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명민이 등장하는 영화로도 제목을 본 책.

학교도서관이나  지역 도서관에서도 이 책이 너무 낡아서 봐지지 않았는데,

읽고 보니 사람들이 왜 그리 보았나 이해가 간다.

 

잔인한 캐릭터의 등장과

뜻밖의 반전.

 

보험 살인과 연관된 소설인데,

마지막 부분의 추적 씬이 압권.

 

주인공 신지는 곤충학자다.

여친 메구미는 심리학자인데,

곤충에 대한 비유가 소설을 감싼다.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전혀 다른

복잡하기 짝이 없는 우주(210)

 

그렇다.

요즘 어금니 아빠라는 인물에 대해서, 그 딸에 대해서,

인천 초등생 살인의 청소년들에 대해서 기사들이 많지만,

그들을 일반화하려는, 그래서 어린 나이라도 강력범죄는 강력대응하자는 이야기가 많다.

 

그렇지만, 모든 사건의 범인은 모두 다르다.

케이스바이케이스로 다루려는 섬세한 복지 정책이 따르지 않으면

사건은 더 심화될 뿐.

 

문제 아이들의 부모와 아이를 케어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

박주민, 송채경화의 <법 발의>라는 팟캐스트에서도 지적하듯,

선진국은 투자를 한다. 욕하기 이전에...

 

환경 오염도 사이코 패스의 급증과 일치(250)

이런 말도 재미있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과 사이코 패스란 개념이 유행한 것도 비슷한 시기일 수 있다.

 

보험에 연관된 사회파 소설인데,

박진감이 기대 밖이었다.

기시 유스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たまもえ는

 '다마(시)'(영혼)와 '모에'(타올라라)라는 말이다.

제목을 번역하지 않고 원어를 적어두는 것은 폭력이다.

전혀 친절하지 않은 무기력이다... 라고 번역 책에서 본 일이 있다.

 

패티김의 '초우'라는 노래에,

가슴 깊이 파고드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란 가사가 있다.

'초우'는 '풀에 내리는 비' 같은 뜻도 있으나,

산소를 만들고 그날 지내는 제례의 의미가 있다.

3일째 지내면 삼우가 되고...

아마도,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가 죽고 나면,

고독에 몸부림칠 때도 있을 게다.

 

이 책은 나이든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사별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하여 세밀한 심리를 쓴다.

잔잔한데 재미있다.

아웃!을 쓴 작가인데, 이 책이 더 흥미롭기도 하다.

 

젊었을 때는 나이를 먹으면 순하고 투박해질 줄 알았는데

예순 살을 눈앞에 둔 자신의 마음은 젊었을 때보다 더 섬세하다.

때로는 폭력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충동도 생겼다.

감정의 양이 젊었을 적보다 늘어난 기분.(422)

 

부인만이 망측한 꼴을 당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 다 추잡한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을 저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수치를 겪으면서 그래도 또 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아무 수치도 겪지 않고서는 의미있는 인생도 없습니다.(465)

 

나는 다카유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나의 어디가 불만이라 아키코와 연애를 한 거냐고.

그러나 대답은 알고 있었다.

불만은 없었다.

불만이 없어도 저쪽에서 찾아오는 운명을 거역할 수 없을 때도 있다.(502)

 

산다는 건 그렇다.

불만이 없어도~ 운명처럼 찾아오는 사랑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세상은 더욱 차가워질 것.(83)

 

자포자기는 좋지 않아요.

그렇게 해서 뛰어넘은 철책 너머는 지옥(126)

 

'나이'라는 뜻의 '도시코 年子'를 통해 작가는 나이듦의 쓸쓸함과 미학을 드러내고 있다.

 

떠넘긴 것 중에 가장 무거운 것은

살아간다는 것.

 

사별의 슬픔이 그대로 묻어난다.

 

노인이 혼자 산다는 것은

자신감 상실과의 싸움(201)

 

'인생에는 함정이 숨어있는 법'이란 말처럼,

'인생 극장'이란 말처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준다.

 

이제 곧 환갑이고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노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마음은 의외로 젊고 체력도 있어.

어중간한 시기라니까.(259)

 

용모만이 아니라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인격도 변하는 거라면,

노화는 정말 잔혹한 일(266)

 

노인의 삶과

사별 이후의 삶이 많지만,

배우자를 <마음을 받아주는 항아리>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혼이여 타올라라~!

이런 제목도 멋지지만,

노인도 힘을 내자~ 이런 응원의 소설로 읽을 수 있다.

 

노후의 삶을 고민한다면 읽어볼 만한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왜 '나쁜' 페미니스트일까?

'소문자 페미니스트'라고도 쓰는데,

 

보통 페미니즘 운동은 큰 지지기반을 갖거나

목소리가 크고 선동적인 유명 인사들과 엮이고,

그래서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리더들이 우리를 실망시켰다며

페미니즘에 본질적 문제가 있다고 결론내린다.

페미니즘과 <전문가적 페미니스트>를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것.(13)

 

서문의 변명처럼 '나쁜'의 함의는 단점과 모순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주류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이 아닌 비전문가의 이야기라는 제한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꼴 페미'나 '메갈'은 인신공격처럼 들리기도 한다.

 

과거에 내가 사람들 앞에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절대 아니라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그때 느꼈던 두려움들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결국 내가 외면받을거란 두려움이었고,

내가 여기저기 들쑤시며 문제나 일으키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란 두려움이며,

이런 나를 이 사회나 친구들이 받아주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15)

 

록산 게이는 그런 두려움을 떨치고 이 글을 쓴다.

이 책의 한계는 주로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소재로 하고,

팝이나 힙합 노래 가사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이해가 난감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너무 많아 아쉽다.

뭐, 그런 거야 '소문자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한국 드라마를 십분만 보면 적용이 될 것이니, 별 문제 아닐 듯.

 

아내가 잘 보는 '무궁화~'란 드라마를 보면,

무궁화는 가난한 집에서 아이 딸린 과부인 '순경' 초년생인 반면,

그 상대는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경찰이거나,

아버지가 대기업 회장인 덜렁이 재벌 2세거나 한 것을 보면 참 우습다.

 

텍사스 주의 클리블랜드에서 열한 살 소녀가 18명의 남자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을 때,

뉴욕 타임즈가 <악의적 폭행이 소도시를 뒤흔들다>로 기사를 썼다.

이 사건은 열한 살 어린이의 육체가 갈가리 찢긴 사건이지,

이 마을이 갈갈이 찢긴, 그녀를 강간한 남자들의 인생이 산산조각난 이야기가 아니다.(31)

 

범죄자 박근혜와 그 일당이 나라를 뒤흔드는 국기문란범죄를 저지를 때,

약한 한 여자라는 둥, 이런 변호는 죄인과 여성이라는 잘못된 줄긋기를 한 예이다.

그를 비난하는 '미스 박'이나 '배드 걸' 역시 그가 죄인이란 것과 여성이라는 것을 구별하지 못한 것이고.

역사가 여성의 지위를 그렇게 낮게 만들었다.

누구의 죄도 아니지만, 작은 페미니스트들이 더 늘어나야, 조금이라도 바로잡아질 것이다.

 

변화하려면 의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만 있으면 변한다. 간단하다.(49)

 

시작은 널리 알리는 것이다.

책을 펴내는 것도 좋고, 나처럼 리뷰라도 쓰고 글로라도 알려야 한다.

차츰 변하는 것이지, 저절로 변해지지는 않는다.

 

독자가 책을 펼쳤더니, 이럴 수가, 책의 여자 주인공이 마음에 안 들어~!

책에서는 인생을 찾아야 해요.

인생의 모든 가능성을 찾아야 합니다.

이 사람이 내 친구가 될 가능성이 있나?가 아니라,

이 사람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가? 입니다.(87)

 

작품 속의 문제적 남성(호밀밭의 홀든 콜 필드 같은)에 비해 문제적 여성을 대하는 독자의 태도에 대한 지적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이렇게 젠더를 상정하노라면

실은 이 둘이 같은 태양계 안에 있으며

생각보다 가까운 행성이란 사실을 잊게 된다.

많은 책들이 젠더에 관해 생산적 논의를 하지 못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여성, 남성을 분리하여 바라보고

젠더 문제를 조금 더 신중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127)

 

남녀를 차이를 중심으로 기술하면 그리 된다.

그리고 인간의 학문, 사회, 생활은 분리하고 차별한 경험이 쌓여 왔다.

 

젠더는 하나의 수행이자 불안정한 정체성에 불과하며

주체가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따라 형태가 계속 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적인 행동 양식을 통해 외부 공간에서 제도화되는 정체성.(189)

 

남자는 인생에서 세 번 울어야 하고, 여자가 다리를 쩍 벌리고 앉으면 안 된다는 식의 말들.

시간이 흐르며 반복되다 보니 제도화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젠더라는 것.

 

폰 노이만(헝가리 출신 미국 수학자)가 말했다.

수학이 얼마나 단순 명쾌한지 모르는 사람들은

인생이 얼마나 복잡 미묘한지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다.

수학에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인종과 문화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고 그 복잡함을 축소할 방도는 없다.(280)

 

이런 지점이 '나쁜' 페미니스트일 수밖에 없는 속내를 포함한다.

 

호주작가 '수'의 페미니스트 정의 : 개똥 같은 취급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 여성일 뿐(355)

 

단순하지만, 시니컬한 통찰이 들어있다.

완벽하지 않고 부족하지만, 작가는 계속 페미니스트이고자 한다.

맺음말에 나오는 그의 의지.

 

어쩌면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운동에 중요한 이슈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의견을 낸다.

나는 여성 혐오,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제도적 남녀차별,

임금불평등, 날씬한 몸매 숭상, 생식의 자유에 가하는 반복적인 공격,

 여성 대상 폭력 등에 대해 아주 강한 의견을 갖고 있다.(374)

 

우리 모두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도 민주주의 사회가 되면, 가족 중심의 경제적 공동체를 좀 탈피해서 입양에 대한 시선도 넓어질 수 있을까? 국가가 의료와 교육을 책임지고, 취업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사회가 된다면 말이다... 입양에 대한 고민들을 동화로 만날 수 있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 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52)

 

아마도, 가장 쉽고 명확한 정의 아닐까 싶다.

정의란 용어의 사용 범위를 제한해 주는 것인데,

'오늘날 젠더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정의를 했다.

여기엔 남녀 대립이나 동성애 등 논쟁이 될만한 요소를 제거한 것이기도 한데,

혐오 이미지가 붙어있는 페미니즘에 필요한 노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목격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만일 남자 아이만 계속해서 반장이 되면,

결국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라도 반장은 남자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만일 남자들만 계속해서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차츰 우리는 남자만 사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됩니다. (16)

 

한나라당 - 새누리당 - 자유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그렇다.

세뇌와 반복은 정상을 전복시킨다.

'혼이 비정상'이라는 말을 썼던 어떤 시대는,

그래서 비정상이 '자연스럽다'고 여겼던 것이다.

 

우리는 진화했습니다.

그러나 젠더에 대한 우리의 생각들은 아직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습니다.(21)

 

페미니즘은 이 진화에 대한 열망이고,

진화에 대한 당위이다. 젠더에 대한 생각이 충분히 더 진화해야 한다는 당위를 깔면,

페미니즘에 위협을 덜 느낄 수 있다.

 

어떤 남자들은 페미니즘이란 개념에 위협을 느낍니다.

내 생각에 그런 반응은 남자아이들이 자라면서 받았던 교육,

즉 그들은 남자니까 당연히 우위를 차지해야 하며

만일 그러지 않는다면 그들의 자존감이 훼손될 거라는 가르침이 야기한 불안감 탓입니다.(44)

 

페미니스트가 되찾고자 하는 파이는 남성의 몫이 아니다.

젠더에 대한 이해를 더 하게 되면, 인간의 권리에 대해서도 더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여성의 파이가 커지면 누군가는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일반 남성이라기보다는, 지금 권력 구조에서 최상위층에 서있는

권력자들이 될 것이다.

 

인류 역사는 권력을 가진 자들과 그것을 나누려는 자들의 투쟁이다.

그 투쟁에서 권력자들은 그것을 못 가진 자들끼리 다투도록 분위기를 조장한다.

억눌린 소수자, 그 이름의 비유가 페미니스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