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이크발 고학년 꿈이사 3
정회성 지음, 노희성 그림, 구중서 감수 / 영림카디널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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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보면서, 그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 움직인 파키스탄 꼬마들의 손놀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 국으로 축구나 보지 뭘 그런 걸 다 따지냐고 딴지를 거는 이들도 있었고...

어린이 평화 인권 코너의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한국의 노동 문제에 대해 많이 읽은 축이라 착각했었고, 세계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 자위해 왔었다.

이크발을 만나면서 부터는 사람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네 살 때부터 형의 결혼을 위해 카페트 짜는 공장에서 일을 해온 이크발과 같은 아이들.

일을 하면 할수록 늘어만 가는 빚덩이와, 탈출, 그리고 이어지는 매질.

마치 30년 전의 전태일 동지가 '근로 기준법을 지켜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며 죽어갔던 평화시장의 외침처럼 이크발은 죽어 간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라면 이런 책을 꼭 읽혀주고 싶다. 중학교 갓 들어간 우리 아들에게도 사 주고 싶었건만... 이야기도 감동적이고, 그림도 잘 그렸는데... 12,000원의 가격은 심했다. 기껏해야 두어 시간 읽으면 끝날 책을 저 가격으로 파는 것은, 출판 노동자 등을 쳐서 배를 불리는 사람들이 이 돈놓고 돈먹는 세상에는 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학교에 되도록 여러 권 사 두고, 아이들에게 꼭 돌려 읽히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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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12-1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채널에도 있어요. 이크발이야기... 카펫공장에서 탈출하여 아이들의 노동학대에 대한 증언을 하다가.. 그렇게 다니고 싶던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사악한 어른들의 총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도서실에 꼭 비치해둘 책이네요.

글샘 2006-12-1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이 책은 동화지만 어른들에게도 용기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책이랍니다.
 
여우의 노래
요셉 브루샤크 지음, 정연수 옮김, 폴 모린 그림 / 동산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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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들려주시던 노래를 손녀는 잊지 않는다.

할머니는 비록 돌아가셨지만, 헤이, 콰 누 데... 

안녕하신가, 새로운 세상의 날들이여... 하는 노래는 손녀의 세상보는 눈을 길러 준다.

캐나다 지역의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인디언 소녀를 그린 그림과, 강물에 비친 세상을 그린 그림은 이 가을 단풍 놀이를 그리워하는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안겨다 준다.

할머니가 손녀 딸에게 읽어주기 좋은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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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소설읽기 2 나라말 중학생 문고
성하성 외 엮음 / 나라말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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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수준에 맞는 소설이란 것은 없다. 중학생 무렵이면 여학생과 남학생, 성장이 빠르고 느림의 차이에 따라 개인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성인 소설을 접해도 심리적으로 불안해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아직 동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이도 있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는 우리 형과 독후감 숙제다. 우리 형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성공한 작품이고, 독후감 숙제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가난이 주는 비참함을 보여주는 한국판 라임오렌지라고 할 수 있다. 교과서에 싣는다면 우리 형이 좀더 무난하고, 내 욕심으론 만화와 어울린 독후감 숙제가 더 강추다.

위기철의 아홉 살 인생은 별 넷 정도의 소설이라 생각한다. 아홉 살 인생이 어른이 보기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 있는 나이지만, 이 책에선 '꿈을 따는 아이'와 '꾸물대는 아이' 정도의 간극이 보이기 때문이다.

임정아의 버들강아지는 선생님의 마음을 잘 나타냈는데, 교사와 아이들 사이가 얼마만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은 지나치게 윤리적인 면이 강조된 듯.

정호승의 항아리는 오줌독이 종의 울림통(음관)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인생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고, 재미있으며 짧은 이야기들이다.

시튼 동물기의 백미 이리왕 로보도 재미있다.

책 안 읽는 아들에게 어젯 밤에 독후감 숙제를 읽어 주다가 제비역까지 반쯤 읽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아들 녀석과 도란도란 책을 읽으며 - 제가 읽을 때, 나는 제 등을 긁고 있다. - 잠드는 밤은 행복했다.(피곤한 아내는 마루에서 드르렁거리며 잘 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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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영혼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은선 옮김 / 홍익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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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딸들을 썼다는 작가의 우화소설이다.

양떼를 지키는 개와 염소는 뛰어난 삶의 지혜를 간직한 존재들이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세상이 존재하는 그대로이다. 인간처럼 제 머릿속에서 맘대로 조작하고 변형시켜 추상화시킨 것만을 세상이라고 착각하며 살지 않는 그들은 인간보다 훨씬 넓은 세계를 보고 냄새 맡고 듣고 느낀다.

보잘것 없는 인간의 감각을 우리는 얼마나 과장해서 느끼고 있는 것일지...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둥, 만물의 영장이라는 둥, 인간을 대단한 존재인 것처럼 여기는 사소한 별 지구에서 신비한 빛과 함께 신비로운 향기와 함께 나타난 아기 예수님의 존재를 모든 감각으로 느끼게 되는 짐승들에 비하면, 그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가는 박사들조차 얼마나 무식하며 얼마나 권위적이고, 자기 중심적인지...

인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여성의 문제를 소설로 써서 유명해진 저자는, 이제 과연 인류학의 주제인 <인류>는 얼마만한 영혼을 가진 존재인지를 에둘러 우화로 적어 낸다.

지혜로운 염소와, 카리스마 넘치는 개의 영혼을 살핀다면 온갖가지 불결하고 쾨쾨한 냄새로 가득한 추악한 인간의 세상에서 굴러먹는 인간의 영혼은 그 질량은 21그램일는지 몰라도, 그 가치는 너무도 보잘것 없는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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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 희망과 치유의 티베트.인도 순례기
정희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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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를 말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 땅이 얼마나 순박한 사람들로 가득한지, 또는 거기에 자본의 물이 들기 시작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정희재는 이런 감상적인 시각을 버리고 티베트 사람들을 정확하게 기록하려 한다.

중국에 의하여 파괴되고 있는 티베트의 모든 것들. 서구를 향한 애타는 사모의 정으로 가득한 티베트 사람들. 이런 것들은 여느 티베트 여행기에서 읽을 수 없는 것들이다.

서두르지 않으며 유머를 잊지 않는 마치 우리 옛 조상들같은 티베트인들의 훌륭한 자질을 기록하는 것도 놓치지 않으면서, 정희재의 발걸음과 눈길은 온통 중국의 티베트 유린으로 인한 생채기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으로 가득해서, 금세 눈물이 주르륵 쏟아질 듯 하다가도 고원의 산악인들의 단단한 심장처럼 마음을 다져 먹기도 하는 것이다.

오래 걸어 발톱이 빠질 때, "내가 겪는 고통으로 이 세상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길 빕니다."고 기도하던 그미는 영락없는 티베트 여인이었다.

더이상 자비와 너그러움으로 가득하지 않은 땅, 티베트.
중국의 오성 홍기가 너풀대며 길을 닦고, 벌채를 해서 민둥산이 되어버린 티베트.
중국인들의 폭력에 주눅들어 비굴하게 변해버린 티베트 사람들의 삭막한 정신 세계.

이런 티베트 현실에 대하여 자세히 사람 냄새 맡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더군다나 순례자의 치열한 자기 탐구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티베트 이야기를 읽게 되어 참 반가웠다.

세계가 내게 적의를 품고 있다고 느끼는 그곳에 바로 지옥이 있다는 마음으로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난 그의 여정을 따라가노라면 천민 자본주의에 짓눌려 살고 있는 나를 훌쩍 떠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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