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 MBC TV 포토에세이
포토에세이 사람 제작팀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mbc에서 방송했다는 포토 에세이라고 한다. 나는 본 적이 없다. 하긴, 텔레비전이라곤 보는 것이 거의 없으니...

배철수가 읽었고, 흑백 사진으로 엮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이다.

<이것이 인생이다>나 <인생 극장> 같은 구구절절이 할 말 많은 것이 인생이란 것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이다. 인생.

그 속엔 알콩달콩 재미나는 이야기도 간혹 들어 있지만, 씀바귀보담도 꼬들배기보담도 더 쓰라린 맛으로 점철된 그것도 있다.

그 사람들을 돌봐주는 평범한 하느님들도 계시고, 그 쓰라린 맛을 반찬삼아 시원한 물에 밥 말아서 후루룩 뚝딱 먹어 치우고 다시 하루를 살아 가는 용감한 사람들도 있다. 역시 안쓰런 것은 아이들의 모습이다. 아직 어린 나이에, 친구들은 치즈 돈가스나 피자같은 달큰한 맛에 절어 살 때에 맛보는 쓴 맛은 훨씬 훗맛이 쓸 것이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의 웃음조차도 흑백 사진 속에 담기면 아름답다.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일까? 아무리 누워서 하루를 보내도 천정에 기어가는 거미를 보면서 아름다운 것일까?

행복하기 때문에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사람들의 역설은 배부른 나를 부끄럽게 한다.

나이 들어서도 새로운 시작에 부끄럽거나 힘겨워하지 않는 이들을 만날 때, 청춘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란 것을 새삼 배우게 된다.

'나만 아는 사람'이 될 수 없어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 간다는 숱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하나님의 큰 뜻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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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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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스로를 몬스터라고 부르는 여자, 잡지사 여기자 김경.

도시에서 전문직으로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패션에 관심을 두며, 결혼 전의 처녀 총각들의 공통의 관심사인 이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툭툭 불거져 나온다.

알라딘의 다른 서재를 돌아다니면서 어쩌다 얻어 들은 이름인데, 스스로 몬스터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지극히 정상인 도시 여성이다. 뷰티풀~하고 싶은 희망 사항이야 보아주는 사람 나름의 시선일 테고...

그의 관심사는 다양한 듯 하지만, '도시 여성의 패션'에 대한 것과 젊은이로서 '사랑'에 대한 것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의 이 책에서 제법 생각을 곱씹었단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단 하나의 이유, 방안에서 조용히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

문화는 우울한 생을 위한 도금.

이렇게 도시 생활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기도 하다.

남성은 사랑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여성을 사랑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사랑을 사랑하는 것으로 끝난다.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대. 늘 날아 다니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소녀같은, 때론 경박하기도 하지만, 대담하며, 민감하고, 항상 사랑에 빠져 있는 사과나무...의 여자.

쉬크(멋있는, 세련된)하고 싶고 부티나는 빈티지 룩을 좋아하는, 그러나 스스로는 빈티 나는 그런지 룩인  잡지사 여기자의 잡문들에서는 사람 냄새와 말라 비틀어져가는 바게트 냄새가 섞여 난다.

세계가 허망할수록 외적인 탐미성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덧없는 감각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탐하는 즐거움.

이런 구절들을 보면, 그가 몸담고 있는 잡지사란 곳의 생리를 느끼게 한다.

그의 통찰력 중, 가장 내 맘에 든 것은 이회창 후보가 왜 두 번이나 대선에서 실패했는지를 분석한 나름의 이유다. 염색을 했다는 것. 자신의 트렌드를 만듦에 실패한 효과가 그만큼 쓰라림을 잘 보여주는 냉철한 분석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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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2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3-06-12 20:52   좋아요 0 | URL
ㅎㅎ 7년이나 전에 쓴 리뷴데요... 책은 더 전에 나왔구요
암튼, 반갑습니다~
사뭇 다른 삶... 이 어떤지, 더 좋아진 쪽이겠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삶과 죽음에 대하여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순희 옮김 / 고요아침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크리슈나무르티 신탁재단에서 기획한 테마 시리즈 중 한 권으로, 그가 1932년부터 1976년 사이에 인도와 유럽에서 한 강연과 학생들과의 대화, 그의 일기 중에서 삶과 죽음에 관한 내용을 발췌해 모은 것이다.

그래선지, 이야기가 재미없게 줄줄 늘어지는 느낌이다. 유사어가 반복되며 비슷한 개념이 순환된다.

재미있는 드라마의 기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처지가 어울리지 않는 남녀의 짝짓기(춘향전, 인어 아가씨, 신데렐라 등)이며, 다른 하나는 이쁜 여배우가 불쌍하게 앓다가 콱 죽어 버리는 것이다.

송혜교가 죽었고, 김희애가 죽었고, 최진실이 그렇게 죽어 갔다. 콱!

인간은 죽음이라는 <관념>을 두려워하는 동물이다 보니, 이쁘기만 한 여주인공이 어느 날 죽음의 <관념>을 두려워하고 그러다 보니 죽음을 맞기까지 사랑하는 이와, 아이들과, 이 세상과, 좋아하는 일과, 스스로와 이별한다는 관념을 곱씹으며 슬픔을 판매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을 경험해볼 순 없다. 그래서 죽음은 모르는 것이고,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미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그 마지막에 서있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인생 수업>에서 '놓아 버리는 순간 두려움이 사라진'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이 <공 空>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죽음도 하나의 관념에 불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시간의 노예가 되어, 그 시간 틈틈이 무언가를 계속 알려고 하고 가지려고 한다.
추억과 경험과 실제를 알고 있는 것을 재산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인간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홀로 있게 되는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해 연민을 느끼면 우울하고 슬프게 된다.
하물며, 죽음처럼 엄청난 것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크리슈나무르티는 마음이 순수해져야 하고, 어떤 개념이나 관념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이 곧 하느님 앞에 내 존재의 모든 것을 '내려놓음'의 자세이고,
부처님의 깨달음처럼 세상 모든 것이 '비어있음'을 깨닫는 경지라 하겠다.

죽음은 비로 먼지를 쓸어 버리듯, 우리의 인생을 그저 쓸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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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현대지도자
서중석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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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배웠던 한국 현대사에는 이승만 대통령, 김일성(나쁜 의미의) 수령, 박정희 대통령, 통일의 선구자 백범 김구 선생...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대학 들어가서 처음 읽은 '해방 전후사의 인식'에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여운형> <김규식> 등이 등장해서 김구나 이승만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맡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결국 이승만은 나쁜 놈이었다.

박정희로 들어가면 장준하가 등장하는데, 박정희의 무덤에 침을 뱉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그에 대해서도 잘 몰랐으며, 조봉암에 대해서는 정말 알기 어려운 것이었다.

조각조각 삐뚤어진 역사 지식을 퍼즐 맞추듯 짜맞추곤 있지만, 아직도 내 머릿속에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많다.

이 책에선 여운형, 김규식, 김구, 조봉암, 장준하에 대해서 깊진 않지만, 많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익히 알고 있던 인종들이라서 이 책에선 새로울 건 없었다.

건국 준비에 앞장섰던 여운형과, 남북 분단을 막아 보려던 김규식 선생을 읽으면서, 역사에서 <만일~>을 대입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구 선생의 초기 우익적 행동은 그의 '백범일지'에서 읽을 수 있던 방향성 없음을 느끼게도 한다.

이즈음 미국이 악랄하게 드러내는 신 식민주의, 신 자유주의 신 보수주의, 신 제국주의 속셈을 이미 수십 년 전에 간파한 사람들이 모두 제거되는 역사는 비극 그 자체였다.

특히, 조봉암의 사회민주주의와 진보당, 민족의 길을 보여준 제 3의 길을 제약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외 환경은 한반도에 내려진 저주의 그림자로 비쳐진다.

장준하가 우익 필진으로 시작했단 것도 새롭다면 새롭다.

아직도 <지역 의식> <색깔론>으로 일컬어지는 한반도 특유의 [냉전 구도]는 언제든지 한국 정치에 <괴물>을 등장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 눈에는 너무도 선연히 보이는 식민지 침탈의 한미 FTA 협정을 두고, 지켜보자는 둥, 실익을 노릴 수 있다는 둥, <중립>을 지키는 듯이 보이는 자들은, 이미 식민주의자들의 편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중립을 표방하는 자들에겐 항상 기득권이 있어왔던 것이 역사의 진실이었으니 말이다.
방패에 찍히고, 깨지는 민중의 목소리가 언제 그른 적 있었던가?
아웃사이더들의 비명이 진실로 밝혀 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협정에 관한 비밀을 3년간 지키고, 향후 50-70년간 영향력을 미칠 중요한 협정을 정부에 맡겨 두라는 속편한 사람이라면... 참 좋겠다.
내가 이승만 박사를 최고의 민족 지도자로 여기고,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눈물 흘리는 바보 멍청이 였으면 차라리 행복하겠다.
장준하, 조봉암 따위 이름은 아예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아직도 박정희의 독재를 기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총독부 건물을 자료관으로 남길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서울 시청을 멀쩡하게 잘 쓰고 있는 사람들.
왠지 온통 모순 덩어리로 보이는 기득권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제 나라를 미국으로 합치려는가?하고.

이 책의 단점은 사 보기엔 지나치게 비싸단 거다. 하드 커버에 1만7천원. 나같은 곁다리 독자들은 도서관에서 아니면 절대 사보지 않을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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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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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0킬로미터를 자전거로 달린다. 아메리카 대륙의 동쪽 바다 대서양에서 서쪽 바다 태평양까지.

저자는 원래 마라톤도 하고, 수영도 즐겨 하는 <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번엔 나이 마흔에(아, 내 나이 마흔에 나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난 전혀 위기의식 없이 살고 있었는데... 배부른 돼지로...) 그는 내 나이에 자전거 하나에 몸을 싣고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 있었다.

그의 자전거 여행이 <한반도>를 국한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로 보인다.

한국은 가난한 나라여서 아직도 이 좁은 땅을 도보 여행하거나 자전거 여행하는 코스가 별로 없다.

그렇지만 미국은 역시 풍부한 나라였다. 자전거 트레일이 여러 곳 개발되어 있었고, 많은 자전거 혁명 동지들이 있었다.

자전거는 혁명이다. 자전거는 지점과 지점 사이의 거리를 천천히 달리면서(걷는 것만은 못하지만) 속도보다는 경치를 보게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홍은택씨의 자전거 타기는 하루 100킬로 이상 달리는 것으로 볼 때, 좋은 경치를 놓치는 자전거 타기이기도 하다.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정말 나는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 무슨 일이냐. 이 책을 야금야금 읽고 있는 도중에, 부산서 서울을 열흘만에 걸어 가셨다는 선배님을 만나게 되는 일은... 강물은 빨리 가라고 등 떠밀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가끔 이렇게 내 등을 떠민다. 이것을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야 하겠다.

자동차를 가지면서 여행을 할 때, 트렁크에 온갖 잡동사니를 싣는 버릇이 생겼다. 쓸모가 있건 없건 트렁크에 베개, 이불까지 쑤셔박고 다니다 보면 쓰기도 하고 안 쓰기도 한다. 그렇지만 도보나 자전거 여행의 좋은 점은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낼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것들의 숫자를 줄인다는 것이다.

내 몸에서조차 불필요한 지방 덩어리들을 가득 달고 다니는 현실에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조차 버리고 싶은 한계 앞에 마주서는 일은 여행자의 배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다. 버리는 것의 소중함.

살다 보면, 세상은 왜 이리 힘든 거냐... 할 때가 많다. 그 때 주위를 둘러 보면, 남들은 참 잘도 웃고 행복하기만 한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책에서 만난 <로그 북>이란 단어는 많은 생각을 떠올린다. 첫사랑과 이별하고 몇날 며칠을 속끓이고 있을 땐, 라디오 모든 노래가 내 노래고, 모든 사랑이 내 사랑과 일체형이었음을 깨닫게 되듯이, 통나무 집에 비치된 로그 북(우리 말로 방명록이랄까)에서 사람들의 흔적과 자취를 느끼는 일은 인생 역정에서 힘든 것들을 이겨내게 하는 비유가 될 수도 있겠다.

세상이 불평스러울 때, 힘들 때, 하느님이 원망스러울 때, 펼쳐볼 수 있는 로그북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 로그북 있는 사람은 정신병 걸릴 염려, 탁 놓아도 좋겠다.

자전거 혁명 동지들에게서 배운 여러 가지 중, 앨리슨의 이야기는 땀 철철 흘린 뒤에 맛보는 시원한 샘물처럼 독자를 명상의 숲속으로 이끌고 산림욕의 치톤향에 빠뜨린다.

바라는 것.
소란스러움과 서두름 속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하기를.
정적에 싸인 곳을 기억하기를.
쉽게 굴복하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당신의 진실을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하기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심지어 아둔하고 무지한 사람들에게도 귀를 기울이기를.
그들도 그들 나름의 이야기가 있으니,
사납고 나쁜 사람들을 피하기를. 그들은 영혼을 갉아 먹으니.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면 공허해지거나 잠시 기분이 나아질 뿐,
세상에는 항상 당신보다 낫거나 못한 사람들이 있거늘.

앞일을 계획하는 것만큼 지금까지 이뤄낸 것들을 음미하길.
아무리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그것이 당신이 할 일이라면 그 일에 흥미를 잃지 않기를.
시간에 따라 운은 변할 수 있지만 그것은 변하지 않는 당신의 천직이 될 것이니.
사업을 할 때는 조심하기를. 세상에는 사기가 판치고 있으니.
그러나 이것 때문에 좋은 일들에 대해 눈감는 일이 없기를.
많은 사람들이 높은 이상을 위해 분투하고 있고 영웅적인 노력들로 세상이 가득차 있으니.
아무리 무미건조하고 정나미가 떨어지는 일들이 벌어져도 사랑이야말로 잔디처럼 끊임없이 솟아나는 것이니.

젊음의 것들을 우아하게 단념하면서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기를.
갑작스런 재난에서도 당신을 지켜줄 영혼의 힘을 키우기를.
그러나 상상의 것으로 스스로 괴롭히지 말기를.
두려움은 대부분 피로와 외로움에서 싹트나니.
엄격한 자기 수양을 넘어서 자신에게 온화하기를.
당신은 우주의 자녀이니, 나무와 별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니,
당신은 여기 있을 권리가 있거늘.
그리고 당신이 의식하든 못하든, 우주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대로 끝없이 펼쳐지고 있으니.
그러므로 신과 융화하길.
신이 당신에게 어떤 모습이든 간에,
그리고 삶의 시끄러운 혼란 속에서 당신이 무엇을 열망하고 무엇을 위해 다투고 있든 간에 당신의 영혼과 조화를 이루길.
세상은 거짓과 허영과 무너진 꿈으로 가득 차 있어도 여진히 아름답거늘.

조심하기를.
행복하기 위해 분투하길.

내가 사는 하루 하루가, 이렇게 갓길로 가는 자전거 타기와 다름 없는지도 모르겠다.
수십 톤의 트럭에 시속 백킬로 이상으로 씽씽달리고,
커브 한 번 잘못 틀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
가끔 아름다운 사람들도 만나고, 힘든 사람들도 만나는 곳.
그러나, 결정적으로 외롭게 혼자 힘을 다해 달려야 하는 길.
높은 곳에 오르면 느낄 것이라고 혼자서 예상했던 쾌감, 성취감은 오로지 상상이었음을 깨닫는 것.
다 올라 보면, 다시 내려갈 일 외엔 아무 일도 없는 그것.
그렇지만 올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정말 대단한 일처럼 보이는 것.
고군분투 마무리 지었을 때, 이것이 마지막임을 깨닫고 편안하게 마무리하는 것.

중도에 그만 두는 이도 보이고, 중간중간 꾀를 부려 건너뛰는 이도 보이는 것.
돈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도 만나고, 풍족하면서도 여유를 즐기는 사람도 만나는 것.
세상은 직선으로만 달려야 행복한 것이 아님을 배우는 것.
종아리 힘이 빠지면, 발바닥 힘으로, 다시 대퇴부의 힘으로 달릴 줄 아는 것.
그렇지면, 결코 물러서지 않는 것.

때론 미친 개가 달려 들고, 모기 떼에 시달리고, 잦은 고장과 펑크로 멈춰서지만,
임시 방편, 고식 지계로 잠시 따돌리고 앞으로 앞으로 묵묵히 혼자서 가는 것.
그것이 인생임을 자전거 하나 타고 세상을 돌면서도 보여주는 책이 이 책이다.

디자인도 예쁘고, 홍은택의 이야기 솜씨도 유쾌하다.
나를 부르는 숲의 저자가 그 힘든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가면서도 잃지 않았던 그 유쾌함에 전염되기라도 한 듯.

내 나이 마흔에 다가온 이 책과 도보 여행자 김선생님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다다른 나에게 자꾸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너는 왜 사냐고...
그리고 체중 감량보다 더 중요한 욕심 감량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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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만루홈런 2006-07-27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자전거여행을 읽고서 무작정 친구 두명과 같이 자전거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강릉-부산-땅끝마을에 이르는 약 800여 KM의 거리를 정말 무식함 하나로 무장하고 달렸습니다.. 다행히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평생 남을 안주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꼴랑 한번 다녀온 자전거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에 관련된 여행이야기라면 끌리게 마련입니다.. 이 리뷰를 읽어보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올 여름 시원한 휴가도 못 다녀오는데 선풍기 앞에서 이 책이나 읽어야겠습니다..^^;

안부인사가 늦었습니다.. 잘 지내시죠? 이제 오랜만에 무더위가 찾아올 듯합니다.. 건강하세요..

글샘 2006-07-27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망이님... 잘 지내죠. 이제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지네요. 이야~ 800킬로를 자전거 여행을 하셨다니... 용기가 대단하군요. ㅎㅎ 좋은 경험이셨겠는데요.

비로그인 2006-07-2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중 감량보다 힘든 욕심 감량... 어려운 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