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葉櫻の季節に君を想うということ

하자쿠라노 기세츠니 기미오 오모우토이우 고토

벚꽃지고 잎이나는 시절에

너를 생각한다는 것... 이런 제목이다.

 

이 소설은 독자의 눈을 속이기 위한 트릭으로 가득하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강매하고,

보험을 들게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마약을 뱃속에 넣고...

상상할 수 있는 추한 모습들을 비판적으로 쓰는 것으로 보아

사회파 소설이라 볼 수도 있지만,

핑크빛 연애담에 가까운 감정들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범죄를 캐나가는 소설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제목을 생각해 보면,

벚꽃이 지고, 새잎이 나는 계절에... 너를 생각한다는 일...

 

벚꽃은 일주일도 될까말까한 개화기가 절정이다.

아직 불긋한 봉우리를 내밀 때도 볼품이 없고,

바람불어 벚꽃이 절반 너머 떨어지고 나도 볼품이 없다.

일년 삼백 예순 날 하냥 우옵내다, 던 영랑의 모란처럼,

일주일을 벚꽃의 삶이라 보면 착오라는 의미이리라... 싶다.

 

벚꽃이 떨어지고,

벚나무 잎이 돋는 시절... 이것이 '하자쿠라'다.

하자쿠라의 시절...은 나이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자쿠라 시절의 '너'

누구나 젊음의 기운이 사라지고,

이런저런 채무만이 삶에 덕지덕지 붙었을 때,

그때의 '너'를 생각하는 일... 에 대한 소설이다.

 

제목은 마치 낭만적인 연애소설처럼 붙였지만,

원제목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면,

무르익어 나이든다는 일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하는 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꽃을 보고 싶은 녀석은

꽃을 보며 신나게 떠들면 된다.

인생에는 그런 계절도 있다.

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지금도 벚나무는 살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물든 벚나무 이파리는 찬바람이 불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인생의 황금시대는

흘러가버린 무지한 젊은 시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미래에 있다.(린위탕) (510)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라는 책에도

나이들어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 얘기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나도 마흔아홉 살인데, 때로 자신이 노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산다는 것에 흥미가 없어지고, 체력과 기력이 떨어지는데도 아무런 위기 감을 느끼지 못한다.
평균수명이 될 때까지 산다고 치면, 나와 미에코에게는 아직 지겹도록 긴 인생이 남아 있는데.(23)

 

나도 나이들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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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한창훈 지음, 한단하 그림 / 한겨레출판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전해주고싶어 슬픈 시간이
다 흩어진 후에야 들리지만
눈을 감고 느껴봐 움직이는 마음
너를 향한 내 눈빛을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만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입은 내 마음까지
시선속에서 말은 필요없어
멈춰져 버린 이시간
사랑해 널 이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나 너 함께 하는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만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입은 내 마음까지
시선속에서 말은 필요없어
멈춰져 버린 이시간
사랑해 널 이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나 너 함께 하는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
이렇게 까만밤 홀로 느끼는
그대의 부드러운 숨결이
이순간 따스하게 감겨오는
모든 나의 떨림 전할래
사랑해 널 이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널 생각만해도 난 강해져
울지않게 나를 도와줘
이순간의 느낌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소녀시대, 다만세)

저항의 자리에서 이런 노랠 부른 사람들이 있었다.

 

반복되는 슬픔... 이런 말들과,

다시 만난 우리의 세계... 이런 말들이 여운을 주었을 것이다.

 

대선으로 바꿉시다~ 하는 소주 광고가 있다.

 

 

부산에서 만들던 소주인데 C1이란 상표로 선전하다가

좋은데이에 밀리던 중,

대선을 맞아 요즘 인기가 상승중이다.

 

대선 지난 지 2주만에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른다.

정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뉴스만 봐도 눈물이 난다.

 

한창훈의 이 소설은 이명박근혜 시기의 불행을 딛고자 쓴 우화들이다.

간절하게, 좋은 세상을 꿈꿉니다. (175)

 

작가의 말에서 2016년 초여름의 좌절이 묻어난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이것이 단 한 줄의 법조문인 나라를 꿈꾼 우화다.

 

민주, 라는 방법론과

공화국, 이라는 목적론이 도달하는 이상세계가 그런 곳이다.

 

헌법 제1조를 노래로 부를 정도로,

이 나라는 높은 자들이 개돼지를 짓밟았고,

경찰, 언론을 이용해 호도하였으며 억눌렀다.

 

배가 뒤집어져도 구하지 않았고,

억울함을 호소해도 비아냥거렸다.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세금을 강물에 퍼부었고,

자원외교에 실패하면서 커미션을 챙긴 정황이 드러나고,

방위산업 비리 역시 커미션이 오갔을 것으로 보이고,

결국 나라를 통째로 털어먹다가 박-최 게이트가 재판으로 가고 탄핵에 이른다.

 

그들이 우리 위에 있다고

짓밟았다고 여겨져서 물이 배를 뒤집은 것이다.

 

이제 눈물은 좀 닦아도 되리라.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 권양숙 여사님이 눈물을 쏟았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셀 했건만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끼는 가사를 들으며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제발, 간절하게 빈다.

더이상 비상식적인 자들이 세상에서 횡행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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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 개정판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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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억을 잃는다는 건

그 옛 나날들을 두 번 다시 살아볼 수 없다는 거야.

인생 그 자체가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흘러버리는 것처럼.(22)

 

죽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죽음은 일상이지만,

8년 전 노 대통령의 죽음,

용산의 죽음과 쌍차의 죽음들...

그리고 세월호...

 

나와 상관없는 죽음들이라 여기려 해도,

인생 그 자체가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흐르는 느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결코 나와 상관없을 수 없었던...

 

너의 옆은 정말 마음이 편했다. 고맙다.(126)

 

이 이야기는

재회의 판타지이고,

조선시대에도 금오신화에 숱하게 등장하던 패턴이지만,

옆에 유지라는 아이가 있어 슬픔보단 경쾌함을 더해준다.

 

다시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둘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러 올 거야.(62)

 

확인하러 올 수 없는 죽음.

그렇지만 감추려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죽은 미오가 살아올 수 없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하지만,

몸이 온전하지 않은 다쿠미(닷쿤)와 유지에게는

미오 없는 세상은 무의미한 세상이므로

미오는 죽었지만 늘 함께 했을 것이다.

 

정말 마음이 편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

고마워하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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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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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라마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유명한 이야기.

주인공은 음행의 죄를 판정받지만, 자신은 음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불복하고...

 

자신의 행위에 의해 상대방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느냐,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대의 진심을 이용하지는 않았느냐,

이것이 바로 음행의 정의...(62, 372)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주인공 쓰바키 과장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마지막에서는 가슴을 치며 마음아파하며  듣는다.

 

짙은 슬픔이 야윈 등을 뒤덮고 있었다.(129)

 

야쿠자 출신의 다케다는 다른 사람으로 오인받아 죽게 되는 사람인데,

별개로 나아가던 쓰바키, 다케다, 꼬마는 사건이 전개되면서 서로 이어진다.

 

혼잡한 전철 안에서 그는 아무런 이유없이 남자들에게 겁을 먹었다.

체구가 작고 무력하다는 건 이렇게도 불안한 것이었던가,

왜 세상의 남자들은 연약한 여자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는 것일까?(206)

 

여자는 자기 표현을 하지 않으면 손해예요.

어른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기주장을 펼 필요는 없겠지요.

그러나 자기표현은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자기 주장은 권리이지만 자기표현은 의무예요.

그것을 착각하면 윗사람에게 오해받거나

아랫사람에게 무시당하거나 동료들에게 따돌림당하지요.

실력도 노력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해요.(314)

 

역지사지다.

상대로 살아보지 못하면 그 불안감을 이해하기 힘들다.

여성에게 주어진 유리천장과 불안감,

여성의 몸으로 돌아온 쓰바키 과장이 들려주는 심정은 의미있다.

 

이쪽 세상에 있는 사자들 중에

현세에서 풀어야 할 게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답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있는 거라고요.(281)

 

누구나 스스로의 삶을 다른 사람의 그것보다는 높게 평가할 것이다.

이 책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삶,

사는 동안 잘 살라는 메시지를 아련히 남긴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영어 속담, 격언을 조사해 보라 했더니,

 

Hope springs eternal.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today is a gift, we call it a [present].

같은 문구들을 좋아했다.

희망을 갖고, 현실에 충실하자는 말들이다.

 

백화점은 도시 한가운데 있는 꿈의 상자예요.

행복한 사람도 불행한 사람도 꿈을 사러 오지요.(320)

 

백화점에서 과로사한 주인공에게

백화점은 특별한 공간이다.

 

세상은 그렇게

누군가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어딘가와 특별한 장소란 기억을 맺다 가는 곳임을 생각하게 하는 책.

 

슬픔이 밀려들 때는

별을 보렴.

그러면 자신이 얼마나 작고 시시한 일로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347)

 

꼬마들이라고 세상을 모르지 않는다.

꼬마들과 별을 보면,

또 이런 소설을 읽노라면,

세상은 작고

자신은 시시함을 깨닫고,

즐겁고 발랄해지고 싶어진다.

 

저승길에 피어있다는 사라꽃은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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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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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놀이라고 폄하하지만

이 세상은 애초에 놀이로 성립되어 있습니다.(266)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보니

반전은 재미있으나, 이야기들이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 많다.

 

두번째 소설은 처음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좀 흡인력이 있고,

첫번째와 세번째 소설은 반전을 위해 나머지 이야기가 존재하는 듯...

 

읽고나면 좀 시시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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