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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예린이 꿈꾸는 학교 반쪽이가 그린 세상 ㅣ 반쪽이 시리즈 7
최정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제1회 평등부부상을 수상한 하예린의 엄마, 아빠 그리고 하예린이 꿈꾸고 그리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만화책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어떤 곳에서는 실없이 낄낄거리게 만들고 어떤 곳에서는 무릎을 탁 치고 '맞다, 맞아!'를 외치게 만든다. 별나다면 별난 이들 평범한 가족이 살아가는 세상은, 아직은 우리 함께 고민하며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는 것들이 산재해 있다.
가부장제 우리 사회가 당연시하는 남아선호, 여성경시 풍조는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개선될까? '재란 재뢰'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여성비하 발언을 듣고 지뢰를 밟은 듯 폭발하는 하예린의 엄마 변재란이 통쾌하게 그려져있다. 일로 바쁜 엄마와 아내를 위해 집안일은 온가족이 함께 하는 일로 알고,- 아니 아빠가 거의 다 하는 것 같다- 하예린도 기꺼이 밥상을 차릴 준비가 되어있다.
'평등부부는 잉꼬부부가 아니예요. 예를 들어 노동자가 쟁취한다고 하잖아요. 그것은 불평등하기 때분에 싸우는 거죠. 평등부부는 싸움부부예요. 싸우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거든요.' '싸움부부' 이야기에서 하예린의 아빠가 하는 말이다. 순응이 무조건하고 미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태어나면서 똑같이 부여받은 권리에 대해 정당하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싸움을 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페미니즘에 대하여 하예린이 질문하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보여야 할 관심거리다.
남자아이의 짖꿎은 장난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집에 온 하예린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마음의 신발'에 대한 이야기는, 비슷한 경우로 속상해하는 딸아이에게 약이 된다. 딸아이도 이 책을 너무 재미있다며 두번을 보았다. 신발을 신으면 발이 안 아프듯이, 마음의 신발을 신으면 마음이 안 아플 것이라고. 그 마음의 신발은 바로 상대방을 미워하지 않는 거라고.
남녀은 서로 미워하고 적대시하며 서로가 이기려는 대상이 아니다. 그보다, 오히려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마음의 신발을 신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관계에 가깝다. 페어플레이를 펼쳐나가며 함께 사는 남녀는 아름답다. 아옹다옹 싸우며, 알콩달콩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