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쉬 쿠마르
사티쉬 쿠마르 지음, 서계인 옮김 / 동쪽나라(=한민사)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인도의 간디 무덤 앞에서 출발하여 케네디의 무덤까지 걸어간 사람, 사티쉬 쿠마르...

다른 나라의 전통과 인습을 이해하고 구별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한국에도 뿌리깊게 남아있는 결혼 풍습 중, 서양식 결혼 후에 드리는 폐백이란 인습을 보면, 사람의 생각은 참 안바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성 중심의 세계는 자꾸 남으려고 버팅기는 기분이다.

인도라는 나라의 70년 전, 그런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카스트 제도를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변화를 꾀하던 사람들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60년대, 그 냉전의 시대에 인도는 종교문제로 파키스탄과 쪼개지고 있었는데...
인도의 간디 무덤 앞에서 두 가지 서원을 하며 미국까지 걸어갔다.
채식주의와 무일푼 여행.

흐르는 강물처럼 아무 데도 집착하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걸었던 그를 감옥에 집어넣은 나라는, 파키스탄이나 아프간이 아닌, 소련도 아니고 체코도 아닌, 프랑스였다.

누가 더 똑똑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란 꿈을 꾸고 태어난 그는, 일생을 그렇게 살아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강물이 똑똑함을 추구하지 않고, 썩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 흐르듯, 그는 꿋꿋하게 걸어가는 삶을 살았다.

오로지 인간은 모두 같다. 평화로워야 한다는 믿음만으로 종교도, 인종도, 사상도 모두 초월하여 그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그의 평화 순례를 한국에서 한다면, 어디서 어디까지 가야 할까?

이승만이가 사익을 위하여 무너뜨렸다는 한강 다리와 전쟁 기념관에서 출발할까?(과연 이승만이 한강 다리를 무너뜨린걸가? 미국이 아니고?)
영동 노근리를 지나고, 황토현의 우금치를 넘어, 눈물없이 오르지 못할 산, 무등까지 가야하겠지.
제주도민의 1/3이 죽었다는 4.3의 한라산 오름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고...

한반도 점령과 만주 사변 등으로 동아시아를 제패한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해서 얻어터진 생각은 못하고,
늘 핵폭탄의 희생자인 양, 가엾게 구는 꼬락서니는 아니꼽지만,
그들의 나라 일본까지 평화의 순례는 이어졌지만,
정작 아직도 분단의 고통이 이어져 갈 수 없는 나라, 북조선 땅과...
중국이란 거대 국가에 속국으로 자치없는 자치주, 티벳과 여러 나라들...

과연 평화 순례를 떠나야 할 민족은 누구인지, 핵폭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이면서, 제 나라에선 절대로 전쟁을 치르지 않는 <악의 축>은 누구인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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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2-1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몰랐는데...와이프가 사달라고 해서 들어왔다가..글샘님의 리뷰를 보네요.이렇게 돌아서 들어오니 또 반갑네요.^^ 어린이날 대공원가서 동네 사람 만나는 기분이랄까

글샘 2007-02-1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사람 ^^ 알라딘 동네 이웃 맞지요^^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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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80년대 이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그 이전엔 여행도 부자유스러웠다는 슬픈 역사가...ㅠㅠ) 기행문도 다양한 형태로 나오고 있다. 여행 가이드 북에서부터, 개인의 다양한 삶을 적은 책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엔 한비야 류의 오지 여행도 있고, 류시화 류의 생각 여행도 있고, 여하튼 갖가지 여행기가 책방에 가득하다.

이 책은 옆자리 선생님이 보다가 키득거려 빌려 본 책이다.

내 동생이 건축을 전공해서, 건축하는 사람들이 깨작거리는 류를 대충 어깨너머로 본 터여서, 이 사람의 작업이 더 살갑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오기사는 훌쩍 스페인에서 살아 보려고 간 거다.
우물 안 같은 이 땅이 너무도 좁아 보였던 걸까?
아니면 뚜껑 덮은 우물같은 여기가 너무도 갑갑했던 것일까?

스페인하고도 마드리드가 아닌 바르셀로나, 카탈루냐에 가서 일 년을 보냈다.

그런데, 또 오기사가 하는 짓이 웃긴다. 그는 광활한 스페인의 황야를 외롭게 거니는 여행자가 아니었다.
그는 좁고 어두운 방을 얻고, 어학원엘 다닌다.
매일 스페인에서 제일 싼 커피를 마시며, A3만한 전기 장판(방석?)을 깔고 잠을 즐긴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즐기고 있었다.

그의 그림은 곡선으로 된 펜으로 그려진 것이어서 깔끔하면서도 점감이 넘친다.
그의 그림들은 '가우디'의 시대성을 뛰어넘어 현대 건축 공부에 큰 공부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가 디카의 세례를 받아서, 파노라마 사진찍기 기법 비스무레 하게, 마구찍어 마구 붙여 보기로 만든 사진들도 재미있다. 광각렌즈를 붙인 전문적인 사진보다 정겹기도 하다.

왜소하고 볼품없기만 한 제 몸을 화이바로 가리고 사는 오기사. 그 안에는 한국인의 심리적 왜소함이 들어있어서 공감가는 만화들이 많다.

간혹, 느껴지는 페이소스들이 외국에 살면서 느끼게 되는 낯설고 아득함, 존재에 부딪치는 깨우침의 어둠을 생각해 보게 한다. 왜 그는 머나먼 스페인으로 갔을지... 그걸 생각케 하는 글들...

그저 몇 달이라는 시간만으로도,/ 아니면 어쩌면 단지 며칠만으로도,/ 7년쯤 사귀어 왔던 커플은/
흔들리기 시작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릴 수 있는 일이다.

이 곳에 와서/ 몇 달간 조금 알고 지냈던 한 커플이/ 최근 며칠 사이에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좀 해결해 보겠다고/ 한쪽에서 노력하는 몇몇 시도들이/ 실제로는 다른 한쪽이 7년동안 질려해 왔던
상대방의 행동이라는 점인데/ 슬프게도 그는 그것을 잘 모른다.

닮아가되 바뀌지는 않는다. (302)

가슴 속에 증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내 방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는 무선 인테넷망 전자파의 덕으로
간혹 들여다보는
한국 인터넷 뉴스의 댓글들에 맺힌 미움과 증오에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교만과 아집과 미움과 시기 없이
나이를 먹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예전 내 여자 친구와 같이 나 몰래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왔던 선배나
능글맞은 표정으로 태연히 내게 돈뭉치를 오구했던 한 공무원이나
나에게 싸구려 냉동 생선을 횟감으로 팔았던 사기꾼 장사치같은
세상의 모든 불쌍한 영혼들을 용서한다.
그리고 그것 못지않게 많을,
내가 저질러왔던 잘못들에 용서를 구한다.
떠남은 진정한 용서와 함께 완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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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2-02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어 독학책도 하나 사고 적금도 하나 붓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품절


쪽팔릴 때
얼굴이 복숭아 빛으로 물드는 대신
오히려 당당하게 껄껄 웃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이 생각은 언제나 얼굴이 식고 난 다음에야 떠오른다.

역시 사람은 생긴 대로 사는 것.-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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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2-0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쪽 팔린다는 말을 글로 보니 재밌네요. 솔직하게 보여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잘 붙였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영어로는 별로 멋대가리 없는 제목이던데.

이 책의 중편 헨리 슈거는 정말 멋진 이야기다. 나도 도를 닦아야겠다. 공중부양 60센티는 안 되더라도, 카드 뒷장을 4초만에 꿰어 볼 수는 없을 지라도... 내 마음을 촛불에 비춰 보면서... 그럼, 누굴 생각한다. 아내? 아들?

헨리 슈거 속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헨리 슈거도 재미있다.

로알드 달이란 이야기꾼의 재능이 담뿍 담긴 이야기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단편이지만, 그의 재담이 가득하다.

뭐니뭐니해도 한달음에 읽게 되는 헨리 슈거의 힘이 로알드 달의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눈을 가리고도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재미난 상상력을 가진 아저씨란... 그래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쓰게 되지만, 실제로 더 재미있는 것은 헨리 슈거 이야기다.

'백조'같은 소설은 좀 잔인하기도 하고, 히치하이커는 기발한 로알드 달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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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에는 다양한 욕망들이 교차한다.

우선 소설가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하여 다양한 작전을 수행한다. 소설가가 다양한 캐릭터를 창조하여 서로 얽히게 만들고, 그 사건 속에서 작가의 욕망을 드러낸다.

작가가 창조하긴 하지만, 캐릭터들은 살아 움직인다. 캐릭터 간에 캐릭터 숫자보다 많은 욕망들이 들끓고, 때론 합의하고 때론 갈등하며 욕망의 밭에서 뒹굴곤 한다. 특히 추리소설은 이 욕망들의 줄다리기가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뭐니뭐니해도 소설을 완성하는 것은 독자다. 독자는 작가의 욕망과 캐릭터의 욕망 사이를 꿰뚫어 보기도 하고 속기도 하면서 심리적 줄타기를 한다. 간혹 줄에서 떨어질 뻔하여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고, 시야가 뿌얘지기도 한다.

이 소설은 일본다운 소설이다.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의 순수함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이 세상에는 거기에 관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숭고한 것이 존재한다.
명성 따위는 그 숭고함에 상처를 입히는 것과 같다...

추리 소설에서 이런 말을 쓸 수 있는 그들의 인프라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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