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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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났다.

아이들은 좀더 좋은 대학으로 가려고 안달이다.

현실은,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 사회를 망가뜨릴 수도 있음을 강하게 증명한다.

 

인간이 공부를 하는 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인간이 공부를 하는 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예요.

그러니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지요.(14)

 

이런 큰 어른이 이 나라에는 없다.

 

'요즘 아이들은 열정이 없다.' 같은 말을 하지 말고, 열정을 품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이 생기있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줬으면...(15)

 

그렇다.

닭이 '열정이 없다, 헬조선이라니...' 이런 말을 지껄였다.

세상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아이들은 열정을 쏟을 곳이 없어진다.

헬조선을 개조하지 않으면, 다시 닭같은 존재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산업 전사를 만들기 위해,

일부 엘리트를 만들기 위해 학교가 이용당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다.(20)

 

그렇다.

서울대, 의대 많이 보낸다고 자랑질 할 게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면, 범죄자들이 다 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양심이 없고, 법에 대한 개념이 없다.

싸워서 처벌해야 한다. 법에 의해서.

 

엘리트 체육이 만든 판이 이번 사기사건의 핵심이다.

엘리트 체육 뒤에는 반드시 비리가 수북하게 쌓인다.

학생의 부모들이 돈을 걷어 뒷감당해야하고,

그걸 유용하는 감독, 코치는 늘 불명예를 안게 되고,

감독들과 심판들을 매수하려 들게 마련이다.

결국 엘리트 체육이 대학 입시까지 엮인 부정은 나라의 수치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박근혜 뿐만 아니라, 이참에 체육계도 크게 대오각성 해야한다.

 

김연아나 박태환을 옹호하고 손연재를 욕할 것이 아니다.

다들 엘리트 스포츠의 수혜자들이고, 또한 피해자들이다.

엘리트 스포츠가 아니라 스포츠 쓰레기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70년대 개발독재 시스템의 그늘이라고 할까...

 

아무튼 세상은 어둡다, 너무 어둡다.

가장 어두운 것이 정치의 세계로,

국정 주도권을 둘러싼 정치가들의 언동은 음란하고 위협적이며 철저하게 어둡다.

안타깝게도 교육 현장도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일부 젊은이들의 무사태평하고 그저 밝기만 한 경박함에도 화가 치밀지만,

어둠은 그 뿌리가 깊다는 것을 알기에 더 견딜 수가 없다.(69)

 

하니타니 겐지로는 오키나와의 작은 섬에서 살았다.

세상의 험하고 추한 소리를 바람소리가 막아주고 파돗소리가 막아내는 곳에서 살아도,

세상의 추함에 이렇게 치를 떤다.

 

썩은 감자는 옆의 감자도 썩게 만든다.

썩은 피부는 제거하지 않으면 살갗을 온통 썩게 만든다.

이참에 아프더라도 도려내지 못하면, 이 나라의 재건은 요원하다.

 

일본에서 광부로 일했던 한국 목사님에게 일본 여자가

"일본인이 한국 분들에게 범한 잘못의 죄를 용서해 주세요." 라고 했단다.

그 목사님의 말씀.

"일본인을 위해 기도할 수 없었던 한국 기독교인들의 죄를 용서하십시오."(73)

 

용서를 빌어야 용서할 수 있다.

아직도 전두환은 용서를 빌지 않았고,

닭은 거짓 조문과 개뻥 사과만을 남발했다.

용서를 빌지 않는데도 용서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행위는, 멍청하고 병신같은 짓일 뿐이다.

용서를 빌어야 할 때까지 싸워야 한다.

 

하나의 답, 하나의 가치밖에 인정하지 못하는 쪽이 빈곤하다.(114)

 

오로지 돈을 위해 사는 것들.

사립대학을 만들어서 그 이익에 목숨거는 것들.

땅을 여기저기 산더미같이 쌓아두고 돈을 버는 것들.

그들이 학교에 요구하는 바는 바로 그것이다.

하나의 답만 가르쳐라.

 

그러나, 아이들은 그렇게 가르쳐도 길거리로 나간다.

헌법에 적혀있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3.1운동과 4.19 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아 차벽에 꽃을 붙이고 촛불은 든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책들을 읽으면,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일보다 쉬워서 좋다.

참 가벼우면서도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좋은 글은 이래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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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의 시대유감
안경환 지음 / 라이프맵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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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 김사인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사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단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대통령이 범죄의 수괴인데,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그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런 모순 앞에서 '쾌도난마'는 벌어질 수 있을까?

 

참담한 나날들의 연속이고, 분노가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인생은 외국어.

모든 사람이 그것을 잘못 발음한다.(크리스토퍼 몰리, 414)

 

국가라는 제도 자체가 괴물일진대 '올바른 국가'를 상상하는 일 자체가 부조리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식민지ㅡ전쟁-분단-살육-독재-정경유착-빈익빈부익부-자유의 억압

이런 일이 유전자에 남아 '모난 돌이 정맞는다'가 살아남는 길이 된 나라에서,

선진국과 비교하여 끝없이 부족함을 느끼는 일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 정직하면서 타인의 내면을 겸손하게 해독하는 일,

쉬울리가 없겠지요.

그러나 그 불안감과 다소간의 무모함을 무릅쓰지 않는다면,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어떠한 소통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편지란 결국

타인의 눈으로 자신의 내부를,

그 내부의 희미한 움직임을 읽어내는 일일 테니까요.(정이현, 414)

 

독서도 그렇고, 모든 공부의 목표는 하나다.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읽으려 애쓰는 일.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나, 결국 이명박이 몰아낸다.

촛불시위 이후의 일이다.

 

격동기와 안정기는 다르다.

정치도 외교도 이제는 일상적인 정의를 세우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성과 합리에 기초한

흔들리지 않는 정의의 체계를 만드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157)

 

아아...

지나고 보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과오가 이것이었다.

<격동기>를 <안정기>로 착각한 일.

 

한국은 아직도 격동기의 와중인데,

독재자들을 사면하기 이전에 엄벌을 내렸어야 했고,

부역자들을 같이 처벌했어야 할 일인데,

이성과 합리를 내세워 대화와 토론을 하려 했으니 일이 이렇게 틀어진 것이다.

 

지금의 <청와대>와 <검찰>, 그리고 여당의 <친박과 그 출신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퇴로를 만들어 주는 열린 마음>으로 지나가면

언젠가는 다시 볼드모트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

 

인권위라는 독립기구가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그는 <유감>을 표명한다.

'유감'은 '어떤 감정이 든다'는 뜻이 아니다.

'유감'은 못마땅한 것이다.

이 시대와 불화할 때 쓰는 말이다.

[유감]마음에 차지 않아 못마땅하고 섭섭한 느낌  .

 

이명박의 시대에는 그저 못마땅하고 섭섭한 '유감'정도로 표현했을지 몰라도,

지금 시대는 '유감'을 뛰어넘는 시대다.

 

잠이 보약이고 자괴감드는,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 새누리와 신천지, 7시간과 여자의 사생활,

가장 심각하고 진지해야할 정치가

가장 저질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다.

초등학생이 '금붕어에게 미안하지만, 그여자는 금붕어같다'고 할 정도.

 

국민과 불화하는 역겨운 정치가들을 반드시 처벌하겠다는 시민의식이 이렇게 높았던 적은 없었다.

다만 매일 불같이 화가 나는 일이 연속이어서,

이 분노가 나라를 태워버리지 않기를...

그저 '유감'인 정도를 넘어 분노가 승리의 시기까지 달려가기를... 바란다.

 

다시 '김수영'의 시대가 도래했는가...

 

만약에 나라는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본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내가 ()와는 反逆(반역)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山頂(산정)에 서있는 마음으로

나의 자식과 나의 아내와

그 주위에 놓인 잡스러운 물건들을 본다

 

그리고

나는 이미 정하여진 물체만을 보기로 결심하고 있는데

만약에 또 어느 나의 친구가 와서 나의 꿈을 깨워주고

나의 그릇됨을 꾸짖어주어도 좋다

 

함부로 흘리는 피가 싫어서

이다지 낡아빠진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리라

먼지 낀 잡초 우에

잠자는 구름이여

고생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철늦은 거미같이 존재없이 살기도 어려운 일

 

방 두간과 마루 한간과 말쑥한 부엌과 애처로운 ()를 거느리고

외양만이라도 남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이다지도 쑥스러울 수가 있을까

 

()를 배반하고 사는 마음이여

자기의 裸體(나체)를 더듬어보고 살펴볼 수 없는 詩人(시인)처럼 비참한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거리에 나와서 집을 보고

집에 앉아서 거리를 그리던 어리석음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나보다

날아간 제비와 같이

 

날아간 제비와 같이 자죽도 꿈도 없이

어디로인지 알 수 없으나

어디로이든 가야 할 反逆(반역)의 정신

 

나는 지금 산정에 있다――

시를 반역한 죄로

이 메마른 산정에서 오랫동안

꿈도 없이 바라보아야 할 구름

그리고 그 구름의 파수병인 나 (김수영, 구름의 파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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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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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 사고를 일으키면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도 피해를 입게 돼.

말하자면 나라 전체가 원전이라는 비행기에 타고 있는셈.

아무도 탑승권을 산 기억이 없는데,

하지만 사실은 그 비행기를 날지 않도록 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럴 의지만 있다면.

그런데 그럴 의지가 보이지 않아.

승객들도 일부 반대파를 제외하곤 말없이 좌석에 앉아 있을 뿐 엉덩이조차 들려고 하지 않아.

그러니 비행기는 계속해서 날 수밖에.

그리고 비행기가 나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비행기가 잘 날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어.(423)

 

이 소설은 1995년 출간된 것으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이 아니라 '핵 발전'이므로 <핵 발전소> 또는 <핵전>으로 부르는 게 옳겠다.

주제가 공익에 관련된 것인 만큼,

소설은 재미없다. ㅠㅜ

 

방사선 장해 전문가인 교수가,

원전 정책이 수많은 작업원들의 희생 위에 이뤄지는 것임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

미시마는 덧붙이고 싶은 한 마디.

원전과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게도

그같은 사실을 인식시켜야 (529)

 

결국 이 소설의 주제는,

누구도 원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1986년 4월 26일 토요일...

그날은 체르노빌 원전의 재앙이 일어난 날이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나트륨 폭발'까지 걱정하며 전문적 지식을 뽐내지만,

좀 의도성이 진한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는 책일 듯.

 

다수의 사람들은 어른이 돼서도 가면을 벗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침묵하는 군중을 형성한다.

미시마는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마음먹었다.

침묵하는 군중의 저 섬뜩한 가면을 향해 돌 하나라도 던질 수 있을까.(633)

 

한국에도 원전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그 이름도 지역을 감추고 있다.(부산은 '고리', 경주는 '월성', 울진은 '한울', 영광은 '한빛')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사용할 전기를 위해 원전을 가동하고,

세계 수위의 철탑을 흉물스럽게 꽂아대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거기 관심이 없다.

남의 일처럼 여기기 쉽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원전에서 직경 4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지난 번처럼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가장 먼저 건물붕괴보다 원전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여수의 밤바다를 구경하는 관광버스를 타면,

여천 석유화학단지의 야경이 볼만하다.

만약 거기 비행기가 처박히면 불바다가 될 것이므로

인근에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한 배려일 것이다.

포항제철 공장같은 시설도 밤에는 화려한 불을 밝힌다. 마찬가지 이유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것이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한국의 원전마피아들은 자기 주머니가 급하다.

이 암흑의 시기에, 최순실이 원전까지 파고들지는 않았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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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2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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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소소한 일상... 담백하고 명랑하다.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일은 중요하다. 토막토막 짤막한 이야기들이지만, 읽다 보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가슴이 팍팍해질 때 가끔 읽으면 좋은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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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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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 없는 하루에도 양념같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수 있음을 치에코씨는 보여준다. 아무 생각없이 차를 한잔 마시면서 읽고싶은 날이 있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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