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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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음에 가장 감사하는 것은 옮긴이 김화영 님께이다. 가브리엘 루아라는 작가의 이야기를 정말 살뜰히도 우리 말로 옮겨 주신 님의 낱말들을 읽으면서 숨이 멎을 듯 했다. 김화영 님의 번역은 번역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창작에 가깝다고 느꼈을 정도다. 전에 님의 걷기 예찬 이란 책을 읽었을 때도 참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처음엔 깜짝 놀랐다. 이 책이 텔레비전에서 워낙 유명해서 캐나다 소설이래서 당연히 영어로 된 책인 줄 알았던 거다. 그런데 김화영 님의 이름을 보고 아 퀘벡 지방의 이야기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오지의 마을에서 순박한 아이들을 그리고 고통받는 마음들을 읽어내고 형상화해 준 대가 다움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천사같이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 러시아의 엄격한 가정에서 자라 주눅 들었지만, 글씨 잘 쓰는 재능을 보이는 아이, 집 보는 아이에서 의자 위로 올라가는 동생... 이런 것들을 관찰해 내고 창조하는 그이는 대단한 분이다. 텔레비전에서 워낙 선전을 해 대서 별 거 아닌 작품이려니 했는데, 처음 작품들은 정말 좋았다. 여선생이 찬물 속에서 송어를 만질 때까지만 해도 이 작품은 별 여섯 개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 뒤의 낭만적 경향이 짙은 사랑 이야기는 결국 별 두 개를 깎아 먹고 말았다.

요 어린 학생이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보여주는 성탄절의 아이라든지, 나이든 교사들을 보면서 그렇게 낡아갈 나를 생각하는 순수한 교사의 모습 모두 내 피를 맑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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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청목 스테디북스 58
에리히 프롬 지음, 설상태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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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구체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고, 한 번이라도 그 목소리를 더 듣고 싶고, 잠시라도 더 오래 있고 싶은 것. 그것이 사랑이다. 이 책은 사랑을 추상화하여 인간의 성숙도에 상관 없이 쉽사리 충족되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책이다. 각자의 인성을 최고도로 개발하여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끈 다음에 소용있는 것이지, 그렇지 안히으념 사랑에 대한 온갖 노력도 소용이 없으며, 이웃에 대한 사랑이나 참된 겸손, 수양 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상당히 동양적인 사고이다. 서양 사고는 추상적인 것도 구체적인 수치로, 화학 물질의 반응으로 나타내려고 하는 특징이 있다.

반대로 이 책은 구체적인 사랑이란 형태를 세계의 양식과 병행하여 추상화한 추상 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주장은 결국, 사랑이란 쉽사리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끝없는 명상과 진실에 대한 추구가 필요할 것이란 거다. 동양의 좌선, 요가, 명상, 호흡법 등이 진실을 파악하기에 적당한 길임을 용케도 찾아낸 걸 보면, 우리 옆에 늘 있는 진실의 길을 우리는 에둘러서 알게 됨을 안타까이 생각해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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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택 교수의 숨쉬는 이야기 - 단침과 열기
임경택 / 명상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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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택이란 사람이 맨 뒤에 보니깐, 삼풍백화점 붕괴 시, 생존자가 있다고 제보한 사람이란다. 기를 느꼈다는 불가사의한 진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안다고 느낄 뿐이다. 한의학에서 삼초니, 단전이니 하는 것을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을 보면서 수련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작게는 내 몸이라는 그릇을 닦기 위해서이고, 다음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이고, 널리 보면 남을 가르친다는 사람이 남을 그르치지는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한 우물을 수십년 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결같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나도 호흡법을 통해서 마음과 정신과 몸의 그릇을 깨끗이 닦아 보고 싶다. 욕심을 없애고, 집착을 놓아 버리고, 마음에 단내가 향기가 돌기를 바라면서... 뱃속에 가슴에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사람이 늙어도 노인 냄새 아닌 향기가 나고, 뱃속 가득히 열기를 갖고 우렁찬 목소리로 산다면, 인생은 살아볼 만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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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미워하는 남자, 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수잔 포워드 외 지음, 서현정 옮김 / 명상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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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이런 생각에 시달렸다. 내가 과연 여성 혐오자인가. 이 책의 저자는 이 남편들이 매저키스트는 아니라고 한다. 아내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아내를 무시하지만, 그것으로 아내를 괴롭히는 행위자체를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내들을 괴롭히는 남편들의 유형은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능력있는 남자로서 아내를 무시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아내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의존형 백수 남편이다. 두 경우 다 남편은 여성혐오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내들은 스스로 합리화 시키기도 하고, 스스로 소외되면서 자기가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자기 비하의 고통에 시달린다.

1부에서는 여성 혐오자와의 만남에서부터 혼란과 고통의 상황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실제 사례를 통해 생생히 전달한다. 그 속에서 여성 혐오자의 실체가 드러나고 여자들이 왜 그런 남자들에게 당하고 사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2부에서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구체적인 기법과 실제 과정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고 각각의 순간에 바꾸어야 할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살펴본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이혼이 공식적 통로라기 보다는 파탄의 한 종류이다. 그러나 조만간 우리나라도 남성들의 가부장적 의식이 상당한 보상을 지불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서로 고통을 안겨 주는 부부관계를 심리적으로 분석하는 사례는 너무 반복되어 지겨운 느낌도 주지만, 문제의 핵심을 요약해서 보여준 제목은 좋은 글이라는 느낌을 준다. 글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게 해 주니까. 심리를 공부해야, 서로 피해를 주지도 않고,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거다. 누구나 서로에게 뭔가 조금은 피해 의식을 갖고 있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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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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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두께와 제목과 서문을 읽고 꽤나 딱딱한 책일줄 알았다. 그런데 첫번째 장부터 이 책의 말랑말랑한 예화들이 눈에 쏙쏙들어와서 잠을 못 자면서 읽은 보기드문 인문 서적이 되었다. 이 책은 '치즈'류의 값싼 처세술도 아니고, 심리학의 논점들을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당하는 상황에 비추어 잘 파악하고 있다고 읽었다. 작가는 우리가 설득당하는 상황의 법칙을 여섯가지 이야기하면서 사례를 적는다. 상호성,일관성,사회적 증거,호감,권위,희소성 등이 그런 법칙들이다.

내가 얼마나 공짜 술 먹으면서 마음이 불편했던가. 술값낸 사람이 다음에 작은 부탁이라도 하면, 들어줄 수 밖에 없었던 상호성의 경험. 그리고 내가 결정한 일이 조금 나쁘게 돌아가더라도, 변경의 귀찮음 때문에 밀고 나가버린 일관성의 추억. 내가 잘 모르는 것은 남들의 눈치를 봐 가면서 사회적 증거를 따른 경험들. 특히 대학 신입생 시절, 나도 누구 못지 않게 사회적 안목을 가진 척하던 치기어린 기억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호감을 갖도록 해야 수업이 이뤄질거라면서 이런 저런 것들 배우러 다니는 내 모습. 그나마 이건 내 발전에 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권위 - 이건 내가 너무 짓눌린 것이라, 우리 사회 전체가 권위주의 잇셀프지만. 노 코멘트.
희소성 - 오는 여자 싫어하고, 가는 여자 잡고 싶은 마음이 인지 상정 아니던가.

우리의 심리를 잘도 꼬집어 주었던 재미난 책이었다. 아래 독자는 유익할 것 같았는데, 실 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는데, 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데서 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좀 더 '생각'을 깨워가며 산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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