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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책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_인문 교양 지식 편
이동진.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
이상호 기자는 검찰청으로 들어가는 돼지녀에게 이렇게 외치며 쓰러져 흐느꼈다.
세월호 7시간...
이건은 아녀자의 사생활이 아니다.
가장 긴박했던 시간에 국가가 부재했던 증거요 현실이므로, 이 이상의 질문은 없다.
이 책은 '빨간 책방'에서 이동진 김중혁이 읽었던 교양서적들에 대한 수다집이다.
수다집이니 깊이랄 것도 없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책을 쌓아두기만 하고 잘 들어가지 않는 서재방에
편안한 독서용 소파를 하나 사고 싶은 맘이 들었다.
이 책의 소재 중 꼭 읽어보고 싶은 것은,
존 그레이,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원제목 STRAW DOGS
마크 롤랜즈, <철학자와 늑대>
이런 것들.
총,균,쇠는 워낙 유명한 저작이니 극찬에 할 말이 없다.
창작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럴 텐데
자기가 반드시 해야하는 일, 또 오래 해야하는 일이라면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를 스스로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
변형적 사고, 통합적 이해... <생각의 탄생> 103
교직에 들어온 것이 어언 28년이 지났다.
징그럽게 오래 했지만, 별로 지겹지 않게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수업을 재미있게 하려고 노랙했던 장치를 부여한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스스로 지겨우면 오래 못한다.
재미있게 하고, 이야기 식으로 하는 것이 나의 힘이랄까.
글쓰는 재능이랄까,
글쓰는 사람의 패턴은 감각 같은 것이거든요.
배움이나 지식과는 상관없이 사유하는 방식과 관련있는,
쉽고 간결하게 접근하는 능력을 갖고있는 저널리스트만의 강점.(빌 브라이슨, 117)
이동진의 이야기는 분석적이고 감성적이며,
김중혁의 이야기는 파편적이고 직관적이다.
이동진이 해설하려든다면 김중혁은 핵심에 가까운 말들을 툭툭 던진다.
그 콜라보가 빨간책방의 힘이랄까.
아무리 대가여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구나.
고민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 다른 거죠.
어쩐지 이 책이 답이 없는 참고서 같더군요.
문제에 대한 답은 없는데 읽다 보면 이해가 되는 것 같은.(작가란 무엇인가, 229)
삶이 그런 것 같다. 답이 없다.
그렇지만 책이 그렇다. 답이 없는 참고서다.
세상에는 답없는 참고서로 가득하지만, 답이 없으므로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
우리가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의식하면서 바라볼 수 있단 것.
스스로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인식하는 것.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호모 라피엔스, 277)
동물 중에 박근혜같은 종이 있을까?
인간은 결코 영장류가 아니다.
인생의 의미 없음을 당신은 수용할 수 있는가?(278)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는 동물이 웃음을 발견했다.(니체)
유머가 필요한 일상이나 존재가 얼마나 비극적인 것인가.(282)
요즘 청와대발 해학과 풍자가 판을 친다.
가슴을 치고 땅을 칠 일이건만, 어찌할 수 없어서 유머로 간다.
'고산병 연구회'나 만들 따름...

'희망을 버려, 힘냅시다'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저 촛불 하나 들 따름이다.
행복이란 건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
행복이란 게 특별한 찰나의 경험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같은 것에 있다.(327, 철학자와 늑대)
책은 질문한다.
왜 사느냐고, 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다 끊고 명상에 잠기는 것은 또 어떤가 하고.
명상은 맥락을 끊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고통스러운 시대의 산물이다.
인생은 짧지만, 과정이다.
잠시 뒤의 미래를 살펴보며 희망을 가지는 것이 인생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전환이다.
디키는 공수 전환을 뛰고 있을 뿐.
시합은 계속 되었다. 디키에게 패스할 수 없을 따름.(376)
내 삶에서 가장 급박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게 살고 있을 따름이다.
그저 찬 바람맞고 서서 촛불하나 더할 수밖에
힘은 없다.
그렇지만 그 촛불들의 역사가 훗날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인류라는 하찮은 존재가 명멸했음을 기록하는 책이 있다면,
이 평화의 혁명이 기록될 것이다.
모든 구악과 부정부패에 맞서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