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길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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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길러 봐야 어머니의 마음을 안다고 한다. 뱃속에서 부터 잘 자라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아픈 배를 움켜 쥐고 건강한 아기를 낳으면서 모든 고통 잊어 버리고, 아기를 기르면서 부터는 개인이 사라지고, 공동의 엄마(이런 걸로 보면 우리 말의 우리 엄마는 합리적이다)가 되어 버린다. 엄마는 개인적인 볼일을 볼 수 없다.

그리고 자식은 왕이다.이 그림의 새끼 짐승들을 보라. 그 자신감 넘치는 왕의 표정을... 결국 버림받게 되는 엄마의 삶. 혼자 남는 어머니의 삶.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본질이 어머니의 사랑이 아닐까. 자식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고, 결국 잘되든 못되든 돌봐줄 수 밖에 없는 삶의 뿌리. 어머니.

나는 얼마나 나밖에 모르는 아들이었나. 어머니에게 받은 것 적은 것만 불만이었고, 그 많이 받은 사랑은 다 잊어 버린 철부지가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자식은 자식인 모양이다. 내일은 꼭 연락이라도 드리고, 소고기 한 근이라도 사 들고 찾아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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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aning of Life - 험난한 세상, 산다는 건 뭘까?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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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데이 북 시리즈의 한 편이다. 인생은 뭘까? 처음부터 이 책에선 답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사랑은 삶은 풍요롭게 하지만, 사랑이 삶의 본질은 아니다.
삶은 가치있게 살아가려는 몸짓의 모임이 삶의 본질을 이룬다. 결국 산다는 것은 순간 순간의 즐거움이 모여 나날을 이루고, 나날들이 모자이크 된 것이 삶을 이룬다.

이 책은 블루데이 북이 처음 나왔을 때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재치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우린 이 책을 넘기면서 어떤 형식인지를 알고 있다. 물론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은 인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끝도 없는 여정인데, 이런 책으로 재치있게 결론 내리기엔 애초에 무거운 주제였다. 돈벌이에 재미를 붙인 브래들리의 책들을 보면서, 책을 사는 사람은 적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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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 삼성 어린이 세계명작 10
쥘 베른 지음 / 삼성출판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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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교육청에서 초등학교 4학년 권장도서로 선정한 책이다. 아이에게 읽히기 전에 읽어 보았는데, 내가 어렸을 때 사정이 나빠서 이 책을 읽지 못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느꼈다. 얼마나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힌 영국인의 시각인가. 얼마 전 제인 구달의 글을 읽고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던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리라.

영국 런던에 사는 필리어스 포그라는 돈 많은 백수는 편집증적으로 정확함을 자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카드 친구들과 이야기 도중, 세계 일주에 80일 걸린다는 획기적인 뉴스를 듣고, 실천에 옮긴다. 배를 타고, 유럽 대륙을 기차고 건너고, 수에즈 운하를 지나 인도의 봄베이에서 산을 넘어 코끼리를 타고 다시 중국의 상하이, 일본을 거쳐 샌프란시스코 미대륙 횡단, 대서양 횡단, 영국 도착에 시간이 늦었으나, 알고 보니 그는 동쪽으로만 계속 가서 80일을 시간을 소모했지만, 영국에서는 79일 밖에 지나지않았다는 이야기다.

백수 건달이 끝도 없이 돈을 써 대는 허풍노릇에 우선 질릴 지경이다.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음을 보여 주는 자본주의의 첨병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인 인도와 홍콩은 그야말로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닌 괴물들의 지옥으로 묘사된다. 일본의 우스꽝스런 묘사도 마찬가지다. 역시 인간다운 인간이 사는 곳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밖에 없는 것이다.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이던 시절에 쓴 소설이라는 걸 염두에 두는 나같은 독자에겐 그닥 해악을 끼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제3세계에 가까운 우리 나라가 의식만 제국주의 편에 서게 되지 않을지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안 그래도 우리 나라는 미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아랍권에서는 상당히 견제를 받는다고 하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권하기 전에 어른들이 꼭 먼저 읽어 볼 일이다. 정말 평화를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책들이 얼마나지천으로 깔렸는데, 이런 제국주의 시대의 망령이 활개치는 파렴치한 모험담, 허풍선이 영국인의 이야기를 아직도 읽히는 나라는 아마도 세계에서 몇 안 될 것이다. 혹시 모른다. 영국과 한국 두 나라일지...

이 글을 읽고 미국과 손 잡고 이라크 전쟁에 설쳐대는 '악의 축' 영국을(사실은 미국이 축이고 영국은 별로 축도 못 되는 게 현실 아닌가) 정확한 신사의 나라, 돈 많고 인심 좋은 나라, 세계를 주름잡는 세계의 중심, 동양의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구세주로 인식하는 충실한 독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발 다음부텀은 권장도서에서 꼭 빼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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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들의 전쟁 - 천년동안 읽는 동화 반달문고 1
김진경 지음, 최달수 그림 / 문학동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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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선배가 소설을 써 보겠다며 슬며시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쓴 소설이 '이리(?)'였던 것 같다. 그러더니 다섯 권짜리 '고양이 학교'를 썼다. 아직 읽진 않았지만 대단한 정열이다. 아이가 방학 숙제로 부산시 교육청 추천도서로 선정된 책이라 해서 같이 읽었다.

'혹시 이 서평을 읽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좋은 비법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아이들이 독후감 못 쓰지요? 독후감 쓰라고 하면 엄청 어려워 하고요. 특히 초등학생에게 독후감을 쓰라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랍니다. 쓰지 못해 쩔쩔매는 아이에게도 그렇고, 그걸 보고 나무라는 부모님께도 그렇고, 말도 안 되는 글을 읽어야 하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죠. 그럼, 아이들이 신나게 독후감 쓰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아래와 같이 해 보세요. 독후감 뿐만 아니라, 시쓰기, 일기 쓰기도 처음엔 이런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답니다.'

ㅠㅠ(서평이 너무 길다고 해서 이건 제 서재에 수록해 둘게요.)

목수들의 전쟁을 예를 들어 보지요.

1. 이 얘기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 누가 나오나요?(노반, 묵적) 노반은 어떤 재주가 있나요?(나무로 날아가는 새, 사다리 만듦), 묵적은 어떻게 노반을 이겼나요?(방어하면서)

2. 줄거리를 적어 볼까요.
이 이야기는 뛰어난 재주를 가진 노반이라는 목수가 전쟁을 해서 자기의 재주를 알리려고 했는데, 묵적이라는 후배가 전쟁보다는 평화를 지키는 것이 훨씬 쉽고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알려 줘서 노반도 반성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3.감상을 적어 볼까요?(작가 김진경 선배님은 춘추전국 시대의 해커들의 이야기로 상당히 상징적인 목적으로 썼다고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글에서 그런 냄새가 나면 그건 망한 글이랍니다.) 노반은 재주가 뛰어나서 날아가는 새와 잘 달리는 마차를 만들었지만 그 때문에 부모님을 잃게 된다. 좋은 재주도 어떤 결과를 만들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랑하게 되면 아주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노반은 자기의 뛰어난 재주를 적을 물리치고, 적진을 살피고, 공격하는 전쟁 수단으로 쓰려고 했다. 그런데 적이라는 것이 알고 보니 자기 나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전쟁을 해서 누구를 쳐부수는 일은 정말 비극적인 일이다. 전쟁의 슬픔과 폭력성을 간단히 감상문에 적을 수 있겠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이런 것을 국제 관계에 대응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이 해설을 읽고서, 공자와 묵자가 춘추전국 시대에 대립한 영향력 큰 사상임을 알려 주고, 공자의 사상이 귀족적인 반면 묵자의 사상은 목수 집단인 평민의 사상이었음과, 묵자의 사상이 '제후들이 전쟁을 일으키면 죄 없는 백성들만 고생하니 전쟁을 해선 안 된다. 전쟁이 아니라 겸손함과 사랑으로 천하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제후라도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묵가의 사상을 들려 주고 감상문을 쓰게 할 수도 있다.

아이를 길러 보니, 아이는 부모를 뛰어 넘기 어려움을 알겠다. 서울의 강남에 사는 고위층 자녀들이 서울대 많이 들어가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가난한 아이들이 서울대 많이 들어가게 하려면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켜 당성이 강한 노동자의 자녀를 입학시키는 수가 유일한 수다. 부모가 같이 노력하고 힘들이지 않는한, 부모가 같이 배우지 않고 애만 학원에 보낸다면, 아이는 학원에 가서 돈 까먹는 기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그 부모가 어려서 했던 짓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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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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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우스갯소리로서의 유머가 아니라, 풍자로서의 죠크가 가까운 용어다. 유머러스하게 하는 농담이 결코 아닌 것이다. 줄거리는 별 거 아닌데, 참 절절히도 적어 놓았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소설에서 섬세하고 자세한 것이 싫다. 그것이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더욱. 프라하의 봄을 지낸 밀란 쿤데라의 소설의 구석구석 배어 있는 몰개성적이고 획일화된 시선들로부터의 고통은, 우리 사회의 독재 시대의 유물과도 어쩜 그렇게 유사한 것일까. 그래서 고통이 고스란히 밀려 들어와 아프면서 이런 류의 작품을 읽기 싫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가난한 사람들은 지지리도 가난해서 모지라진 인생들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비극적인 작품보다는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도 해피엔딩의 작품들에 매료되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힘겹고 가난하던 고난의 시절에 남긴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임진 왜란의 고난 뒤에 임진록이란 호쾌한 작품(사명대사가 왜왕에게 항복을 받는 것으로 그려짐)을 써 냈고, 병자호란의 비극 뒤에는 유충렬전(주전파의 강경함을 비판하고 주화파의 합리적임을 역설한 소설)을 그려냈던 지혜를 가졌던 조상들이었다.

가난하기 그지없고, 비참하고 끝도 없던 1800년 정조의 죽음 이후 비극적 시기에는 세도정치와 함께, 삼정의 문란으로 우리 백성들은 '못살겠다 홍경래' 같은 궁지에 몰려 있으면서도, 해학적인 흥부가, 해피엔딩 심청전, 자유연애 춘향전, 기지 넘치는 약자 토끼전과 같은 이야기들을 즐겼던 것이다.

명쾌한 논리 아니면 사람 취급 받지 못했던 우스웠던 시절에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우습게 살아온 나로서는 밀란 쿤데라의 <농담> 속에서의 좌절과 인간에 대한 믿음의 붕괴, 참 사랑을 희구하지만 헛됨을 깨닫을 수 밖에 없는 시대를 동감하며 가슴 저림으로 즐겁게 읽을 수 없었다. 농담처럼 비아냥거린 한 마디가, 인생을 바꾼 것 같지만, 그것은 시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 속의 한 개체로서의 인간의 나약하고 무력한 삶은 조명한 것으로 읽을 것이다.

그는 결국 파괴된 인간의 마음을 붙인 곳으로 민속적 음악이라거나 종교라거나 그런 곳으로 귀결 지은 것도 불만 중의 하나이다. 애초에 우리가 온 곳도 없으며, 돌아갈 곳도 없기 때문이다. 결말을 위한 도정이 너무 지루한 것이 괴로울 따름이다. 하하, 우리 인생이 이러한 것일까. 결국은 허망한 것으로 결말지을 것인데도, 고통스럽게 하루 하루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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