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영과 발해
이광웅 지음, 홍성찬 그림 / 예림당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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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29년을 화려하게 꽃피우다 지고 만 나라. 발해는 나당 연합군에 의해 패배한 고구려 유민들이 나라를 빼앗긴 지 30년만에 세운 국가이다. 대단한 투지의 옛 고구려 백성들의 우두머리에는 대조영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발해가 넓혀간 영토는 고구려의 그것보다 훨씬 넓은 것이었다. 이 역사물은 작가의 상상력이 약간은 가미되었으나, 그나마 많지 않은 발해에 대한 자료를 기초로, 연대기순으로 사실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사실적인 역사물 그림으로 유명한 홍성찬 선생의 삽화가 생생함을 더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안타까운 부분이 많이 보인다. 지금도 끊이지 않는 전쟁이라는 것의 빌미가 한낱 권력욕 내지는 영웅심인가. 그런 것들로 점철된 밀고 당기는 힘이 국가를 지탱하는 요인이라면, 그저 국경선이라는 것은 신기루와도 같은 건 아닐까? 그러나 허무주의에만 빠져있을 건 아니다. 화려하게 뜨는 해와 지는 해의 허망함을 불과 229년이란 세월을 두고 보는 느낌은 답답함이다. 중국이 일찍이 해동성국이라 부르며 칭송하였던 발해가 형제의 배신으로 덧없이 스러지는 대목은 우리에게 반복되는 교훈을 준다.

주된 이야기의 구성은 대조영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발해가 어떤 수난을 거쳐 자리잡았으며 어떻게 스러졌는지, 중국과 신라, 왜국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광할한 대륙으로 뻗어나갔던 옛고구려인들의 기상 등으로 되어있다. 발해의 유적지와 화려했던 문화는 이야기의 부록에서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좀더 자유롭게 역사여행을 갔다 올 수 있을 것이다. 초등 고학년이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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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선생님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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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부모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모님을 대신하는 인물로는 조부모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혈육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의미있는 타인'으로 다가와 마음 속에 아로새겨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가지 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색다른 쪽으로 끌고 가는 힘을 주고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한 겁많은 소녀가 할머니와 가진 따뜻한 경험을 소재로 한 <천둥케이크>의 작가 페트리샤 폴라코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글자를 해독하였다니. 그런 이유로 자신의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어둠에 틀어박혀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작가에게 '의미있는 타인'이상으로 다가 온 선생님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림책 한 편으로 그려냈다.

글자를 못 읽어내는 트리샤를 '글자를 다르게 해석하는 용기있고 똑똑한 아이'라고 말하며, 절망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려 하신 선생님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지식은 꿀처럼 달콤한 것이지만, 지식의 보물창고인 책을 펼쳐 그곳에 담겨있는 세상의 반짝이는 의미들을 해석해내지 않으면 어둠에 갇혀지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런 트리샤에게 인내와 사랑으로 빛의 세계를 찾게해 준 선생님과 꾸준히 노력한 트리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둠 속에 무수한 별빛들이 쏟아지는 마지막 장면은 코끝이 찡하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어른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하얀 도화지와도 같이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아이들의 싹을 다치지 않게 가꾸어 꽃피워줄 수 있기를.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꿋꿋함을 간직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모두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유산이 아닐까!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진정 의미있는 타인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것이 대물림된다면 좋겠다. 작가가 훗날 선생님을 만나 '어린이 책을 쓰고 있어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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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잡은 피리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8
강무홍 글, 김달성 그림 / 보림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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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그림책 <호랑이 잡은 피리>에는 세가지의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져 형제가 다시 만나듯 다시 합친다. 가난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삼형제에게 물려준 것이라곤 지게 작대기, 반닫이 그리고 피리이다. 삼형제는 각각 이 낡은 물건들을 가지고 부자가 되어 다시 만나기로 하고 제 각각 다른 길을 떠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세갈래로 갈라진다. 어려움을 지혜로 이겨낸 삼형제에게 우연의 선물이란 없다. 그들은 제 각각의 미덕을 지니고 있어 기적같은 선물을 받게 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아버지의 손떼 묻은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여 요긴하게 사용했다는 점이다.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든, 타고난 미덕으로, 하찮은 물건들을 남을 위해 혹은 낙천적인 성품에서 비롯되어 적절히 사용하였다.

이 책은 그림을 구석구석 들여다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옛날의 장터나 마을, 집안 풍경 등을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거슬러 내려간 착각에 빠진다. 인물들의 표정은 풍부하고 익살맞다. 아이들과 함께 꼼꼼히 들여다보며 나눌 이야기가 많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잘 볼 수 없는 물건들이나 풍경도 그렇고, 삼형제의 각각 다른 성격도 그렇다. 새 것만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손떼 묻은 물건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서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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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비룡소의 그림동화 60
아나이스 보즐라드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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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나뭇가지 위에 하릴없이 앉아 무심히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소년은 파랑 나라의 왕자 파비앙이었다. 표지의 제목부터가 아주 직설적이다. 둘러가거나 부드러운 표현을 찾으려 애쓰지도 않는다. '전쟁'을 가지고 어떻게 어린이에게 접근할까? 어떤 색채로 그려낼까? 하는 호기심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독특한 그림을 만나게 된다.

빨강, 파랑, 노랑의 옷과 깃발로 온통 무장하고 있는 각각 세 나라의 사람들 외에, 배경은 단순하고 가는 선만으로 황량한 벌판과 궁전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이 훨씬 마음 속에 살아서 들어오는 효과를 준다. '전쟁이었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은 빨강과 파랑 나라의 전쟁이 오래 전부터 이유도 모른 채 계속되고 있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빨강 나라의 왕자 쥘과 파랑 나라의 왕자 파비앙의 결투에서 처럼 전쟁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우스꽝스러운 일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파비앙의 지혜로, 그들이 서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은 그저 평화로울 따름이다. 작가는 서로의 색깔 따윈 살아가는 데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개개인의 색깔들이 어울려 오히려 하나의 멋진 그림을 이루고 있다.

전쟁이 끝난 것을 확인한 후에서야 파비앙은 노랑 나라의 왕을 찾아가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한다. 있지도 않은 군대 이야기가 나올 때는 그 왕이 아주 많이 웃었다고 한다. 덧없이 죽어간 이름도 모르는 군인들과 어처구니 없이 죽은 쥘 왕자를 위해서는 눈물을 흘렸다고도 한다.

지구상에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는 전쟁으로 이유도 모른채 수없이 희생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전쟁이 그리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간단명료한 구조로 그려낸 전쟁이라는 이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들은 색깔들이 주는 인상만큼이나 선명하게 마음 한 자리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 얼마나 사람의 본성을 비틀어 놓는지, 전쟁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파괴행위인지 그리고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과 평화를 지키려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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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이사 보내기 아동문학상 수상작가문고 4
차보금 지음, 백은희 그림 / 문공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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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이 꽤 재미있다. 왠 아이의 오른쪽 콧구멍에서 완두콩 싹이 나와 있다니. 이 책은 은비와 은결이라는 남매가 엮어내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엮고 있다. 동화이지만, 결정적인 사건이나 특별한 흥미를 유발할 만한 일이 없다. 그저 날마다 살아가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이야기가 꾸밈없이 그려져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활을 찍어 놓은 것 아닌가 오히려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9살 여자아이 은비가 쓴 두 편의 짧은 이야기도 책 속에 들어 있어, 또래의 아이들에게 '나도 이야기를 쓸 수 있어.'라는 동기를 불러 넣어 주기 충분하다. 우선은 주위의 것들에 세심한 관찰과 관심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남동생 은결이의 이상한 버릇때문에 벌어지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이 책의 제목이다. 그래도 누나와 의견을 조율할 줄도 아는 귀여운 동생이다. 동생때문에 속상해 하는 아이들이 '그래도 예쁜 내 동생!' 하며 동생을 한번쯤 생각해 볼 것이다. 엄마와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의 눈도 참 어여쁘다. 하나뿐인 침대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서로 생각해낸 아이들의 모습은 대견하다. 이럴 때 어른들의 무관심한 척하는 태도는 오히려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믿어주는 표시가 된다.

이 책을 읽고,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해 보고 깊이 이해해 보는 시간을 아이와 함께 가져본다면 좋을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도 읽기에 괜찮을 것 같다. 삽화도 통통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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