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상식 사전 - 영문과 교수도 몰래 보는 영어 상식 시리즈 1
구경서 지음 / 길벗이지톡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뭐, 읽고 나서 남는 건 별로 없긴 하지만... 읽기엔 재미있다.

상식이란 제목이 별로 어울리진 않지만, 잡학 사전이라 볼 만하다.

imf 이후에 soho창업이란 말이 돌아다닐 때, 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궁금했지만 어쨌든 알지 못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여기 나와있다. small office, home office. 별거 아니잖아.

이 책을 읽고 나서 누구에게 권해주고 싶은 맘은 별로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처럼 다채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잡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간식거리로 읽어 볼 만한 책.

사기는 아깝지만, 빌려볼 수 있다면 오케이.

제빵사의 dozen은 13이라거나, gordian knot이  풀기 어려운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든지.

미국의 four corners, Texas panhandle, dixieland 같은 것도 재미있다.

간혹 지루하게 많이 나열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미국에 살 것도 아닌 나같은 사람은 휘리릭 지나치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 인간들의 삶을 엿보는 것은 언제나 맛있다. 영국놈들이  Dutch, French를 비하하는 것을 보면 실소가 나온다.

영화 제목 직역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까지는 좋은데, 옮긴 것도 별로라서 실망스런 부분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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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황금시대 - 인간 정신의 위대한 경지를 보여준 禪의 역사와 그 정신
존 C. H. 우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중용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늘이 명하는 것이 곧 본성이며,       天命之爲性
이 본성을 따르는 것이 도이고,           率性之爲道
도를 닦는 일이 곧 가르침이다.           修道之爲敎

모든 종교란 곧, 이 마음 둘 곳을 찾는 길이다. 철학도 그러하고, 문학도 그러하다. 거기 붙인 이름이 철학이고, 문학이고, 종교학일 따름이다.

인간의 본성을 따르는 도의 길을 닦는데, 가르침을 앞세우는 것이 교종이라 하고, 곧장 사람의 마음으로 짓쳐들어 가는 방법을 선이라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론 그렇다.

선의 황금시대는 당나라 고승들의 선문답과 수도를 재미있게 쓰고 있는 책이다.

육조 혜능, 마조 등의 이야기는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듣던 이야기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선 이야기 아닐까? 나처럼 미욱한 눈으로는 그분들의 걸릴 것 없는 목소리들이 당황스럽고 그야말로 똥막대기처럼 낯설지만 거침없는 목청과 주먹질은 삶을 통쾌하게 한다.

모순, 불일치, 기행, 논리를 벗어난 이야기들은, 우리 삶이 곧 이런 모순의 부평초임을 생각하게 한다.

직관에 의한 경험론적 확실성을 추구하는 선은, 나의 존재로부터 진실을 시작한다.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존재하므로 생각할 수 있단 것이다. 오직 생각만으론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문지방, 거기를 넘어가는 경험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낮은 곳의 경험, 더러운 것의 경험, 가난과 병과 죽음의 경험들 말이다.  선은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지만, 곧바로 가리킨다. 선사들의 행동과 몸짓이 울려주는 자명종 소리를 듣고 곧장 '이 무엇'에 도달하라는 것이다.

형체도 색깔도 아무 것도 없는 자유로운 '그 무엇'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구차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공자 왈 : "얘들아, 너희들은 내가 너희들 모르게 뭘 감춰두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너희들에게는 하나도 감춰둔 게 없다." 그래. 가르친다고 끙끙거릴 일 하나도 없다. 아이들은 다 안다. 어느 선생님이 가르칠 게 있는지, 어느 선생님에게서 배울 것이 없는지...

성 요한 : 아래로, 아래로 몸을 수그려 더 높이, 더 높이 나는 올라가니 바라던 곳에 이르는 방법이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아는 이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이는 알 수 없다. 이 곧 불립문자, 교외별전, 직지인심의 소통법이다.

네 마음을 꺼내 놓아라... 고 외치시는 선 지식들을 책으로나마 만나는 일은 진흙 속에서 연꽃이 흙탕물 한 점 튀기지 않고 피듯이, 오롯이 서 있는 온전한 그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한 물건은, 갈고 닦을 게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본래 더럽혀질 수 없었던 것이어서 그렇다.

마땅히 어디에도 머무름이 없이         應無所住
그 마음을 살아있게 하라.                    而生其心

금강경의 한 구절이 비오는 아침, 수억의 빗방울에 경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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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이후 빨랫감 - 깨달음, 그 뒤의 이야기들
잭 콘필드 지음, 이균형 옮김 / 한문화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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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영적인 깨달음은 종지형으로 착각되고 있다.

부처가 깨닫고 더는 혼란에 빠지지 않은 듯이 생각하는 것. 완벽한 천국이 도래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데서 오는 미망이다.

부처의 깨달음이 무상무등정각인 이유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땅히 마음 잡히는 곳이 없어야 이 곧 벗어남이라 할 수 있는 경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빨랫감으로 보이는 일들이 있다면 아직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고 해야겠지.

깨달음이라고 착각되는 엑스타시를 겪었다 치더라도, 늘 그렇지는 않다는 것.

'내려 놓으라, 내려 놓으라, 내려 놓으라.'는 말밖에 되뇔 줄 모르는 지렁이가 되는 것. 이 궁색하기 짝이없는 수행법이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이라는 것. 이것을 깨달은 것이 부처님의 법인 것이다.

매 순간 가져다 주는 것이 무엇이든 그 속에서 깨어있고 자유롭게 존재하는 나를 추구하는 공부는 그래서 쉬임없어야 하는 것이리라.

연꽃 속의 보석(옴 마니 밧메 훔)을 발견하기 위하여...
별 셋에 반달(마음 심 心)이 곧 부처되는 하나의 길임을 잊지 않고 성성적적 깨어있기 위하여...

결국 깨달음은 이전도 이후도 없는 것임을, 상 없음을 매 순간 생각하며 살아야함을 되뇌어 반복함이 빨랫감을 사랑하게 되는 길임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서양인이 쓴 책이라 그런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자꾸 눈에 보인다. 그래서 별 하나 감점.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테레사 수녀님께서 한 번에 한 사람씩 사랑할 수밖에 없다시던 말씀이, 곧 오늘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다른 수행의 길은 없음을 가르치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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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평과 화는 뿌리를 잘라내고 잘게 다진다.

2. 교만과 자존심은 속을 빼낸 후 깨끗이 씻어 말린다.

3. 짜증은 껍질을 벗기고 송송 썰어 넓은 마음으로 절여 둔다.

4. 실망과 미움은 씨를 잘 빼낸 후 용서를 푼 물에 데친다.

5. 위의 모든 재료를 주전자에 담고 인내와 기도를 첨가하여 쓴맛이 없어질 때까지 충분히 달인다.

6. 기쁨과 감사로 잘 젓고, 미소 몇 개를 예쁘게 띄운 후, 깨끗한 믿음의 잔에 부어서 따뜻할 때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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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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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있다. 한자로는 망양지탄이라고 한다.

인생에선 가 보고 싶은 길이 여럿 있다. 그렇지만 어찌어찌 하다 보면 한 가지 길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무렵 가지 못한 길에 대해서 늘 아쉬움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우연히, 아주 우연히 지금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영어를 가르치고 있을는지도 모를 일인데... 원서 쓸 때, 유학가기 어려우니 국어교육과로 가라는 단 한 마디에 과목이 바뀌어서 결과적으론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내 발음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장영희 선생이 영미 시를 가르치면서 나름대로 자기 이야기를 덧붙여 조선일보에 실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조선'이란 고유명사가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장영희 선생을 보아 넘어간다.

시를 읽는 맛은 역시 '단어와 단어를 통해 떠오르는 새로운 느낌'을 즐기는 데 있다.

여느 사람이라면 절대 그렇게 쓰지 않는 단어들을 쓰는 이들의 마음은 늘 색다른 면이 있다. 러시아 형식주의 학자들은 그걸 보고 <낯설게 하기>라고 하고, <앞으로 내세우기, 전경화>라고 하기도 한다.

밋밋한 우리 언어들을 새롭게 하고,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것이 시란 말이다.

이 책에서 <시 작법, Poetica>을 읽어볼 만 하다.

A poem should be palpable and mute
As a globed fruit,
Dumb
As old medallions to the thumb...
A poem should be wordless
As the flight of birds...
A poem should be equal to
Not  true.
For all the history of grief
An empty doorway and a maple leaf
For all
The leaning grasses and two lights above the sea
A poem should not mean
But be.

시는 둥그런 과일처럼/ 만질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 엄지 손가락에 닿는 오래된 메달들처럼/ 딱딱하고/ 새들의 비상처럼/ 시는 말을 아껴야 한다. / 시는 구체적인 것이지/ 진실된 것이 아니다. / 슬픔의 긴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텅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을 위해서는/ 비스듬히 기댄 풀잎들과 바다 위 두 개의 불빛/ 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할 뿐이다.

시의 구체성을 요렇게 잘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

The man and the child/ 어른과 아이

It is the man in us who works;
Who earns his daily bread and anxious scans
The evening skies to know tomorrow's plans;
It is the man who hurries as he walks;
Who doubt his neighbor and who wears a mask;
Who moves im armor and who hides his tears...

It is child in us who plays;
Who sees no happiness beyond today's;
Who sings for joy; who wonders, and who weeps;
Open and maskless, anked of defense,
Simple wiht trust, distilled ofall pretense,
It is the child in us who loves.

일하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어른/ 밥벌이를 하고 내일을 게획하려/ 근심스럽게 저녁 하늘을 훑어 보고/ 걸을 때 서두르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어른/ 이웃을 의심하고 가면을 쓰고/ 갑옷 입고 행동하며 눈물을 감추는 것은 어른./ 노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아이. / 미래에서 행복을 찾지 않고/ 기쁨으로 노래하고, 경이로워하며 울 줄도 알고/ 가면없이 솔직하고 변명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잘 믿고 가식도 전혀 없이, / 사랑하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아이.

계산 빠른 머리는 언제나 뻔히 아는 것을...
가슴은 늦게야 배운다는 것, 그것만 가여워 하세요...

이렇게 어른이 되면서 뻣뻣해 지는 가슴을 안타까워하는 시들로 가득한 책이다.

생일은 이 세상에 태어난 날 말고도, 사랑을 찾게 된 날이라고 하는 장영희 선생의 말처럼,
세상은 그저 거기 있기도 하지만, 내가 새롭게 발견하는 그 날로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시를 쓰고, 그걸 읽고, 세상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려 문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일게다.

인생의 8월을 발견한 시인과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든 작가는 인생을 보는 눈이 얼마나 매서운지...
조금씩 성숙하는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로서의 8월에,
갑자기 찾아온 들뜸, 열기의 축제로서 한 해의 마지막에 다다르는 크리스마스를 조합한 시리고도 신선한 눈매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역시 시의 힘이 아닐까 한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영미시를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이렇게 자기 분야의 전문적 소재를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가벼운 책들이 21세기 문화 코드로 자리잡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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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06-09-0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추천하고 갑니다. 사기를 망설인 책인데 사봐야겠군요.

글샘 2006-09-0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들이 많더라구요. 기회가 되시면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