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의 천국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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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디는 불의의 사고로 저승으로 간다. 저승(천국)에서 겪은 일은, 다섯 사람을 만나 자신의 삶이 알지 못하는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늘 나 혼자라고 생각하며 외로워하지만, 그리고 내가 잘 한 일은 내 능력이고, 내가 못한 일은 조상 탓이라고 하지만, 그것들은 우연히 내게 일어난 일들이 아니라, 모든 인연의 결과라는 것이다.

인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지금 여기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나와 연관되었고, 지금 연관되고, 앞으로 연관될 사람들은 무슨 인연일까.

심심한 이야기지만, 재미있게 곱씹으며 읽어볼만 한 책이다. 화장실에서 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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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8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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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 오페라 속에 숨어 있는 7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2
김학민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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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는 내내 '이것은 시'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인 오페라로 쓴 시. 익숙하단 것은 그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오페라라고 하면 일단 무대에 공연이 올려지기 때문에 고답적인 취향을 가지 사람이 아니면 좀체 감상하기 어렵다.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께서나 해 주셨을법 한 이야기들을 정말 재미있는 말로 들려주는 책이다.

사랑은 밤과 죽음 안에서만 완성된다 - 트리스탄과 이졸데
빛조차 더 이상 필요 없을 때

사랑은 갈등과 유혹으로 짠 그물- 카르멘
남자는 사랑하면서 집착하고, 여자는 사랑하면서 자유를 구한다
사랑은 갈등과 유혹을 짠 그물
질투가 부른 지옥의 불구덩이

연애도 학습이다 - 코지 판 투테
사랑에는 가정假定이 없다
유혹에 넘어가면 비극은 시작된다

등을 바라보는 사랑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살로메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게 사랑
불은 뜨겁지만 아름답기에 죽음을 부른다
욕망에 죄가 있다고 감히 말하지 말라

사랑 안에 너만 있고 내가 없다면 절망뿐이다 - 오텔로
질투는 사랑의 치명적 독약
악으로 무장하고 독으로 뱉어내리
지독한 음모보다 더 차가운 남자의 마음
사랑을 잃는 것과 죽음은 다르지 않으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외로워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돈 지오반니
그 웃음도 새벽이 오기 전에 그치리
너에게 내 몸을 보낸다

사랑은 용서를 품고 자란다 -피가로의 결혼
어쨌거나 인생은 두루두루 행복하게
지혜로운 여자가 사랑을 얻는다
사랑 앞에 타인은 모두 훼방꾼

이런 문구들을 본다면 이 글은 분명 시다. 시라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라, 절절한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독백으로 주절거리는 것임에랴. 사랑만큼 시에 적절한 소재가 어디에 있을까. 이 오페라들의 주제가 모두 사랑이며, 그 이야기를 써 나간 이 책이 또한 시가 됨은 당연한 일이다.

오페라의 줄거리와 함께 다양한 음악 감상법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이런 책이 많이 나올수록 선진국이 되어 간다는 이야기다. 좋은 책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된 sprout 님의 서평에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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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2004-03-0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라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라, 절절한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독백으로 주절거리는 것임에랴"

정말 가슴에 와닿는 구절입니다.
고독한 사람이 쓰는게 시라고 합니다.
시는 고독한 사람이 잘씁니다.
요즘 시 가운데 그래도 시답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작품은
대게 작가가 고독합니다.
그래서, 시를 씁니다.
"혼자하는 독백"
정말 가슴에 와닿는 표현입니다.

풀꽃선생 2006-09-03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읽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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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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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삼미슈퍼스타즈를 등장시켜 풀어낸 그의 스토리는 자못 진지하다. 가난의 70년대를 지나고, 폭압의 80년대를 맞으며 우리가 통과해온 비극적 역사를 소재로, 자신의 인생관을 탁월한 방법으로 드러내고 있다. 삼미슈퍼스타즈를 통해 서민과 중산층의 갭을 읽고 있으며, 프로의식과 구조조정 사이의 고통과, 어떤 노력을 해도 변화하지 않는 프랜차이즈의 세계적 자본 권력의 음모를 통렬하게 꿰차고 있는 작가. 일찌기 이런 주제를 이런 식으로 펼친 작가는 없었다. 그의 글은 개그를 뛰어넘어 해학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교육헌장과 애국가에서는 극도의 패러디 작가로, 삼미슈퍼스타즈에서는 다다이즘의 꼴라쥬같은 문체로, 결국 자본과 삶의 의미 규정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추상화를 보는 듯, 늘어진 시계바늘과 일그러진 사물들을 투영하고 있다.

그가 우리 시대의 비극을 이토록 경쾌한 문체로 희극적이고 해학적으로 그릴 수 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조신몽'에서처럼 그는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진짜 인생은 욕망, 성공, 부귀 영화와 사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은 사라져버렸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도시 삼천포.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279쪽)

그의 해학의 완성은 서울에 살 필요가 없음을 인식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해 준 아름다운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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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06-08-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사 두었던 책이었는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스포츠 만화의 <무대리>를 읽은 느낌이랄까요. 재미있었고, 또한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더군요. 뭔가에 쫓기듯이 살아왔다는 느낌이니까요. 민족의 슬기를 모으지도 새 역사를 창조하지도 못했던 삶이면서 말입니다.

글샘 2006-08-04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재밌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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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 길벗어린이 문학
우메다 슌사코 글, 우메다 요시코 그림, 송영숙 옮김 / 길벗어린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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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메루는 일본말의 괴롭힌다는 뜻이다. 그 명사형인 이지메는 집단 괴롭힘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섬나라 일본 사람들은 서로 화합하며 살고, 드러내놓고 싸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겉으로는(다테마에) 공손한 반면, 드러내지 않는 본마음(혼네)은 꽤나 복잡하다. 그 복잡한 심리학의 한 복판에 이지메가 있다.

4인조의 악동이 한 아이를 괴롭히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걸 보고도 모른 척 한다. 그러나 괴롭히던 아이들도 결국은 더 큰 아이들에게 이지메를 당하게 되고... 심리적 죄책감을 갖고 있던 주인공은, 졸업식을 기하여, 용기를 내어 말한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진실을 말한다는 건, 언제나 고통이 따르는 일인 법.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흑백이지만, 추상화된 그림 속에서 짖궂은 아이들과 고통받는 아이들의 마음이 잘 형상화 되어 있다.

부모들이 자식들의 마음에 진 그늘을 살펴보기 위해서도 우선 읽고 아이들에게도 권해줄만한 보기 드문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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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서광현.박승걸 글, 김계희 그림 / 여름솔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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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시대의 하품.

동화도 아니고, 연애 소설도 아니고, 책은 좀 예쁜데 정말 사서 보긴 아깝다. 패러디라고 보기엔 그냥 백설공주 이야기인걸. 물론 주인공은 반달이지만, 우리 모두 반달이처럼 가슴아린 삶들을 움켜쥐고 살고 있지만, 이걸 책이라고 보기엔 글쎄...이건 누가 읽으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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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이 책을 읽고 참 시답잖은 책도 다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이런 리뷰를 올린 걸 보면. 사실 이 이야기는 새로운 거라곤 하나 없는 이야기다. 오늘 아이랑 이 연극을 보고 서로 쳐다보며 눈물을 훔쳤다. 아이도 내 눈치를 보며 함초롬히 젖은 눈을 닦고... 연극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느끼며, 반달이의 외사랑을 안타까워하면서 시민회관을 나섰다. 책으로는 별볼일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연극인들을 위한 책이었던 만큼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나처럼 다 늙은 어른이 눈으로 줄글을 읽고 있노라면 참으로 따분하기 그지없는 일일게다. 그러나, 사랑스런 아이를 눕혀놓고, 잠을 재우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목소리로, '이 세상에서 왕비님을 가장 사랑했던 분은, 바로 안개마을의 반달님이었답니다.'하고 읽어주는 동화로는 참 아름다운 운율을 가진 동화란 걸 깨달았다.

눈으로 읽기엔 별 것 아닌 책도, 소리로 읽을 때, 연기자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날 때,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단 걸 깨달았다. 먼젓번의 혹평을 이 글의 작가가 보았을 확률은 아주 낮지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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