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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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디선가, 가시처럼 컥!하고 걸리는 놈이 있다.

일이든, 사람이든, 관계든, 컥! 하거 걸린 것은 나의 기를 질리게 하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억압 기제가 되고, 끊임없이 되살아나 나를 괴롭힌다.

그럴 때, 이 소설을 읽으면 어떨까?

이라부는 정신과 의사면서, 얼핏 정신과 환자처럼 보인다. 코미디에서나 가능한 설정이지만, 치료라고는 비타민 주사 한 방이고, 가슴 파인 복장의 게으른 간호사는 주사맞기 싫어하는 남자들에게 가슴을 보여준다.

살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지 않은 이가 누가 있으랴마는...

또 이라부같은 사람과 같이 생활한다면 또 얼마나 짜증나는 일이겠는가마는...

아무튼 소설 속에서는 이라부가 저지르는 황당한 것들이 치료로 이어진다.

삶을 진지하게 사는 것과, 아버지가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삶은 어차피 1회용이니 진지하게 대해야 하지만, 인생을 즐기는 해소법이 꼭 필요한 것이다.

책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들도 간혹 이처럼 가벼운 소설을 읽는 것도 비타민 주사 한 방 만큼이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처음 이야기 하나를 읽고, 시시하다고 생각해서 더 읽을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했는데, 공중 그네를 읽으면서는 이야기에 폭 빠져들게 되었다. 이라부의 진지하지 못함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신경정신과적 질환의 해소에 큰 시사점이 되지 않을까?

지나치게 진지함과 진지하지 않기, 진지하지 못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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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06-24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가볍지 않을까...생각했던 책인데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글샘 2006-06-24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볍습니다. 가벼운데 그냥 가벼운 게 아니라, 왜 가볍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경쾌함이 들어있어요.^^
 
일본 하이쿠 선집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4
마쓰오 바쇼 외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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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일본 방송에 가끔 하이쿠 짓기 시합을 하는 모습이 비친다.

시의 언어는 비교적 자유롭고 고난도의 표현을 구사하기 때문에

일본어 실력이 짧은 나로서는 그 감동은 커녕 해석에 도전하기도 어렵지만,

정형시의 모습 중 하이쿠라는 독특한 시에 빠져 든다.

 

이 책에서는 마쓰오 바쇼, 요사 부손, 고바야시 잇사, 마사오카 시키, 카와히가시헤키고토.

이렇게 다섯 사람의 시를 뽑아서 풀이하고 일본어 원문을 소개하고, 해설을 곁들였다.

나처럼 얼치기 일본어 학습자들이 음독을 할 수 있도록 음을 붙여주었다면 더 친절했을 것을...

 

하이쿠는 <계절어>와 <기레지>라는 내용과 575 음절의 형식을 가진 정형시다.

열 일곱 자 속에서 주로 느껴지는 것은 계절의 정취, 인생의 무상함 같은 것이다.

동양의 여백미, 자연과 공존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다.

 

바쇼의 '여름 잡초여, 병사들 고함 소리, 꿈의 자췬가'처럼 전쟁과 인생을 읽을 수도 있고,

요사 부손의 '시원함이여 종에서 떠나가는 종소리여라'처럼 신선한 표현도 만날 수 있다.

'국화의 이슬, 물 대신 받아서 긴 벼루 목숨'같은 재치도 엿보이고,

'눈에 꺾인 가지여, 눈을 뜨거운 물로 만드는 가마 밑이네.'처럼 역설적 상황도 만난다.

'도끼질하다 향기에 놀랐다네. 겨울 나무 숲.'처럼 자연의 한적 고답을 느끼게도 한다.

 

<사비>라고 하는 한적 고답의 멋과

<시오리>라는 부드럽고 정연한 맛,

<호소미>라는 섬세한 감정이 하이쿠의 내적 깊이를 이루고 있다.

그 정취를 맛보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 아닐까?

하이쿠의 유미적 낭만성을 함뿍 맛보는 것은 정신의 사치를 누리는 멋이라고 하겠다.

 

가장 다작이라는 잇사의 시도 좋다.

'파란 하늘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는 가을의 저녁'은 묘사적 서정을 보여 주고,

'달아나는구나. 좀의 무리 중에도 부모 자식이'에서는 초코파이 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고,

'저녁의 벚꽃 오늘도 또 옛날이 되어 버렸네.'는 인생의 덧없음이 그대로 녹았다.

'덧없는 세상은 덧없는 세상이건만 그렇지마는' ... 아, 이 시처럼 안타까움을 잘 나타낼 수도 있을까 싶다.
露노世와 露로世나가라 사리나가라...

'오늘이란 날도 장구벌레여, 내일도 또한' 이 시도 마찬가지다. 삶의 순간들은 참 아쉽게 흘러간다.

 

시키의 시.

'유채꽃이네. 확 번져가는 밝음 변두리 동네.'는

마치 갑자기 등불을 확 들이댄 것처럼 독자를 깜짝 놀래이는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헤키고토의 시 '봄날은 춥고 水田 위에 비치는 조각 구름아'에서는

뿌리 없는 풀(부평초, 네나시구사)에서 뿌리없는 구름(네나시꾸모)을 유추하는 번득임을 본다.

 

한 줄도 너무 길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정형시, 하이쿠.

한시의 절제미보다 더 간단한 언어로 <계절과 자연에서 직관적으로 얻어지는 정서>를 잡아내는 글맛은 일품이다.

 

일식집에서 기름기 자르르 도는 회 한 점을 혀에 닿게 할 때 느껴지는

 와사비의 매콤쌉싸롬하면서도 향긋하고 신선한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듯.

얼떨결에 이벤트에 시 패러디를 올렸다가 선물로 받은 책이다. 기인님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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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야찬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세욱 옮김, 선종훈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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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편집이나 시집을 골라 들면, 표제로 올라 있는 작품을 우선 뽑아서 읽으려 든다. 제일 맛있는 것을 먹어 보고 고놈의 매력에 따라서 나머지 작품들의 짠한 맛을 배가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미셸 투르니에의 단편집 <사랑의 야찬>에는 19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는데, 10편은 다른 책에 수록되어 있어 나머지 9편만 실려 있다. 저작권 문제가 좀 묘한 책을 만든 셈이다.

투르니에의 이야기들은 콩트와 누벨로 나누는데, 누벨은 현대식 단편소설인 반면 콩트는 구두 전승과 신화와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역자의 해설도 재미있다.

그래서 여기 실린 그의 콩트들은 신화와 전설 그 사이에서 희극과 비극의 모습을 띠며 구전의 형식으로 인간의 구체적 삶의 모습을 되살리고 있다. 아무래도 풍자적이고 재미있는 콩트에는 음률적 요소들이 작용하게 마련인데, 번역으로 읽는 맛은 원어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난 <짚북데기 위의 아이>의 상상력이 가장 인상적이다. 요즘 아이들이 병원 분만실의 기곗덩어리와 번들거리는 벽들 사이에서 태어나 병원 중독, 의료 중독, 약물 남용에 쉽게 빠진다는 가정이다. 인간에게 '출생의 자국'은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엔 충분히 동의할 만하다.

<두 향연>과 <그림에 관한 전설>은 탈무드를 읽는 기분이고,
<음악과 춤에 관한 전설>과 <향수에 관한 전설>은 성경의 모티프를 차용한 것이다.

미셸 투르니에를 좋아하는 이라면 읽어볼 만도 한데, 그의 글들이 좀 어렵다고 생각했거나, 그의 글을 읽으려다가 덮어버린 이라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쉽게 읽을 수 있고 재미있다.

아쉬운 점은 200페이지의 책을 한 페이지의 절반에만 인쇄를 시도한 것은 여백을 주는 글이라는 새로운 형식이긴 하지만, 나더러 편집하라면 80페이지면 충분히 시집처럼 얄팍한 책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무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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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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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이란 말은 독특한 울림이 있다. 수업과는 다른... 피아노를 배울 때, 레슨을 받는다고 하고, 성악 공부하는 애들이 레슨 받는다고 한다. 중학교 영어 시간에 듣던 레슨 원과는 다른 울림이 그럴 때 있다.

인생 레슨. 인간은 자기 의지에 의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생부터가 의문 덩어리다.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길이고, 죽음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연구한 것이 <철학>이고 <종교>이며 <심리학, 사회학, 인생학>이다. 명상이고 요가이고 선이다.

어떤 이름을 붙인 마음 공부든 간에 인생에 대한 레슨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뇌졸중으로 마비를 겪으면서 죽음을 앞두게 된다. 안 그래도 호스피스 생활로 죽음의 의사란 별명을 가졌던 그미는 이제 죽음을 통해 인생을 가르치는 전도사가 된 것이다.

이 책 안에는 숱한 이름의 질병과 상황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이것이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진정으로 삶을 즐기고, 죽을 때에는 흔쾌히 죽어라.
삶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

<화>를 내며 사는 것이 인생이기 쉽다. 그러나 화를 내는 대상의 본질을 알고 나면 화내는 자신이 우습게 된다. 화를 내는 이유는 우리가 이런 교훈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삶은 만만치 않아. 그 미소를 얼굴에서 없애. 무언가를 해. 무언가가 되란 말이야." 그리고 나는 아이에게 그렇게 말한다. 아이는 결국 나를 보면 즐거움이 고개를 내밀지 못하는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참을성 patient이 곧 환자 patient를 만든다.

세상의 모든 일은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며 하나의 큰 계획 속에 움직인다.

우리가 할 일은 <휴식하고 삶이 펼쳐지게> 하는 것이다. 레오 버스카글리아란 연사가 <살며, 사랑하며, 배우라>고 했는데, 배우는 것도 좀 짜증나는 일이다. 아니, 엄청 짜증나는 스트레스다. <살며, 사랑하며, 즐기는 또는 웃는 것> 그것이 내 인생에서 내가 할 몫이다.

이 책은 그래서 행복하게 사는 법인 <행복론>이고,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인생론>이며,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논한 <사자의 서>의 역할을 한다.

많은 이들에게 젊은 시절은 꿈은 늙은 시절의 후회가 된다고 한다. 삶이 끝나가기 때문이 아니라, 그 꿈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늙기 전에 살아볼 일이다.

광년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시간에 대한 개념이 막막하게 사라진다. '한 시간 뒤에 만나.'자는 시간은 이해가 쉽게 가지만, 2천 년 전에 저 별에서 출발한 이 빛은 과거인가, 현재인가...를 생각한다면 시간에 대해 얽매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쉽게 깨칠 수 있다.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에 의존하는 어리석은 삶을 버릴 일이다. 로또만 걸리면 행복한 것이 아니고, 승진할 수만 있다면 행복한 것이 아니고, 우리 아이가 시험을 잘 치면 행복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광년을 떠올리면 산자와 죽은자의 시간도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를 알 수 있다. 20년 더 사는 것이 죽은 자는 1초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란 생각의 연장은 이 책의 가치를 엿보게 한다.

인생에서 버려야할 두려움<fear>의 본질은 <실제처럼 보이는 가짜 증거 false evidence appearing real>라고 한다. 가짜, 그림자, 허상에 가려 본질을 놓치지 말자는 것이다. 가짜 증거는 얼마나 우리를 두렵게 하는지... 죽음도 그 가짜 증거에 불과한 것.

장맛비가 세상 곳곳에 안성 맞춤으로 이슬 방울을 드리운다. 그 구슬 방울 하나를 볼 때마다 한 번씩 웃고, 내 마음의 그릇을 넓히려고 맘먹는다. 웃음이 난다. 빙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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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6-2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읽으셨군요.
저도 담주에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리뷰를 참고로 잘 읽겠습니다.

글샘 2006-06-25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참고하실 거야 없고요. 잘 읽으세요. ㅎㅎㅎ
이 책엔 별 내용 없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원래 좋은 수업은 별 얘기 없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라고 하던데...

비로그인 2006-07-2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고 싶은 책이 넘 많아요.
읽어야 할 것 같은 책도 넘 많고요. ㅠㅠ
 
겅호!
켄 블랜차드,셀든 보울즈 지음, 조천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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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쯤, 이 책 소개를 어디에선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 빌려 본다.

한 시간 정도면 읽을 만한 책이다.

이 책은 개인의 성장을 돕는 이야기는 아니다.

팀을 이루고 일을 해야 하는 경우, 그 집단에는 <리더>가 있게 마련인데, 리더의 역할은 쉽지 않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박정희만한 리더는 없었다. 오죽하면 아무 것도 아닌 박근혜까지 떠받들 정도로...
박정희는 어떤 면에서 성공한 리더일까? 이 책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단 생각을 한다.

이 책에서 광고하는 정신들은 이렇다.

다람쥐의 정신 - 가치있는 일을 한다.
1.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
2. 목표를 이해하고 또 제대로 실행한다.
3. 모든 계획과 행동은 가치로 결정된다.

비버의 방식 - 목표달성에 필요한 일을 스스로 결정한다.
1. 임무와 역할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2. 생각과 느낌, 욕구와 꿈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그것에 따라 행동한다.
3. 목표는 달성 가능하지만 도전적이어야 한다.

기러기의 선물 -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1. 격려는 시기 적절하고 즉각적이며, 무조건적이고 열성적이어야 한다.
2. 일의 결과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일의 진행과정에서도 서로 응원해야 한다.
3. 열정은 임무와 금전적 보상, 그리고 격려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박정희가 개인적으로 친일파 만주군 소속이었고, 공산주의자 전력을 한순간에 배신했으며, 독재자로서의 죽음을 맞이하긴 했지만, 그의 리더십에는 분명 탁월한 점이 있었다.

오랜 기간 독재자가 되면서 날조된 부분이 사실에 비해 클 수도 있으나, 그가 이룬 경제 개발은 분명 거지 나라 한국에게 <다람쥐의 정신>을 길러 주었다. 포항 제철이나 현대 자동차, 조선 같은 중공업이 독점 재벌에 의해 성장했지만, 그것은 한강의 기적을 부르기 위한 <가치>를 가졌다고 보아야 한다.
한일협정, 베트남전 참전 등의 굴욕적 외교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새마을 운동이란 시대 정신은 국민을 동원하는 데 상당히 성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70년대 중반까지 북한에도 못미치던 국가 경제를 일으켜 세운 것은 70년대의 <잘 살아 보세>의 시대 정신이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 결과물을 향유한 것은 80년대 이후지만, 그래서 전두환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경제 개발의 기틀을 다진 것은 박정희의 업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는 군인 출신이었지만, 분명, 다람쥐와 비버의 도전 정신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기러기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잘 살아 보자고 했고, 나를 희생해서 국가도 부유해졌고, 먹고 살만해 졌는데,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지 생각해 본다면, 결국 기러기의 선물을 도난당한 기분이 든다.

교사로서 학급을 운영하기도 하고, 나이 들어 교장이 된다면 학교를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급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화(겅호)의 정신이라 생각한다. 우리 반 일기는(지금은 쉬고 있지만) 공화국 일기라고 부른다. 공화의 정신은 모든 인간이 부처임을 존중하는 정신이 아닐까? 나도 소중하고, 그래서 모두 소중하다는 정신.

한국인들은 너무 다람쥐의 정신과 비버의 방식에 시달린 것 같다. 이제 기러기의 선물을 받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요즘 인터넷이 온통 축구 이야기로 가득한데, 유독 한국 축구의 특징이라면, 족구로 보인다.
축구는 훈련, 또 훈련, 경쟁, 오로지 골로 이야기 하는 경기로 경쟁과 긴장의 연속인 반면, 족구는 시종 일관 웃을 수 있고, 개인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이완의 과정일 수 있을 것이다. 축구 연습이 다람쥐, 비버의 일상이라면, 족구는 기러기의 선물이기도 할 것이다.

아, 오늘 아침엔 아이들한테 얼음 과자라도 하나씩 돌려야 겠다. 어제 영어 샘에게 우리 반 아이들이 예쁘다는 칭찬을 한참 들었다는 핑계라도 대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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