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다 - 청소년이 만들어온 한국 현대사
공현.전누리 지음 / 빨간소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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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청소년(Youth)은 13~24세를 일컫는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만 24세가 되기까지는 유럽에서 반값 유스패쓰를 이용할 수도 있단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인' 요금을 내야 영화를 볼 수 있는 호갱님인 한편,

참정권도 없고, 교복 안에서 타율학습의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월에 나온 '교육공동체 벗'의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 운동사>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작가는 같은 사람이다.

전에는 청소년들이 교과서 틀 안에 갇혀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그리고 언론에서 '전두환 가카 만세'를 외칠 때, 나도 그가 위인인 줄 알았다.

실제로 교과서에서도 가카와 함께 좋은 나라를 만들거라고 쓰여 있었고,

대학에 가셔야 '백기완', '리영희' 선생의 글을 읽으며 세상이 녹록치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요즘엔 그야말로 손가락질 몇 번이면 지식이 튀어나오는 세상이다.

이승만의 치부를 조사하는 일도, 국정 교과서의 부조리함을 조사하기도 참 쉽다.

아이들에게 조사하고 탐구하는 교육(R&E)이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청소년을 아기 취급하는 자들이 있다.

청소년들의 현실 참여를 비하하려는 정미홍 같은 인간이 방송을 탄다.

그저, 관심 종자 이상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인간은 '세월호 청소년 6만원'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걸로 보면,

많이 모자라거나, 그런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평범한 악인인 듯 싶다.

 

이 책에서는 3.1운동과 학생의거, 그리고 역사의 격동기마다 굽이쳤던 학생 운동의 역사를 적고 있다.

고등학생의 움직임이 중심인데,

4.19, 광주 항쟁, 전교조 탄압기, 두발 투쟁 및 인권조례기, 광우병 촛불 집회 등의 기록이 담겼다.

 

좀 아쉬운 점은 서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인데,

청소년 운동의 한 측면을 기록한다는 일에 무게를 둘 수 있다.

 

청소년들과 날마다를 보내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작가가 더 오래 이 문제에 몰입해서,

진짜 청소년 기인 대학생 문제까지도 연결지어 주었으면 좋겠다.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눈은 그저 가엾게만 보였다.

아이들이 공부를 해도, 고민을 해도, 이런저런 일로 울어도 다 안쓰러웠다.

 

사는 일이 그렇게 힘든 것이다.

그렇지만, 살아 있으니 울기도 하고, 고민도 하는 것이다.

 

이 추악한 국가에서

청소년과 함께 살아온 내 교사 생활은 참 부끄럽다.

 

인터넷에서 '자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가 있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 한다.

 

25일에 공개하겠다 하고, 티저 영상을 준비했다.

 

<세월호 사고 시각 8시 49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눈물로 보아야 할 영상이 될 듯 싶다.

 

http://zarodream.tistory.com/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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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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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나는 전설이다' 뭐 이런 거 비스무레한데...

김중혁의 소설은 단편이 제법 괜찮고, 수필도 괜찮은 편이다.

이 책은 중편쯤 되는데, 왜 하드커버까지 해서 책값만 비싼가.

하드커버도 있고, 페이퍼백도 있으면 좋겠다.

 

요즘 나온 영화들의 영향인지, 우주미아가 등장한다.

'나 완전해 좆됐어'로 시작하는 '마션'처럼 재미있지도 않다.

 

아재개그 내지 부장개그란 게 있다.

썰렁해서 별로 호응하고 싶지 않지만,

그 사람은 나보다 항렬이 높거나, 직위가 높아서 '풋' 정도는 웃어줘야 한다.

 

코미디의 핵심은 뭐냐, 거리두기 아니냐.

거리를 둬야 웃길 수 있고, 상황에 빠져들지 않아야 비꼴 수 있는 거잖아.

여자들은 웃을 때와 슬퍼할 때를 구별할 줄 알지만, 남자들은 그걸 잘 못해.(121)

 

남자들의 공감능력이 떨어져 코미디언이 많다는 이야기인데,

사회생활 자체가 남성 중심 사회여서 그런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공감 능력 자체야, 남녀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고...

 

우주에 안 나가 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우주에 나가면 뇌의 뚜껑이 열려.

모든 지평선이 사라지고, 경계가 없어져.(127)

 

그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쓴 이유가 이런 것인가보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런 심오함이 소설에는 없다.

 

간절히 원하는 게 있으면 이루어질까?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 훨씬 많다고 느꼈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원했던 단 하나가 바로 간절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살지 않았다.(138)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요?(139)

 

그렇다.

삶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

거기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이 있을 따름이다.

 

전에 저한테 그러셨어요.

네가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게 얼마나 엄청난 우연인 줄 아니?

얼마나 희귀한 존재인 줄 아니?

너를 함부로 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182)

 

농담치곤 좀 진지한데, 좀더 농담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저질 농담은 유머러스하기보다는 보기 싫은 편이니까.

 

바탕화면 속에서 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점일 뿐이겠지.

아니 점처럼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없지는 않지만 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존재.(186)

 

크게 보면 우리 삶은 미미하다.

작은 존재이지만, 우리는 또 삶을 희귀한 존재라 여기며 산다.

 

농담처럼 삶은 번지지만,

삶을 먼지처럼 가벼이 여기는 사람은 또 없다.

 

강풀처럼, 흡인력 강한 모티프를 소설로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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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김혜순 지음, 이피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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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그림들은 ‘고독존자 권태존자’라는 제목으로 문학동네 카페에 약 8개월간 연재되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8개월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7×7=49일간 연재를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2014년 4월 이후는 무척이나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도대체 영혼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끝없이 연재하던 글의 제목을 후회하고,

 글을 발설하는 자의 별명(쪼다)을 후회했습니다.

안산에 있는 제가 근무하는 학교(서울예술대학교)에 출근하기 위해 역에 내리면

역 앞에 늘 서 있는 버스에 플랜카드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엔 ‘상담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바람은 꿈 분석을 싫어한다, 바람은 집중 치료를 싫어한다’ 같은 밑도 끝도 없는 말이

미친 사람처럼 자꾸만 중얼거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난데없는 그런 중얼거림이 다시 연재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말' 중, 387)

 

그렇게 수다처럼 썼던 글이었다 한다.

필명도 '않아'로 바꾸었다.

'가만히 있어라'는 지시에 '그러지 않겠다'는 저항의 의지이기도 하고,

'나라가 위태롭다'는 겁박에 '난 그걸 믿지 않아'라고 무지르는 뜻같기도 하다.

마치, 조세희의 '난쏘공'의 난쟁이 이름이 '김불이'였듯...

 

그는 비명의 지휘자다...

않아는 해마다 생각한다. 그가 올해에 지휘한 곡이 그중 가장 심했다고.(310)

 

아... 2년 전, 가장 심했다고 썼을 것이다.

세월호... 작년의 메르스... 올해는 최순실...

그러나, 올해 다시 가장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스~로 일관하는 '이스메네'는 세계를 변혁시킬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로 생각하는 '안티고네'가 그래서 필요하다.

난 그의 이름 '않아'가 마음에 든다.

 

불모가 아니라 위로와 비전을 제시하는 게, 시가 아니냐.

사실과 진실을 추구해라...

않아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쉬운 시가 뭔지 모르겠다고 웅얼거린다.

선생님, 시는 존재한다고 믿는 것들의 그 불가능성을

추구하지 않나요?

진실이라고 하는 것, 사실이라고 하는 것을 막상 추구해 보면,

없는 것 아닌가요?

그 추구 자체가 시 아닌가요?(267)

 

시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난다.

막상 진실과 사실을 시로 말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그 추구하는 몸짓, 그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

 

시를 쓴다.

그 사라짐 속에서 쓴다.(사라지는 장르)

 

시는 사라지고, 시인, 풍문, 잡지, 효용...만 남은 시대.

시인들도 자꾸 동화나 에세이를 쓰는 시대.

그는 그런 어떤 쓸모나 효용보다, 무언가가 그렇게 사라져가는 것도 시로 써야한다고 느낀다.

'희미'한 '황홀'을 쓰는 것이 시인 모양이다.

 

해마다 몇 번씩 아직도 살아 있으니 부끄럽지 않으냐고,

슬프지 않으냐고 채찍질 하며 묻는 나라, 애록에서 산다는 것.(121)

 

애록, AEROK은 뒤집힌 코리아다.

자랑스럽거나 사랑스럽지 않은 모국.

그 징상스러운 마음을 애록으로 쓴다.

 

그들의 혁명의 덕을 보고 사는 인간이 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들이 가난한 나라를 찾아가 겸손하다못해 자의식조차 내세우지 않는 사람들을 찍은

인물 사진이 싫다.(213)

 

박노해 류를 일컫는 말이다.

나도 그렇다.

 

시쓰기는 가르칠 수 있을까?

가르친다기보다 더불어 생각할 수 있는 것과

혼자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더불어 생각해봐야 할 것을 서로서로 나눕니다(189)

 

모든 일이 그렇다.

교육도,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더불어 사노라면, 교육이 거기서 피어난다.

 

마그리트는

모자 장수 엄마가 열네 살에 투신자살하고,

아내 조제트의 치맛자락을 평생 놓지 않은 사람이었다.(58)

 

그러고 보니, 마그리트의 그림엔 늘 모자에 하늘과 구름이 짓쳐들어갔다.

 

내일은 갔다.

어제는 올 것이다.

 

죽음은 태어났다.

탄생은 멀었다.(아직 오지 않은 과거, 전문)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제한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다.

나를 중심에 놓고 바라본 것이다. 유아론적인 시선.

 

말장난같은 시간의 도치가 많은 생각을 만든다.

한국의 미래가 있을까 하는 우려와,

지옥같은 유신의 시대가 도래할 것 같은 불안과,

죽은 줄 알았던 친일, 독재의 망령이 태어나는 모습을 목도하게 된 환멸과,

바라는 세계에 대한 희망은 멀었을 마음이 느껴진다.

너무도 좌절스러워, 황지우 류의 '내가 너에게 간다, 멀리서 오는 너에게 아주 천천히 오래...'같은 용기는 없다.

 

도마에 칼이 탁탁 부딪히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다는 어떤 어머니의 자식들을 않아는 싫어한다.(3)

 

뒤집어 보고, 생각해 보는 시.

밤늦게 놀다가 아침나절이 되면 부엌에서 웅성거리며 무이징게국 냄새로 기억나는 명절 아침은,

백석이 남자여서 쓸 수 있는 시였을 것이다.

그 당시 여성에게 명절 아침 부엌은,

가사노동의 극단과 여성 서열의 틈새에서 피하고 싶은 아침이었을지도...

 

인생이 연결 고리에 주르르 꿰어지지 않을 때

개를 끌고 길거리에 무료히 앉은 아이가 세상 전부를 봐버린 그 순간,

그 막막한 느낌처럼,

시를 쓴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바퀴살 가운데 둔 것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저 부재를 생산하는 행위.(23)

 

시 선생님의 시론은 텅 비었다.

그렇지만, 꽉 찬 자리보다

텅 빈 자리의 시가 더 심장을 아릿하게 만드는 법이다.

 

이피의 그림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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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492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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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생각이 오가서

턱,

머리끝부터 꼬리뼈까지

트래픽 잼에 걸려 있을 때

내 고양이를 본다

한 번에 한 생각

혹은 아무 생각 없는

오솔길 같은 눈망울을

들여다본다

아니, 내다본다(고양이가 있는 풍경 사진, 부분)

 

생각이 너무 많다.

인간은 그렇다.

나이가 들면 더 그렇다.

그래서 나이들면 좀 가벼워져야 한다.

그 명랑의 대표가 황인숙이다.

 

나는 왜 항상

늙은 기분으로 살았을까

마흔에도 그랬고 서른에도 그랬다

그게 내가 살아본

가장 많은 나이라서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송년회, 부분)

 

돌아보면 내 나이가 부담스럽다.

서른에도 서럽고, 마흔에는 부록스럽고, 쉰에는 쉰내가 난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를 되뇐다.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보고 살면 된다.

오늘이 나의 남은 날들 중 가장 젊은 날이니.

 

고양이 한마리 만나고도 안쓰런 그가

뭐 얼마나 뉴스에서 즐거운 일들만 만나리오마는,

그래도 그런 마음 가짐은 좋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고

매사 서툴렀던

흘러가버린 시절

아뜩히 밀려오네(이름 모를 소녀, 부분)

 

젊은 시절 멋도 모르면서 멋으로 여긴 우울,

몽상, 허무, 아련한 불안...

그러나 이제 당최 궁금치 않은 미래.

그래서 그는 명랑할 수 있다.

 

그가 58년 생이니 이제 1년 뒤면 환갑이다.

그래서 그는 단풍드는 나이를 맞아,

그 붉은 단풍에서 <힘>을 찾는다.

그 힘의 리듬이 시의 제목이다.

참 힘차서 좋다.

시들시들한 나이에 힘찬 리듬을 붙이니 명랑하다.

 

붉고 붉은 단풍

우수수 떨어져

나무 주위를

파닥거리며 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히

어여쁨 뽐내며 파닥파닥

붉고 붉은 단풍

환희로 가득한 숲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붉고 붉은 단풍

가슴 저며라, 사람인 나는(탱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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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존엄 사이 -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를 만나다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9
은유 지음, 지금여기에 기획 / 오월의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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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의 '사법부'를 읽던 기억이 난다.

박정희의 유신을 거치면서 사법부는 행정부의 폭거에 꼬리치는 개가 되고 말았다.

 

지난 여름, 부산에서 현대차가 급발진으로 일가족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녹화 영상이 있어 누가 봐도 급발진 사고였던 불행한 일이었으나, 수사 결과 운전 부주의로 결말이 났다.

이건 '재벌'에 대한 예우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재다.

 

대한민국은 '민주'도 '공화국'도 있어본 일이 없는, 국가라고 하기엔 쪽팔린 착취 기관이다.

민주주의는 한 사람당 한 표, 원칙이 기본인데,

요즘 청문회에서 보면, 가진자들은 민주주의를 개무시한다.

공화국은 '공적인 가치를 앞세우는 나라'인데, 박-최 게이트에서 밝혀진 것처럼,

대한민국은 사익을 추구하려는 착취 기구에 불과했다.

 

늑대가 나타났다...

이 말로 지난 수십 년을 버텨온 대한민국.

그 막장이 요즘 드러나고 있는데, 깊어도 너무 깊다.

<국가 안보>를 내세워 자유를 억압하고 자기들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 그들이 아는 단 한 가지.

그 일을 하는 것들은 <중앙 정보부>였고, <안기부>였으며, <국정원>이 되어버렸다.

세월호 7시간의 비밀에 <국정원>이 댓글사건과 얽혀 긴밀하게 연루된 사실 역시,

세월호의 앵커와 배의 급회전, 그리고 인양 거부, 화물칸 조사 거부 등의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천안함의 막장드라마 이상의 메가톤급 비밀이 세월호 7시간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들의 야욕 사이에서 짓밟힌 '간첩'들의 삶은 참으로 비참했다.

국가의 폭력은 인간의 존엄을 짓밟았다.

무조건 남산 지하실에서 두들겨 팼으며,

가족을 빌미로 있지도 않은 사건을 조작해냈다.

그것이 박정희와 전두환이 살아온 길이다.

그들을 처벌하지 못한 지금, 다시 박근혜를 처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재정권은 자신의 존립 근거를 오직 반공에 두었다.(32)

 

예전엔 우리 사건을 생각하고 맨날 눈물이 나서 울었는데,

세월호를 생각하니 너무너무 불쌍하고... 애들이 얼마나 불쌍해.

그 큰 배가 물에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그 애들을 안 구하냐고.

진상을 밝혀달라는데 왜 안 밝히는 거예요.

떳떳하지 못하니까 그런 거예요.

영화 <귀향>도 봤지만 서러워.

힘없는 사람들의 억울함, 잔인함이 서럽죠.

짐승도 저렇게는 안 한다.

저러고도 저렇게 당당하게 큰소리치고 뻔뻔하구나.

아직도 그 세상이에요.

우리나라가 해방이 됐나요?

힘없는 약자들은 말없이 죽어가고 있어요.

세월호, 위안부, 간첩사건... 다 아픈 거예요. 방법이 달랐을 뿐이지.(49)

 

고통은 사람을 저절로 눈뜨게 한다.

요즘 <자백>이란 영화도 나왔다.

간첩을 만들어낸 국정원의 이야기다.

그렇다. 그들은 1987년 대선 직전 <KAL기 폭파>사건의 주범 김현희를 사형시키지 않고 이듬해 봄 국정원 직원과 결혼시키는 것들이다.

위기가 닥치면 <칼>이 폭파되고 <세월호>가 터진다.

간첩단 사건이 약발이 떨어지니 대형사고로 이목을 옮긴다.

 

절망으로 가득하고 이룬것 없는 내리막에서

새로운 깨달음이 온다.

그것은 절망의 역전.(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시 '내리막' 중)

 

이 책은 절망의 기록이다.

그렇지만 그 절망은 좌절만을 낳지는 않는다.

내리막 속에서 깨달은 것들이 많다.

 

배운 사람들 하는 짓 보고

못 배운 걸 한탄하지 않았다.(109)

 

이런 것들이다.

김기춘, 우병우 들은 학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던 축들이다.

그러나 그 인간들이 하는 짓은, 인간의 짓이 아니었다.

그런 배움이라면 쓰레기만도 못한 것이다.

 

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사형에 처해 주십시오.(144)

 

이런 새끼가 검사라고...

 

서울 고법에서 이상한 지하 통로로 나를 데려 가더라고요.

판사가 재판장에 혼자 있어.

내가 어리둥절한데,

선고 재판 하겠다.

이러는 거야.

재판장님, 왜 비밀 재판을 하느냐.

내가 자네에게 긴히 할 얘기도 있고,

판사님이 증거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다다.(213)

 

이런 새끼가 판사다.

 

행정부를 장악한 독재자는 처음에는 사법부가 무죄판결하는 것에 약이 올랐다.

그러나 유신이 오래 지속되자,

어느 법관, 검사도 두들겨맞고 구속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순치되서 독재자의 개들이 되었다.

김기춘, 우병우, 최재경, 조대환... 검사출신들이 권력의 옆에서 꼬리를 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피해자들은 인생을 잃었다.

 

아버지, 이제 내하고 인연 끊읍시다.

아버지는 내 인생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얘가 경찰 시험에 필기까지 합격을 했는데 면접에서 떨어진거지.

필기도 붙고 만능 스포츠맨이고 떨어질 이유가 없어.

나한테 그래놓고 올라가서 한 달도 안 돼서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거야.(220)

 

아...

얼마나 비루한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을까.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피해자가 된 사람들...

국가보안법이 만든 죄없는 죄수들...

 

이제라도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길 빈다.

이런 책을 쓴 은유에게 희망을 얻어 간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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