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이 블루 - 꿈꾸는 거인들의 나라
이해선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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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쓰고, 혹은 벗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던 이스트 섬의 석상들을 마흔통의 필름을 망치고 찍어 냈다. 이상하게도 모아이 석상들을 찍으면 사진기의 고장이 잦다는 것을 믿고 싶다. 용암으로 이루어진 화산석을 다듬어 거석 문화의 꽃을 피운 모아이들은 라파누이라 불리는 주민들과 어울려 남태평양 뜨거운 바닷가운데 아직도 느린 시간을 살고 있었다. 나머지 마흔 통의 사진들도 얼마나 푸르른 빛이었으랴먄, 지금 남은 사진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화면 가득 넘칠듯 흐르는 빛나는 쪽빛 바다와 황금빛 하늘의 저녁놀, 라파누이들의 구릿빛 피부에 각인된 새 문양, 물고기 문양들... 우리의 태초 원시적 생명력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 섬에 마음은 달려가고 싶지만, 그 곳이 뭍에서 멀게 떨어져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우리의 쌍스런 '쿵따리 샤바라'가 그 섬에 울려 퍼지고, '단란주점'간판이 내걸리면서 라파누이 아가씨가 도우미로 나온다면, 그 섬은 이미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 아닌가. 아스라히 검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넓은 바다를 하염없이 응시하는 모아이 석상의 무위한 표정은 인간의 속됨을 꾸짖는듯, 인간의 무상함을 비웃는듯 오늘도 맑은 하늘 아래서 의연히 버티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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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이의 이슬람 여행 - 세계사에서 숨은그림 찾기
정다영 지음 / 창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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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사태로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이슬람 세계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오사마 빈 라덴이란 낯선 이름도 듣게 되었고, 성전 '지하드'라든지, 비행기를 납치해 쌍둥이 빌딩에 묻게 된 깊은 한과 철저한 준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고등학생이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 요르단 - 터키 - 이집트를 방문하고 나름대로 깊숙한 공부를 하고 돌아온 보고서이다.

좀 아쉽다면 전문가이 글이 아닌 만큼 자료 화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재동 화백의 실크로드 기행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가의 인상에 남은 것을 선 몇 개의 스케치로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깊은 한에 대한 이야기는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피부로 느낀 요르단의 후쎄인 왕가의 중립 정책, 과거 투르크 민족의 영광이 남아 있는 터키, 인류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의 다양한 신전, 유물들을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깊이를 갖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이런 수준의 글을 만들어 낼 정도라면, 정말 기특한 일이다. 아니, 존경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우선은 아버지거나 주변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일 것이고, 쉽지 않은 이슬람 관련 서적들을 소화해 낸 다영이의 능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나도 막연히 한 손엔 코란, 한 손엔 칼을 든 무지막지하고 무식한 그리고 무식해서 용감한 이슬람 교도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헐리우드에서 만든 잔혹한 인디언 이야기의 다른 에디션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일부 다처제는 불공평한 제도가 아니라, 십자군 전쟁 이후 부족한 남자들을 대신하여 여러 가족을 책임지던 제도라는 것과, 차도르를 입고, 히자브를 써야 하는 여인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하고 여성 차별을 생각했는데, 사실 벗으면 벗을수록 인간은 차별받게 된다는 깊은 사실도 깨달았다. 우리의 두루뭉술한 한복은 얼마나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가. 날씬한 허리를 드러 내고, 배꼽에 피어싱 하고, 허벅다리를 다 내 놓고 다니니깐, 못생긴 수많은 정상인들이 극소수 이상하게 생긴 돌연변이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네루의 세계사 편력의 한 구절...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왕은 정복 전쟁에 나선다.그러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경험하며, 전쟁과 학살 등 모든 행위를 혐오하게 된다. 아소카 왕은 승리를 거둔 뒤에 전쟁을 포기한 역사상 유일한 군주다. 그의 말. '참되고 유일한 정복이란, 자아의 극복이며, 다르마(진리, 법, 의무, 덕 등)로 인간의 마음을 정복하는 것이다.'

세계는 아직도 전쟁의 포화로 얼룩져 있는데... 이 단순한 진리는 어디에 파묻힌 것일까. 다영이 덕택에 새로운 세계에 눈을 돌린 계기가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 이 서평을 읽을 기회가 있을까 해서 부탁 한 마디. 인터넷 소설을 썼던데... 귀여니처럼 재주가 승하면 이름을 더럽힐 수 있단다. 이 좋은 종합적 사고력의 재주를 그런 곳으로 흐트리지 않도록 적당한 절필이 필요할 것이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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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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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책을 직접 읽어 보세요. 다 읽고 나면 알게 된답니다. 말미에서 주인공이 '근엄하게' 남긴 명언이니까요. 비극적 상황을 넉넉하게 살아가는 희극적 발언의 극치!!!

오랜만에 픽션다운 픽션을 한 편 읽었다. 문학의 서사 장르는 삶의 진실한 모습을 전하는 이야기 형식이란 특징을 갖지만, 언제나 일정정도의 허구를 담기 마련이고, 결국은 사회의 구조적 총체적 모순에서 연유하는 인간사의 문제들로 귀결되기 때문에 한동안 문학을 특히 소설을 의도적으로 멀리 해 왔다.

우연히 읽기 시작한 이 이야기는 상당한 아이러니를 담은 중국 소설이다.우선 그의 고난의 삶의 축에는 허옥란이란 아내와 일락, 이락, 삼락이란 아들들이 있다. 모두 좋은 이름들이다. 옥과 난초는 보배로운 것들이고, 자식은 즐거움(樂)을 주는 존재들이가. 그러나 그의 '매혈'이란 고난은 모두 이 가족들을 지탱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의 현대사와 적절히 짜인 비극과 아이러니의 소설로 탄생한다. 비극이 슬프기만 하면 좌절하게 되지만, 오히려 해학적 인물 허삼관의 언동은 우리를 생동하게 만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선 이범선의 <오발탄>이 떠올랐다. 혼란스런 해방 정국에서 월남한 가족의 가장인 철호가 치매에 걸린 노모, 산고로 죽는 아내, 양심을 어기고 잘 살아 보려다 경찰서 신세를 진 동생 영호, 양공주 여동생 명숙의 환경에 둘러싸여 결국 이를 두 개 뽑고 택시에서 쓰러진 우리 시대의 오발탄 이야기.

그러나 허삼관은 철호보다 어느 정도 낫다. 해피 엔딩으로 옥란이 맘껏 먹고 싶은 것을 사 주면서 더 이상 매혈이 불가능한 정도로 늙은 허삼관을 위로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물질적 행복보다는 정신적 행복의 가치를 역설하는 박재삼의 '흥부부부상'이란 시와도 일맥 상통하는 긍정적 가치의 발현이다. 오발탄에는 긍정적 미래는 어디에도 없이 표류하는 철호가 쓰러질 뿐...

허삼관의 둘째 이락이가 일락이를 감싸안고 돌아오는 대목은 <화수분>의 눈 내리는 고갯마루에서 아기를 감싸안고 얼어 죽은 부부를 상상케 하고, 연속되는 매혈에도 우스갯소리를 떠벌이는 허삼관은 해학의 절창 <흥부>의 매품파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문화 대혁명기'의 비판적 분위기를 제외하고는 사람 사는 세상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리라. 가난한 어느 곳에서나 겪을 수 있는 인간의 고난.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계속 남는 질문은, 그 모진 고난 속에서도 왜 유독 우리 민족은 악착같은 속성을 갖게 되었나 하는 것이다. 중국처럼 대범하게 허허롭지 못하고... 그들은 분명히 우리와 다르지만 우리보다 지혜롭게 대처하는 무언가를 핏줄 속에 유전자 속에 품고 있었다. 우리 유전자 속에 각인된 우리 사회의 척박함을 어떻게 하면 개량할 수 있단 말인가. 이 화두로 더운 여름을 식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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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내혁명 - 뇌 분비 호르몬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
하루야마 시게오 지음, 반광식 옮김 / 사람과책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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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존재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당시엔 '뇌'라는 대상에 별로 관심이 없어 무시해 왔다. 무시했다기 보다 읽을 기회를 미뤄 두고 있었다. 속으로는 자기 계발과 관련된 책 쯤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론을 읽으면서 인간의 '뇌'에 대해 알고 싶어져서, 예전에 보았던 이 책을 떠 올려 서점에서 찾아 보았더니 특이하게도 '건강' 코너에 꽂혀 있었다. 그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내가 추측했던 내용의 책이 아니었구나...'하는 실망을 거둘 수가 없었다.

간단히 이 책은, 인간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급격한 운동을 하면 다양한 독성 물질들을 방출하므로 긍정적인 사고를 해서 베타 엔돌핀을 만들고, 체조같은 운동을 통해 군살(지방)을 빼고 근육을 유지하며, 식이 요법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면 100살도 더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건강과 장수는 누구나의 희망사항이라 하지만, 진정한 희망 사항은 <행복한 삶>이 아닐까. 행복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물론 건강과 살아있음이 필요조건이 되겠지만 우리 현대인들이 '먹기 위해'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만 비만으로 빠져드는 현대인의 정신 세계야 말로 하유야마의 '미병' 상태의 치료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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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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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복밭(福田), 나는 너의 복밭, 그리고, 내 마음은 복의 샘.

칭찬의 힘은 대단하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람이 알고 있는 걸 다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래서 지행합일, 지행일치의 교훈이 나온 거겠지... 이 책은 아주 쉽다. 쉬울 수 밖에 없다. 고래한테서 얻은 교훈이니까...

원래 좋은 책은 쉬운 법이다. 그걸 알아 듣기가 어려운 법이지. 예수님이 이야기 한 것 중에 어려운 게 하나라도 있었나? 그렇지만, 예수님도 그랬다.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 들어라.

고래도 '뒤통수 치기' 수법으로 교육하면 마음을 통할 수가 없다고 한다. 사람도 '고래 기법'으로 서로 칭찬하고 긍정적 강화를 주어야 발전해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방의 작은 티끌이라도 얼마나 냉정하고 날카롭게 반응하는가. 그이에게는 이렇게도 좋은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나는 늘 그를 메스로 난도질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과연 교사로서 학생들을 칭찬만 할 수 있을 것인가. 꾸준한 관찰을 통한 적절한 코멘트가 가능할 것인가...

삶의 방향을 긍정적이고 즐거운 방향으로 잡으라는 교훈은 쉬운 것이지만, 정말 삶은 즐겁게 사는 현명한 사람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고래도 알아듣는 좋은 반응법을 우리 아이들이라고 알아듣지 못하랴, 낙숫물이 바윗돌을 뚫는다는 진리를 믿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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