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모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 - 3단계 문지아이들 7
다니엘 페나크 지음, 장 필립 샤보 그림,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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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해외펜팔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로 씌어진 그 글을 이해하기 위해, 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쓰기 위해, 영어사전을 열심히 찾곤 했던 그 때.

<까모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는 책장을 넘길수록 묘한 분위기를 느끼며 긴장하게 한다. 마지막의 반전도 근사하다. 결국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열망만이 우리의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라고 말하고 있다.

영어 점수가 엉망인 아들을 위해 영리한 엄마가 짜낸 방법은 아주 기발하고 유용하다. 펜팔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영어에 매달린 까모는 펜팔인 캐시의 편지내용을 모두 외울 정도가 된다. 캐시에게 사랑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편지에서 세기를 초월한 기묘한 분위기를 읽은 친구와 까모는 <폭풍의 언덕>이 그 편지의 배경이었다는 걸 알게된다. 풍부한 상상력이 활개치는 문학의 세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입문한 셈이다. 그것은 전염병과도 같이, 다른 친구들에게 이미 만연해 있다.

사춘기에 앓게되는 사랑의 열병. 이 새대에 살고 있지도 않는 사람에 대한 타오르는 열정. '입을 다물고 있을 때조차도 할 말이 많은' 그런 사랑의 에너지를 향기로운 문학과의 만남으로 승화할 수 있다면, 풍요로운 사춘기를 보낼 수 있는 한가지 방식이 되지 않을까? 글쓰기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한 방식이라고 작가는 말한 바 있다. 내 삶을 보다 풍성하게 하기 위해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지혜로운 엄마라면 아이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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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친구들은 밤에 뭐해요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7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7
이은숙 지음 / 마루벌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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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작은 아이는 유난히 잠이 없습니다. 뭐 그리 할 일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지, 이리저리 왔다갔다 밤이 깊어도 바쁩니다. '깜깜한 밤인데 동물 친구들은 뭐하나 볼까?' 하며 <동물 친구들은 밤에 뭐해요>를 펴들고 아이를 무릎에 앉혔습니다.

두꺼운 겉장을 넘기면 짙푸른 색깔의 속지가 밤을 연상하게 합니다. 또 한장을 넘기면 갖가지 동물들이 별빛이 아로새겨진 밤의 이불을 함께 덮고 눈을 꼬옥 감고 누워 있습니다. 박쥐만 그 위을 날아다니고 있네요.

우리의 주인공 아기곰은 잠이 오지 않아 '동물 친구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하고 아빠곰에게 묻습니다. 사자, 얼룩말, 뱀, 박쥐, 애벌레, 귀뚜라미, 물고기, 토끼, 비둘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아기곰은 하품이 납니다. 동물들의 생태를 알게 해주는 부분도 있지만,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고운 꿈을 꾸며 잠자리에 들 수 있게 하는, 아빠곰의 재치있는 대답이 더 맘에 듭니다.

선의 단순미를 살려 거친듯 생동감있게 표현한 동물 그림도 퍽 인상적입니다. 네 다리 쭉 뻗고 자고 있는 뒷집 고양이처럼, 그렇게 편안하게 자려무나,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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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린다 - 개정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 / 궁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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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들이 이미 많다고 들었다. 나도 그들의 대열에 곧 들 것 같다. 운동을 원래 좋아하지 않는 탓에, 요즘처럼 봄이 찾아오는 계절이면 더 나른해지는 걸 몸으로 느낀다.

이 책을 한 중년 남성의 건강회복기 내지는 다이어트 체험기쯤으로 여기고 달려들면 실망할 것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피나는 집념으로 이루어낸 자기개혁이며, 본능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얻은 자아와의 진정한 만남이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다. 쾌락원리에 몸을 맡기고 '나'를 잃어버리고 되는대로 살아가는 것이 나의 선택이듯이, '나'를 뒤집어 변화시키고 참모습을 찾느냐 하는 문제도 나의 선택이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본다면, 진정한 행복이 그 해답이라면, 선택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생의 위기에서 자신에게 정면 도전장을 던지고 부단히 자신과의 싸움을 한 주인공은 지금도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 인생은 장거리 달리기라는 사실이다. 근시안적으로 눈앞의 것에 급급해하며 내 인생의 42.195Km를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철저히 계획하고 연습해야 우수한 성적으로 완주할 수 있겠지.

나 자신과 담대히 만나는 '자아여행'을 하기 위해 우선 괜찮은 운동화 한 켤레를 마련해야겠다. 나를 둘러싼 크고 작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러면 세상이 달리 보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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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멈출 때 풀빛 그림 아이 32
샬롯 졸로토 지음,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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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일, 2학년이 되어 새 교실로 간 큰아이의 그날 일기장 마지막 글귀가 나를 잠시 멈추게 한 적이 있다. '끝난 동시에 새로운 시작인 것 같다.'라고 적혀 있었다. 새로운 시작! 이 말처럼 희망과 기대가 어우러진, 그러면서 조심스러운 말이 있나? <바람이 멈출 때>는 어느 곳에서든 끊임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끝이란 말은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에 해당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돌고도는 우주의 섭리를 거창하지 않은 말로 느끼게 해 준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산은 봉우리를 넘어가면 골짜기를 이룬다. 파도가 모래에 부서지면 바다에 스며들어 새로운 파도를 만들고, 폭풍이 끝나면 비는 구름이 되어 다른 폭풍을 만들러 간단다. '바람이 그치면 바람은 어디로 가나요?' '어딘가 다른 곳으로 불어가, 나무들을 춤추게 하지.'

한편의 시화를 대하는 듯, 서정적인 글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림과 무척 잘 어울린다. 질감이 꽤 특이하다 싶었더니, 나무 위에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엄마가 침대 머리맡에서 아이에게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답게, 편안한 마음을 갖게하는 장점이 있다. 한 장에 두가지 내용의 그림을 나누어 그려놓아, 하나가 끝나는 동시에 새로운 것이 시작하는 이미지를 단순하고 쉽게 표현해 놓았다. 자연스러움의 미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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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아저씨 민들레 그림책 5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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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먼저 눈길을 끈 <황소 아저씨>는 익히 알려진 작가와 화가의 절묘한 만남이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의 황소를 주인공으로, 토속적이며 소박한 언어가 참 편하다. 다함께 더불어 잘 살기를 늘 말하고 있는 작가의 따사로운 마음이 황소 아저씨의 마음씨를 통해 여기서도 잘 보여진다. 자기 것을 아깝지않게 나누어주는 넉넉함이 그 큰 덩치에 비겨 부족함이 없다. 엄마를 잃고 배고픈 새앙쥐 다섯마리와 넉넉한 마음으로 친구가 되어 지내는 모습이 푸근하다.

아주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한 황소의 생동감이 눈을 떼지 못하게한다. 올퉁불퉁 살아 움직이는 것같은 황소의 근육과 선한 눈망울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새앙쥐들은 보호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황소 아저씨는 새앙쥐들이 귀여워 두 눈이 오묵오묵 커'진다.

한겨울 밤, 짙푸른 색 세상에 내리는 은가루같은 보름달빛을 받아 눈쌓인 초가지붕과 앙상한 나뭇가지가 더 하얗다. 모든걸 삼켜버릴 듯한 짙푸른 색이 춥고 배고픈 겨울을 상징한다면, 황소 아저씨의 베품으로 새앙쥐들과 황소가 사이좋은 식구로 지내게되는 장면에서는 밝고 화사한 색상의 배경과 황소가 등장한다. 등에 거적을 덮은 황소는 주황빛이 나는 황금색 몸을 하고 있다. 따뜻하고 힘이 넘치는 모습이다.

편안하게 눈감고 있는 황소의 몸에 마음대로 붙어 자고 있는 새앙쥐들의 쬐끄만 몸이 안스러운 맘이 들 정도로 귀엽다. 이들은 '겨울이 다 지나도록 따뜻하게 따뜻하게 함께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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