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인터뷰 특강 시리즈 3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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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씨 강연을 듣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의식화 되는가를 이야기하다가, 선배를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된다는 우스개를 한 적이 있다. 나도 선배를 잘못 만난 덕에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만...

툭하면 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일본 극우들이 독도를 제것이라 떠들면 즉각적으로 국사 교육 강화가 나온다. 이제 파블로프의 개처럼 종만 울리면 침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의 국사책이 얼마나 편협되고 거짓말 투성이인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걸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쓰는 이 시간, 이번 토욜에는 처음으로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이 치러 진다. 웃기는 일이지만, 웃을 수만도 없는 노릇.

한겨레에서 <거짓말>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진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연극배우 오지혜의 재치있는 사회와, 내가 좋아라하는 사람들의 강연, 그리고 이어지는 수준 높은 질의,응답까지, 이 책은 국사 교육의 강화 이상으로 지적인 힘을 길러주는 <지성의 파워 워킹>이라 할 만 하다.

정혜신의 심리학 강의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라는 그의 말은 그만큼 인간이 완전한 척 하려는 존재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수구 꼴통들은 <모호함>을 견디지 못한다는 그의 말은 수긍이 간다.
너 친노니?
아니?
그럼 반노구나.
이렇게 명확하지 않으면 한국에 살기 힘들다.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 나오면 빨리 집에 가는 게 수다. 아니면, 끝없는 미궁에 빠지고 소인지 닭인지도 모르는 괴물한테 물려서 집까지 돌아오는 실타래를 놓치기 일쑤니깐.

김동광의 과학사회학은 새로운 학문의 영역을 알게 해 준다.
황우석 사태의 배경이 되는 심각한 학문적 부조리와 과학적 애국주의, 상업주의의 문제들을 속시원히 파헤치고 있지만, 너무도 애국적이어서 진달래꽃 아름따다 뿌리고, 그들은 난자를 제공함으로써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에 부응하려는 여인들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시스템 같으니... 이 대목을 읽다가 저녁 뉴스를 잠깐 보는데, 다시 서울대 수의대가 나오가 개새끼가 복제되어 뛰어 댕긴다. 결코 줄기 세포가 어디로 튈지, 국익에 보탬이 될는지, 그리고 절망적이게도 불치병, 난치병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될 기미의 ㄱ자도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다시 진달래꽃을 서울대에 뿌리려는가?

한홍구와 박노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두 사람이다. (박노자의 강연이 오늘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있었는데, 피곤해서 못 가고 말았다. 해콩샘이 갔을 테니, 정리해 달라고 해야쥐.ㅋㅋ) 박노자 씨는 오슬로에서 날아 왔으니 만날 기회가 드물어 오늘은 꼭 가보고 싶었는데... 한국의 이상한 국사책의 시작인 <단군>과 한겨레의 신앙에 대한 거짓말을 집어내고 있다.

법학자 김두식의 거짓말 권하는 사회에서는 솔직하게 한국 법조계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학 입학부터, 법관 말년까지 시달리는 콤플렉스를 털어놓는 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속이 다 시원하다. '왕따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열심히 살자'는 그의 이야기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거짓말 권하는 사회를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 준다.

"저는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생긴 기득권이 있다면 통일을 위해서 다 버릴 각오가 돼 있습니다."하는 새터민 김형덕의 말은 진실성이 뚝뚝 떨어진다. 통일에 대한 담론들이 가지는 거짓말의 혐오감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한국 국민이 정말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분야가 통일이 아닐까 한다. 남한이 북한보다 나을 것도 쥐뿔도 없건만, 늘 퍼주기 운운 하면서 생색만 낸다.

여성학 강사라는 정희진은 페미니스트가 제일 무서워하는 페미니스트라고 할 정도로 '여성만 주의자'는 아니다. 여느 페미니스트들이 갖는 단점이, 여성은 피해자이자 약자이고 소수자이기 때문에 남성들의 폭력과 우월에 대하여 혐오감을 갖는 극단적인 말들만 늘어놓는 반면, 그는 <경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새로운 경계를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단점 중 하나인데, 정희진의 여성학은 페미니즘을 감싸안으면서 한단계 뛰어넘는 담론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성적 소수자와 약자를 무시하는 거짓말들. 그들을 구경거리로 삼는 정상인(?이라고 착각하는)들의 거짓된 시선들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라풀 비드와이란 평화운동가를 모시고 인도에 관한 거짓말들에 대해 듣는다.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이 읽은 인도는 신비롭고 정신의 온기로 가득한 철학가의 나라였다. 한국에 소개된 인도가 그런 느낌을 주는 데 가장 기여한 이는 류시화씨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일본인들도, 한국인들도 인도로 많이 갔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가난한 인도만 있을 뿐, 영혼은 없더라는 기행으로 가득하다. 오지혜씨는 오히려 인도가 깨끗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일부만 본 이야기리라. 또, 인도는 IT 강국이라는 말도 오해란다. 인도도 여느 나라처럼 물질적이고, 비슷하게 종교적일 뿐이란 것.

어떤 분야에서든, 신화는 존재한다.
나는 국어 교사로서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글을 잘 쓸 것이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자신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교과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편견에서 신화가 시작되고, 결국은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거짓말들이 횡행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장 큰 하나가 <공론화 하기>, <토론하기>에 익숙해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뒷담화가 제일 무서운 문화, 그래서 지연, 혈연, 학연, 나중엔 주연으로나마 위로받으려는 어리석음 뒤에는 <솔직하지 못함>으로 가득하다는 것. 그래서 뻑하면 <솔직히> 같은 말을 습관처럼 되뇌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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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만루홈런 2006-11-2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 책을 말하다'에서 처음 접한 박노자씨의 목소리,
직접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너무 반가웠지만 왠지 조금은 실망이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목소리가 아니었거든요..
베컴 목소리를 들은 기분이랄까..
아, 그렇다고 박노자씨를 싫어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이책도 요즘 관심이 갔었는데, 곧 읽어봐야겠습니다..

글샘 2006-11-2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박노자씨 강연 갔던 분들께서 모두 목소리 이야길 하시더라고요.
이런 책, 저도 참 좋아 합니다. 꼭 읽어 보세요.
 
도화 아래 잠들다 창비시선 229
김선우 지음 / 창비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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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보다 이 두 번째 시집이 내게 짝 달라 붙은 이유는 이 두 번째 시집이 훨씬 더 사물의 형상화에 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언어 유희에 지나는, 자기만의 경험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시를 싫어한다.

그런 시들을 읽다보면 내가 무식해 보여서 싫다.

김선우 시를 읽으면 거기엔 우리와 아주 가까운 사물들과, 직접 우리 몸을 훑어가며 그것들을 소재로 삼는다.

그러나, 김정환 류의 시에서 몸이 등장하고 몸섞기가 시도될 때, 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여서 그랬는지, 그때가 더 순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선우가 땡그란 눈을 하고 바라다 본 세상 속의 몸들은 어차피 한 번 태어나고, 사그라드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세상은 이 '몸'에다가 온갖 추악스런 이미지들을 결부시켜 버렸다.
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욕이 되고, 그 몸에서 나온 것들치고 아름답게 승화되는 것은 없었다.
그 몸이 늙어가고 죽는 것도 두려움의 하나였다. 어차피 태어나자 마자 늙어가고 죽어가는 것이 생의 원리인 것을...

김선우는 이 '몸'을 새로이 감싸 안는다.

어머니의 폐경을 마지막, 죽음으로 인식하지 않고, <완경>이란 말로 삶의 사그라듦은 결국 인생의 완성이 아닌가 하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 준다.

그의 눈이 바라보는 세상은 그래서 추악스럽지 않게, 그렇다고 그악스런 페미니즘을 입에 올리지도 않으면서, 그미는 자위를 함으로써 자연인이 되고, 자연에서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짐으로써 우주인이 되기도 한다.

이상이 69라는 다방을 운영했다지만, 69는 남녀의 신체가 거꾸로 엉겨붙은 껄쩍지근한 숫자의 조합이련만, 김선우가 노래하는 69는 신비롭고 오묘하고 신화 속의 할망들이 떠오르는 것은 역시 그미의 언어에 대한 통찰이 갖는 힘이 아닐까? 추하지 않은 인간의 몸을 있는 그대로 보는 시선을 배울 일이다.

송장 자세로 삶을 건너는 고즈넉한 휴식을 <내 죽음의 형식>으로 바라는 그미.
나무에게서 삶과 자연의 원리를 자연스레 도출하는 탁월한 시선을 거두는 농부.

69- 삼신할미가 노는 방, 이런 말투가 김선우를 읽게 만드는 힘일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고향집 안방에서 한낮을 백년처럼 뒹구는데 까츨하고 굽실한 희끗한 터럭 하나, 집어들고 햇살 속에 이윽히 뜯어보니 이것은 분명 그곳의 터억 어머니의 것일까 아버지의 것일까 오래 전 돌아간 조부모의 그것이 장롱 밑에 숨었다가 아무도 없는 줄 알고 햇볕 쪼이러 시남시남 나와본 걸까 희끗한 터럭 집어들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는 사이에 마음이 뜨끈하게 여울져 오고 별안간 이 오래된 삼신할미 같은 방이 쌔근쌔근 더운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는 거라.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방이 무덤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르더니만 사방이 69 천지인거라 방구들과 천장의 69, 전등과 전등갓의 69, 문틀과 문의 69, 한 시와 두 시의 69, 이불과 요의 69, 자음과 모음의 69, 두 시와 세 시의 69, 얼룩들의 69, 얼룩이 얼룩을 낳고 얼룩 속에 제 몸을 비벼넣으면서, 쥐오줌과 곰팡이꽃의 69, 숟가락과 국그릇의 69, 주춧돌과 두꺼비집의 69, 옛날 옛적 산이었던 이 터와 지붕 얹힌 것들의 69, 죽은 것과 산 것들의 69, 어머니 태 속의 나와 어머니의 69

  그러고는 이 삼신할미 같은 방이 맨 나중으로 펼쳐 보여준 것은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69였는데, 흰머리 성성한 어머니가 외할머니 젖을 빨듯, 시든 아버지가 할머니의 젖을 빨듯, 이상하게도 자분자분 애틋한 소리가 온 방에 가득해져오는 거라 방구들이 천장에게, 모서리가 벽에게, 한 시가 두 시에게, 삶이 죽음에게 젖을 물리며 늙은 방이 쌔근쌔근 숨을 쉬고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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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창비시선 194
김선우 지음 / 창비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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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사물들로부터 그미에게 매혹되어, 급기야는 그미의 시집까지 배달시켜 읽고 있다.

예전에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을 가득 빌려다 놓고는 아랫목에 배를 밀며 좁은 창틀에서 들어오는 사각형 네개짜리 햇살을 가득 받으며 읽어대둔 기억이 나는데, 요즘엔 택배로 내 자리까지 배달되어 오는 맛은 좀 꺼칠허다.

이 책은 오래 전 것이라, 내 손에 들어오는 데 오래 걸렸다.

김선우가 처음 쓴 시집이라 그런지, 요즘 쓴 글들에 비해서는 글들이 왠지 깃털에 양수도 덜 마른 새끼새들처럼 보이지만, 그미의 말 부려 쓰는 솜씨가 그대로 살아 있다.

서러워서 서른 살, 서른이 되는 해 이 책을 묶어 내면서 혼자서는 나름대로 서정에 겨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라면, 내 시집이 나온다면, 그 날 혼자서 이불 뒤집어 쓰고, 한참을 엉엉 흐느껴 울게 될지도 모르겠고.

서른이다. 공중에서얼어붙곤하던꽃들이부빙을이루며흘러갔다.나의혁명이몽환임을깨닫게되기까지,나의몽환을사랑하게되기까지오랜시간이걸렸다.그리고생각건대내가진실로사랑한것은모든생명이품고있는독기였으니,부디이시들이세상의소란에독이되기를...

이것은 그미의 후기다.

아, 태어나서 처음 쓴 시집에 후기를 쓰는 마음은 얼마나 떨릴 것인가?

어릴 적 어머니 따라 파밭에 갔다가 모락마락 똥 한무더기 밭둑에 누곤 하였는데 어머니 부드러운 애기호박잎으로 밑끔을 닦아주곤 하셨는데 똥무더기 옆에 엉겅퀴꽃 곱다랗게 흔들릴 때면 나는 좀 부끄러웠을라나 따끈하고 몰랑한 그것 한나절 햇살 아래 시남히 식어갈 때쯤 어머니 머릿수건에서도 노릿노릿한 냄새가 풍겼을라나 야아 --- 망좀 보그라 호박넌출 아래 슬며시 보이던 어머니 엉덩이는 차암 기분을 은근하게도 하였는데 돌아오는 길 알맞게 마른 내 똥 한무더기 밭고랑에 던지며 늬들 것은 다아 거름이어야 하실 땐 어땠을라나 나는 좀 으쓱하기도 했을라나

양변기 위에 걸터앉아 모락모락 김나던 그 똥 한무더기 생각하는 저녁, 오늘 내가 먹은 건 도대체 거름이 도질 않고(양변기 위에서, 11쪽)

그의 시를 하나 베끼는 것으로 우리말을 푸지게 잘도 쓰는 그미의 능력을 찬양한다.

그의 시들을 읽노라면, 세상의 순환이 내 몸을 타고 돈다. 칠판에 콕 찍힌 한 점처럼 작은 우리 별에서, 나는 먹고, 싸고, 자는 사소한 존재이며, 내 어머니의 몸을 타고 난 내 몸은 다시 이 땅으로 들어갈 것인 하나의 <매개체>에 불과할 따름임을, 그렇게 순환하는 <circle of life>을 세포 하나하나 느낄 수 있다. 고마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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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온 편지 - 2003 바그다드, 전쟁과 평화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지음 / 박종철출판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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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에서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포화가 퍼붓는 동안 이라크에서 <인간 방패,  휴먼 쉴즈>로 활동했거나 <이라크 평화 위원회>로 참가했던 분들의 편지글들이 처연하게 펼쳐진다.

사진도 렌즈를 깨끗이 닦아 연출된 각도에서 찍은 것들이 아니라, 급히 뚜껑을 열고 철컥철컥 찍어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희구하는 사람들 속에서 오랜 전쟁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이라크 사람들의 건조한 삶이 오히려 더 슬펐던 책.

이 책을 왜 그렇게 두꺼운 종이로 찍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누워서 보기엔 무거웠던 책.

이미 이라크는 함락되었지만, 아직도 자이툰 부대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머무르고 있다.

난 연속극을 잘 안 보지만, 내가 좋아라하는 강유미가 나온다기에 '칠공주'를 보게 되었다.

설칠이로 설치는 이태란이 군인인데, 연애가 삐끗하자 돌연 <이라크>로 파병을 지원하겠다는 말을 했다.

순간 난 "저런 미친 년" 하면서 마구 욕을 퍼부었다. 아들 녀석과 아내가 나를 오히려 미친 놈처럼 쳐다봤지만, 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이라크가 연애질하다가 도망갈 정도로 안전한 데란 말인가?

그래서 지금 레바논에도 파병을 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에 주면 얼마나 준다고 <퍼주기> 논란을 벌이는 것들이,
미국에 그저 <바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국익이라고 하면 '자발적 복종'의 정신이 철컥, 생겨서 <자기 계급을 배반한 의식>이 발동되는 것일까?

그 국익에는 가진자들의 이익은 들어갈는지 몰라도, 한국 민중의 이익은 없다.
설칠이가 이라크를 가든 지옥을 가든, 연속극 보는 사람들은 알 바 아니지만, 80년부터 이란-이라크 전쟁을 7년인가 했고, 애비 놈 부시가 걸프 전때 '사막의 폭풍' 작전을 펼쳤고, 아들 놈 부시가 '충격과 공포' 작전을 펼치는 데가 이라크야.

<폭격의 역사>란 책을 보면, 유럽 놈들은 지들 사는 땅에는 그렇게 지랄같은 폭격을 하지 않는다지.

일본도 황인종이 사는 땅이어서 원자탄이 떨어졌던 거야.

그리고, 이라크도 아시아기 때문에, 황인종이 사니깐 무차별 폭격이 가능하단 거지.
동남아시아와 베트남, 북한도 마찬가지였고 말이야.

어떤 이는 편지로 징그러운 한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도 썼어. 파병할 경우...
그런데 벌써 파병은 끝났으니깐, 한국 국적을 포기했을려나? 포기하고 싶다고 포기할 수 있을까?

남의 나라 전쟁에 이런 저런 이익을 앞세워서, 그리고 무뇌아같은 군인들을 돈 준다고 꼬드겨서 보낼 수 있는 쪽팔리는 나라에 사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나를 한없이 작고 보잘 것 없게, 왜소한 영혼으로 만드는 외로운 책이었다.

주인 잃은 손 하나엔 아직도 온갖 힘줄, 핏줄들이 길게 엉겨 있었지만, 쌍꺼풀 깊어 인상 좋아 보이는 이라크 아이들, 그 소년 소녀들의 티없는 웃음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는 끈적거림이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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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11-1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쓰고 나서 보니 이런 기사가 보인다. 성당에도 안 다니는 내가 성호를 그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분신자살로 이라크 전에 대항한 미국 예술가
[온라인비] “우리를 용서하시오” 홈페이지에 자살노트와 부고 남겨

▲ 길에서 시위 중인 말라치 리처. 그는 2003년 3월 20일 반전 시위 중 체포되기도 했다.

(서울=OnlineBee) 이승은 기자=미국 중간 선거가 치러지기 4일전인 11월 3일 아침. 시카고의 오하이오 스트리트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고 사망했다. 현장에 남겨진 쪽지에는 "살인하지 말지니라(Thou Shalt Not Kill)"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쓰여 있었다.

경찰은 닷새가 지나서야 그의 신원을 밝혀냈지만 ‘로컬 재즈와 즉흥 뮤직 커뮤니티(local jazz and improvised music community)’의 회원들은 그 사람이, 그들의 커뮤니티의 오랜 후원자인 ‘말라치 리쳐(Malachi Ritscher 52)’라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이것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음악가인 말라치 리처는 그 지역에서 실험 재즈 공연 기록가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자신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훌륭한 공연이나 예술작품, 사진들을 요약해 소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예술가였다. 특히 그는 반전 항쟁에 자주 참여했으며 지난 2003년 3월에는 길 모퉁이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가 경찰에 체포가 되기도 했다.

말라치 리처의 웹사이트(Chicago Rash Audio Potential www.savagesound.com)에는 분신 자살 현장에서 발견한 쪽지보다 훨씬 긴 글들이 남겨져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직접 써서 올린 장문의 자살 노트(www.savagesound.com/gallery99.htm)와 부고 (www.savagesound.com/gallery100.htm). 두 글 모두 그가 이라크 전쟁으로 깊은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그것이 자살의 동기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사명 선언(Mission Statement)’이라는 이름의 자살 노트를 통해 그는 “소위 우리의 지도자라고 불리는 그자야말로 진짜 테러리스트이며 오사마 빈 라덴보다도 더 많은 죽음을 몰고 왔다”고 역설하면서 “우리가 당신들에게 한 짓을 사과한다. 우리 나라가 일으킨 폭력과 혼란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라는 말로 속죄의 뜻을 전했다. 그는 또한 “나라와 신의 이름으로 전쟁에 보내져 무의미하게 목숨을 잃는 젊은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무너진다”면서 이라크 전쟁에 대해 느끼는 괴로움에 대해 호소했다. 글의 마지막에서 그는 “나는 이제 두려움 없이 하나님께로 갑니다. 여러분의 미래는 오늘 여러분이 선택하는 것에 달려있습니다”라고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전했다.

3인칭의 시점으로 직접 써 내려간 자신의 부고에는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언급되어 있다. 그의 본명은 마크 데이빗 리쳐(Mark David Ritscher)로 1954년 디킨슨에서 태어났다. 말라치라는 이름은 80년대 초반에 시카고로 온 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왕래를 끊고 사는 아들과 두 손자가 있고, 지인들은 많지만 친구는 거의 없다. 자신의 부고를 직접 쓰는 이유도 진정으로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다.

말라치 리처의 죽음은 ‘시카고 인디 미디어(chicago.indymedia.org)’ 등의 비주류 매체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 음악 전문 사이트, 각종 토론 사이트, 그리고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네티즌들은 이런 사건을 주류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네티즌들이 그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순교”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반대로 “단순한 정신 병자의 비극적 말로”라고 말하기도 한다.

말라치 리처의 이야기가 떠들썩하게 알려진 지금까지, 그의 이름 앞에는 순교자, 테러리스트, 영웅, 정신병자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왔다. 하지만 말라치는 자신을 ‘영적인 전사’로 불러주기를 바라고 있다.

▶말라치 리처의 홈페이지의 게시된 두가지 글

Mission statement (http://www.savagesound.com/gallery99.htm)
Malachi Ritscher - out of time (www.savagesound.com/gallery100.htm).

dongurang@onlinebee.net 입력날짜 : 2006-11-16 (02:55)
 

진작에 신청한 도서들이 오늘 정리를 끝냈다고 도서실 사서님에게서 메신저가 날아왔다.

정말 보고 싶었던 책들이 많았고, 그 중 몇 권은 성질 급하게도 내 돈으로 사서 봤는데...

제일 읽고 싶은 정운영 선생의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너무도 오른쪽으로만 편향된 한국인들에게, 꼭 기억하라고 남긴 책.

그리고 여럿이 함께 쓴, <신영복 함께 읽기>. 이 시대의 지성으로 꼽을 수 있는 몇 분 중의 한 분. 신영복 선생을 같이 읽는 기쁨을 맘껏 누려 보고 싶다.

그리고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같은 부류의 책들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국어 실력이 밥 먹여 준다>. 그래. 나는 국어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ㅋㅋ 근데, 실력은...ㅠㅠ

조두진의 <능소화>도 읽고 싶었던 책이다. 능소화빛보다 더 고운 표지가 고혹적이다.

조정래의 <인간 연습>도 차근차근 읽고 싶다.

더 빌려오고 싶었던 '미국 민중사 1,2'나 장영희의 '축복' 같은 책들도 가득 꽂혀있었지만,
오늘은 여섯 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폭격의 역사>, <파시즘의 대중 심리>, <빈곤의 종말>, <비치 : 음탕한 계집>,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도화 아래 잠들다>,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이런 책들인데,

새로 빌린 책까지 다 읽으려면, 아아, 레포트 쓸 것도 많고, 월욜에 박노자 선생님 강연도 듣고 싶고, 연가 투쟁도 가야 하고, 이런저런 모임도 많은데... 한 열흘 아무도 모르는 여관 방이나 산사에 틀어박혀 조용히 책을 읽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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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11-2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신영복 읽고 있고, 아직 국밥은 남았다.
파시즘의 대중 심리는 좀 재미없고 진도가 안 나가며, 빈곤의 종말은 너무 미국놈 냄새가 많이 나고, 비치는 산만해서 읽기 힘들다. 프레이리의 우리가 걸어가면...은 조금씩 읽고 있는데, 감동적인 책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