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바투타의 여행
제임스 럼포드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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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모로코 탕헤르의 전통 이슬람 명문가에서 태어난 여행가 이븐 바투타의 기행문이 얼마전 정수일씨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슬람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세계가 그랬을 것이다.) 그 기행문을 읽기에는 너무 두꺼운 책이라서 기가 죽어 있었다. 그러던 참에 그림책이 있길래, 아이에게도 읽힐 겸 해서 비싼 그림책(원가 만 이천원)을 샀다. 신문과 알라딘 서평에도 괜찮은 책으로 소개가 되어 있었다.

아뿔싸. 그러나 이 책을 넘기면서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었다. 이 책을 가정에서 살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여러 사람의 칭찬의 글이 얄미워졌다. 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임금님이 멋진 옷을 입은 것으로 보였을까. 나만 무식하고 단순해서 이 책이 시시해 보이나? 하고 한 번 더 읽어 보았다. 역시 실망만 더 커질 뿐이었다. 화가 났다. 이런 책을 비싼 돈 주고 산 나 에 대해서.

그러나, 이 책이 가치 없다는 힐난은 아니다. 이 책이 필요한 곳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이다. 선생님이 이슬람 문화나, 실크로드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면, 또는 부모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넘겨 가면서, 옛날에는 세계가 둥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든지, 지구본을 보면서 이븐바투타가 태어난 모로코에서 인도 중국까지의 여정을 이야기 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 책은 이야기책으로는 함량미달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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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길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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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길러 봐야 어머니의 마음을 안다고 한다. 뱃속에서 부터 잘 자라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아픈 배를 움켜 쥐고 건강한 아기를 낳으면서 모든 고통 잊어 버리고, 아기를 기르면서 부터는 개인이 사라지고, 공동의 엄마(이런 걸로 보면 우리 말의 우리 엄마는 합리적이다)가 되어 버린다. 엄마는 개인적인 볼일을 볼 수 없다.

그리고 자식은 왕이다.이 그림의 새끼 짐승들을 보라. 그 자신감 넘치는 왕의 표정을... 결국 버림받게 되는 엄마의 삶. 혼자 남는 어머니의 삶.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본질이 어머니의 사랑이 아닐까. 자식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고, 결국 잘되든 못되든 돌봐줄 수 밖에 없는 삶의 뿌리. 어머니.

나는 얼마나 나밖에 모르는 아들이었나. 어머니에게 받은 것 적은 것만 불만이었고, 그 많이 받은 사랑은 다 잊어 버린 철부지가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자식은 자식인 모양이다. 내일은 꼭 연락이라도 드리고, 소고기 한 근이라도 사 들고 찾아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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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aning of Life - 험난한 세상, 산다는 건 뭘까?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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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데이 북 시리즈의 한 편이다. 인생은 뭘까? 처음부터 이 책에선 답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사랑은 삶은 풍요롭게 하지만, 사랑이 삶의 본질은 아니다.
삶은 가치있게 살아가려는 몸짓의 모임이 삶의 본질을 이룬다. 결국 산다는 것은 순간 순간의 즐거움이 모여 나날을 이루고, 나날들이 모자이크 된 것이 삶을 이룬다.

이 책은 블루데이 북이 처음 나왔을 때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재치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우린 이 책을 넘기면서 어떤 형식인지를 알고 있다. 물론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은 인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끝도 없는 여정인데, 이런 책으로 재치있게 결론 내리기엔 애초에 무거운 주제였다. 돈벌이에 재미를 붙인 브래들리의 책들을 보면서, 책을 사는 사람은 적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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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 삼성 어린이 세계명작 10
쥘 베른 지음 / 삼성출판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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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교육청에서 초등학교 4학년 권장도서로 선정한 책이다. 아이에게 읽히기 전에 읽어 보았는데, 내가 어렸을 때 사정이 나빠서 이 책을 읽지 못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느꼈다. 얼마나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힌 영국인의 시각인가. 얼마 전 제인 구달의 글을 읽고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던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리라.

영국 런던에 사는 필리어스 포그라는 돈 많은 백수는 편집증적으로 정확함을 자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카드 친구들과 이야기 도중, 세계 일주에 80일 걸린다는 획기적인 뉴스를 듣고, 실천에 옮긴다. 배를 타고, 유럽 대륙을 기차고 건너고, 수에즈 운하를 지나 인도의 봄베이에서 산을 넘어 코끼리를 타고 다시 중국의 상하이, 일본을 거쳐 샌프란시스코 미대륙 횡단, 대서양 횡단, 영국 도착에 시간이 늦었으나, 알고 보니 그는 동쪽으로만 계속 가서 80일을 시간을 소모했지만, 영국에서는 79일 밖에 지나지않았다는 이야기다.

백수 건달이 끝도 없이 돈을 써 대는 허풍노릇에 우선 질릴 지경이다.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음을 보여 주는 자본주의의 첨병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인 인도와 홍콩은 그야말로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닌 괴물들의 지옥으로 묘사된다. 일본의 우스꽝스런 묘사도 마찬가지다. 역시 인간다운 인간이 사는 곳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밖에 없는 것이다.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이던 시절에 쓴 소설이라는 걸 염두에 두는 나같은 독자에겐 그닥 해악을 끼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제3세계에 가까운 우리 나라가 의식만 제국주의 편에 서게 되지 않을지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안 그래도 우리 나라는 미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아랍권에서는 상당히 견제를 받는다고 하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권하기 전에 어른들이 꼭 먼저 읽어 볼 일이다. 정말 평화를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책들이 얼마나지천으로 깔렸는데, 이런 제국주의 시대의 망령이 활개치는 파렴치한 모험담, 허풍선이 영국인의 이야기를 아직도 읽히는 나라는 아마도 세계에서 몇 안 될 것이다. 혹시 모른다. 영국과 한국 두 나라일지...

이 글을 읽고 미국과 손 잡고 이라크 전쟁에 설쳐대는 '악의 축' 영국을(사실은 미국이 축이고 영국은 별로 축도 못 되는 게 현실 아닌가) 정확한 신사의 나라, 돈 많고 인심 좋은 나라, 세계를 주름잡는 세계의 중심, 동양의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구세주로 인식하는 충실한 독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발 다음부텀은 권장도서에서 꼭 빼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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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들의 전쟁 - 천년동안 읽는 동화 반달문고 1
김진경 지음, 최달수 그림 / 문학동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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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선배가 소설을 써 보겠다며 슬며시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쓴 소설이 '이리(?)'였던 것 같다. 그러더니 다섯 권짜리 '고양이 학교'를 썼다. 아직 읽진 않았지만 대단한 정열이다. 아이가 방학 숙제로 부산시 교육청 추천도서로 선정된 책이라 해서 같이 읽었다.

'혹시 이 서평을 읽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좋은 비법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아이들이 독후감 못 쓰지요? 독후감 쓰라고 하면 엄청 어려워 하고요. 특히 초등학생에게 독후감을 쓰라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랍니다. 쓰지 못해 쩔쩔매는 아이에게도 그렇고, 그걸 보고 나무라는 부모님께도 그렇고, 말도 안 되는 글을 읽어야 하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죠. 그럼, 아이들이 신나게 독후감 쓰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아래와 같이 해 보세요. 독후감 뿐만 아니라, 시쓰기, 일기 쓰기도 처음엔 이런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답니다.'

ㅠㅠ(서평이 너무 길다고 해서 이건 제 서재에 수록해 둘게요.)

목수들의 전쟁을 예를 들어 보지요.

1. 이 얘기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 누가 나오나요?(노반, 묵적) 노반은 어떤 재주가 있나요?(나무로 날아가는 새, 사다리 만듦), 묵적은 어떻게 노반을 이겼나요?(방어하면서)

2. 줄거리를 적어 볼까요.
이 이야기는 뛰어난 재주를 가진 노반이라는 목수가 전쟁을 해서 자기의 재주를 알리려고 했는데, 묵적이라는 후배가 전쟁보다는 평화를 지키는 것이 훨씬 쉽고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알려 줘서 노반도 반성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3.감상을 적어 볼까요?(작가 김진경 선배님은 춘추전국 시대의 해커들의 이야기로 상당히 상징적인 목적으로 썼다고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글에서 그런 냄새가 나면 그건 망한 글이랍니다.) 노반은 재주가 뛰어나서 날아가는 새와 잘 달리는 마차를 만들었지만 그 때문에 부모님을 잃게 된다. 좋은 재주도 어떤 결과를 만들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랑하게 되면 아주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노반은 자기의 뛰어난 재주를 적을 물리치고, 적진을 살피고, 공격하는 전쟁 수단으로 쓰려고 했다. 그런데 적이라는 것이 알고 보니 자기 나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전쟁을 해서 누구를 쳐부수는 일은 정말 비극적인 일이다. 전쟁의 슬픔과 폭력성을 간단히 감상문에 적을 수 있겠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이런 것을 국제 관계에 대응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이 해설을 읽고서, 공자와 묵자가 춘추전국 시대에 대립한 영향력 큰 사상임을 알려 주고, 공자의 사상이 귀족적인 반면 묵자의 사상은 목수 집단인 평민의 사상이었음과, 묵자의 사상이 '제후들이 전쟁을 일으키면 죄 없는 백성들만 고생하니 전쟁을 해선 안 된다. 전쟁이 아니라 겸손함과 사랑으로 천하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제후라도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묵가의 사상을 들려 주고 감상문을 쓰게 할 수도 있다.

아이를 길러 보니, 아이는 부모를 뛰어 넘기 어려움을 알겠다. 서울의 강남에 사는 고위층 자녀들이 서울대 많이 들어가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가난한 아이들이 서울대 많이 들어가게 하려면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켜 당성이 강한 노동자의 자녀를 입학시키는 수가 유일한 수다. 부모가 같이 노력하고 힘들이지 않는한, 부모가 같이 배우지 않고 애만 학원에 보낸다면, 아이는 학원에 가서 돈 까먹는 기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그 부모가 어려서 했던 짓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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