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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골목 - 진해 ㅣ 걸어본다 1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7년 3월
평점 :
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를 품고만 살았어요?
하고픈 이야길 다 하고 살아, 그럼?(156)
모든 스러지는 것들은 아련하다.
그리고 바스라지는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천 점을 넘게 그린 화가에게도 마지막이 있더군요. 그게 인생이죠.(78)
흑백다방.
이름도 간명하다.
김탁환이 엄마와 걸었던 진해의 골목들에 대한 이야기다.
진해에선 사람이 죽으면 모두 벚나무가 돼.
당연히 벚나무가 더 많지.(87)
진해엔 사람보다 벚나무가 더 많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도 아련하다.
언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세요?
이젠 많이 나지도 적게 나지도 않아.
그럼요?
그냥 안개 같아. 내 몸과 이집에 두루 스며 있는.(181)
그저 이야기인데,
아련하게 스러지는 느낌이다.
노년은 안개같은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한번 머문다고 그곳의 분위기나 이야기를 다 알리 없지.
가고 가고 또 가야 겨우 알까 말까 한 게 내가 아끼는 골목이라고.(159)
갔던 골목을 또 가는 일은 반복이 아니다.
이야기는 덧칠 속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색과 같은 것.
엄마의 골목이 좋아요, 어머니의 골목이 좋아요?
엄마의 골목이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어머니는 안방에서 앞마당 정도 거리라면,
엄마는 안방을 벗어나지 않고 한 이불 속에 있는, 그런 기분?(182)
김탁환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도
엄마를 닮은 모양이다.
늘 단답형 질문에 주르륵 문장들이 주렁주렁 열린다.
아스라해지는 안개같은 나이에는
뭔가 반복해서 배우는 일이 재미있을 게다.
그 어머니가 하모니카를 반복해서 부는 일 역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