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유혹 1
귀여니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역시 재주가 지나치게 승해서 쉬어야 할 때로 보인다. 그놈... 은 그럭저럭 봐줄만 했다.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과천이란 동네를 소재로 삼아, 깡패녀석들의 시시껍질한 사랑얘기였지만, 나름대로 소설의 작법을 아는 듯이, 반전을 시키기도 하고(김한성이 예원이네 집에서 출근하는 장면), 승표와 예원 친구를 엮는 데서는 제법 인생에 대해서 많이 아네?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영... 아니다. 그놈... 에 비해서 너무 수준이 떨어진다. 그냥, 정태성이란 놈이 계속 얼렁거리는데, 피씨방에서 우연히 만나는 것도 썰렁하고, 마지막에 눈까지 기증하는 대목에선 너무 작위적인 멜로물의 시시함에 눈물이 난다.(하품) 인기라는 것의 유혹을 이겨내야 될텐데... 그 유혹에 넘어가는 게 늑대의 유혹에 넘어가기 보다 훨씬 쉽다. 속물적이고.

썰렁하기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 고3이란 녀석이 전학 가는데 며칠씩 집에서 노는 데도 있나? 그리고 태성이네 오피스텔인가 뭔가엔 전기가 끊어졌다면서 한경이는 땅바닥에 분필로 쓴 글씨를 잘도 읽더만, 그러다가 경비 아저씨가 전기세를 내 준다고? 그런 훌륭한 경비가 대한민국에 있단 말이져? 그리고, 귀여운 애야. 넌 안양에서 과천 가 봤니? 안양에서 과천 걸어도 두 시간이면 갈 거린데, 지하철로 10분 거리고, 버스타도 10분이면 가는데, 수원까지 전철로 가서 버스를 타는 건 도대체 무슨 생고생이래?

또 전학온 정한경이가 왜 3학년 3반 13번이지? 생긴 꼴로 보면 남녀공학인 모양인데, 12명밖에 없었나? 어떻게 그런 환상적인 번호를 따낼 수 있을까. 학교를 안 다녀 봤던지, 아님, 학교에 관심이 없는 거 아닐까. 이 대한민국에서 돈도 안 받고 수술 해 줄 착한 병원도 있나요? 보호자도 없는데, 입원도 잘 되고, 수술도 잘 해주고, 심장병 환자가 쌈박질도 잘 하고... 나중에 보면, 이보정이 보낸 메시지를 지워놓고, 다시 해원이한테 확인시키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쓰는 데 지쳤는지를 알 수 있다.

귀여니. 좀 쉬었다 쓸 생각은 없니? 아까워서 하는 소리야. 재주가 승한데 비해, 아직 생의 경험은 조금밖에 없는데, 인기의 유혹을 조금만 접어 둔다면, 큰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않겠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타이너 학교의 참교육 이야기
고야스 미치코 지음, 임영희 옮김 / 밝은누리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유 발도르프 학교의 이상은 아름답다. 물론 부족한 교사가 8년간 담임을 맡는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적, 부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지식을 강요하지 않고, 정의적 요인의 발달을 우선하는 오이리트미와 집중 학습 에포크 같은 것은 학생을 손님처럼 취급하는 우리 교육현장에는 상당한 쇼크라고나 할까. 우리 나라에도 많은 대안 교육이 제시되어 있지만, 대안 교육 기관에 가는 학생들이 정규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특이한 생각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대안 학교의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슈타이너 교육의 자유 발도르프 학교의 음악, 미술에 기반을 둔 이야기식 공부와 기초를 중시하는 철학이 따스한 감동으로 밀려왔다. 우리 아이를 학교라는 기관에 보내 놓고도 늘 불안한 이땅의 많은 부모들에게 읽히기 솔직히 겁나는 책. 그러나, 이러한 원칙 정도는 학교에서 통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기를 원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자식에게 어떻게 해 줄 것인가... 이 책을 읽어 본다면 조금이라도 깨달아지지 않을까.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개별적인 학교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국가의 자유주의 사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런 학교도 설 수 없으리라. 또, 한가지. 토양을 탓하기만 할 수는 없다. 척박한 토양일수록 작은 씨앗이라도 싹트는 것이 기쁨이듯이, 작은 것이라도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겠다.

이 책들은 다음과 같이 시리즈로 되어 있다.
1. 독일의 자존심 슈타이너 학교
2. 슈타이너 학교의 참교육 이야기
3. 자유 발도르프 학교의 감성 교육

이 책의 졸업 연극 부분에서는 눈물이 나서 혼났다. 아이들 자습하는 동안 혼자서 앞에 앉아 읽다가 아이들이 대견해서, 자랑스럽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아름다워서, 그리고 시험공부한다고 교과서에 머리 쿡 박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눈물이 쏟아지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참을 수 없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은 길지 않다는 결론이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으니, 지금의 욕심을 조금만 접고, 자기를 돌아보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게 행복론의 요체다. 그런데,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깨닫기가 힘들고, 욕심을 조금 버리면 행복할 수 있는 줄 알면서도, 버리기가 어렵고, 자기를 돌아보는 것이 소중한 줄 알면서도, 자기의 본질을 파악하는 건 너무 어려운 존재론의 문제이다.

나의 존재는 ...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생각난다. 우리 존재는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같은 것이고, 구름 손짓하며는 돌아갈 노을 같은 것이고, 아름다운 이 세상에 소풍나온 존재인 것을... 남에게 잘 해줘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들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한 번에 한 사람도 사랑하지 못한다. 한 번에 한 사람 사랑하기도 얼마나 벅찬 일인가... 한 번에 한 사람. 한 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한 행복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달라이 라마는 하워드 커틀러라는 정신과 의사와 함께 행복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를 탐색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복권에 걸린 사람들과,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에게 얼마나 행복하냐고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말도 못할 정도의 행복을 느꼈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고 평온을 되찾자 당첨되기 전보다 특별히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에게 얼마나 불행하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처음에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죽음 앞에서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가 1년이 지난 오늘까지 살아 있어, 다시 얼마나 불행한가를 물었더니, 아직도 살고 있는 오늘의 하루 하루가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자비심을 가지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자비심이란 우리 맘 속 깊은 본성에 들어 있는 것이므로 그것을 탐색해서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본질을 찾는 길이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나는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지속시켜 보았다. 나는 행복한가?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이며, 오늘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가.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나는 알고 있는가? 내가 하는 일과, 나의 삶이 행복한 부분도 있었고, 아닌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좌절하기 전에 내가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좌절하고 나서 죽음을 앞두고서야 하루 하루가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걸, 내게 허여된 하루하루가 삶의 진리에 가까운 보물이라는 걸 깨어있는 정신으로 알아차리고 살아야겠다. 깨어있으라. 그리고 몽매에 앞서 알아차리라. 알아차리고, 내가 왜 무지한지, 깨달으라. 그래야 행복함에 싸인 하루 하루를 만들고, 보낼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와 나비 - 2003년 제2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인숙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비가 바다를 건너다니... 세상에는 저런 거짓말도 있구나. 그러자, 내가 같이 살고 있는, 그리고 내 아이의 아빠라는 남자가, 내게 기생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별것 아닌 것처럼도 여겨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위대한 거짓말들 중에, 내가 꿈꾸었던 행복이라는 이름의 거짓쯤은 별것도 아닌 것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도 가능하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누군가를 그리고 바로 나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었다.

김인숙이 살아온 시대와 내가 살아온 시대는 대부분 겹쳐지는 삶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상징성들이 내게는 전혀 낯설지 않은 익숙한 구체성으로 다가오는 걸 보면... 그의 나비는 바다를 건너고 있다. 그러나 그 나비는 공주처럼 저려서 새파란 초생달이 시린 김기림의 나비보다도 훨씬 처절하다. 이 시대가 낭만적 '서거푼'(서글픈) 나비를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다. 내 생각이 맞을거다. 이 시대는 소줏집 포장마차에서 술을 기울이며 '인숙아'하고 부를 뿐인 선배 문인들처럼, 더 이상 말을 잇는다면--- 그건 몸통만 남은 나비 내지는 몸통은 녹아내리고 날개만 녹아 뚝뚝 흘러 내리는 나비에 불과할 것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에 모더니즘 작가 김기림과 같은 제목의 '바다와 나비'를 읽는 것은 삶의 진실은 이런 것인가, 서글프고 그 한에 묻혀 살아갈 따름인가... 하고 생각한다. 포스트 모던한 김인숙이나 모던한 김기림이나, 시대의 아픔을 상징으로 드러내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나비를 설정한 건 우연일까, 아니면 수십년의 연도를 건너뛴 원형적 상징일까. 전상국의 작품을 읽게 된 건 기쁨이었지만, 소감은 역시 포스트 모던의 시대구나. 싶어 씁쓸하다.

이번 이상 문학상의 절창은 김인숙과 복거일의 동거에 있다. 복거일은 쇼우와 64년을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의 시대로 상상력을 넘치는 거 같지만, 김인숙의 소설 속엔 진실이 넘실대는 반면, 복거일의 소설엔 진실성은 부족하다. 복거일씨, 당신은 그 영어공용어의 공룡같은 이상을 왜 진실성 풍부한 소설에 담아내지 못하는가. 어설픈 조선일보식 파시즘의 전파에 가장 적절한 양식이 소설임을 당신은 모르는가?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에 드러난, 어슴프레하게 나타난, 영어의 시대가 가고 중국어의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를 때를 대비해 자식을 중국에 유학 보내는 이 포스트 모던한 시대에, 복거일의 영어공용어론이 '얼어죽을 공룡어론'으로 오버램 되는 건, 내 상식의 무지함의 소치다. 플라나리아 보담은 김인숙의, 아니 그 신랑의 외침이, 술에 취해 술주정 속에서나 담아낼 수 있는 포스트 모던의 절규가, 모더니즘의 낭만보다 비극적임은, 내 삶의 적당한 낭만적 절규보담은 삶의 진실성에 앞선다고 읽는다. \김인숙씨의 착실한 진보에 박수를 보내며, 복거일의 몰락에 탄성을 올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