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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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복밭(福田), 나는 너의 복밭, 그리고, 내 마음은 복의 샘.

칭찬의 힘은 대단하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람이 알고 있는 걸 다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래서 지행합일, 지행일치의 교훈이 나온 거겠지... 이 책은 아주 쉽다. 쉬울 수 밖에 없다. 고래한테서 얻은 교훈이니까...

원래 좋은 책은 쉬운 법이다. 그걸 알아 듣기가 어려운 법이지. 예수님이 이야기 한 것 중에 어려운 게 하나라도 있었나? 그렇지만, 예수님도 그랬다.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 들어라.

고래도 '뒤통수 치기' 수법으로 교육하면 마음을 통할 수가 없다고 한다. 사람도 '고래 기법'으로 서로 칭찬하고 긍정적 강화를 주어야 발전해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방의 작은 티끌이라도 얼마나 냉정하고 날카롭게 반응하는가. 그이에게는 이렇게도 좋은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나는 늘 그를 메스로 난도질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과연 교사로서 학생들을 칭찬만 할 수 있을 것인가. 꾸준한 관찰을 통한 적절한 코멘트가 가능할 것인가...

삶의 방향을 긍정적이고 즐거운 방향으로 잡으라는 교훈은 쉬운 것이지만, 정말 삶은 즐겁게 사는 현명한 사람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고래도 알아듣는 좋은 반응법을 우리 아이들이라고 알아듣지 못하랴, 낙숫물이 바윗돌을 뚫는다는 진리를 믿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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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기행 1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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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와 함께 가는 서역 삼만리... 비단길.. 실크로드.. 예전에 비단을 서역으로 전달하던 길이었다는 피상적인 의미 이상으로 아름다운 비단길. 실크로드. 화백의 말마따나 둘 다 참으로 함부로 쓰기 아까운 낱말들이다.

삼십사일간의 서역 여행길을, 밀양 배내골 원불교 수련원에서 콸콸 쏟아 내리는 계곡 물소리와 매암매암 한창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 매미 울음 소리와 선선한 늦여름 밤중의 보름달(이제 한 달이면 한가위니 가을도 다 되었다)을 느릿느릿 감상하며 잘 읽어 내렸다.
원래 박재동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는 데다가, 실크로드 라는 꿈의 길에 얽힘 글이라 한 장 한 장 넘기기 아쉽게 읽었다

우리와 같은 스키타이 계통의 말들이라 그런지, 참 곰살맞은 단어들이 많다. 등장인물들의 멋대로식 어원 풀이도 그럴듯하게 들리고, 광막한 광야와 사막과 설산과,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사람, 사람,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 아이들, 가장 순수한 아이들.

화백이 그린 인간의 종류는 이렇게 두 종류였다. 아이들과 사람들... 등장인물들이 '절대론'과 '상황론'으로 풀이하곤 했던 많은 현상들... 시대와 환경에 상관 없이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는가? 있다. 바로 아이들의 눈망울. 그걸 내려다 보는 사람의 마음이 순수해 질 수 밖에 없을 것. 더욱이 부모임에랴... 어른들은 상황론에 맞게 변화하겠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차이,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눈매와 퍼주는 인심이랑 관광지의 닳아 빠진 상인들...

그러나 그곳에 사람들이 있었음을 보고 온 박재동 화백의 이야기 속에서 가 보지 않은 그 길들이 오롯이 살아 있다. 나도 고산 지대를 오르는 듯이 숨가빴고, 국경을 넘어 긴장했고, 수없이 크게 박힌 별들과 쏟아져 내리는 달빛에 마음이 녹아 내렸고, 가도가도 끝없는 강물 줄기 따라 마음도 덜컹거렸고, 넓은 초원과 호수 속에 눈길 아스라이 던졌던 머나먼 여행.

중원의 하나됨을 역설하는 중국인의 포용력과, 깨끗한 사람들이 사는 파키스탄... 어디서나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때묻지 않은 세상이 있음을 읽으면서 나 또한 행복해 졌다.

'행복하고 싶은가? 남을 행복하게 해 줘라!' 바리공주가 서천서역 수만리 험하고 험한 길을 달려온 그들에게 줄 감로수가 바로 이 말인지 모른다. 몇 년 전, 류시화의 인도 기행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의 '노 프라블럼'이 떠오른다. '돈 워리, 비 해피' 아닌가. 하쿠나 마타타(라이온 킹에 나오는 걱정할 거 하나 없다는 말)

달라이 라마처럼 행복하려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읽으면서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문명인으로서의 나와, 나처럼 많이 읽지도 보지도 않았으면서, 자신이 행복함을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그이들 중, 과연 누가 더 행복할 수 있는가. 행복에 가까이 있을까. 과연 나는 행복할 수 있는 것인가.

수많은 화두를 던져주었던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 번 삶과 나의 존재에 대해 명상에 잠긴다. 도서실에서 빌려 본 이 책은, 정말 오랜만에 가지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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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카를로 고치 지음, 푸치니 오페라, 김두흠 편역 / 달궁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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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 장대한 아라비안 나이트의 작은 이야기 하나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것도 무리였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이 책의 가치는 오페라를 보러 가기 전에 간단하게 읽어두기 위한 용도인 것 같다. 전에 백조의 호수를 발레로 감상하러 갔는데, 줄거리를 미리 생각도 안 하고 갔다가, 아름다운 무용수들의 몸동작을 무척이나 궁금해 하면서 보고 온 기억이 있었다. 오페라는 '춘희' 라 트라비아타를 본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줄거리도 대충 알고 갔고, 노래의 진행에 따라 자막이 해설로 나와서 참 좋았다.

투란도트 공주의 한스러움이 남성 혐오증으로 발전되고, 결국은 사랑이 해법이었다는 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의 정글 속을 즐기게 해 준 세헤라 자데의 입담과 재치에 비겨 볼 때, 이 작품은 무대에서 화려한 스펙터클(서양 드라마의 특징)을 상상하지 않는다면 초라함을 금하지 못하는 작품이다. 상상의 힘이 작품을 위대하게 하는 실례가 되는 작품. 다치바나 다카시가 '픽션'은 읽지 않는다고 한 이유를 생각케 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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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세계오지를 가다 - 만화 오지 탐험, 이색 문화 체험 반쪽이 시리즈 2
최정현 글 그림 / 한겨레출판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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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지옥이 아닐까. 심심한 천국 사람들이 자원해서 지옥을 간다니까 말이다. 평등 부부로 유명한 반쪽이가 세계의 오지를 갔다 왔다. 우리 아들 이야기로 오지가 다섯 나라냐고 묻던데, 글쎄, 다섯 나라 이상이긴 하지만, 정말 우리 삶과는 다른 단순한 삶은 사는 나라들의 이야기였다.

아직도 수천년 전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파푸아뉴기니나 탄자니아 등의 원시적 생명력, 그리고 신화 속의 아마존을 본딴 인류의 허파, 밀림의 젖줄 아마존 강, 이과수 폭포와 미션, 공산주의와 식민지의 고난의 역사를 기록한 우즈베키스탄의 조선족도 한국인도 아닌 '고려인'들... 수많은 동서 냉전과 독재자의 핏자욱이 아직도 남아 있는 많은 국가와 많은 부족들의 이야기.

역시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을 읽을 수도 있었지만, 미술 전공자의 재치있는 그림과, 여행이 주는 들뜬 기분이 차분한 기록 정신으로 남아있는 좋은 책이었다. 세계를 돌아 볼 기회를 가진 그에게 부러움이 느껴진다. 어떤 면은 위험을 감수하고 다니기엔 좀 무서운 곳이라 이렇게 만화 속의 저편에 두고 읽기가 맘 편한 오지들...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나도 여러 문화의 남성들이 전쟁을 빙자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여성들이 노동과 육아를 담당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쪽이는 이것을 독재국가(우리 나라는 무슨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공산당이 쳐들어 온다'고 하는 양치기 소년의 습성을 가진 대표적 국가 아닌가)이 횡포에 비유하곤 했다.

가능하다면, 작가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우리 나라의 여성 정책의 등대가 될 밑그림을 보여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러려면, 중국이나 일본, 스칸디나비아 등의 여성 선진국의 면모들을 그려주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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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철학적인 하루
피에르 이브 부르딜 지음, 강주헌 옮김 / 소학사(사피엔티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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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프랑스의 고등학생은 철학을 배우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치자. 그럴 수 있을까? 글쎄. 이런 책도 이해 못하는 프랑스 고등학생이 바까로레아에서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내 생각은 불. 가. 능. 우리 나라 대학 신입생이 면접 고사에서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이런 문제를 질문 받았다고 치자. 어느 한 놈, 대답할 수 있는 놈이 있을까. 있다면, 그 놈은 떨어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 아마도 없을 거다. 필 이라는 놈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신이 어떤 녀석인지, 존재론적 질문을 떠올린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을까.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대학 시절. 최루탄 가득한 학교 정문을 지나다가, 실루엣으로 비친 삼봉산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진실은 뒤에 감춰져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고. 그러나 그 당시 그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고, 물어 볼 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정답으로 일컬어지능 한 무리의 집단이 있었기에. 철학이란, 과연 정답이란 있는 것일까? 하고 자꾸 따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철학에 무지한가. 아주 무식한 질문. 너는 누구인가. 에 답할 수 있는 누가 있는가. 다들 자기가 잘났다고 고집만 부리는 어리석은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씨- 익 웃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일 따름인 것을... 정말 인간이 싫을 때가 있다. 인간의 냄새가 싫으 ㄹ때가 있다. 그러나 그 인간들은 그 독한 냄새를 풍기면서, 같은 종족임을 확인하러 자꾸 가까이 다가 선다. 독한 인간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자기 생각이 옳은 것이 아닐까, 하고 질문할 날이 언제나 올까. 우리 아이들은 영원히 병신처럼, 멍청하게, 주는 밥도 못 처먹는 정답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들이 되는 건 아닐까. 우리 나라는 언제나 아이들이 정말 공부하는 놈만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될가. 비극적인 상황만 떠올리는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불행히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읽히고 싶지 않은... 철... 학.. 이 야 기. 우리 아이들에게 철학은 너무 비참한 이야기이므로.

왜냐. 사치를 모르는 상놈들에겐 사치란, 별천지의 천국 이야기이므로, 듣는 것 만으로도 우리 세상의 비극을 지옥 스러움을 처절히 느낄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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