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안녕하십니까.
전교조 우리학교 분회장을 맡고 있는 0 0 0 입니다.
지난 28일 천성산 산행은 정말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에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좀 무거운 이야길 드릴까 합니다.
요즘 뉴스에는 '교사들, 왜 이러나?'하는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심할 정도지요.
십 년 전, 교사들이 촌지를 받고, 향응을 받고, 폭행을 한다고 선정적으로 집중 보도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뒤, 교육개혁과 함께 교원의 정년이 3년이나 줄어드는 폭력적인 정책이 발생했습니다. 국민이 찬성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그 때, 원로교사 한 명 나가면, 신규 세 명 뽑을 수 있다고 달콤한 말로 국민을 우롱했지만, 사실 신규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즈음, 벌어지는 일련의 폭력 교사, 도박 교사, 성추행 교사 들의 보도 이면에는, 국민의 정서라는 객관적이지 못한 정서를 이용하여 <교사 구조조정>을 꾸미고 있는 시도가 숨어 있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전교조에서 오버하는 것이라면 저도 정말 좋겠습니다.
성과급을 그냥 주는대로 받을 수 있다면, 저도 좋겠습니다.
10년 뒤가 되면, 학생 수와 학급 수가 급감합니다.
그 때, 교사를 대폭 줄여야할 필요를 정부는 깨닫고 있습니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이미 교사 구조조정을 학교의 선택에 맡긴 바 있습니다. 음미체 과목을 성적 내지 말자고 했다가 물러선 사례도 있습니다. 대학입시와 관련없는 과목은 대폭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2015년이면 중학교 교사 40%, 초등학교 교사 50%가 과원의 대상이 됩니다.)
올해부터 성과급을 50%는 차등 지급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성과급이 빨리 나오고 별 탈없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입니다만, 내년부터는 100% 차등 지급을 하겠다고 하며, 이후로는 교사를 S, A, B, C 등급으로 가르게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연공 서열 순으로 십여 만원 더 드리고, 손해보는 일은 별무상관이었지만, 교원 평가제와 맞물려 이제는 C등급을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게 됩니다. 동료 교사와 성과급, 평가제를 놓고 경쟁해야할 날이 눈앞에 다가온 것입니다.
요즘 발생하는 많은 사건들을 보며, 국민들을 이렇게 호도할 것입니다.
“문제 교사는 내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훌륭한 교사에게 성과급을 더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학교에서 S등급과 C등급의 선생님을 어떻게 가를 것인지, 교장, 교감 선생님들께 맡겨 드릴 수 있을까요? 그런 기준이 있겠습니까?
이제까지는 교사가 노동자와 다른 측면이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임금 협상과 부당한 해고를 숱하게 당하고, 인격적으로도 무시당해 왔지만, 교사들은 국가에서 임금을 꼬박꼬박 지급했고, 정년이 보장되었으며, 사회적으로도 대우받아 왔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전교조는 진보 지식인 집단의 양상을 많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노동조합이 절실하게 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본격적인 임금 투쟁과 부당해고 반대 투쟁을 벌이게 될는지도 말입니다. 성과급 거부 투쟁은 임금 투쟁의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기로 이미 확정한 바 있고, 미루다가 방학 중에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등급간 최고 차액은 46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돈은 좀 적게 받아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경력이 적다는 이유로 최하 등급을 받고, 몇 년 누적되면 퇴출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일에 긍정의 시선을 보내시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전교조가 오지랖 넓게 각종 사안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일에 못마땅한 점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FTA 문제,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건설 문제, 환경 문제 등에 두루 깊이 관여하고 있어서, 어쩌면 본분이어야 할 <아이들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지 못한 것 같아서 틈나는 대로 건의도 하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모든 문제들이 하나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 물결이 교직에도 물밀듯 밀고 들어와, 각종 혁신 학교, 외국인 학교는 저 앞에서 달려가고, 나머지 공립학교는 계속 지체되는 일이 눈 앞에 보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10년 안에 교사에 대한 구조 조정이 닥쳐왔으니까요.
다른 학교들에서도 성과급을 반납하여 <교원 평가와 성과급>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셔서 조합원이 아니신 선생님들께서도 대거 참여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본교에서도 여러 선생님들의 동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꿀물 몇 푼 받아쓰는 데 급급해서는 앞으로 닥쳐올 <독>에 대비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뜻을 같이하시는 분들은 일단 교무실에 붙여둔 <교육부에 보낼 항의 서명 용지에 서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구 사항은,
1. 차등성과급 확대를 강행할 경우, 전액 반납한다.
2. 성과급을 전액 수당화하여 교직 연구 수당으로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이후, 방학 중에 각 선생님들의 통장으로 성과급이 입금되거나 하는 경우, 제 명의 통장을 개설하여 알려드릴 것이오니, 제 통장으로 입금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오늘 드린 말씀이 몇 년 후, 쓸쓸한 웃음거리로 지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분위기 파악도 제대로 못한 사람이, 오버한 것으로 말입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현명한 판단과,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2006년 7월
걱정만 많은 동료 교사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