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십자군 이야기 1 - 충격과 공포 ㅣ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
김태권 지음 / 길찾기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재미있는 것일까? 사람이 살아온 기록을 남기고, 그걸 읽는 것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재미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역사에서 무언가 얻어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하는 이도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비참한 전쟁을 뽑으라면, 십자군 전쟁일 것이다.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행한 추악한 전쟁. 하긴, 모든 전쟁은 추악했다. 전쟁을 일으킨 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하느님의 이름을 주절댔지만, 그자들은 100% 추악한 놈들이었다. 20세기만 봐도 제국주의 전쟁인 세계대전이 그랬고, 거기 뒤늦게 뛰어든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그랬다. 이 세 나라는 패전으로 죽일 놈 취급을 당하지만, 사실 파시즘, 나치즘, 군국주의 등의 욕설을 붙여 봤댔자 이 셋을 합해도 어메리카 하나 당할 힘이 없다.
그래서 십자군 이야기를 풀어내는 김태권은 중세에 매몰되지 않고 부시를 끄집어 낸다. 나귀 새끼에 불과한 부시 녀석은 전쟁의 추악한 대목마다 튀어나와 썰렁한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재미있고, 유익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은 역사를 지껄이려고 쓴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너무나도 훌륭하다. 십자군 전쟁은 종교 전쟁이 아니었음을 교회도 인정한 바 있지만, 그 더러운 역사를 손대기에는 한반도의 교회를 등진 골수 우익 집단은 십자가에 침뱉는 행위를 용서하지 않는다.
1권에서는 농민 십자군의 웃지 못할 행로가 그려진다. 그들의 뒤에는 항상 오리엔트를 '국'으로 보는 시선이 깔려 있었다. 역사를 모르거나, 알고도 제대로 살지 못하면 늘 '국'이 된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간첩을 오랜만에 만들어 내는가 싶더니(남한의 간첩죄는 큰 죄가 아니다. 김현희는 KAL기 폭파범으로 사형을 언도받고 일주일만에 풀여 안기부 직원과 결혼했다.) 도로 교통 사정을 감안하여 집회를 금지하는 국가로 되돌아가고 있다. 전교조의 이기적 행태를 비판하면서 교사평가제를 몰아붙인다. 이 모든 일의 축에는 <역사를 잊는> 사람들의 무뇌아적 동조가 뒷받침되는 것처럼 보인다.
툭하면 <국사>를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는 놈들은 그 국사책이 온통 <쇼비니즘>과 <내셔널리즘>으로 가득찬 <개구리 나라 우물의 역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자들이다. 거기 동조하는 이들은 무지해서 국사를 외워야 독도를 지킨다는 착각에 빠진다. 일본이 독도를 빼앗는 방법은 단 하나다. 전쟁. 일본의 극우가 자기네 <국익>을 위해 망언인 줄 알면서 지껄일 때, 한반도 남쪽의 우민들은 그저 부르르 분개한다. 냄비처럼.
십자군 이야기를 읽노라면, 유럽인의 유태인 학살의 역사에 치를 떨게 된다.
그 유태인은 다시 아랍인을 학살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공중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백인들의 오만한 눈깔에는 폭탄의 연기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아래서 국으로 얻어터지는 'gook'(먼지, 티끌) 같은 황인종들은 같은 인간이 아닌 '마루타'였으며 '죄인 번호'인 비인간화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일본에 터뜨린 두 발의 원자탄과, 베트남에 쏟아부은 어마어마한 양의 폭탄과 고엽제, 북한에 가한 융단 폭격, 그리고 이제 21세기까지 이어진 부시 父子의 이라크 전쟁의 갤러그 게임처럼 당하는 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서양인의 눈깔로 그린 세계사가 '반편'의 기록이라면,
이제 동양인의 시선을 담을 세계사를 함께 읽어야 한다.
이런 책들은 역사에서 무얼 배울 것이며, 정말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훌륭한 책들이다.
제발 <국사>를 배워야 하고, 모든 시험에 <국사>를 넣어야 하고, <국사 인증 시험> 같은 국수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난 나라에서 살고 싶다. 그러러면, 비행기를 타고 이 땅을 떠야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