을 바로 보는 작가의 맑고 차분한 눈빛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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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 - Learning Fable Series 데이비드 허친스의 학습 우화 시리즈 1
데이비스 허친스 지음, 김철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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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우리가 짐작하는 정도보다 더 많은 수의 동굴들이 있다. 그 안에는 동굴의 입구쪽으로 등을 지고 돌아 앉아 동굴벽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저마다 자신이 보고있는 것이 완전한 것이라 믿으며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려한다. 무엇때문에 동굴 밖의 빛을 두려워하고 동굴을 빠져나오지 못하나? 이것에 대한 답을 저자는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사고 모델'의 작용이라고 한다.

'사고 모델'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추측하고 가정하며 자신의 신념으로 확고히 굳혀간다고 한다. '사고 모델'이 위험한 것은, 그것의 일곱 가지 원리 중 몇가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사고 모델'은 항상 불완전하며, 우리가 얻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며 다시 스스로를 강화한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사고 모델은 때때로 그것의 유용성보다 오래 남는다.

<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는 이러한 사고 모델의 실체를 재치있는 삽화와 함께 우화 형식을 빌어 쉽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단지 돌아 앉기가 겁이 나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를 세상의 모든 것으로 알고 만족해 하며 살아가는 원시인은, 문명인을 자처하는 오늘날의 우리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끼리의 다리나 코만 만져보고 코끼리를 다 알았다고 자만하는 경우와도 다르지 않다.

참된 존재를 앎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진리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고 모델에 수시로 질문을 던지고 그 틀에서 나와 고개를 돌려볼 필요가 있음이다. 망루에 올라 동서를 모두 먼 시선으로 내다본다면, 원시인 부기처럼 혼자 중얼거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정말 조금밖에 못 보는구나......'

사고 모델을 바꿈으로써 수많은 경영 혁신을 일으킨 경우도 있지만, 더 좋든 나쁘든 우리의 사고 모델은 우리가 취하려는 행동의 폭을 제한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신념은 단지 자신의 사고 모델일 뿐이라는 것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신념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검증해보지도 못하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로 하자.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선과 지적 호기심에 눈밝히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도, 사고 모델에 스스로 휘둘리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리가 늘 우리 자신의 사고 모델에 도전하여 그것의 정체를 훤히 꿰뚫어볼 수 있다면, 사고 모델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은폐된 권력으로서 작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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