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교실 살아있는 교육 이호철 선생의 교실혁명 4
이호철 지음 / 보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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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보면 진짜 선생님이란 생각이 든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하는 체하는 인간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진짜' 선생님을 만난 기분이랄까...

대선을 앞두고 진보 세력 엿먹이기 작전이 우익 언론, 정치권에 의하여 종횡무진 펼쳐지고 있다.

전교조도 12월 있을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정책 대결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렇지만, 어느 후보에게서도 아이들에 대한 진한 사랑은 느낄 수 없다. 원래 조직은 인간적일 수 없는 것일까?

유세장 가는 길, 오는 길에 읽은 이호철 선생님의 교실 이야기는 정말 깐깐한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쫀쫀하게 뭐, 그런 것까지 챙겨 두어야 하나...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교사는 그렇게 꼼꼼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없다.>  는 선생님의 말씀은 교단에 서는 한 불변의 진리다.

새 학기를 시작하기 전날 밤, 교사들은 잠을 설친다. 내년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그리고 작년에 내가 제대로 품어주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회한이 진하게 배어나고, 졸업이라도 시킨 아이라면 시집보낸 딸 생각하듯 더 애틋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새로 만날 아이들을 전혀 모를 경우엔 남모를 기대를 갖기도 하고, 작년에 가르쳐 보아 아는 아이들의 경우엔 새 학기 작전에 이런저런 생각들로 밤새는 줄 모르며 뒤척이게 십상이다.

새 학기 첫 날, 목욕을 하기도 하고, 마음을 간결히 하고 등교하지만, 첫날 할 일이 너무 많아 새내기 교사라면 뭐 하나쯤 빼먹을 수도 있는 날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누구는 천직이라 하고, 누구는 성직이라 하지만, 나는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는 <행복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동창회에서 만나는 친구 누구누구가 아무리 돈을 잘 벌어서 동창회 기금을 팍팍 내고, 누구는 법관이고 의사라지만, 내가 걔들보다 공부를 못해서 이 길로 들어선 것도 아니고, 우연히 하고 싶었던 일인데 난 늘 자랑한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아무리 못됐어도 천사들이다."고...

이호철 선생님의 급훈은 참 인상적이다. <참, 사랑, 땀> 참된 삶이 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고, 땀흘려 일하는 삶. 학교에서 이 정도는 가르쳐 줘야 하지 않겠나. 나는 참 헛된 교사짓을 많이도 했다. 꼼꼼하지 않아서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없었나 보다.

열정만으로는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없다. <아이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칭찬받고 관심 받는 것을 귀찮아할 수도 있으니, 아이들마다 성격에 따라 방법과 정도를 달리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깨닫게 되기까지 나도 십 년이 넘게 걸렸다.

선생님은 차렷, 경례의 일본식 인사를 '바로 서 주세요'와 '인사 나눕시다'로 바꾸셨다. 참 깊은 선생님이다.

요즘 아이들은 보자기로 뭘 싸 보는 경험이 적다고 <보자기 싸기>까지 해 보이시는 분. 난 정말 가까였다.

말로만 앞세우고,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찮으면 내가 해 버리는 민주적이지 못한, 그래서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교사였다. 훌륭한 분을 만났으니, 우리 아이들도 조금 더 행복해 지려나. 이호철 선생님 덕택에...

선생님이 아이들 손 잡고 손톱도 깎아 주고, 생일이라고 업어 주시고(난 이건 못한다. 고딩들은 100킬로가 넘는 애들도 있어서...) 하는 모습은 잰체 하는 교사가 아니라, 정말 아이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랑하는 '진짜' 선생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나도 20년 가까이 선생 노릇을 하고 있지만, 아직 책으로 쓸 만한 뭣 하나 하지 못하고 있다.

쓸 데 없는 감투에 마음 쏟지 말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먼지 털고 분필가루 날리며 재미진 생활을 하는 <진짜> 교사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 가득 들도록 만드는 고마운 책.

옆자리 신규 교사에게 소개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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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11-1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은 이미 훌륭하세요/^^

글샘 2006-11-1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그런 아부의 말씀은, 되려 상처가 된다는 걸...ㅠㅠ

드팀전 2006-11-17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언제 아부하는 것 보셨나요^^ 좋은 하루되세요.아웅 졸려.아이가 6시에 눈을 떠서 막재웠네...이제 세수하러 가야지..

글샘 2006-11-1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너무 과분한 칭찬이라... ㅎㅎ 아, 아이가 깨우는 아침, 정말 조금 더 자고 싶은 일이었지요.
 
황토빛 이야기 1 - 어른을 위한 만화가게
김동화 지음 / 행복한만화가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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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참 예쁘다.

대사도 멋진 것이 많다. 꽃과 여인과...

전라도 사투리에 사무친 여인들의 섬세한 감정이 얄포레한 나비 날개인 양 나풀거리며 휘감기는 전라도 입말의 찰진 맛은 일품이다.

그렇지만, 너무 남성 중심의 성 담론을 펼친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주막에 사는 엄마와 딸 이화. 그리고 엄마를 찾아드는 혁필화 장수와 이화의 사춘기를 읽어내는 일화들.

사람 사는 곳에 없을 리야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이런 잔망스런 이야기들만으로 책을 엮는 것은, 그것도 이렇게 두꺼운 종이를 사용해서 책을 찍어 내는 것은 나무들에게 좀 미안하다.

책은 양장본으로 그럴듯하게 생겼지만, 그림도 토속적인 맛을 살린 곳도 많지만,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수준의 이야기들로 일관하는 스토리는 내 취향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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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주엔 수능이 있다. 수능 전날은 일찍 마치고 시간이 많고, 수능날은 종일 파김치가 되리라...

지난 주말에 가을 바다를 보고, 대게를 먹고 왔다.

이번 주는 춥다니깐, 집에 들어앉아 이불 덮어 쓰고 책을 보아야지.

김동화의 황토빛 이야기 세 권을 빌려왔다. 만화인데, 사서가 뭐랄까, 재미있다고 해야할지... 하는 걸로 봐서, 애틋한 내용인가 보다. 벌써 기대 된다.

이호철의 살아있는 교실... 낼 모레 수능인 고3 교실에서 아이들이 pmp로 수퍼 그랑조를 보고 있다. 날마다 교실에서 좌절하는 나를 다독거릴 책이 아닐까 기대하며 빌려왔다.

그리고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과 빌헬름 라이히의 <파시즘의 대중심리>는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두꺼운 책이다. 지금 읽고 있는 <비치 : 음탕한 계집>과 함께 얼마나 오래 읽을는지 인내력을 시험할 듯...

토욜에 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온 <말해요 찬드라>는 다 읽었고, <이라크에서 온 편지>, <폭격의 역사>도 어서 읽고 싶다.

두툼한 책들을 책꽂이 가득 꽂아둔 오후는 바깥 날씨는 쌀쌀하지만 마음이 푸근하다. 배도 부르고 속이 든든한 흐릿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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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1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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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트루니에의 소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이제 다 읽었다. 서울 출장가면서 좀 지루한 시간을 진득하게 읽어 보려고 빌렸던 소설인데, 앞부분은 정말 좀 지루했지만, 방드르디의 출현 이후로는 재미있기도 하다.

미셸 트루니에의 발칙한 상상력이 한껏 돋보이는 신화적인 이야기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대니얼 데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승리, 뭐 이런 것이 주제다.

그렇지만, 미셸의 로빈슨은 <승리>를 해 보려고 혼자서 총독도 되고 목사도 되고 농부도 되어 보지만, 결국 그 무인도와 사랑을 나눈다. 정신적인 사랑 말고, 육체적인 사랑을...

자연과 나누는 사랑은 일견 우습게 보이지만, 로빈슨이 자연에 동화되어가는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방법이 아닐까 싶다. 요즘 들어서야 옛날 것을 찾고, 전통적 생활의 과학성 운운하는 꼴을 보면 좀 웃기기도 하지만, 암튼 로빈슨은 자연과 동침을 과감하게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방드르디는 원래 자연에서 나온 존재로서, 로빈슨의 개와 금세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새끼 독수리에게 구더기를 씹어 그 즙을 먹일 만큼 자연 속의 삶을 누리고 있다. 그 방드르디는 결국 자연을 버리고 인간 세상을 향해 흰 새를 타고 떠나 버린다.

그  화이트 버드 호의 수부였던 죄디는 다시 지긋지긋한 지옥을 떠나서 무인도에 남게 되고...

로빈슨과 방드르디는 서양과 동양이기도 하고, 현대와 미래이기도 하다.
신화 속에서 어울린 서양과 동양은 개척과 미개의 교점에서 서로 엇갈리기도 하지만, 그 투쟁 속에서 잃은 것을 찾아 나서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한다.

자기들이 먹은 밥그릇, 포크까지 쓰레기통에 넣는다는 서양의 문명 세계가 그리워 그리워 날이면 날마다 유학을 떠나고 기러기 아빠들은 몸을 곯아 가지만, 또 가난에 찌들린 동양의 눈동자는 그 정신을 잃어 버리고 육체를 팔기도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들의 세상이다.

방드르디, 그가 도달한 곳은 태평양의 끝일까? 아니면 시작인 것일까?

인간이 말하는 끝이란 것이 과연 세상에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소설을 읽을 때는 좀 지겹고, 일어나는 사건들이 좀 웃기고 했는데, 다 읽고 나니 별 잡다한 생각들이 사로잡는, 역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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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11-1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전에 읽었을 때 제겐 상당한 충격이었죠. 생각 뒤집기라고 해야 하는 건지.

글샘 2006-11-1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상당히 철학적인 사유의 공간이 넓은 소설이더군요.
미셸 투르니에가 원래 좀 그런 경향이 있지만...
 
근원에 머물기 - 세계의 교사 비베카난다, Oneness총서 2
한문화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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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인도의 큰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스와미 비베카난다의 글을 모은 책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비베카난다 때문에 나는 나의 조국 인도를 천 배나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 바로 그 사람의 이야기.

라마 크리슈나의 제자로서 젊은 나이부터 많은 사람들의 칭송과 존경을받다가 젊은 나이에 죽은 사람이다. 이런 책들을 자주 접하는 나이지만, 그의 메시지가 가진 힘들은 평범한 데서 일궈낸 쉬운 비유와 직관에 따른 직지들이어서 졸며 책을 읽는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근원에 머물기...란 제목이 가장 마음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내 마음의 근원에 머물러 있어 보자면 어떤 생각들이 내 마음밭에서 자라고, 벌레들에 의해 상해 가고, 그 마음밭의 하늘을 휘젓고 다니는 바람과, 자라는 것들이 상쾌해하는 공기의 흐름들, 그리고 촉촉한 빗방울과 세찬 비바람까지,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눈밭과 한 송이 한 송이 흩날리는 눈송이들의 화려한 육각형까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

내 마음이 가난하고 결핍에 빠졌을 때, 나는 어떤 것도 가르칠 수 없었다. 줄 것이 있는 사람만이 가르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내 눈물샘을 강하게 자극한다.

하늘 나라로 간 지 8년 된 선배 생각이 난다. 같이 술 마시고 새벽에 짓다 만 건물에서 말아 먹던 국수 맛까지 생생한데, 벌써 낙동강에 뿌린 지 여덟 해나 되었다. 산다고 다 살아 있는 게 아니다. 내 영혼이 깨어있을 때, 내 마음이 점찍을 곳에 대해 늘 깨어 있을 때라야 나는 우주가 되고, 신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늘 어리석음에 빠져 하루 하루를 사는 내게 생명수를 주신 비베카난다께 감사를...

-=-=-=-=-=-=-=-=-=-=-=-=-=-=-=-=-=-=-=-=-=-=-=-=-=-=-=-=-=-=-=-=-=-=-=-=-=-=-=-=-=-=-=-=-=-=-=-=-=-

육체, 정신 영혼으로서 당신은 한낱 꿈입니다. 당신의 참 모습은 실재-의식-지복입니다. 당신은 이 우주의 신입니다. 당신은 온 우주를 창조하고 있으며 온 우주를 사그라지게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전하는 교리를 무턱대고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 감옥에 갇힌 병사들처럼 똑같이 일어서고 똑같이 앉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 됩니다. 다양성은 생명의 표시이며 획일성은 죽음의 표시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부산한 원숭이와 같습니다. 마음의 본성은 끊임없이 활동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욕망이라는 술까지 취하면 그 소동이 더 심해집니다. 소유욕에다가 다른 사람의 성공에 대한 질투라는 전갈의 침까지 가세하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자만이란 악마까지 찾아옵니다. 그런 마음을 통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옛날 사람들은 부싯돌이나 마른 나무 안에 불꽃이 들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불을 불러 내기 위해서는 마찰이 필요합니다. 자유와 순수라는 불꽃은 개별적 특성이 아니라 모든 영혼의 본성입니다. 왜냐하면 특성이란 획득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혼은 자유와 하나입니다. 영혼은 존재와 하나입니다. 영혼은 깨달음과 하나입니다. 사트 - 치트 - 아난다(존재 - 깨달음 - 지복)는 영혼의 본성이자 타고난 권리입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외형적 존재들은 그것의 표현입니다. 희미하든 뚜렷하든 모든 것은 영혼의 본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장 위대한 선은 가장 높은 자유입니다.

당신이 종교적이 되었다는 첫번째 표시는 명랑해졌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우울해질 때 그것이 소화불량일 수는 있어도 종교적이 된 것은 아닙니다.

인간 각자는 그가 드러내는 모습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가 지닌 본성에 의해서 대접받아야 한다. 모든 인간은 신성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스승은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길을 이끌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들인 신성을 불러 내도록 도와야 한다.

당신은 자신을 가로막는 높은 산을 넘을 의지를 지녔습니까? 온 세상이 당신을 대적하여 검을 들고 일어선다 할지라도 당신은 감히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겠습니까?

줄 것이 있는 사람만이 가르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르침은 설교나 교리의 전달이 아니며, 나눔이기 때문입니다. 영성은 내가 당신에게 꽃을 주는 것만큼이나 사실적으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말 그대로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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