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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한 약속 사회계약론 ㅣ 나의 고전 읽기 3
김성은 지음, 장 자크 루소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르크스를 인용하며 남긴 유명한 격언.
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일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왜 다시 루소를 읽어야 하며, 루소가 고전이 되었는지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루소라고 하면 '자연으로 돌아가라'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그의 책을 읽지 않았으면서 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제네바를 여행할 때, 루소의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난다.
이 책은 루소의 사회 계약론을 시대적 배경에 맞춰 김성은씨가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어려운 책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고전을 읽을 때 겪기 쉬운 <초점 잃고 길 헤매기>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이로움도 있다. 그래서 고전을 어렵고 지겹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게 해 주는 것이 이런 책의 존재 가치다.
사회와 불평등의 성립,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계약>의 등장, 그리고 <일반 의지>와 입법, 정부의 존재와 종교에 대해 루소의 생각을 자세히 풀어 가는데, 그닥 어렵지 않다. 고등학생 정도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끔한 대목들이 많이 나온다.
빌헬름 라이히는 저서 <피시즘의 대중심리>에서 "가장 심하게 정치를 타락시키는 것은 스스로 비정치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소극적이고 사회에 무관심한 태도"라는 말을 했단다. 중립은 없다는 하워드 진의 말이 생각났다.
국민이 줄고 쇠퇴해 가는 정부는 가장 나쁜 정부다. 아, 한국 정부는 정말 나쁜 정부가 되어가고 있다.
그의 개념 중, 가장 낯설면서 핵심적인 것이 <일반 의지>란 것이다. 일반 의지는 대중을 위해 항상 옳은 것, 곧 공화국의 <공화> 개념이다. 그의 이런 생각들은 그의 사후에 프랑스 대혁명에서 로베스피에르 들에 의해 널리 애송되지만, 그는 공화의 꿈을 꾸었을 따름이고, 공화국 시민이 되는 영예를 누리지 못했고, 오히려 기독교의 지나친 독선에 대한 비판에 대한 탄압으로 피곤한 생을 마친다.
인간은 원래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그러나 인간은 어디에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이것이 그가 사회계약론을 쓰고 에밀을 쓴 이유의 시작이다. 그는 인간의 입장에서 <자유>를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자유를 점점 잃어가는 자본주의 맹아의 시대에 이미 그는 자본에 예속되어가고 있는 인간의 자유를 구원하고자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의 글을 읽으며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맹점을 경제적 입장에서 정리했던 것이고...
그가 이 글을 쓴 것이 어언 25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가 본 쇠사슬은 스스로 증식하여 점점 굵어지는 느낌이다. 세계화란 이름으로 온 지구가 하나의 쇠사슬에 매여져 가는 듯한 두려운 환영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고전이 오랜 시간 뒤에도 살아남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것을 읽고 나서 느끼게 되는 <자유 의지> 같은 것. <삶의 존재 이유>를 곰곰 사색하게 하는 그런 것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만 교육학적 저서로만 읽었던 <에밀>과 <사회 계약론>을 다시 읽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루소가 왜 인간의 본성에서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곰곰 따져보게 되었는지를 어렴풋이 아우트라인 잡아주는 유익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