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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1 - 중국의 세기
조너선 D. 스펜스 외 지음, 콜린 제이콥슨 외 사진편집, 김희교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중국 황제의 상징은 용이었다. 그래서 조선의 임금은 '봉황'밖에 그려 넣을 수 없었다. 요즘도 대통령 하사품 시계를 두르고 있는 것은 '봉황'이고, 각종 상장을 두르고 있는 테두리도 '봉황'이다.
잠자던 용이 꿈틀대고있다. 20세기를 세계에서 가장 격동적으로 살아온 중국인들의 역사를 사진과 간략한 설명에 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풍부한 사진 자료에 흐뭇하면서도,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20세기의 100년간은 1년이란 같은 단위의 시간이 100번 모인 것이지만, 중국 역사에서 그 100년은 일제 침략기, 항일무장투쟁과 국공합작기, 공산주의 혁명의 위대한 승리, 죽의 장막을 둘러싼 문화 대혁명기, 핑퐁외교로 시작된 중국의 약진, 러시아와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과 중국의 개방, 그리고 천안문 사태... 이런 큼직큼직한 사건들이 불거져 있다. 그런 사진들이 좀더 자세하게 실렸더라면... 하는 점이 아쉬움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가슴을 울리는 사진이 바로 표지를 장식한 저 첫장면이다.
중국으로 가는 길. 티벳에서 중국을 향해 가는 길은 저리도 험하고 장대한 길이었나...
티벳지방이라면, 옛날엔 얼마나 험했던지 촉나라와 연관된 무협 영화도 많이 나왔고, 귀촉도처럼 서역 삼만리 너머 아득한 세상으로 상징된 세계였다.
중국인들의 의식 세계, 그 중화 의식의 발원은 바로 거 도도한 강물과 웅장한 자연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자라난 그것이 아닐까... 하는 경외감마저 들게 하는 사진이었다.
마치 웅장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영화의 첫장면처럼 이 책의 첫 장면은 멋지다.
그러나, 바로 다음 페이지부터 등장하는 것은 중국 인민들의 피폐한 삶이었다. 특히 중국 여인들의 전족은 돼지 족발을 떠오르게 하는 여성 인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였다. 여성에게 참정권을 안 주는 것과, 발을 싸매서 병신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다른 일 아닐까? 차라리 노예로 사는 것이 전족보다는 속편한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운 관습이었다.(전족 사진은 알라딘의 맛뵈기 사진에도 등장하니 책을 사지 않아도 감상할 수 있으리라.)
그뒤를 장식한 일본인들의 찬란한 침략사. 조선의 어리석은 집권 세력이 동학 농민군을 누르지 못하자, 번득이는 신식 총으로 중무장한 일본인들을 끌어들이듯이, 중국의 군벌도 일본의 세력에 굴복한다. 그 도중에 벌어진 끝없는 도륙이 사진으로 증언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마오 선생에 대한 관점은, 어떻게 그가 중국 인민들의 인심을 얻었는가 보다는, 어떻게 중국 인민들을 속였는가에 관심을 둔 듯하다. 마오의 삽질 이야기는 역사의 뒷모습에 씁쓰레하게 만든다.
티벳에 대한 억압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서술하고 있고, 문화 대혁명기의 재판 장면, 천안문 사태의 혼란과 다시 용틀임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진을 보여준다.
20세기, 서양 열강의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꾀죄죄한 중국 어린이들의 눈망울이, 21세기로 넘어선 지금은 미래의 중화를 꿈꾸며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이 20세기 다큐인 만큼, 21세기의 다큐에서는 전혀 다른 중국을 그리게 될 것이다.
중국은 너무도 넓은 영토를 중화로 편입하기 위해 끝없이 대공사를 벌이고 있고, 한국이 70년대에 누렸던 경제적 부흥을 누리고 있다. 소수의 특권층의 행복을 위하여 자본의 힘 아래 노동자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도시 환락가의 흥청거림은 중국의 또다른 한 모습이다.
19세기의 자연인들의 삶과 21세기 기계인들의 삶을 모두 어우르고 있는 중국이란 괴물에게 바쳐진 한 권의 책을 도서관에서 살금살금 읽는 맛은, 중국인들의 풍성한 밥상만큼이나 흐뭇했다. 이런 비싼 책을 도서관에서 넘겨 볼 수 있는 것에 새삼 감사 드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