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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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린이가 된다면... 나는 부잣집에 태어나고 싶다. 그래서 맘껏 책을 사서 보고, 핥기도 하고, 후추도 치고 할 수 있게 말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은 별로 마뜩잖은 일이다. 내가 찾는 책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서관 책들은 특히 상태가 별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서관의 오래된 책 냄새는 견디기 힘들다.

나는 새 책을 좋아한다. 빠닥빠닥 소리가 나는 새 책의 갈피를 넘길 때면, 마치 금세라도 손을 벨 것처럼 상큼하게 살아있는 종잇날의 신선함이 상쾌하다. 새 책에선 아직 빠져 나가지 못한 나무의 냄새도 살아있고, 제본 풀 냄새도 남아 있다.

책 먹는 여우라는 상상력을 존경한다.

책은 읽고 버리는 것이 아니다. 책은 정말 사랑스럽고 양념을 듬뿍 해서 먹어버리고 싶은 존재인 것이다.

책 속에 동화되기도 하고, 간혹 맛없는 책을 비판하기도 하면서, 책과 함께 뒹구는 시간들은 환상적인 시간이다.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동화는 처음이지만, 그미의 아름다운 상상에 나도 꿈의 날개를 펼쳐 보는 시간은 즐거웠다.

아이들에겐 무릇 새 책을 사줄 일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좀먹은 책들 말고...

술값 5만원은 아까운 줄 모르면서, 아이들 책 만원은 아까워 하는 인색한이 되지 말기를...
그리고, 정말 책을 사랑해서 야금야금, 꿀꺽 삼켜버리고 싶은 책사랑 아이들이 많이 많이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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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2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릴 때 책을 맘껏 못 사보아서 더 책을 좋아했던 것같습니다

글샘 2006-08-3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하늘 바람님. 맘껏 못하면 더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책 속에서 자양분을 얻으려 하던 시절이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건가 생각할 때면 씁쓸합니다.
 
인간을 위한 약속 사회계약론 나의 고전 읽기 3
김성은 지음, 장 자크 루소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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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르크스를 인용하며 남긴 유명한 격언.

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일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왜 다시 루소를 읽어야 하며, 루소가 고전이 되었는지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루소라고 하면 '자연으로 돌아가라'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그의 책을 읽지 않았으면서 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제네바를 여행할 때, 루소의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난다.

이 책은 루소의 사회 계약론을 시대적 배경에 맞춰 김성은씨가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어려운 책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고전을 읽을 때 겪기 쉬운 <초점 잃고 길 헤매기>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이로움도 있다. 그래서 고전을 어렵고 지겹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게 해 주는 것이 이런 책의 존재 가치다.

사회와 불평등의 성립,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계약>의 등장, 그리고 <일반 의지>와 입법, 정부의 존재와 종교에 대해 루소의 생각을 자세히 풀어 가는데, 그닥 어렵지 않다. 고등학생 정도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끔한 대목들이 많이 나온다.

빌헬름 라이히는 저서 <피시즘의 대중심리>에서 "가장 심하게 정치를 타락시키는 것은 스스로 비정치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소극적이고 사회에 무관심한 태도"라는 말을 했단다. 중립은 없다는 하워드 진의 말이 생각났다.

국민이 줄고 쇠퇴해 가는 정부는 가장 나쁜 정부다. 아, 한국 정부는 정말 나쁜 정부가 되어가고 있다.

그의 개념 중, 가장 낯설면서 핵심적인 것이 <일반 의지>란 것이다. 일반 의지는 대중을 위해 항상 옳은 것, 곧 공화국의 <공화> 개념이다. 그의 이런 생각들은 그의 사후에 프랑스 대혁명에서 로베스피에르 들에 의해 널리 애송되지만, 그는 공화의 꿈을 꾸었을 따름이고, 공화국 시민이 되는 영예를 누리지 못했고, 오히려 기독교의 지나친 독선에 대한 비판에 대한 탄압으로 피곤한 생을 마친다.

인간은 원래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그러나 인간은 어디에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이것이 그가 사회계약론을 쓰고 에밀을 쓴 이유의 시작이다. 그는 인간의 입장에서 <자유>를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자유를 점점 잃어가는 자본주의 맹아의 시대에 이미 그는 자본에 예속되어가고 있는 인간의 자유를 구원하고자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의 글을 읽으며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맹점을 경제적 입장에서 정리했던 것이고...

그가 이 글을 쓴 것이 어언 25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가 본 쇠사슬은 스스로 증식하여 점점 굵어지는 느낌이다. 세계화란 이름으로 온 지구가 하나의 쇠사슬에 매여져 가는 듯한 두려운 환영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고전이 오랜 시간 뒤에도 살아남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것을 읽고 나서 느끼게 되는 <자유 의지> 같은 것. <삶의 존재 이유>를 곰곰 사색하게 하는 그런 것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만 교육학적 저서로만 읽었던 <에밀>과 <사회 계약론>을 다시 읽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루소가 왜 인간의 본성에서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곰곰 따져보게 되었는지를 어렴풋이 아우트라인 잡아주는 유익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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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6-08-30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일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이 말을 저는 이렇게 바꾸고 싶네요.
나는 인간이다. 우주의 일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방학 잘 보내셨나요?



글샘 2006-08-3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방학 마치고 나니 바로 가을이 오는군요. 혜덕화님께서도 방학 잘 보내셨겠지요?
맞습니다. 모든 인간의 일은 나와 관계있고, 모든 우주의 일은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것이겠지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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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물살을 거슬러 오르려면 쉼없이 노를 저어야 한다. 잠시라도 쉬게 되면 배는 금세 떠내려 가 버리고 만다.

정약용 선생은 정조의 총애를 받았지만, 정조가 급서하면서 귀양을 가게 되고, 귀양지에서 필생의 대작을 남기게 된다.

선생을 사모하며 평생을 산 박석무가 엮은 서간집이다.

박석무의 덕분에 교과서에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가 실리게 되었다.

이제 2년 정도 뒤면 국어 교과서도 2종 도서로 분류될 때가 오겠지만, 이적지는 교과서가 전국에 1종인 바이블이 되었던 셈이다.

정약용의 글 속에선 학문에 대한 사랑과 실제적인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멀리

아버지가 보내는 편지글은 자식을 가르치는 엄한 선생님의 모습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편지에서 학문하는 길의 요체에 대하여 적는데, 생활 태도도 몹시 검소하고 겸손하다.

인간 만사의 호화로운 치장보다도 선생은 <독서>를 높게 친다.

독서 한가지 일만은, 위로는 성현을 뒤따라가 짝할 수 있고, 아래로는 수많은 백성들을 길이 깨우칠 수 있으며, 어두운 면에서는 귀신의 정상을 통달하고 밝은 면에서는 왕도와 패도의 정책을 도울 수 있어, 짐승과 벌레의 부류에서 초월하여 큰 우주도 지탱할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해야할 본분인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특징인 독서를 하지 않으면, 곧 소돼지나 마찬가지라고 그는 일갈한다.

맹자의 대체를 기르는 사람은 대인이 되지만, 소체를 기르는 사람은 소인이 되어 금수에 가까워진다. 고 하는 말을 인용하면서, 사람이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에만 뜻을 두고서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치려고 한다면 죽어서 시체가 식기도 전에 이름은 벌써 없어지는 자가 될 것이니 이는 금수일 뿐이다. 금수와 같은데도 원할 것인가?

하면서 독서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제자 윤종문에게 당부한다.

아, 이름을 기억하는 그들조차도 부초와 같은 미물임에랴, 독서는 이름을 남기려 함이 아니라, 제 즐거워 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독서가 점점 힘들어지는 날씨 좋은 가을날.
과실이 익어 떨어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그 과실을 먹고 씨를 퍼뜨림도 자연스런 일이듯,
책을 읽기 좋아하는 것도 자연의 이치고, 책 읽지 않고 뒹굴며 즐기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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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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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을 데리고, 그것도 엄마가 용감하게 길을 나선다.

경기도 곤지암에서 3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는 길은 낯선 일 투성이지만 아이들은 힘든 길을 걸어 갔다.

자동차로 가는 길이고, 여자들끼리이긴 하지만 야영장 같은 데서 잤기 때문에 크게 위험한 경험을 적은 글은 아니다. 그렇지만 엄마의 눈에 보이는 마로와 한바라의 성장은 여느때와 같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웃자라 있다. 다만 아이들은 자기가 자랐다는 것을 들키면 아이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인 척 할 따름이다. 자기들끼리 있을 때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이미 그들은 아이들이 아님을 어른들은 모른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몸집은 크고 나이는 먹었지만, 얼마나 세상에 무지한 사람들이 어른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도 아직 세상을 낯설어 한다. 휴대전화 114에 전화를 걸어서 상담원과 연결되기까지 한 1분을 지껄여대는 안내 멘트에 낯설어 하고, 간혹 02- 전화번호 뒤에서 들리는 무슨 카드나 보험 회사 안내원의 안녕하십니까 목소리에도 낯설어한다.

이런 어른들에게도 길을 떠나는 것은 필요한 일이 아닐까?

이번 여름엔 이사하고 집 꾸미느라 길을 떠날 엄두를 못 낸 것이 더 나를 움츠러들게 한다.

올 겨울쯤엔 아들녀석이랑 나도 든든하게 꾸려들고 길을 떠나볼까 구상을 해 볼 엄두를 내게 하는 책.

길 위에서 자란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기회를 갖게 하는 용기를 내게 하는 책.

허영만의 명작 '타짜'란 만화가 영화화된다는데, 그의 그림이 그려진 표지도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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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정찬주 글, 김홍희 사진 / 좋은날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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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쯤 전, 아내가 사 준 책이다.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그런데, 이사를 다니는 통에 어디에 있는지 늘 궁금했던 책인데, 이번에 이사를 하다 보니 다시 나타나서 화장실에 꽂아두고 한 열흘에 걸쳐 읽었다.

이사를 하고 나서 매일 노가다에 시달리다 보니 책 읽은 시간은 화장실 간 십 분 가량이다.

큰 절로 가는 구경도 재미있지만, 작은 암자들은 내가 가 본 곳이 별로 없어서 색다른 느낌이다.

선승들의 게송을 읽는 마음도 허허롭고 즐겁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사진이 곁들여진 것은 글과 조금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지만, 정찬주씨의 글발은 가벼우면서도 결코 경망스럽지 않다. 암자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동행으로 손색이 없다.

고승들의 일화를 거치는가 하면, 산길에서 만난 다람쥐를 좇아 가기도 하는 길, 암자로 가는 길.

훌쩍 모든 관계를 잊고 어디 고요한 암자를 만나러 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힘들게 일한 나를 떠나 보내고 싶은 오늘같은 날... 이 책을 읽는 일은 더 마음 들뜨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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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8-22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셨군요.
새집에서 마음을 씻는
암자같은 집이 되길...

몽당연필 2006-08-2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한동안 글샘님 서재가 한산...하다 했었는데 이사를 하셨군요. ^^*

글샘 2006-08-27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암자같은 집이 아니라 카페같은 집이 되어버렸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