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正熙의 마지막 하루 - 10.26, 그날의 진실
조갑제 지음 / 월간조선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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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에게 박정희는 영웅이었다.

민중을 사랑하는 소박한 서민형 지도자였고, 죽어가면서도 경건함을 잃지않는 완성된 인격자였고, 조국을 걱정하는 애국적 지도자였다.

그래서, 조갑제는 박정희가 신격화 되기를 바란다.

그의 무덤에 침을 뱉는 자들 - 박정희의 친일 혐의, 좌익 배신 혐의, 독재 혐의 - 에게 지독한 적의를 표출하는 일관성을 보인다.

나는 조갑제처럼 일관성 있는 사람들이 맘에 든다. 결코 사랑할 수는 없지만.

흔히 사람들이 전두환처럼 단순 무식한 지도자라야, 민중의 공분을 얻어 개혁 대상이 된다고 하듯이.

국민의 정부, 참여의 정부가 보여준 무능함과 주관 없음은 개혁이 무엇인지를 표류시켜 버렸다. 오히려 박정희 신드롬에 매몰되어 박근혜를 주축으로 한 한나라당의 승리를 만들어 주게 된다.

박정희가 죽던 날. 나는 중학교 첫 가을 소풍을 갔다. 그가 죽은 다음 날 아침, 그 날은 유난히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고, 조회 시간에 담임을 통하여 그의 죽음을 듣는다.

9일만에 치러진 국장을 보면서 짜라투스투라는 수백번을 들었고, 많은 눈물을 뿌렸다.

박정희는 확실히 매력있는 지도자였다. 그가 즐겨 했다던 미녀 파티와 어울리지 않게 소박한 그의 허리띠 같은 측면, 그리고 농촌을 좋아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많은 사람들은 애정을 보낸다.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그는 분명히 불행한 정치가였다.

미국이란 깡패 국가의 하수인으로서 베트남에 용맹하게 젊은이들을 보내야 했고,
독재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숱하게 형장의 이슬로, 의문사로 마감하게 했으며,
그의 정치적 재임 시기는 끊임없는 저항에 부딛혀, 끊없는 긴급 조치로 일관해야 했다.

결국 미국의 반대로 그는 총맞아 죽는 불행한 독재자로 일생을 마치게 된다.

나는 간혹 이런 생각을 한다. 1978년. 그의 마지막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출마를 포기했다면...
그가 꿈꾸던 대로, 영남대 총장으로 그의 만년을 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가 이루어 놓은 것들이 사상누각이라기 보다는 온 국민의 땀방울로 이루어 진 것이었기에, 그의 정치적 오점들도 용서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을... 나도 어지간히 그에게 오염되었던 모양이다.

일각에선 그가 깨끗했다고 하지만, 박정희와 육영수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정수> 장학회는 아직도 박근혜의 이름으로 멀쩡한 것을 보면, 그 비자금을 알기란 힘든 노릇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한 점은 20대였을 70년대에 찍힌 박근혜의 사진이 지금이나 여전하다는 것이다. 헤어스타일에서 얼굴 모습까지... 박정희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유령의 환청을 오늘도 여전히 울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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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그 후 - 주한미군범죄 55년사 - 20세기 야만과의 결별을 위한 현장 보고서
오연호 지음 / 월간말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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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만큼 충격적인 책이 또 있을까?

역시 오마이 뉴스의 창간자 오연호 다운 솜씨다.

<노근리>가 여느 미군 범죄와 다른 점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살해였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총성과, 폭탄과, 인간에 대한 예의 없음으로 피비린내가 가득하다.

그 피를 흘린 이들은 한국인이기도 하고, 베트남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피를 흐르게 한 이들은 미국인이란 공통점이 있고...

외세에 의한 전쟁의 참화를 읽으며, 미선 효순 사건은 오히려 단순 사고에 불과함에 치가 떨린다. 평택 대추리 도두리에서 이어지고 있는 미군이란 화두는 내 머리를 멍하게 한다.

안전한 곳으로 피난시켜 줄테니 따라오라 해 놓고, 며칠을 끌고 다니며 사살하고, 폭탄을 투하한 그들의 잔혹한 만행은 일련의 살인극이었다.

거창 난민 학살 같은 것들은 종전 후 곧 문제시 되었으나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미군에 의한 조직적 범죄였던 노근리 사건은 진실을 밝히는 데 50년 가까이가 걸렸다.

평민이라고 할 지라도 의심나는 사람은 모두 죽이라는 상부의 명령은 <미국에 의한 한국의 계획적 살해>였다. 그 미국을 신봉하던 국부 이승만 박사께서 <의심나는 사람>을 모두 죽였던 것도 그렇게 치면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수학여행길에서 제주 안내원이 말한 제주도엔 <난>이 많아서 여자가 많아진 3다도라던 말이 새삼 뇌리에 파고 들었다. 나는 단지 뱃사람들이어서 남자들이 많이 죽었다고 생각했더랬는데... 그들에게 미국은 얼마나 무서운 짐승들이었을까...

아직도 노근리, 대추리와 도두리, 바람타는 섬 제주도는 계속되고 있어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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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 상자
파울로 코엘료 외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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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란 이름에 혹해서 혹시나 하고 본 책 치고는 재미있다. 어떤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리고는 방치해 둔 것을 주워서 본 책.

프랑스의 에이즈 아동 보호 연대에서 기획한 책이다.

'뽀뽀 상자'처럼 아이는 사랑을 가득 받고 자라야 한다.
'선생님은 여자'처럼 어린이는 어떤 상황도 이해받아야 한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아'처럼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님을 어른들을 깨달아야 하며,
'... 스틱스, 라이카'처럼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할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

'기차를...', '그날 밤'처럼 아픈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나무 속의 여신'처럼 아이들의 상상력을 짓밟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간혹 인터넷에서 만나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의 주린 얼굴, 그 퀭한 눈동자에는 삶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다.
인권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이 책 역시 무시 당하는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엔 너무도 미약하다.

뽀뽀가 튀어 나오는 상자를 아이들에게 사다 줄 것이 아니라, 직접 아이를 안아 주어야 할 일이다.

아, 날마다 학원으로 쳇바퀴를 돌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오늘도 아무 일 하지 못하고 하루가 간다.
놀이터에서, 골목길에서 신나게 공놀이를 하고 술래 잡기를 해야 할 아이들이 점점 태어나지 조차 못한다는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를 들으며, 어린이의 소중함과 아이들의 안쓰러움을 새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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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07-3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읽어보고 싶어지는데요. 이 책....^^*

글샘 2006-07-3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고, 좀 덜한 것도 있지만... 암튼 아이들에 대해 곰곰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책입니다.
 
초록의 공명
지율 스님 지음 / 삼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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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울고 있다는 감성적인 표현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여론을 조장하여 국책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 비구니(본문에서). 지율 스님.

인터넷이란 독특한 매체의 특성상, 토론의 장이 쉽게 마련된다는 장점 이면에, 논리 없는 여론이 쉽게 등장할 수 있다는 무서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 국민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기에, 국익에 반대되는 목소리, 애국자에게 티껍게 구는 목소리를 냈다가는 매장되기 십상이다.

월드컵 전 경기를 세 방송사가 모조리 방송할 때는 언제고, 16강도 탈락해 버리자, 이제 손실이 수십 조에 이르니 어쩌니 푸념을 한다.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그 손실은 국민의 몫 아닐까? 애국자들이니까.

이미 결정되어 진행중인 국책 사업에,
가뜩이나 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법의 준엄함을 모르고,
일개 비구니 주제에 태산같은 무게가 실린 일에 저항하고 나섰다.

지율 스님의 단식을 두고 그 성스러운 맞섬의 의지를 배우지는 못할 망정, 욕되게 하는 이들도 많다.

결국 터널을 뚫고 20분의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하여, 세계로 뻗어가는 부산항으로 케이티엑스가 달려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한국의 이익은 외국으로 다 빠져나가고 있다. 케이티엑스가 달리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해외를 향하여 한국의 자본은 흘러 나가고 있다.

바다를 막아 땅을 만들면 내 배 부르지만, 내 자식 병들게 하는 일인 줄 모르고,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면 내 등 따시지만, 내 자식 죽이는 일인 줄 모르면서...

초록의 자연과 함께 울부짖는 공명(共鳴)이자,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부끄러운 국가에 대한 빈 울음(空鳴)이고,
이제는 정당하게 맞서, 법 위의 법을 세우는 정신에 대한 당당한 밝힘(公明)으로써 이 책은 우뚝 선다.

스님의 사진과, 글들에서 어찌 이런 분이 <공권력>의 무지막지한 힘에 맞서고 계신지... 두려움에 소름이 돋다.

http://flash.miknuri.co.kr/swf/san2.swf   초록의 공명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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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G 핑 - 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라!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지음, 유영만 옮김 / 웅진윙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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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좀 성의 없는 책이다. 형편없다기 보다는 20%쯤 부족하달까...

자기 계발서가 나에게 심금을 찡~~하고 울리려면, 저자가 절실하게 겪고 깨달은 것을, 저자에게 체화된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경이나 불경을 읽으면 깊은 울림이 온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공허한 낱말들을 줄줄이 적어 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마도 자기 계발서나 종교적 경전을 별로 접해보지 않은 이에게는 이런 책도 충분히 찡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보이려고 개구리까지 끼워 넣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개구리는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

메말라 가는 연못같은 세상에서 개구리는 <변화를 선택>하고 <열망>한다.
멘토를 만나고, 장막을 극복하여 기회로 만드는 <비전>을 배우며, 실행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신념을 가지고 도전하며, 좌절을 이기며 항해하는 와중에 행복에 닿는 <황제>의 경지에 도달한다.

너무 직선적인 이야기 아닐까? 메말라 가는 그래서 물이 졸아붙는 연못에서 그놈의 개구리는 뛰어나갈 생각을 하는데, 나머지 놈들은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 이 부분은 그럴 듯 하다. 그런데 개구리가 뛰쳐 나가는 이유가 좀 허망하다. 인간은 그 개구리보다 더 절실한데도 불난 집에서 사탕을 빨고 있는 형국 아닌가.

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는 피라미드의 정점같은 삶과,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물같은 삶을 저자는 짬뽕시키고 있다. 동양적 선禪 사상에 기울어져 있다가, 노자의 자연에 도취하지만, 결국 승리하기 위한 열망이 승리하는 이야기. 짬뽕은 푹 끓여야 깊은 맛이 난다. 오징어가 제 국물을 다 버릴 때, 다시마와 고추기름과 표고 버섯이 자기를 버리고 짬뽕 국물을 위하여 장렬히 전사하고 난 뒤라야 짬뽕 국물은 시원한 맛을 낸다. 이 책은 시원한 맛을 내지 못하고 있다. 푹 끓이지 못한 탓이다.

이 책에서 제일 공감하는 말. 에필로그에서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불행히도 마음껏 읽지는 못하는 편>이라는 말. 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음껏 읽을 수 없어서 늘 불만이다. 이 불만은 해소되기 어려울 듯.ㅎㅎ

행복이란 목적지가 아니다. 행복은 과정이다.

훗날 네가 실행했던 일들보다 실행하지 않았던 일들때문에 더 많이 후회하게 될 것이란 점을 명심해라.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상태.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는 여행은 나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

말들은 그럴 듯한데, 역시 푹 고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수업 시간에 어떤 아이가 읽고 있어서 빌려 보았는데, 고 녀석이 이 책의 어설픈 맛 중, 어떤 맛에 혹했는지 한 번 더 읽겠다고 하니 기특하기도 하다. 청소년기에 이런 책을 읽는 것도 무의미하진 않겠지만, 너무 추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들은 추상적인 용어를 쓸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생활에 아직 접어들지 않았기에 말이다.

추천인의 글에서 인생은 '숙제'가 아닌 '축제'라는 말이 있다.
싸이의 챔피언 첫 구절이 이것이다. <모두의 축제, 서로 편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내가 각운 수업할 때 제일 들기 쉬운 예이다. <소리 질러, 찔러, 우리는 제도권 킬러>)
축제를 즐기다 보면 늘 한 구석에서 옭죄는 <숙제>로 작용하고,
숙제에 집착하다 보면 또 항상 가슴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축제>의 열망이 바로 삶의 야누스적인 측면일 것도 같다.

곧 기말 고사를 앞둔 아이들과 수능의 템포를 조절해야 할 고3들이 월드컵이란 축제 마당에서 열을 올리며 신을 냈었는데, 이제 축제가 싸늘하게 식은 아침, 다시 숙제로 돌아갈 시간이다.

축제가 되기엔 월드컵의 불씨는 너무도 허무했다.
다이나믹 코리아와 월드컵을 연결시키기엔 공명정대한 '스포츠 정신'에 앞서 지나친 정치판, 장사판을 보는 것 같아 열광하는 축제의 무대에 선뜻 뛰어들기가 머뭇거려지는 행사였다.

국민이 존경하는 지도자와, 국익과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가들과, 양심적인 장사꾼들(경제인이라면 좋아하려나?)과 함께 하는 월드컵, 뜨거운 축제의 마당을 다음 번에 기대하는 것도 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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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06-2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계발서도, 좀더 깊이있고 인생을 관통하는 내용이었으면 좋겠다는...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좀 가벼워보여서 손이 안 가더라구요...

글샘 2006-06-2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 책이 많이 팔린 것 같아 어쩌다 읽어 봤더니... 별로더라구요.
하긴, 인생을 알면 책 안 내시는 분들도 많을 듯. ㅎㅎㅎ

kleinsusun 2006-07-0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 리뷰를 읽으면서 여러번 고개를 끄덕였어요.
선생님 말씀대로 이런 책의 "target"은 평소 책을 거의 읽지 않는 독자입니다.
이런 경우, <마쉬멜로...>, <누가 내 치즈를...>, <핑> 이런 책을 읽으면 감동 받고 또 며칠 동안이라도 자극을 받는답니다. 제 주위에도 <마쉬멜로...> 읽고 감동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ㅎㅎㅎ
깊이는 없고 이 말 저 말 다 끌었다 붙인 것 같은 책이더라도,
이 책을 2번 읽겠다는 기특한 학생이 있듯이
축 늘어진 사람들에게 며칠이나마 자극을 주는, 박카스 같은 역할을 한다는 데 있어서 분명 순기능도 있는 것 같아요. ^^

글샘 2006-07-0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박카스. 술의 신의 효과는 얼마 가지 못하지만, 가끔은 필요하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