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식탁 1
잭 캔필드 외 지음, 김이숙 옮김 / 휴머니스트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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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잭 캔필드를 읽은 것도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의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중독성이 느껴진다.

삶에서 절망을 느끼는 순간은 얼마나 많은가... 그곳에서 꿋꿋하게 피어오르는 한 떨기 영혼들의 풋풋한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가득하다.

할머니의 따스한 닭고기 스프가 영혼을 달래 주듯이, 영혼을 배불려 주는 식탁이라 이름붙일 법하다.

날마다 내가 자고 일어나는 잠자리에는 내 머리카락이 몇 올 빠져 있고, 그 베개와 이불에는 내 몸에서 배어나온 기름기와 비듬이 엉겨 붙게 마련이다. 내 체형에 맞춰 입는 옷에서도 특정 부위는 자주 마찰되어 닳아나갈 것이며, 나는 날마다 같은 동선을 움직이는 특성을 갖게 된다. 그 장소에서는 거의 매일 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비슷한 일들을 그날 그날 처리한다. 하루가 마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다.

내가 흘린 머리카락들이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지 않다면, 그건 아내가 쓸고 닦은 덕택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 마치고 와서 학원에 제 시간에 간다면 그건 아내가 시킨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김치도 맛깔스럽게 썰어 놓고, 두부와 호박을 송송 썰어 넣은 된장찌개에 단란한 밥상은 아내가 차린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 집엔 아파트 관리비가 밀리는 일이 없고, 각종 세금은 제 시한에 납부 된다. 아내가 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지구라는 별에 사는 우리는 관점을 조금만 떼어서 본다면 모두 외계인이다.
머리에 쿠킹 호일이라도 Kiss 초콜릿처럼 뾰족하게 말아 세운다면 좀더 외계인처럼 보일는지도 모르겠다.

외계인은 이 땅에서 살지 않아 잘 모르는 존재다.
아, 그렇지만 실상은 이 땅에서 같이 사는 존재에 우리는 얼마나 무심한가... 당장 나 자신에 대해서도 얼마나 무심한지...

사랑을 나누는 식탁,

용기를 전하는 식탁,

절망을 바꾸는 식탁,

꿈을 이루는 식탁, 이 식탁들에서 벌어지는 파티에 참석함도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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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 마음을 움직이는 힘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1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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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두 글자로 된 이런 처세술과 ~~이야기 류의 이야기들이 유행인 모양이다.

도서관에 오랜만에 돌아온 녀석을 빌려왔다.


솔직히 이야기가 재미있지는 않다.

그리고 너무 주제가 뻔히 보인다.

제목이 주제로 전부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1. 행복의 조건으로 스스로를 위하여 솔직하라. 2. 즐거움의 조건으로 나와 남을 위해 상대방의 관점으로 보라. 3. 성공의 조건으로 모두를 위해 통찰력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유형별로 별명을 붙여둔 것인데,
늘 위에서 내려다 보려고만 하는 ‘위’,
피도 눈물도 없는 ‘철혈’, 외국에서 배운 놈 ‘외국물’, 날마다 판박이같은 뻔한 말만 되뇌는 ‘공자왈’, 세상을 다 꿰고 있는 듯한 ‘인도자’, 별 생각없이 조문에 임하는 ‘직업 조문객’, 구라가 뛰어난 ‘조구라’, 남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일종의 장애자 ‘사스퍼거’, 명함을 모으는 ‘명함 수집가’, 성격 좋은 ‘요술 공주’...

세상에 이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B형 남자인 나의 별명을 붙인다면 어떤 것일까? 혹시 ‘위철혈자왈구라...’같은 복잡한 별명인 건 아닐까?

세상이 살아남기 어려우니 처세를 위한 책들이 인기를 얻는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잘못해서 남들한테 피해를 입히고, 결국에는 전체가 엉망이 되었는데도 엉뚱한 데로 화살을 돌린다는 것. 자기 잘못 때문에 패배자가 되었는데도 그 결과에 승복할 줄 모른다.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해. 요즘 세상은 그런 피해자로 가득 차 있다.는 말에서 세상을 읽어내는 지은이의 말은 옳으면서도 ‘윗사람’의 시선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즐겁게 일하면 어려움이 있어도 그것마저 즐거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윗사람’의 훈시같아서 가슴에 마냥 와 닿지만은 않는다.

시험은 출제자의 입장에서, 인생은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역지사지를 표현한 신선한 표현일 뿐이고, 결국 ‘소통’이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 즉 배려하는 일임을 이야기할 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들을 편하게 해주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것이다 경쟁력이나 효율성 같은 것은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파생 개념일 뿐이다. 더욱 큰 눈으로 그 근본을 꿰뚫어 봐야 한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한 마디는 이것이다. <세상은 경쟁이 아니라 배려로 돌아간다.>

비유적인 이 이야기가 훨씬 감동적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당신은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바바 하리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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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마시멜로 유감

시중에 '마시멜로 이야기'가 뜨고 있다. 출판 불황기의 '밀리언셀러'로 한동안 업종 관계자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기도 하면서) 들뜨게 했지만, 이번에 뜨는 이유는 좀 유쾌하지 않다. 나는 이번에 알게 됐지만(고백하건대 알라딘 메인에 뜨던 <마시멜로 이야기>란 책이 좀 많이 팔리나보다 했지 100만부가 넘게 팔린 줄도 몰랐다) 역자가 인기 아나운서였고 그녀는 현재 '대리번역' 의혹을 받고 있다(물론 의혹의 주모자는 출판사이며, 출판사측 해명으로는 '대리번역'이 아니라 '이중번역'이라고 한다. 많이 들어봄직하지만, 의미상으론 번역학 사전에 등재될 만한 '신조어'이다).

 

 

 

 

아래 국민일보의 기사는 그간의 자초지종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바, 기사를 읽으며 생각이 미친 것은 이 대리번역 파문의 순기능이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번역이 무엇이며, 대리번역(이중번역)이란 또 무엇이고, 우리 출판계의 번역관행과 그 문제점들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초등학생들까지도 '학습'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사실 이 번역서가 벌어들였을 수십 억의 매출이익에 대한 세금보다도 우리 사회에 대한 더 '가치있는' 기여가 아닌가 싶다. 그러한 대의를 위해서, '당사자들'이 조금만 더 '고생'해주었으면 싶다, 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국민일보(06. 10. 13) “다방 얼굴마담도 커피값은 알고 해야죠”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번역 의혹은 9월25일자 국민일보에 실린 한 칼럼에서 비롯됐다. 국민일보 오피니언면 '에세이' 코너의 고정 필진인 일본 문학 번역가 권남희씨(여)는 '번역하는 아나운서'란 제목의 칼럼에서 번역 경력이 전혀 없는 정지영 아나운서가 정말 '마시멜로 이야기'를 번역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칼럼에서 "어느 여성 아나운서가 처음으로 번역한 책이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어 화제다. 아나운서가 번역을 했다는 사실도 화제이고 그 책이 출판 불황 시대에 100만부를 돌파하여서도 화제다. 아무리 베스트셀러여도 언론에서 역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쳐주는 일은 좀처럼 드문데,이 책은 나오면서부터 온갖 언론이 '역자'에 주목하여 주었다. 이런 효과를 노려 출판사에서도 그녀에게 역자의 이름을 맡겼을 테지"라고 했다.

이어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처음 번역한 것이다. 두렵고 떨렸다. 하룻밤에 100쪽 한 적도 있다. 그 인터뷰를 보며 생각했다. 오,얼굴만 예쁘고 목소리만 좋은 게 아니라 번역 실력도 뛰어나네. 두렵고 떨리는 첫 번역인데 하룻밤에 100쪽이나 하다니. 10여년 번역일을 했지만 난 아직 하룻밤에 100쪽은 무리인데 말이다"라며 이번 대리번역 사건을 예견이라도 하듯 의심스러운 부분을 지적했다.

또 "실제 역자 대신 대학 교수나 유명인을 내세우는 관행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닐 것이다. 나 또한 내 이름이 있는 첫 책이 나오기 전에는 대역을 했었고,지금도 주위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대역하는 후배들이 많으니. 그녀는 인터뷰에서 또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지 않냐고. 좋지 않다"라면서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 칼럼이 보도된 뒤 인터넷 번역 카페 등을 중심으로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번역 의혹이 확산됐고,결국 대리번역 당사자인 전문번역가 김모씨가 스스로 전모를 밝혀야 할 상황까지 오게 됐으며,출판사측도 '이중번역'임을 인정했다.

권씨는 출판사 해명이 나온 뒤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의혹을 제기하게 된 배경과 이번 사건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번역하는 아나운서'란 칼럼을 쓸 때 이미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번역자인 김씨로부터 직접 대리번역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다고 했다. 또 "정 아나운서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과연 원서를 한번 읽어는 봤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예쁜 얼굴 마담 내세워 장사만 잘하면 된다는 출판사의 상술에 경악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정지영씨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나'란 질문에 "역전 다방 얼굴마담을 해도 커피값 정도는 알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답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다음은 권남희씨 일문일답

-마치 대리번역 사건을 예견이라도 하듯 칼럼을 썼는데.

△제가 아는 사람이 정지영 아나운서의 대리번역을 했다는 것을 지난 해부터 알고 있었다. 공교롭게 국민일보 칼럼을 쓸 즈음 그 분을 포함해 몇몇 번역하는 사람끼리 모여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미 알던 사실을 본인에게 한 번 더 듣게 됐다. 칼럼이 나가고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돌다 보니 결국 제보가 들어가 기사화된 것 같다.

-정지영씨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나.

△역전 다방 얼굴마담을 해도 커피값 정도는 알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과연 원서는 한 번 봤을까 싶은 생각조차 들었다. 모두 112쪽밖에 안 되는 원서,표지 빼면 100쪽 내외인 원서를 석달이나 번역을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들도 그렇다. 기자의 오보라고 변명은 했으나 하룻밤 100쪽 운운 하는 말도 그렇고. 국어책 잘 읽는다고 누구나 9시 뉴스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러나 이런 인터뷰나 역자 사인회나 모두 출판사의 기획이었다면 그리고 출판사의 말대로 이중 번역을 하였다면(절대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그녀도 피해자일 수도 있다. 좋은 책으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예쁜 얼굴 마담 내세워 장사만 잘하면 된다는 출판사의 상술에 경악할 따름이다.

-출판업계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

△대학생 때 조교나 교수님이 시켜서 원서 한 권을 여러 친구들이 번역했는데 나중에 보니 교수님 이름으로 책이 나와 있더라 하는 경험들 아마 많을 것이다. 물론 나도 겪었다.

-칼럼에서 본인도 번역 대역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15,16년 전의 일이다. 처음 출판사에 소개받아 갔더니 당시 한창 인기있는 외국 작가의 소설 번역을 맡기더라. 영어를 일본어로 번역한 소설이었다. 책을 낼 때 영어권 소설을 일어 전공자 약력으로 내면 중역인 게 드러나니 역자는 다른 이름으로 내겠다고 하더라. 맞는 말인 것 같아 그러라고 했는데 나중에 일본 작가의 소설을 번역했는데도 다른 역자 이름으로 내는 거다. 그래서 당장 그만 두고 제가 기획한 책으로 번역해 처음으로 내 이름을 건 번역서를 냈다. 그 후로는 대역을 한 적이 없다.

-번역가들이 어떤 이유로 대리 번역을 하게 되나.

△우선은 경제적인 이유다. 대리 번역을 안 해도 먹고 살만 하다면 누가 하겠나. 이번 책만 대리 번역 해주면 다음엔 꼭 네 이름으로 내주겠다는 출판사의 감언이설 때문이다.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역자들에게는 출판사와 연결되기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약자가 되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알고 계신 후배 번역가 중 이런 대역작가가 얼마나 되나.

△번역하는 한 후배 말에 의하면 주위에 많은 사람이 대역을 경험한다고 하더라. 물론 그 후배도 몇 권째 대역을 하고 있고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출판사에서 “다음엔 네 이름으로 내줄게” 해놓고 또 대역을 맡긴다. 그러면 울며 겨자먹기로 다음을 기대하며 받아들인다고 한다. 문장력도 훌륭하고 번역도 잘하는데 자기 이름으로 나온 책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대리 번역을 맡는 걸 보면 안타깝다. 그럴 때마다 “그런 시절도 있어야 나중에 성공하여 자서전 쓸 때 쓸 얘기가 많아지지” 라고 위로한다.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 할텐데. 하고 싶은 말은.

△출판사나 독자들이 역자의 번듯한 학력이나 경력보다 실력으로만 평가해준다면 이런 대리 번역 관행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사라질 것 같다. 이번 경우처럼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책만 많이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얼굴 마담(출판사에서는 명예 역자라고 표현한다)을 내세우는 상술에 독자들이 현혹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풍조가 뿌리를 내리지 않을까?

국민일보(06. 10. 13) 새내기 번역사 유혹하는 출판 ‘관행’

아나운서 출신 정지영(31)씨를 번역자로 내세운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가 대리번역 의혹에 휩싸이자 해당 출판사는 ‘대리번역이 아닌 이중번역’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출판사는 대리번역이 아니라 해명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번역 출판계의 ‘대리번역’ 관행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 출판사 “마시멜로, 정씨 캐릭터와 맞아 섭외 결심”

출판사 한경BP는 12일 보도 자료를 통해 “마시멜로 이야기의 번역을 정지영씨와 제3의 전문 번역자에게 원고를 동시에 의뢰했다”면서 “이것은 대리번역이 아닌 이중번역”이라고 밝혔다. 정씨와 지난 7월 번역 계약을 맺었으나 오역과 번역 수준을 우려해 정씨에게 알리지 않고 8월 초 전문 번역가와 별도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섭외 초기 정씨가 이중번역 사실을 알게 되면 계약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정씨이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내부 편집자에 의해 자신의 번역 원고가 고쳐진 줄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정씨에게 제3의 번역자가 있는 것은 끝까지 알리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출판사는 “편집팀은 물론 전사적 차원에서 이 책을 띄워야 겠다는 중압감이 있었다”면서 “타깃 계층인 20∼30대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역자를 내세우는 스타 마케팅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지영씨 캐릭터가 이 책의 마케팅 방향과 잘 맞는다고 판단해 섭외하게 됐다”고 사건 발단을 설명했다. 이어 “이중 번역 작업과 내부 편집자에 의해 정씨의 번역 원고를 많이 고쳤다”고 밝혔다. 또 “골 깊은 출판계 불황 속에서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하려 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됐다”며 정씨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 ‘대리 번역’은 번역사로 가는 길?
이번 사건으로 출판계에 만연한 초벌 번역이나 번역 대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름 없는 역자 대신 대학 교수나 유명인을 내세우는 것은 출판 번역계에 통용되는 공공연한 관행으로 굳어져있다. 전문 번역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판계에 만연한 번역 대리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일본 문학 번역가인 권남희씨(여)는 이번 사건을 예견이라도 하듯 지난 달 국민일보에 실린 ‘번역하는 아나운서’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정지영 아나운서 번역서에 의구심을 보냈다.

그는 출판사들이 얼굴 마담격으로 유명인을 내세운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책은 나오면서부터 온갖 언론이 ‘역자’에 주목해 주었다. 이런 효과를 노려 출판사에서 그녀에게 역자의 이름을 맡겼을 테지”라고 적었다. 또 “나도 대역을 했고 지금도 주위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대역을 하는 후배들이 많다. 이름 없는 역자 대신 대학 교수나 유명인을 내세우는 관행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닐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마시멜로' 사건이 불거지 뒤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지영 아나운서 인터뷰 기사를 접하고 ‘과연 그녀가 원서는 봤을까’하는 생각에 대리 번역을 의심했는데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녀의 책을 대리번역한 전문 번역가 본인에게 확인해 대리 번역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책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예쁜 얼굴 마담을 세워 장사만 하는 출판사 상술에 경악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출판사가 경력이 많지 않은 번역자를 ‘이번 책만 대리 번역 해주면 다음엔 꼭 네 이름으로 내주겠다’는 감언이설로 유혹한다”면서 “새내기 역자들에게는 출판사와 연결되는 일이 쉽지 않아 약자 입장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번역은 반역인가(푸른역사)’의 저자 박상익 교수도 “교수들조차 대학원생에게 번역을 대신 시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정보 전달에 대한 자부심 없이 상업주의를 지향하는 출판업계의 고름이 터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번역 대학원이나 학원을 다니고 대필 번역가로 일한 뒤 전문 번역가가 되는 것이 수순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도 한국 출판계에 만연한 대리 번역 관행을 지적했다. ‘규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나도 고스트 라이터(대필 작가)를 한 적이 있다”면서 “제가 쓴 잡문이 출판사 편집장 이름으로 출간됐을 때 기분이 묘하더라”고 고백했다. ‘minhapapa’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출판계에서 유명인을 저자로 내세우고 실제 저자는 따로 있는 경우는 흔한 일 아닌가”라며 “한 친구는 유명인 이름으로 서적을 여러 권을 썼다. 그래도 유명인들은 자기가 쓴 것처럼 인터뷰 하더라”고 지적했다.

‘푸르미’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초벌 번역이나 번역 대행은 이미 남들도 하는 관행이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이 정지영씨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적었다. 아이디 ‘mmm777000’는 “이번 사건으로 오금저린 출판사가 많을 것”이라며 “대필 작가가 얼마나 많은데 이제 이런 사건들이 계속 터지겠다”고 비꼬았다.(신은정 기자)

06.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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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10-1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서전 대필작가나 번역 대행은 출판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비밀리에 공공연히 행해왔던 일이라...

글샘 2006-10-1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놈의 한국엔 무슨 놈의 썩어빠진 관행이 그리도 많던지요.
촌지도 관행, 땅값 비싼 것도 관행, 유전무죄 무전유죄도 관행...
화딱지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3=3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와다 하루끼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 돌베개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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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에 리영희 선생님의 '21세기 아침의 산책'이란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내가 세계 정세에 무식한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렇지만, 지구 한 구석에 콕 쳐박혀서 아이들과 알콩달콩 시루는 것이 내 일인 바에야,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것도 어떠랴 한다.

리영희 선생님의 글을 읽노라면, 새삼 국제 정세가 엄정함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큰 사건들은 기사를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되며, 늘 행간을 읽어야 하고,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는지를 따져봐야 함을 느꼈다.

도서관에서 역사 코너를 서성대다가 이 책을 만났다. 나는 역사에 약하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런지 역사라고 하면 읽어도 늘 부족한 느낌이다.

이 책을 읽기를 참 잘했다는 느낌이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늘 정부에서 욕하는 북조선만을 대했기에 내가 바라보는 북녘땅은 객관성을 잃고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 학자 와다 하루키는 이 책의 처음을 북조선 연구가 얼마나 어렵고 자료 구하기가 힘든 것인지로 시작한다. 북조선이 열리지 않은 국가인 것과, 미국의 자료도 보안이 많기 때문이다.

북조선의 핵문제는 소련이 붕괴되는 1991년부터 시작된다. 이제 북조선은 스스로 방위할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던 것이다.

온 나라가 유격대 국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속도전, 섬멸전, 전격전의 구호가 사용되었고,
이제는 정규군 국가로 혁명적 군인 정신, 총폭탄 정신, 자폭 정신이 고취되고 있다.

1996년 이후의 수해로 인한 '고난의 행군'은 총포성이 없는 전쟁, 의지의 전쟁으로 승화되면서 미국의 압력에 대항하여 핵폭탄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힘을 쏟는 실정이다.

리영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대로 '정전 위반' 건수도 거의 비슷한 실정이며, 이 책에서 살핀 것처럼 두 나라의 군사력 비교는 그 자료가 신빙성을 잃고있는 지금, 미국의 5027 작전 계획처럼 '이라크 뒤의 북한'이 군산 복합 국가로서의 미국에 저항하는 하나의 길로 북한이 걷는 길이 핵실험 강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어제까지 읽은 김산의 '아리랑'에서 비친 연안파들과 소련파는 제거되고, 만주파로 중심을 잡은 북조선의 고난의 행군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 한반도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오늘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하고 눈가리고 외줄타는 식으로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북한은 악마, 남한은 천사로 세뇌된 내 머리통을 씻어내기 위하여 북조선에 대한 독서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더 많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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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仁 2006-10-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념이 없어서요.

작것 2006-10-1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사주의 국가..
크게 흔들리는 권위
군사력이 곧 지지기반이라 믿는 국가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들.
외부의 압력보단. 안에서 불궈지는 균열을
더 위험시 했던.
그것이 아닐까요..^^;
벼랑끝 낚시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으니까.
받침대가 적어도 3개는 있으니까.
 
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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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 많은 문제들은 식민지 시대와 전쟁, 독재의 시대를 거치면서 풍화된 민족성으로 남게 된 것들이기 십상인데, 그 문제점들을 끌어안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 사회를 생각하면 그 민족성이 결코 피폐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에 어느 정도는 동의할 것이다.

한국 사회가 가진 그 많은 문제들을 불식시키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대학생 시절에 읽다 만 김산의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혁명의 시절, 아직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의 전향가가 나오기 전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는 이런 책을 느긋하게 읽을 여유가 없었다.

님 웨일즈가 어떻게 하여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는지는 읽고난 지금도 몹시 궁금하다.
영어를 별로 못했다던 김산과 님 웨일즈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었기에 이 책이 탄생한 것인지... 의문이다.

나는 이곳에서 행복하게 죽어갑니다. 노예의 땅에서 죽는 것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여기가 우리의 빛나는 혁명투쟁과 같이 자유로운 조선땅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런 말을 유서로 남겨 두고 싸우는 혁명가의 뜨거운 삶은 '혁명' 상실의 시대에도 뜨겁게 가슴을 울린다.

혁명의 대열에서 결혼하지 않고 싸우겠다던 김산의 아리랑,
그의 아리랑은 슬픈 아리랑 고개가 되어 길음동에서 정릉으로 넘어가지만,
그 아리랑을 부르던 사람들, 아직도 부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종종걸음을 치며 살아간다.

일제의 잔인한 고문이 군사 독재 시절의 그것과 같은 모양의 것임을 읽으면서 치가 떨린다.

툭 불거진 광대뼈와 사람 좋게 웃어 보이는 그의 골상은 필경 반역자의 골상이다. 연예인 에릭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형형한 눈빛 속에서, 조선을 향해 보여준, 그리고 세계의 민중을 향해 보여준 그의 사랑을 읽어 본다.

혁명가는 매 순간을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사랑한다는,
그래서 혁명가는 예수님이고, 부처님이고, 예수를 죽인 자이며, 부처를 죽인 자임을 생각한다.
자신을 만나고, 자신을 죽이는 고행의 끝에 선 사람들이 혁명가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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