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다르덴, 인간의 일에 대하여


북펀딩 소식을 보고 바로 펀딩 완료.

11월 2일 배송 예정이네.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는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지 않게 됐는지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올해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받은 거장 형제 장-피에르·뤽 다르덴 감독은 최근 프랑스 칸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벨기에 출신의 두 감독이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건너온 아이들의 우정을 그린 '토리와 로키타'다. 친남매처럼 서로 의지하는 남자아이 토리와 그보다 조금 더 큰 여자아이 로키타의 여정을 통해 폭력에 노출된 유럽 내 어린 이민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 기사 발췌

 - 기사 출처 http://yna.kr/AKR20220530015300005?site=popup_share_copy

뤽 다르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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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뤽 다르덴이 2011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의 두 인물 시릴과 사만다에 대해 생각하며 2007년 5월부터 틈틈이 적은 단상을 모은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버림받은 소년 시릴과 그를 엄마처럼 품어주는 여인 사만다라는 두 인물에 대한 글이다. 저자는 “홀로 남겨진 소년에게 삶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존재 자체가 파괴되는 폭력을 경험하고도 소년은 어떻게 똑같은 폭력의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해하고자”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언한 이후 우리 인간은 신이 주던 위안을 잃어버린 채 어떻게 죽음을, 삶을 감내할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죽는다는 두려움’을 파헤친다. 인간에게 삶은 공포 그 자체이고 그런 세상에서 만나는 타자는 제거해야 할 위협이 된다. 이 주제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사유는 제자리를 맴도는 듯하면서도 수많은 나선을 그리며 느리지만 조금씩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곳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 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형 장 피에르 다르덴과 동생 뤽 다르덴, 형제는 일찌기 노동현장에서 일하며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이후 한결같이 소수자 이웃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냉엄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불편한 마음이 들어도 우리 이웃의 일이니 외면하지 말고 보라고, 핸드헬드 카메라를 들고 바짝 따라다니며 인물을 비추어 낸다. <로나의 침묵>, <언노운 걸>, <아들>, <소년 아메드>...... 그 중에서도 <자전거 탄 소년>은 그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비교적 온기 있고 희망적이다. 뤽 다르덴이 쓴 <인간의 일에 대하여> 책 소개를 보고 2011년 이 영화를 선보이기 전, 2007년 5월부터 영화 속 두 인물 시릴이라는 소년과 그를 돌보는 사만다에 대해 생각하며 단상을 적어왔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일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일에 대하여>를 쓰기 시작했다니, 꾸준히 지켜온 진정성이 느껴진다. 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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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덴 형제는 “우리는 한 사람이지만, 눈은 네개”라고 표현한다. 두명이 공동연출을 할 때 상상 가능한 생산적인 분담 방식의 한 예를 드는 것으로 이 표현은 더 잘 설명된다. 주로 촬영과 편집을 맡는 장 피에르 다르덴과 사운드쪽을 맡는 장 뤽 다르덴은 촬영장에서는 한 사람은 모니터를 보고, 또 한 사람은 배우를 본다. 모니터 뒤에 있는 사람은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자리를 바꾼다. 역시 모니터 뒤에 있는 사람은 침묵한다. 둘 사이의 의사소통은 필요없다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의중을 이해한다고 한다. 그러니, 역으로 정말 ‘눈이 네개 달린 한 사람’의 역을 하게 되는 셈이다. 또 한 가지, 다르덴 형제의 독특한 연출방식의 예가 되는 것은 혹독한 수준의 리허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배우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국 “육체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작업은 먼저 카메라맨 없이 시작되어, 많은 리허설로 동선을 구성해보고, 또 몇 가지 버전으로 바꿔본다. 이때는 대사에 대한 부담도 주지 않는다. 수차례 반복한 뒤 카메라는 돌아간다. 하지만 이제는 연습한 걸 정확하게 할 필요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배우의 움직임과 디테일들이 살아난다. 그때에 가서야 대사를 시작하고 조정해나간다. 다르덴 형제는 배우가 육체로 말을 건네기를 원한다. 카메라는 그 살아 있는 ‘물질성’을 담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 식의 ‘리얼리즘’이며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로 넘어오면서 발전되는 그들만의 요소이다. / 씨네 21 No. 441 중




자전거 탄 소년, 중



생활고로 빼앗긴 시릴의 벗을 찾아주고 주말 위탁모 제안까지 기꺼이 받아들인 사만다는 어느 날 그 이유를 묻는 시릴에게 "그냥"이라고만 대답한다. "그냥"은 나중에 시릴이 나쁜 길로 자신을 데려가려는 동네 형의 제안을 마다하지 않고 돈은 필요없고 "그냥 돕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장면과 함께, 무뚝뚝하지만 영화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리가 베푸는 친절에 첨가물이 섞이지 않고 순수한 결정체로 그 행위가 빛날 때 험난한 과정과 결과에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명분과 용기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나는 과연 순정한 친절을 베푸는 인간인가? 시릴이 나쁜 행동인 줄 알면서도 그냥 그 형을 돕기로 약속했기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만다에게 상처를 입힐 때에도 그녀는 잠시 슬픔에 겨워 울음을 뱉었을 뿐 시릴을 내치지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내 추측이긴 하지만, 사만다가 시릴을 돌보는 건 모종의 옛일에 대한 속죄의 모습 같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잠시 한 나는 영화가 말하는 순정한 '그냥'을 배반하는 관객이다. 아버지에게 다시 한 번 내침을 당한 후 자전거를 타고 달려 사만다에게 돌아온 시릴,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자신을 받아달라 진심으로 원하는 시릴에게 사만다는 참다운 '어른'의 모습을 보인다.

 

<자전거 탄 소년>은 잘못과 뉘우침, 용서와 복수, 속죄와 성장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보여준다. 강렬하고 집요하다. 영화는 감정을 주름살 뒤로 감춘 무심한 얼굴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감출 수 없는 노인 같다. 단순한 플롯에 복잡하지 않은 사건을 시간순으로 배치하며 자연스럽게 시릴이 유년의 기억을 자양분으로 해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준다.


- 고마워 영화, 27-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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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9-20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마워 영화> 이 책이 명작이군요~!! 저도 나름 ‘순정한 친절‘을 베푸는걸 목표로 하는데 꼭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더라구요. 악용하는 사람도 있고 ~ <자전거탄 소년> 재미있을거 같아요~!!

프레이야 2022-09-20 21:03   좋아요 1 | URL
선하신 새파랑 님 ~
뭐든 순정품이 최고죠. 그렇지 않은 건 좀 있으면 다 드러나요 ㅎㅎ
자전거 탄 소년, 재미도 있고 뜨끔한 충고도 되고 그래요. 참다운 어른이란.

scott 2022-09-20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책 땡투😍
고마워 영화🤗

프레이야 2022-09-20 21:04   좋아요 1 | URL
양장본이라 더 이쁠 것 같아요
스캇님 ^^

청아 2022-09-20 1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마워 영화 표지 속 여성
프레이야님 같아요~^^♡

프레이야 2022-09-20 21:05   좋아요 2 | URL
쪽집게 미미 님~^^

페크pek0501 2022-09-2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감정을 주름살 뒤로 감춘 무심한 얼굴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감출 수 없는 노인 같다.˝
- 이런 표현을 하실 줄 아시는 프레이야 님, 짱이십니다!!!

프레이야 2022-09-21 17:06   좋아요 0 | URL
페크 님 ~^^
바삭바삭 가을입니다~

희선 2022-09-22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마음 없이 그냥일 때도 있을 텐데... 그런 마음이 죽 이어지면 좋겠네요


희선

프레이야 2022-09-22 07:49   좋아요 0 | URL
순수하게 그냥이라고 말해도 사실 내적 동기는 또 각자 있겠지요. 전환점이 되는 선한 동기. ^^

기억의집 2022-09-24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 페이퍼 읽고 펀딩할까 말까 했다가 방금 펀딩했어요~ 자전거 탄 소년은 들어보긴 했는데 영화는 못 봤지만.. 찾아보니내일을 위한 시간의 감독이였네요~ 그 작품 인상적이었는데 다르덴형제가 만들었네요!! 읽어봐야죠!!!

프레이야 2022-09-25 00:07   좋아요 0 | URL
기억 님 ^^ 영화만큼 진정성 담긴 좋은 글일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과학은 조소, 회화, 음악, 시문학의 근간이 되며, 과학 자체가 시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_ 66쪽

앞서 주장했듯이, 과학은 걸작을 만들어 낼 때뿐 아니라 미술을 감상할 때도 필요하다. 예컨대, 작품에 담긴 생명의 본질을 폭넓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아이보다 무엇이 낫겠는가?
시에 등장하는 객체와 동선을 훤히 뀀으로써 시골뜨기는 미처볼 수 없는 것을 간파한다면 모를까, 그러지 못한다면 신사가 시골뜨기보다 무엇이 낫겠는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관중이 작품을 자각하고 있다면, 이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감상의 질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작품의 진실을 하나하나씩 벗겨 낼 때마다 지각한 사람이라면 희열을 느끼겠지 - P65

만, 무지한 사람을 이를 간과하고 말 것이다. 작품의 수효야 어떻든,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암시하는 것이 늘수록, 작품과 연관된 사상을 내비칠수록 사람들에게 크나큰 만족을 안겨 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만족을 누리려면 관중이나 청중 혹은 독자는 예술가가 시사한 현실을 간파해야 한다. 현실을 간파한다는 말은 곧 과학을 꿰뚫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 P66

과학에 입문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시중에 나오는 시 중 10분의 1도 알 수 없다. 소싯적 식물과 곤충을 채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작은 길과 울타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재밋거리를 조금도 알지 못할 것이다. 화석을 발굴하러 다닌 적이 없는 사람은 암석에 박힌 보화(화석)가 발견되는 지대에서 시상을 떠올릴 리 없고, 해변에 살면서도 현미경과 수족관을 둔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해변에서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을 아직 모르는 것이다. 사사로운 일에는 정신을 팔면서도 위대한 자연에는 무관심한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연이 만든 건축물에는 관심이 없지만,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의 음모론같이, 몰라도 그만인 논란에는 사족을 못 쓴다. 헬라어로 된 시는 악착같이 배우려 하지만, 신의 손가락이 지구의 지층에 새긴 대서사시에는 눈길 하나 주는 법이 없다! - P67

과학교육이 훈육 수단으로서 언어교육을 능가한다는 사실은 판단력 함양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영국 왕립과학연구소에서 지식 교육을 가르친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교수는 가장 흔한 지성의 단점으로 ‘판단력 부족‘을 꼽았다. 일리 있는 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회는 판단력 교육에 무지할 뿐아니라, 그것에 무지하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의 원인을 과학 문화가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패러데이 교수의 결론은 분명하다. 주변 환경, 사건 및 결과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주변 현상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때만 능하다는 것이다. 어구의 의미를 훤히 꿰고 있다고 해서 인과관계를 정확히 유추해 낼 수는 없다. 데이터에서 결론을 지속적으로 도출해 내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결론을 검증할 수 있다면 정확한 판단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습관이 판단력의 필요조건이며, 이것을 과학으로 익힌다는 것이 과학교육의 장점 중 하나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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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0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0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0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4장 - 같은 계획의 다양한 결과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각 사건의 다양한 특성과 여건이 야기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최선책을 간파하고 선택할 수 없는 애매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길은, 내 생각에는 이것이다.
즉 그렇게 해야만 할 다른 이유가 없더라도 가장 정직하고 공정한편에 투신하는 것. 어느 길이 지름길인지 확신할 수 없으니, 언제나 곧은 길로 가는 것. - P242

B 하지만 사실 그처럼 강력한 자신감은 죽음 또는 종국에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상상해도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는 이들만이 완전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불안하고 의심스러워 떨리는 모습으로 자신 있는 척해 봤자, 중차대한 화해를 이끌어 내는 데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순순히 자기를 맡기고 믿어 버리는 것이 남의 마음과 의도를 내것으로 만드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어쩔 수 없는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로이 그렇게 하고, 적어도 얼굴만이라도 의심을 벗어 버리고 순수하고도 분명한 신뢰를 보인다면 말이다. - P246

안전을 염려하는 척하며 왕공들에게 극히 세심한 경계심을 촉구하는 자들은 그들에게 몰락과 수치를 권면하는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그 어떤 고귀한 일도 이룰 수 없다. 내가 아는 한 분은 기질상 매우 용맹하고 대담한 사람이건만, 사람들이 매일같이 그의 운을 망가뜨리고 있다. 측근들과 똘똘 뭉쳐 지내라는 둥, 옛 적들과 화해하라는 말은 듣지도 말고, 혼자 버티면서 어떤 약속을 하건 어떤 이용 가치가 있어 보이건 더 강한 사람과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둥의 충고로 말이다. 내가 아는 다른 한 분은 그와는 정반대의 충고를 받아들임으로써 자기 운을 기대 이상으로 증진시켰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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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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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적이나 강인한 야성,
곤봉과 채찍으로 유지하는 소위 문명세계,
인간세계에 울리는 경종의 부르짖음.
벅은 잭 런던의 또다른 페르소나.

단편 ‘불 피우기’가 뒤에 수록되어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한 방문객이 그 계곡을 찾는데 이해츠 족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놈은 찬란하게 빛나는 털로 뒤덮인 커다란 늑대인데 다른 늑대들과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다르다. 그는 홀로 부드러운 숲을 건너 나무들 사이에 있는 공터로 내려간다. 썩은 사슴 가죽 자루들에서 누런 물줄기가 흘러나와 땅에 스며드는데, 주위에 풀들이 기다랗게 자라나 있고 식물들이 우거져서 그 누런 색깔을 보이지 않게 가린다. 그는 여기에서 잠시 동안 뭔가 생각하다가 떠나기 전에 한 번, 아주 길고 슬프게 운다.
그러나 그가 언제나 혼자인 것은 아니다. 긴 겨울밤이 오고 늑대들이 낮은 계곡으로 먹이를 찾아 내려올 때면 그가 무리의 맨 앞에서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창백한 달빛과 희미하게 반짝이는 북극광을 뚫고 동료들보다 훨씬 더 높이 펄쩍펄쩍 뛰면서 그들 무리의 노래인 원시 세계의 노래를 부를 때면 그의 커다란 목이 우렁우렁 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 P132

"당신이 옳았어요, 선배. 당신이 옳았어요."
그는 설퍼 계곡의 선임에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난 후 사내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가장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잠 속으로 스르르 빠져들기 시작했다. 개는 그를 바라보며 앉아서 기다렸다. 느릿느릿 다가오는 긴 황혼 속에서 짧은 하루가 끝나 가고 있었다. 불이 지펴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이 눈 속에 앉아 불도 피우지 않는 것을 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황혼이 저물자 불을 쬐고 싶은 개의 안타까운 열망은 점점 줄어들었고 그대신 개는 앞발을 교대로 크게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부드럽게 낑낑거렸다. 개는 귀를 납작하게 붙이고 주인의 꾸중을 기다렸다. 그러나 주인은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개는 크게 낑낑거렸다. 조금 더 지난 후 사내에게 살금살금 걸어간 개는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에 개는 털을 곤두세우고 뒤로 펄쩍 물러섰다. 추운 하늘에서 펄쩍 뛰고 춤을 추고 밝게 빛나는 별들아래, 개는 큰 소리로 길게 짖으면서 잠시 더 기다렸다.

- 불을 지피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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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1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틴 에덴에 이어 계속 잭 런던이군요. 저는 마틴 에덴부터.... ^^

프레이야 2022-09-18 19:45   좋아요 1 | URL
잭 런던 무척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저는 좋네요. 강하고 뜨겁게 살다 갔어요. 하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를 두고 가짜라고 표현했다죠. 세상 평가에 연연해하진 않았을 인물이지만. 영화 마틴 에덴도 잭 런던을 좀더 이해하기 👍
 

인생의 즐거움을 잃지 않는 마음

얘들아, 너희는 어리고 귀여워. 조금 더 지나면 학문의 숲을 떠나 삶의 터전으로 들어가게 돼. 그곳에서 춤추기도 하고 울기도 할 거란다. 모든 걸 잃고 모든 걸 얻기도 하겠지. 가끔은 그런 일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해. 우리는 살면서 모든 걸 줄 수 있어. 준다는건 모든 걸 잃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이란다. 단, 한 가지만은 잃어서는 안 돼. 이건 할머니가 임종 몇 시간 전에 나한테 해 준 말이야. 할머니는 시골 분이셨는데, 그동네에서 유일한 공산주의자였고 평생 새카만 재들에 뒤덮여 살았어. 그야말로 온갖 불행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지. 자식 하나는 장애가 있었고, 또 다른 자식은 포로수용소에서 죽었어. 그리고 평생 이런저런 질병에 시달렸단다. 내가 열두 살이나 열세 살쯤 됐을 때 할머니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어. 할머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예요? 난 그때 할머니가 해 주신 답을 잊을 수가 없어. 아가야,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이야.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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