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 - 1959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
나탈리 새비지 칼슨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박향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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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어떤 의미일까? 책임이 전제하지 않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일까? 속박의 반대 개념으로 단지 자유가 존재한다면, 모든 사람이 그토록 추구하는 '자유'라는 것이 단지 이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구속도 책임도 싫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아르망은 마음이 보일까봐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 걸고 사는 할아버지다. 그런 사람이, 다리 아래로 좇겨난 아빠없는 세 명의 아이들을 만나고 부터 조금씩 변하게 된다. 천사같은 아이들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들키고, 그 아이들의 소원이 무엇인가를 알게된다. 차츰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면서 한 가족이 된다. 아이들의 자존심 강한 엄마도 아르망의 진심을 알고 가족으로서 그를 따뜻하게 대한다. 속박이 싫어 일거리도 마다하던 아르망은 건물 관리인을 자청하고 덤으로 집도 얻게된다. 약속대로 아이들에게 집을 선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르망이 스스로 얽어맨 책임의 사슬이 결코 구속은 아닐 것이다. 마음을 보이고, 또다른 마음을 받아들이고, 정을 베풀고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는 것은, 모래알 속에 반짝이는 진주알처럼 귀한 자유를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함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지혜를, 우리의 아이들이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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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과외 난 책읽기가 좋아
로리 뮈라이유 글, 올리비에 마툭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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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최윤정이 옮긴 글이라면 손이 가곤 한다. 프랑스어로 씌어진 좋은 책을 소개하려는 그의 열정이 늘 맘에 들기 때문이다. 그가 고른 책들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다. 뒤집기도 주특기로 돋보인다.

<놀기과외>는 제목에서 부터 어떤 이야기인가를 약간은 짐작해볼 수 있다. 과외에 찌들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루를 꽉 차게 끌려다니는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을 대번에 떠올릴 수 있었다.

흠잡을 데 없이 똑똑한 아이 라디슬라스는 학교를 마치면 요일별로 빡빡한 과외수업과 현장학습 같은 것을 받느라 무척이나 바쁘다. 당연히 놀 시간이 없다. 친구랑 어울려 놀 줄을 모른다. 라디슬라스에게 놀기란 아주 생소한 과목이다. 그런 아이가 예기치 않은 일로 첼로 과외를 빠지게 되고 친구 앙뚜안의 집에서 '놀기'를 시작한다. 완벽한 라디슬라스도 못 하는 것이 있다. 그림그리기. 그림 과외를 핑계로 놀기 과외는 제대로 되어간다. 거짓말은 드러나지만, 라디슬라스의 아버지도 무엇이 정말 아이가 배워야 할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짜여진 틀 속에서 가두어 양육되는 데 너무 익숙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그 틀을 들어내어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발을 뗄 줄 모르는 아이가 될까 두려운 생각이 든다. 정말, 아이 제대로 키우기 힘이 든다. 순간 순간 결심과 후회가 번갈아 가면서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오늘만 해도 아이를 대한 엄마로서의 나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 속상하다. 어디까지 수용적이어야 하나? 아이만의 발상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버리지는 않았는지? 아이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면서 자주 하게되는 고민이다.

내일은 영어학원을 결석시키고 부산 동화읽는 모임에서 마련하는 도서관 행사에 아이를 데려갈 생각이다. 현덕의 작품세계로 나들이 간다. 아이도 아주 좋아라 했다. 그런데 이것도 내가 미리 짠 틀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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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우는 아이 티스투 길벗어린이 문학
모리스 드뤼옹 지음, 자끌린 뒤엠 그림, 나선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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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이야기가 현실의 구석구석 어두운 면에 닿아 어여쁜 꽃을 피우는 이 한편의 동화가 내 마음의 우울한 한 구석에도 화사한 꽃을 피웠다. 풀빛 엄지손가락을 가진 티스투는 과연 천사였을까?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티스투가 바라보는 세상은 자신의 능력으로 꽃을 피우면 해결되는, 어쩌면 간단한 모순덩어리였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감옥, 답답한 병실 그리고 가난이란 짐을 안고 사는 빈민촌, 이 모든 곳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 아주 놀라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티스투는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혀있는 동물들에게도 적합한 식물을 선사한다. 티스투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숨통을 틔운다.

전쟁을 아무도 다치지 않게 끝낸 것은 평화의 천사 티스투만이 할 수 있는 일일까? 그 모순과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어느 구석 지금껏 끊이지 않는 전쟁의 본모습은 의외로 단순하다.

전쟁이란 많은 것을 잃게 만드는, 가장 크고 무서운 무질서이며 '상대방의 설명을 듣고 의견을 말하다가 갑자기 퍽! 따귀를 맞는 것'이라고 티스투는 생각한다. 전쟁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티스투는 대포마다 꽃씨를 뿌리고 풀빛 엄지손가락을 대어 꽃을 피운다. 불바다를 이루어야 할 전쟁터는 온천지가 꽃 투성이가 되어 더이상 전쟁이란 지속될 수가 없다. 막연하지만, 전쟁에 대한 허상과 그 방안까지 그리고 있다.

사람보다는 꽃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무스타슈 아저씨와 마구간의 짐나스틱하고만 비밀을 나눈 티스투는 닮은 점이 있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같은 것이 작가에게는 있는 지도 모르겠다. 티스투가 세상에 남아 더 좋은 일을 많이 하는 평화의 사도가 되었을 수도 있을텐데, 왜 무스타슈 아저씨를 따라 하늘로 올라갔을까?

짐나스틱을 통해 '티스투는 천사'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작지만 큰 일을 하고 간 티스투를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티스투가 세상에 남아있었다면, 모든 것에 빨리 적응하여 중요함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현상으로 그쳐버릴 수도 있었을까? 티스투를 하늘로 올려보낸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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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야, 악어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45
페터 니클 글, 비네테 슈뢰더 그림, 허은미 옮김 / 비룡소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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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 장 액자에 담아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그림이 우선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의 액자 그림들이 냉소적이며 끔찍한 기분이 드는 이야기와 묘하게 어울립니다. 지구상에 멸종해가고 있는 동물들이 많다고 하지요.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인간 위주가 아니었나 되짚어보게 합니다. <악어야, 악어야>는 악어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들을 바라보게 합니다.

나일강 가에서 쉬고 있던 초록빛 악어 한 마리가 귀부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근사한 물건'이 많다는 악어 가게를 찾아갑니다. 그 가게를 들어선 악어의 눈물을 보세요. 악어가 쓸 만한 물건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악어 가죽으로 만든 물건만 그득합니다! 이 눈물은, 다음 그림에서 가게 여종업원을 한 입에 삼켜버리는 장면에서 더 처절합니다. '참을 수 없는 모묙'을 느낀 악어의 눈물입니다. '별다른 죄책감도 없이' 기분 좋게, 악어는 나일강으로 돌아갑니다. 사람을 삼킨 후 악어의 이런 감정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빗대어 조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목숨있는 것은 모두 소중하다고, 그래서 함부로 그 생명을 파괴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꾸짖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본 아이라면, 백화점에 고가품으로 진열되어 있는 악어 가죽 핸드백을 가리키며 엄마에게 뭐라고 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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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늑대 미래그림책 2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지음, 프란스 하켄 그림, 유영미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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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가 들려주는 프로코피예프의 음악동화 '피터와 늑대'를 CD로 듣는다. 아주 낭랑한 조수미의 목소리가 등장인물과 동물을 여러가지 악기소리로 표현한 이야기와 어울려 재미를 더한다. 늑대가 오리를 잡아먹으려고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장면은 맘을 졸이게 하고, 피터가 늑대를 잡아 '당당한 승리의 행진'을 하는 장면에서는 우렁찬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림책 <피터와 늑대>는 가는 선의 섬세함만으로 흑백의 대조를 살려 표현한 판화 기법이 꽤 독특한 인상을 준다. 셀 수없이 많은 가는 선으로 살린 할아버지의 얼굴, 사냥꾼들의 사냥총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같은 것들이 익살스럽다. 초록의 선으로 표현한 넓고 푸른 들판, 주황색 새의 머리와 배, 파란색 동그라미로 표현한 연못, 노오란 고양이의 눈, 피터의 주황색 가로줄무늬 셔츠와 양말에 까지, 밋밋하기 쉬운 흑백의 배경에 진한 인상을 준다. 경쾌한 이야기의 전체 흐름이 잘 느껴지게 구성되어 있다.

겁이 없고 당당한 아이 피터가 꾀를 내어 늑대를 잡고 당당한 승리의 행진을 하는 장면은 노란 햇살이 가득 퍼져있다. 음흉한 눈빛으로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진땀을 흘리고 있는 늑대가 어째 밉지만 않다. 어쩌면 피터와 늑대는 서로 닮아있는 지도...... '이 승리의 행진은 너무 길어서, 한 장에 다 그릴 수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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