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밥그릇 한빛문고
이청준 지음 / 다림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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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의 동화, 선생님의 밥그릇에는 몇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중섭의 그림과 어우러진 '나들이 하는 그림', 병든 어머니를 걱정하는 어린 딸이 의사 선생님 집의 유리창을 간절히 닦으며 의사 선생님이 어머니의 별을 보고 치료해 주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인정과 사랑 이야기 '별을 기르는 아이', 어머니의 사랑을 그저 여기 있음을 확인하는 '어머니를 위한 노래', '그 가을의 이야기'는 마치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점순이와의 애정행각과 닭싸움이 연상되는 이야기들이다.

표제소설인 선생님의 밥그릇은 참선생님의 이야기인데, 제자가 잘 되기를 바라면서 밥을 덜어놓는 습관을 들이신 선생님 이야기. 언제나 제자들의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야말로 진짜 선생님들일텐데... 세상에 진짜 선생님들이 얼마나 계실까. 나는 아무래도 아닌 거 같다. 방학 때 아이들 안 보고 이렇게 쉬니 좋기만 한걸... 어머니의 사랑처럼 아무 조건 없이 주고만 있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의 풍요로운 가난함과 척박함을 읽을 수 있었다.

가난해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 시대에는 이런 풍요로운 사람들의 마음과 인정이 있었다. 지금은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주차때문에 이웃이 싸우는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지만, 그것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쉽게 말 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가난했던 시절의 따스한 추억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어린 시절의 선생님들을 떠올려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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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J.K.피터슨 지음, 박병철 옮김, Deborah Kogan Ray 그림 / 히말라야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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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곰곰히 읽었습니다. 뭐 그닥 읽을 것도 없는 쉬운 책이었습니다. 빨리 본다면 한 십분 걸릴까? 이 속에는 장애를 가진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의 따스한 시선이 함께합니다. 뭐 이런 것을 책으로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얄팍한 책이지만, 책을 읽고 나니 얄팍해 보이지 않습니다. 값은 좀 비싼 편이지만, 남들을 생각할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책 좀 많이 읽혀야 되겠습니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같은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되어야 읽을 수 있지만, 장애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우리와 세상을 접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우리가 쉽게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보기만 하고 느끼는 동생의 이야기에서 '틀린 것'과 '다른 것'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것을 싫어 합니다. 그것은 틀린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서로 다른 것일 뿐인데요. '틀린 그림 찾기'는 '다른 그림 찾기'의 틀린 표현입니다. 오랜만에 따뜻한 책을 한 권 읽고 왔습니다. 마음도 함께 따뜻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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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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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별로 사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베스트 셀러 자리에 얹혀 있는 걸 보고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다 읽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여름 피서지로 가장 좋은 곳을 꼽으라면, 집 주변의 까르푸와 이 마트를 찾는다. 거기 가면 없는 게 없기 때문이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우선 앉아 쉴 자리 있고, 에어컨이 있고, 책방이 있다. 목 마르면 음료수가 있고(계산 후 드시라고 안내하지만, 목말라서 산 음료수를 마신다고 죄는 아니다), 간혹 장보기도 쉽다.

어떤 날은 몇 시간씩 책만 읽다가 그냥 나오면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젠 별로 미안한 수준을 뛰어 넘었다. 깊이있는 독서는 어렵지만, 베스트 셀러를 읽기엔 딱 좋다. 이런 서평이 알라딘같은 책방 주인에게는 치명적이겠지만, 책 사랑이라고 붙여 놓은 사이트에서 비난하진 못하리라. 아무튼 야금야금 읽다 보니, 그것도 순서대로 읽지도 않았다. 처음엔, 왜 '나무'인지... 나무 이야기부터 읽었고, 그 뒤의 수 이야기도 읽었다. 그러다가 또 '손이가요 손이가...' 하다 보니 다 읽었다. 감동은... 별로 없었다. 그저 좀 재미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 빨래집게를 가지고 잘 놀았다. 빨래집게의 다리가 두개였기 때문이다. 전투를 하기도 하고, 어머니가 쓰시고 두 개 남으면 멜로물로 놀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어른이 되면서는 많이 잃어 버렸다고 생각하는데, 베르나르를 보니 아직도 상상력을 놓치고 있지 않아 좀 부럽다.

그러나, 개미와 같은 역작은 역시 그에게도 무리인가. 수학자 가우스가 열 살도 안 돼서 수열에 대한 공식을 만들어 내고 스물도 안 됐을 때 수학적 정리들을 내세웠지만, 만년에는 별 볼 일 없는 수학자였다던가. 중국의 왕필(왕 삐)이란 학자는 노자 도덕경을 주해 했는데, 지금도 그 책이 가장 탁월한 해설서라고 하는데, 그의 나이 열 여섯 이었다고 한다. 베르나르를 읽으면서, 개미때의 통쾌한 감격은 없다. 개성을 갖춘 개미들의 의식 세계 속에서, 인간의(손가락들) 삶을 조망하고, 과학적 만남을 바라보는 감격적인 그 픽션의 감동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개미'에는 혁명적인 사고라는 엑소더스가 있고, 차원이 다른 세계라는 스타워즈가 존재한다. 탁월한 상상력과 판타지 소설의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역작이었다.

그 뒤의 타나토노트나, 개미혁명(이건 정말 유사품으로서, 1편 만한 2편 없다를 여실히 증명하는 졸작이었다.), 뇌 에서도 '별로임'으로 읽었다. 나무 역시 그렇지만, 재미는 있고, 시야의 확장을 보여주는 흥미는 인정, 동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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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이슬람 바로 알기
이희수 지음 / 청솔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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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9월 11일. 미국의 자본주의 상징인 쌍둥이 빌딩에 거대한 여객기가 테러를 일으킨다.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죽을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건물이 한 시간이나 버텨준 덕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 미국이라는 괴물의 좌절과 힘이 동시에 보이는 사건이었다. 그러면서 이희수 교수가 방송에 많이 떴다. 그 전까지는 이슬람 문명이나 아랍 문화에 대한 학문적 편견 역시 서양 문화에 대한 오만의 귀퉁이에서 찬밥신세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슬람 문명. 그것은 우리가 모르고 있는 무슬림들의 세계에서 빚어진 오해였던 것이다. 우리는 잘 못 이해하고 있으면서, 오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북한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우리에게 거리가 멀었던 실크로드와 이슬람 세계가 우리 눈 앞에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가 많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미국의 패권주의(팍스 아메리카나 - 이 말은 미국에 의한 평화라는 말로 보수주의자 복거일 같은 시대착오자들이 좋아하는 말이다.)의 말로가 보이고, 역시 세계는 진보하고 있음을 느낄 수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가슴 한 켠 답답한 것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북녘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들이,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이 책에서처럼 속시원히 알게 될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요즘 아이들은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만화로 그 어려운 고전들이 나오니 좋고, 이렇게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저작들이 나오니 얼마나 좋은가. 표지의 히잡을 걸친 이슬람 여학생의 매력적인 모습과, 그들만의 합리적인 사고들을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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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학교 1부 세트 - 전5권 - 1부 세트 고양이 학교 1부
김진경 지음, 김재홍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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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상 소설(판타지?)이 유행이다. 우선 해리포터가 그 선발이고, 그 외에도 제왕의 반지 류의 소설들이 옛날의 무협지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듯 하다. 아이들 만화에도 환상 계열의 만화도 많다. 그러나, 무협지가 읽을 때는 즐겁지만 읽고 나서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던 내 독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판타지 소설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언제나 유한자인 인간이 무한성의 세계를 지향하면서 귀신, 마법, 유령 등의 환영을 만들어 내왔지만, 역시 그런 만큼 형상화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선, 새로운 용어를 알아야 한다. 스타크래프트에 '무슨무슨 -종족'이 있음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하듯이, 새로운 개념의 용어를 개발해 내어야 하고, 독자들에게 그 용어들이 쉽사리 전이되어야 한다. 그래서 판타지 소설을 쓰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 용어들은 여간해서는 자동화되어 전이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해리포터 소설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이 소설에도 물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머글(마법사 아닌 사람), 호그와트 마법학교, 공중을 날면서 벌이는 게임인 퀴디치 등등... 이 소설의 매니어가 아니면 어디에도 없는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우리는 쉽게 9와 3/4 승강장으로 빠져든다. 그것이 해리포터의 형상화가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고양이 학교는 우선 고양이들의 묘사에 실패하고 있다. 버들이와 러브레터, 민준이와 세나가 벌이는 기묘한 복잡구성은 처음에는 좀 먹혀 드는 듯 하더니, 어두운 세계로 들어가면서는 평면적 구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역동감이 없어졌다.

아들 녀석이 다섯 권 중 두 권까지는 잘 읽더니, 3,4권에 가서는 영 진도가 나가지 않다가 사준 지 일년이 넘은 지금도 5권을 읽지 않고 있다고 해서, 잔소리를 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읽어 보니, 아들 녀석의 정확한 독서에 감탄하게 되었다. 3권부터 정확히 평면적인 구성에 지겨워지고 있었고, 4권은 읽으면서 하도 졸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도 5권은 아직 열어보지 않고 있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하더라도, 개성적이고 날카로운 캐릭터를 창조할 수는 없을까. '학교 괴담?'인가 하는 만화영화에 보면 고양이가 한 마리 나오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두 눈중에 한 눈은 노란색인 그 고양이는 악마의 혼이 들어간 고양이다. 그런데, 우리의 버들이와 메산이와 러브레터는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의 흐릿한 독서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역시 판타지 소설의 형상화에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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