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살 커플은 대화가 다르다
조나단 로빈슨 지음, 서희 옮김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의 문으로 들어가 닭살 커플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저자는 적절한 사례와 함께 특유의 비유를 활용해 가면서 우리에게 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자존심 계좌>가 있다.
누구에게나 자존심 계좌가 있는데, 이 계좌에 잔고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잔고가 없을 때는 입금이 필요한데, 출금하려면 비상등이 울린다.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는 누구나 <상대의 잘못을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상태>가 되어 자기의 장점만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화가 나면 세살박이 어린이가 되어 내 기분을 이해해 주기만을 바라며, 충고를 듣게 돼도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하여 인정하고 감사하고 수용하는 3A(acknowledge, appreciation, acceptance)로 상대방의 자존심 계좌에 입금을 한 뒤에 비판과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안나 카레리나에 나오는 말처럼, 행복한 집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불행한 집에는 그 이유가 각기 다르다. 불행해 지기는 그만큼 쉽다. 한 가지만 결핍되어도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기 십상이란 이야기.

전등갓을 보지 말고 그 사람의 빛을 바라보라.

결혼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을 전적으로 사랑하여 그 사람과 모든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결혼 후엔 전등갓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 그 사람의 빛은 잊어 버리고, <비난>을 일삼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존재기 때문에 상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 온다. 그 때를 현명하게 넘겨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게 되며, 상대를 비난하여 나쁜 관계를 만들고 만다.

비난경보기가 울리는 순간, 배우자의 귀는 곧바로 청각능력을 상실한다.(아, 얼마나 적절한 비유냐!)

작가의 호흡 맞추기와 3ㄱ+해결 전략은 수긍할 만하다.

호흡맞추기는 내키지는 않더라도 몇 분간 서로를 안고 나서 기분이 풀어지는 편이, 화난 상태로 퉁퉁 부어서 하루 종일 지내는 것보다 훨씬 나음을 가르친다.

3ㄱ은 감사 - 긍정적 의도 전달 - 곤란한 상황 설명 - 다음에 질문하기이다. 화법의 하나로 훌륭한 기법이다.

혹시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이라면, 다이너마이트 상자를 주제로 대화를 나눠볼 만하다. 서로 다른 규율로 살아온 두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꼭 나눠볼 만한 이야기들.

외국어를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제2의 천성'을 만들려면 시행착오와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훌륭한 마술사는 완성도 높은 마술의 열쇠는 끊임없는 연습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삶의 목적은 행복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를 더 잘 이해시키고, 상대방과 적절한 대화를 나눌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다.

인간은 상처받기 쉬운 어린아이와 같다.
그런데도, 간디의 말처럼,
가장 변화시키기 쉬운 적은 대영제국이고, 가장 변화시키기 어려운 적은 마하트마 간디...다.

행복의 문을 통과하여 매일을 천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내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맨발의 겐 - 전10권
나카자와 케이지 글.그림, 김송이.이종욱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그 날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날이다.

원자폭탄의 힘으로 일본은 항복을 하게 되지만, 원자폭탄은 다시 일본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된다.

이 책만큼 원폭의 피해를 상세하게 그린 책도 드물 것이다.

원폭의 피해나 전쟁에서 패배한 국민으로서의 일본을 그린 글이나 그림들의 가장 큰 단점은 마치 자신들이 크나큰 피해자인 양 그린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 피해자인 일본 국민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동시에 원폭의 원인을 제공한 일본 군국주의자들과 천황이란 허구적 세력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함으로써 전쟁은 결국 돈을 버는 몇 놈을 제외하고는 모든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전후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과 함께, 원폭으로 두고두고 고생하는 비까 환자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반전 평화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전쟁에서도 이승만이 주장하던 북진 통일을 위하여 핵을 썼더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는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객관적 서술이란 어떤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겐이란 어린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명랑 만화와 같은 재미도 곁들이지만, 폭력 이외엔 자기를 보호할 수 없는 약자들의 모습을 시종 그림으로써 전쟁으로 얻는 자들을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간혹 오른 손 글러브가 왼손으로 옮겨가거나, 한국 전쟁이 1952년 7월 27일에 휴전협정을 하기도 하는 등의 실수가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선으로 리얼하게 그린 원폭의 그림들, 전쟁 후의 삭막함을 보여주는 노래들은 만화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이런 작품들을 아이들에게 읽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려서부터 전쟁에 강하게 반대하는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전쟁없는 세상에서 사는 가장 쉬운 길이라고...

지금의 어른들처럼, 반공, 반일 사상으로 무장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 그들은 군대와 사회에서도 수직적 명령 체계에 익숙해 져 있는 이들에게 평화와 자유란 방종처럼 보일 수도 있다. 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어려서부터 체험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폭력스런 세계의 비참한 결과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 - Art 020
마쓰오 바쇼 외 지음, 가츠시카 호쿠사이 외 그림, 김향 옮기고 엮음 / 다빈치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어제 비같지도 않은 비가 흩뿌리더니, 갑자기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음력으론 아직도 윤칠월인데...

이 책에선 하이쿠를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음을 붙여 둔 것이 돋보인다.

실제로 하이쿠는 정제된 <정형시>이기 때문에, 그 뜻보다는 형식미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다.
그래서 의미를 음미하는 것도 좋지만, 원음으로 읊어 보는 맛이 일품인 문학이다.

일본 방송을 간혹 보면 아직도 하이쿠 짓기 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일본어를 고등학교 수준에서만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짧은 실력이나마, 일본어로 읊조려 보는 하이쿠의 맛이 색다를 것이다.

그 옆에 보면, 하이쿠에 어울릴 만한 우키요에가 실려 있다.

미인도를 그려 두기도 하고, 도쿄의  풍경을 그려 두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화단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우키요에는 가장 일본적이어서 가장 세계적인 예술로 평가받기도 하는 그림이다.

일본놈들의 행태를 보면 참 부러울 때가 많다.

아들 녀석이 사회 시간에 일본에 대해 배우는데, 그들은 성실하고 부지런해서 경제적으로 성공했단다. 피~ 순 거짓말. 그들은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 뒤를 닦아 주면서 성공한 것이다. 만주 731 부대의 마루타 실적을 그대로 미국에 상납하고 얻은 평화와 부흥이다.

속으론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들에게 남은 전통, 가부끼나 노, 하이쿠와 우키요에 같은 것들을 보면 별것 아닌 것으로 생색을 잘도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럽다.

십년 이래, 우리도 지방자치제를 표방하면서 각 지자체에서 무슨무슨 '축제'를 시시껄렁하게 펼치고 있지만, 거기 모인 사람들은 떠돌이 유랑극단 내지는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음식 장사들 뿐이다. 토속 음식도 없고, 인정도 없고, 축제 속에 축제스러운 흥청댐은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한마당만 펼쳐질 뿐. 연꽃 축제엔 연꽃이 피지 않지만 휴가철에 맞춰 열린다는 해괴한 논리 앞에서, 한국의 지방자치제의 현주소를 읽게 된다.

일본의 갖가지 마츠리를 보면 부럽다. 별것 아닌 것들이지만, 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한국인들은 세계 유일의 시속 100킬로 이상 달리는 버스 안에서, 그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관광버스 춤을 개발한 민족이고,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식사를 빨리 마치는 민족이다.

느긋한 우리의 시간을 빼앗아간 식민지 시대와 가난했던 현대사의 굴곡을 비웃기나 하는 듯,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서 보니 눈물나게 서러운 과거만 가득한 민족에게, 일본인들은 자랑이나 하는 듯, 전통을 앞세우며 뿌리를 내세운다.

하이쿠의 밝고 발랄하고 신선하고 찡한 언어들을 느끼면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우키요에를 바라보면 될 일이지 청승맞게 남 탓이나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짠해지지만, 과연 우리에겐 우리 것이 있기나 한 건지... 생각하면 속이 쓰리고 맘이 아파서 해 보는 소리다.

죽이지 마라, 파리가 손으로 빌고 발로도 빈다.(잇사)
일어 음으론, 야레 우쓰나 하에가 테오 스리 아시오 스루.라고 읽는다.
직역하면, 야, 치지마. 파리가 손을 비비고 다리를 비비잖아... 뭐, 이런 느낌이다. 좀 다르다.

떠나는 내게 머무는 그대에게, 가을이 두 개.(시키)
일어론, 유쿠 와레니 도도마루 나레니 아키 후타스.
직역하면 가는 내게 머무는 그대에게, 가을 둘. 세상은 보는 이 숫자만큼 존재한다.

떨어진 꽃잎 가지로 돌아가네, 아, 나비였구나.(모리다케)
락카 에다니 가에루토 미레바 고쵸우카나.
직역하면, 낙화 가지로 돌아가서 보니, 나빈가...

봄비로구나. 소근대며 걸어가는 도롱이와 우산.(부손)
하루사메야 모노가타리 유쿠 미노토 카사.
봄비구나. 이야기하며 가는 도롱이와 우산. 아 그들의 도란도란 이야깃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하이쿠를 접해보지 못한 이들이 처음 하이쿠를 대하기 좋은 책이다. 그림이 있어 더 좋다.
그리고, 우키요에만 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일본어를 조금 안다면, 더없이 좋은 책이다. 중얼중얼 읽으며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 2006-08-31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에 읽은 이 책을 가을에 떠올리는 맛도 좋군요..

글샘 2006-09-0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쿠는 봄에 유난히 작품이 많지요. 이 책은 계절에 상관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현실문화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 지구 한 모퉁이에...

한 군인과 여고생이 교문 앞에서 작별을 나눈다. 그러나 곧 그들은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학교에 가기 싫은 여고생과, 다시 원대복귀하기 싫은 군인.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다.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몰라.

꼭 그들만이 왜 거기 있어야 하는지 모르는 존재들일까?

제복을 입고 닫힌 사회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유롭지 못한 판박이 같은 일상 속에서 신세 한탄하기 쉽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그런 신세 한탄도 알고 보면 배부른 소리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 종에 속하면서도 학생이나 군인처럼 밥주고 재미있는 시간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보장된 현재>조차 없는 이들이 세상엔 참이나 많다.

그러나 인권위에서 펴낸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보장된 현재가 비록 없을지라도, 그들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임을 느끼게 된다. 

엄마는 떠나가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 조손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막연하지만 <미래의 희망>은 있고,
만리 타향으로 돈에 팔려 시집와 사는 동남아 여성들에게도 웃을 일들이 있고,
에미그레이션은 가능하지만 이미그레이션은 불가능한 한국땅에서 불법체류하는 사람들에게도 하루는 있다.

시골의 텅 빈 학교 운동장에서도 간혹 운동회가 열리고,
촌로들의 가스랑거리는 기침 섞인 숨소리에도 두런거리는 대화가 달린다.
사십대에 정년을 준비하고, 오십대엔 돈을 벌 수 없는 사람들의 사회, 그 일용직의 사회를 보노라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비정규직이 정규적으로 생산되는 땅. 한국.

검고 흰 빛의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사진들 속에서, 오히려 도드러져 보이는 슬픔이나 절망, 좌절이란 감정들을 이겨내는 힘은 바로 그들이 인간이란 존재이기 때문에 우러나는 것이다.

보장된 것 하나 없는 듯 해도,
내가 지구 한 모퉁이, 여기 왜 있는지 몰라도...

그 곳에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꽃보다 아름답고,
어디 핀들 우리는 꽃이 되는... 인권을 가진 사람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 브라질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15세기, 신대륙에 광기의 열풍이 불어닥칠 때였다. 신대륙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발을 디딘 이들이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다만 성공이란 말이 <결과>만을 의미한다면...

원주민을 다 죽이고, 파괴하고, 자기들의 욕심을 채운 사람들...

거기 프랑스 사람들도 끼어 있었다. 결국 식민지를 만드는데 실패하고 말았지만.

너무도 많은 것을 누리고 있던 프랑스 사람들에게 중남미는 너무도 멀었던 것일까? 가까운 아프리카는 잘도 집어 삼켰으면서 중남미에서는 제대로 맥을 못 춘것을 보면 말이다.

콜롱브처럼 자연스럽게 그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인간들은 배우지 못하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심어준 소설이었다.

인간의 탐욕과, 헛된 욕망과, 무지와 갈등들이 지루하게 펼쳐진 소설.

테라로사라던가, 붉은 땅 브라질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프랑스인들에게, 재미를 보지 못한 역사를 들이미는 이 책은 그들이 굳이 부정하던 과거의 잔인한 역사를 잘 보여준다.

이런 침략의 야만적 개척사를 읽노라면, 선진국이란 그네들 낯이 좀 더 붉어지지 않을까? rouge하게...

방학 중에 이사하면서 읽었던 책의 리뷰를 한 달이 다 되어 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