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어여쁜 물고기에 매료되어 망설일 새도 없이 산 <무지개 물고기>의 반짝이는 은비늘을 아이는 또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오묘한 빛깔의 파란 물감을 아스름하게 풀어놓은 듯한 바다속을 배경으로 예쁜 무지개 물고기의 마음까지 예쁘게 변해가는 과정이 따스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무지개 물고기를 등장시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고 처음의 매료당함만큼이나 궁금증도 커집니다. 무지개 물고기의 몸에 많이 있는 은비늘은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여겨집니다. 많이 가졌다고 교만해지는 것은 죄악이지요. 하나씩 나누어 가짐으로써 그 기쁨은 적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배로 커진다는 걸 우리는 잊기가 쉽지요.

사소한 물건 하나로 동생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여러개 가지고 있는 물건도 하나 나누어 주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무지개 물고기의 이야기를 넌지시 들려주세요. 반짝이는 은비늘을 살살 만지작거리는 아이의 손처럼 마음도 예쁘게 다듬어질 것이라 믿어요. '나만'을 외치며 옆은 바라보지 않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나보다 못한 이웃과 은비늘을 나누어 가지는 기쁨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할 겁니다. 제 앞가림하기에 급급해 살아가는 저에게도 진지한 고민 하나를 던져주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백지같은 마음의 종이에 이런 착한 그림을 그려준다면 이 아이들이 커서 살아가는 세상은 어떨까요? 너나없이 은비늘 하나를 지니고 다함께 행복해하는 세상이 동화속 이야기만은 아니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신영식 오진희의 고향 만화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70년대 초, 어린시절의 향수를 떠올리자면 짱뚱이와는 너무나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회색의 도시에서 살았던 저는 그런 류의 소박한 풀향기 나는 추억은 없다고 말해야겠네요. 대문을 나서면 차들이 쌩쌩 달리는 아스팔트 사거리가 떠오릅니다. 지금보다는 낮지만 시멘트 블럭으로 쌓아올린 담벼락도 생각나네요.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네게 그런 추억은 없었던 줄로만 알고 있었네요. 하지만, 짱뚱이는 제가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의 작은 조각들을 찾아주었습니다. 도시라도 약간은 변두리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저는 한참을 올라가면 산과 계곡을 찾을 수 있었지요. 지금은 그 곳의 대부분에 아파트가 서고 주택가가 되어버렸지만요. 무주구천동의 계곡만큼 시원한 물살을 자랑하던 계곡이 눈에 선합니다. 그 계곡을 그리 자주 갔던건 아니지만, 그래서 그 기억이 더 소중하게 살아나네요.

나의 아이들 생각이 납니다. 나의 아이들은 그나마 아주 조그만 저의 추억같은 것도 없을 지 모르겠습니다. 대신 다른 추억들이 가슴을 채우겠지요. 봄이 되면 자연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기라도 해야겠네요. 싱그러운 풀향기를 들이마시고 높푸른 하늘아래 두팔 크게 벌리고 마음껏 소리지를 수 있게요.

<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숨돌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상의 굴레 속에서 잠시 나무 그늘 아래 누워 하늘을 쳐다보게 해 줍니다. 저처럼 짱뚱이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보고 나누어 가지면서, 대리경험으로 만끽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곳곳에서 웃음을 머금게 하고 마음을 넉넉하게 합니다. 제 아이도 소꿉살이를 빠금살이라고 하는 걸 보고 재미있어하고 짱뚱이의 얼굴도 너무 귀여워하더군요.

내내 느낌이 참 놓은 휴식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마음의 선물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사와다 도시카 그림,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몸이 많이 불편한 사람'을 보는 눈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부끄러집니다. <내 마음의 선물>에서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장애아를 대하는 태도가 특별하다거나 동정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시선을 갖는다는 것이 이미 편견에 길들여진 우리로서는 얼마나 어려운지요. 하지만, 반드시 버려야할 편견이고 찾아야할 올바른 시선입니다.

팔다리가 거의 없는 아이, 유타가 생활하는 6학년3반 교실에서는 어느 누구도 유타를 특별 대우하지 않습니다. 유타는 무시나 조롱의 대상도 아니지만 각별한 동정의 대상도 아닙니다. 엄마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유타가 가여워 필요 이상의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유타의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시선이, 유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진취적으로 설계하는데 버팀목으로 자리할 수 있었겠지요.

인간승리의 실화로 이미 잘 알려진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쓴 창작동화라는 문구가 선뜻 이 책에 손이 가게 하더군요. 유타는 바로 자신의 모습입니다. 많은 장애인을 다룬 동화들과는 달리 <내 마음의 선물>에는 작가 자신의 슬픔과 외로움이 진솔하게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는가를 담담하고도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들려줍니다.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린 시절 자신의 소중한 추억을 그리고 있어 마음에 와 닿는 폭이 훨씬 넓고 깊습니다.

<내 마음의 선물>은 지금까지 소중하고 멋진 추억을 안겨 준 나의 친구들과,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내 마음의 선물'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이 정말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도 합니다.

글과 그림이 거의 같은 비율로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은 다른 창작동화에서보다 그림이 말해주는 내용이 많이 느껴집니다. 간결한 선과 색으로 표현한 그림이 유타와 주위 사람들의 관계를 군더더기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타의 호루라기 위에 떨어진 눈물만으로도, 유타 스스로 이겨내야할 자신과의 싸움이 안스럽게 구체화됩니다. 그러나 이런 눈물은, 장애아라서가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야하는 성장의 채찍같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장애아를 더 이상 '특별한 사람'으로 대하지 말고, 그저 우리 친구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대해 주기를 간곡히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절절합니다. 작가의 후기에서처럼, '그래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타가 아니고, 유타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에요.' 유타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 우리도 바로 그들처럼 되는 것이 꼭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앤디와 사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1
제임스 도허티 글, 그림 |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무언가 한 곳에 푹 빠져 때론 넋을 잃고 있다고 어른에게 야단을 맞는 아이들. 한가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라서 가지기 쉬운 힘인 것 같다. <앤디와 사자>는 사자의 매력에 푹 빠져 머리속에서는 하루종일 사자와 함께 생활하는 앤디라는 남자아이의 현실과 상상이 절묘하게 섞여있다.

전체를 3부로 나누어 마치 3막의 연극을 보는듯, 잔뜩 호기심을 부추긴다. 1부에서는 도서관에서 사자도감을 빌려와 하루종일 도감을 보다가 잠든 앤디가 아프리카에서 사자를 잡는 꿈을 꾼다. 2부에서 앤디는 학교가는 길에 만난 사자의 발에 박혀있는 커다란 가시를 뽑아준다.

3부는 시간이 좀 흐른 뒤의 이야기이다. 봄이 되어 마을에 서커스단이 왔는데 갑자기 커다란 사자가 우리를 뛰쳐나와 관중을 향해 오다가, 앤디와 사자는 서로를 알아보고 얼싸안고 춤을 춘다. 앤디는 용기를 높이 사서 시장님이 주는 상을 타고 다음날 앤디는 사자 도감을 돌려주러 도서관에 간다. 이 장면에서는 '끝'이라는 팻말이 연극의 종료를 알린다. 사자가 우리에서 도망나오는 장면은 이미 앞에서 복선으로 나온다. 저녁식사 후 앤디의 아빠가 보는 신문의 기사로 예상할 수 있다. '사자, 도망치다.'

그림이 주는 특이한 느낌이 우선 보는 이의 눈을 놓지 못하게한다. 인물과 사자 모두 대단히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유머러스한 동작과 표정을 한 동물의 왕 사자는 더 이상 맹수가 아니라 아이들의 친근한 동무이다. 앤디와 얼싸안고 춤을 추는 장면은 절로 웃음이 나온다. 바위를 가운데 두고 서로를 피하느라 뱅뱅 도는 장면도 배꼽을 잡게한다. 인물들의 의상에서처럼 서부개척시대 미국인들의 소박함과 강건함이 그림속에 베어있는 느낌이다.

한 페이지에 두세 줄로 씌어있는 글은 빠른 호흡으로 읽혀진다. 문장을 끝내지 않고 다음 장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손과 호흡이 함께 빨라지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를 더해준다. 사자를 위기에서 두번이나 구해주는 앤디의 용기는 아이들의 타고난 생명사랑의 마음에서 온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아주 해학적으로 불러일으킨다. 역시 소중한 건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각이불 비룡소의 그림동화 59
앤 조나스 지음, 나희덕 옮김 / 비룡소 / 200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각이불>이란 한 권의 그림책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조각이불이다. 커가는 아이에게 자신이 더 어릴 적의 사소한 얘기나 사건을 들려주면 두눈을 반짝이며 아주 반가와한다. 갖가지 무늬의 작고 소박한 이야기의 조각들을 엮어가며 성장하는 '나'를 인식한다.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앞뒤 속표지의 잔잔한 꽃무늬는 커다란 조각이불의 가장자리를 두르고 있는 천의 무늬다.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는 예쁜 여자아이의 살빛은 입고있는 실내복의 빛깔보다 진하다. 이불을 머리에 쓰고 집안을 끌고 다니며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아이의 침대에 이불을 덮고보니, 침대가 작은 마을이 된다. 조각 하나하나에 묻어있는 기분좋은 기억들을 곰씹으며, 오늘밤 잠들 수 가 없을 것 같단다. 그러나, 아이의 눈은 스르르 감기고 있다. 벽에 걸려있는 둥그런 코끼리 액자가 가물가물하다. 창밖은 잉크빛이고 방안은 회색이다. 조각천들은 벌써 살아나려고 구물구물 일어서고 있다.

드디어 방안이 온통 짙푸른 잉크빛이 되고, 액자는 둥근 달이 되자, 깜깜한 창밖 하늘에서 방안으로 하얀 별들이 쏟아진다. 바로 마술가루다. 조각이불은 멋진 마을이 되어 아이가 이곳 저곳 찾아다니는 모험과 재미를 준다. 잃어버린 강아지 인형 샐리를 부르며 찾아다니느라 목은 좀 아프겠지만.

터널보다 무서운 숲을 빠져나와 절벽 아래에 샐리가 보인다. 그곳은 침대 아래 바닥이다. 침대 시트의 스커트 부분이 절벽의 단면과도 같다. '잘 잤니, 샐리?' 창밖은 다시 환한 노란빛이다.

<조각이불>은 아이의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조각이불을 매개로 아기자기하게 보여준다. 조각이불을 통해, 약간은 무서운 체험과 잃어버린 것을 찾아다니는 애타는 마음의 경험까지 한 아이는 다시 조각이불로 돌아와 안도감을 느낀다. 편안하게 언제든지 돌아와 안길 곳이 있다는 것은, 아이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일상을 벗어날 수 있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조각이불은 아이에게 환상이자 현실이며, 모험이자 둥지이다. 글과 그림이 잘 짜여진 한편의 환타지 동화같은 느낌이 든다. 조각의 무늬와 그림을 찾아보는 과정은 마치 퍼즐을 즐기는 기분이다. 엄마가 하늘색 천으로 만들어준 강아지 인형의 천도 하나의 조각을 이루고 있다. 엄마와 아빠의 이런 수수하지만 특별한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이가 세상에 아주아주 많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